독각 (고재종 시선집 | 양장본 Hardcover)

독각 (고재종 시선집 | 양장본 Hardcover)

$15.00
Description
● 시 세공사가 조탁한 고독의 청보석들

‘언어미학의 숭고에 도달하기 위한 독학의 신화’로 써낸 ‘마음의 덫을 벗고 누리는 고요와 기쁨’ 그리고 ‘초록의 온도를 품은 경외와 사랑의 문장’들. ‘타인의 아픔과 공명하고 삶을 고양하는 눈물의 시심’이 ‘시 세공사가 조탁한 고독의 청보석들’로 쏟아져 펼쳐진다.
-고진하 시인
저자

고재종

시인
전남담양에서태어나1984년실천문학신작시집『시여무기여』에「동구밖집열두식구」등7편을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바람부는솔숲에사랑은머물고』,『새벽들』,『사람의등불』,『날랜사랑』,『앞강도야위는이그리움』,『그때휘파람새가울었다』,『쪽빛문장』,『꽃의권력』,『고요를시청하다』와육필시선집『방죽가에서느릿느릿』이있고,산문집으로『쌀밥의힘』,『사람의길은하늘에닿는다』,『감탄과연민』과시론집『주옥시편』,『시간의말』,『시를읊자미소짓다』가있다.신동엽문학상,시와시학상젊은시인상,소월시문학상,영랑시문학상등을수상했으며한국작가회의부이사장을역임했다.

목차

제1부
제2부
제3부
제4부

출판사 서평

●시집『독각』에스며있는고요,그속으로침잠하다.

정겹고맛깔스러운고재종의시는전라도의흥과애가자아낸특산물이다.그의흥은요란하지않고그의애는주저리주저리눈물을떨구지않는다.서둘러나아갈것을재촉하지않고모두를아우르는‘초록고요’를이번시집의주춧돌로삼고있다.잠시도조용할날없는세상을향해던지는시인의특별처방인셈이다.독차지하지않고뽐내지않고서둘지않는시의미덕,시인이캐낸싱싱하고맛깔스러운‘초록고요’가여기한가득이다.때론흥겹고때론서러운가락이이어지며우리같이넘어가야할새길을제시하고있다.무뚝뚝한경상도토박이인나도그빗장을열고들어가함께어깨춤을들썩여보아야겠다.
-최영철시인

●마음의덫을벗고누리는고요와기쁨

몇날며칠을두고경향간에기별한점없네.한때는고독의용기를꿈꾸었으니푸른안목을반짝일만도하네.반짝이는건지난봄감꽃졌던자리에알알이매단주먹송이들,오늘의일기는쾌청하네.누가시키잖아도자가격리된날들의반복이라네.이때쯤죽순장아찌에잡곡밥먹는점심의습관은망각을이겨내는지복이아니던가.산방에들락거리는바람엔뼈를말리고,동박새서껀저울고싶을때와서울고들가라지.다만괴로움의민낯같은건작년폭우에생채로찢긴석류가지들.정색하고보면끔찍한얼굴일진대,남은가지에터진석류속그맑고붉은보석들은가령독각의사리라고나할까.
-「독각:혼자넘는시간9」전문

고재종시인은‘독(獨)’전문이다.학문도창작도‘독’으로점철되어있고,이제종교적깨달음마저‘독각(獨覺)’이다.무릇‘독’의삶이란스승이란나침반없이혼자인생길을헤쳐나가는것인데,‘고독의용기’가없으면불가능한일.아마도시창작에서홀로이룬나름의성취가독각의용기를북돋우어주었을까.시끝부분에폭우에찢긴석류가지들이나오고‘끔직한얼굴’인터진석류가등장하는데,그때석류는세속에서고독하게수행의길을걸어온시인자신의아픔을잘드러내는상징물같다는생각.‘터진석류속그맑고붉은보석들’을일컬어시인은‘독각의사리’가아니겠냐며자긍심에찬‘푸른안목’을내비친다.굳이코로나시절을염두에두지않더라도‘자가격리된날들의반복’이란표현은자기자신에게엄격한수행자의모습을연상시키기에충분하지않은가.

텃밭의고춧대를좀손보아도나는한가하네.뒷산숲에서나온고라니가그초록의전언을마구퍼나르는산천경개의광휘라니!이렇게나무궁한마음이드는날이면매실주한잔에도잎새들반짝뒤집는일조차무진하다네.나는나를알고자책을읽고나를찾고자시몇줄을썼으나이쯤해서는낙과의청시한톨만하겠는가.다만그시구들이어느날진리의상형문자를나툴때까지,반짝이는초록과함께우주의피륙을짜는일에게으르지않았으면하네.
-「초록고요와함께:혼자넘는시간13」부분

우러러보는능력을상실해온통세상이저잣거리로전락해버린냉혹한세상이지만,한가에처해자연과의접촉을늘리며거기서찾아낸시인의문장들은한줄한줄초록의온도를품고있다.그것이생명의심장을맥박치게하는그런온도를품고있는것은‘나를알고자책을읽고나를찾고자시’를쓰는‘무궁’한마음때문일것이다.시인은그시구들로‘진리의상형문자를나툰’다고한다.이대목에서우리는시인이매우종교적이라는걸알수있다.무릇종교성이란신성의경험을말하는데,시인이‘잎새들반짝뒤집는일’조차‘무진’하다고말할때,그것은그가존재의‘이면’을엿보았기때문이며,이때“그의언어는신비주의자들의언어처럼신에게몸을맡긴사랑에빠진사람의언어”(옥타비오파스,『활과리라』)에다름아닌것이다.그언어는침묵에서겨우터지는소리인데,여수오동도에서동백꽃터지는소리를듣고쓴시「환한이승」에보면,“그붉은사자후를형형토”할때,“노래라면노래아닌것이없는날도있으니/내먼저사랑을고백해본적없는나도터진다”고고백한다.이시구는역설적이지만,사랑에빠진사람의언어가아닐수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