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기차 여행의 묘미는 과정에 있다
드라마 <카지노>를 감명 깊게 봤다. 극 중 주인공인 차무식(최민식)은 필리핀 카지노의 제왕으로 영향력을 떨치며 오로지 돈과 권력만을 좇아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러나 영민했던 머리와 맺고 끊음이 확실했던 인간관계가 무색하게 결국 허망하고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다. 그 와중 아내와 오랜 친구들을 만나 감회에 젖어 삶에 대한 아쉬움을 나누는 장면이 뇌리에 깊이 남았다. 오직 본인이 설정한 인생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매진하다, 가족과의 사랑이나 우정, 작은 행복의 파편들을 놓치고 홀연히 외로운 죽음을 맞이한 그가 안타까워 한동안 씁쓸한 감정을 곱씹었다. 또 그의 모습에서 지난 과거의 나를 발견했다.
나도 눈에 보이지 않는 대의를 좇는답시고 삶의 저변을 이루고 있는 일상을 무시했던 적이 있다. 그 때문에 일부의 기억을 제외하고는 지나온 시간들이 가물가물했다. 30여 년의 세월을 살아오며 이룬 것은 애매한 직급과 연봉이 다였는데, 고작 그런 것들을 얻겠다고 일상의 귀함을 잊고 살았던 것이 후회스러웠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작가의 글쓰기 수업을 계기로 일상 속 떠오른 생각을 글로 적는 습관을 갖게 됐다. 꾹꾹 눌러쓴 단어는 문장이 되고 몇 개의 문장이 모여 문단을 만들더니, 이내 곧 하나의 가치를 지닌 에피소드가 완성됐다. 실체화된 이야기들은 내 기억의 서랍에 들어가 때에 따라 사유나 추억, 교훈으로 속성을 바꿔가며 삶 전반에 충만한 자양분이 됐다. 망각과 자책의 반복으로 죽어가던 30대 초반까지의 삶은 이러한 일상 수집 활동 덕분에 생동감을 되찾기 시작했다. 수집가이자 역사가인 발터 벤야민은 ‘수집가’에 대해 “특별해 보이지 않았던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를 창조하는 사람들”이라 정의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스스로 ‘일상 수집가’를 자처하고, 쪼개져 있던 생의 단편들을 한 데 엮어 쓸모 있는 일상으로 재조명하고자 했다.
매일 쳇바퀴 같은 나날을 살다 보면 분명 경시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이웃과의 정이나 관용, 포옹 같은 것들이다. 이 책은 포옹이라는 행위가 가진 가치와 경제성에 대해 논하고, 일식집 주인장으로부터 배운 직업관에 대해 소개하는 등 쉽게 잊을 수 있는 혹은 생각지 못했던 일상의 토막들을 낱낱이 보여준다.
기차 여행의 목적은 도착지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다. 지나가는 주변 풍경을 보며 사색에 잠기거나 친구들과 모여 사사롭게 수다를 떠는 순간, 간식들을 잔뜩 늘어놓고 마음대로 집어먹는 것 자체에 행복과 의미가 녹아있다. 오직 목적지에 도착해야만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삶 또한 큰 목표를 지향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목적지에 다다른 다음에도 우리는 또 다른 여행을 준비해야 한다. 삶 자체가 목적이고 동시에 과정이기에 우리는 반드시 삶을 아우르는 작은 조각들에 집중해야 한다. 사소한 일상에 연연하는 것만이 맥없이 흘러가는 인생을 풍요롭게 살 수 있는 비결이다. 싱거운 재료들이 한데 모여 깊은 맛의 요리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작은 이야기와 깨우침이 한데 모여 인생의 참맛을 완성할 것이다. 사소한 파편들을 결코 사소하지 않게 만드는 것은 이제 당신과 나의 몫이다. 나의 수집기가 부디 당신에게도 특별한 가치로 다가가기를 바란다. 이 책을 읽는 당신이 잠시나마 인생살이에 연연하는 태도를 갖게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삶을 지탱하는 사소함에 대해 알려준 엄마와 아빠에게 감사를 전하며 이만 글을 마친다.
드라마 <카지노>를 감명 깊게 봤다. 극 중 주인공인 차무식(최민식)은 필리핀 카지노의 제왕으로 영향력을 떨치며 오로지 돈과 권력만을 좇아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러나 영민했던 머리와 맺고 끊음이 확실했던 인간관계가 무색하게 결국 허망하고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다. 그 와중 아내와 오랜 친구들을 만나 감회에 젖어 삶에 대한 아쉬움을 나누는 장면이 뇌리에 깊이 남았다. 오직 본인이 설정한 인생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매진하다, 가족과의 사랑이나 우정, 작은 행복의 파편들을 놓치고 홀연히 외로운 죽음을 맞이한 그가 안타까워 한동안 씁쓸한 감정을 곱씹었다. 또 그의 모습에서 지난 과거의 나를 발견했다.
나도 눈에 보이지 않는 대의를 좇는답시고 삶의 저변을 이루고 있는 일상을 무시했던 적이 있다. 그 때문에 일부의 기억을 제외하고는 지나온 시간들이 가물가물했다. 30여 년의 세월을 살아오며 이룬 것은 애매한 직급과 연봉이 다였는데, 고작 그런 것들을 얻겠다고 일상의 귀함을 잊고 살았던 것이 후회스러웠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작가의 글쓰기 수업을 계기로 일상 속 떠오른 생각을 글로 적는 습관을 갖게 됐다. 꾹꾹 눌러쓴 단어는 문장이 되고 몇 개의 문장이 모여 문단을 만들더니, 이내 곧 하나의 가치를 지닌 에피소드가 완성됐다. 실체화된 이야기들은 내 기억의 서랍에 들어가 때에 따라 사유나 추억, 교훈으로 속성을 바꿔가며 삶 전반에 충만한 자양분이 됐다. 망각과 자책의 반복으로 죽어가던 30대 초반까지의 삶은 이러한 일상 수집 활동 덕분에 생동감을 되찾기 시작했다. 수집가이자 역사가인 발터 벤야민은 ‘수집가’에 대해 “특별해 보이지 않았던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를 창조하는 사람들”이라 정의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스스로 ‘일상 수집가’를 자처하고, 쪼개져 있던 생의 단편들을 한 데 엮어 쓸모 있는 일상으로 재조명하고자 했다.
매일 쳇바퀴 같은 나날을 살다 보면 분명 경시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이웃과의 정이나 관용, 포옹 같은 것들이다. 이 책은 포옹이라는 행위가 가진 가치와 경제성에 대해 논하고, 일식집 주인장으로부터 배운 직업관에 대해 소개하는 등 쉽게 잊을 수 있는 혹은 생각지 못했던 일상의 토막들을 낱낱이 보여준다.
기차 여행의 목적은 도착지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다. 지나가는 주변 풍경을 보며 사색에 잠기거나 친구들과 모여 사사롭게 수다를 떠는 순간, 간식들을 잔뜩 늘어놓고 마음대로 집어먹는 것 자체에 행복과 의미가 녹아있다. 오직 목적지에 도착해야만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삶 또한 큰 목표를 지향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목적지에 다다른 다음에도 우리는 또 다른 여행을 준비해야 한다. 삶 자체가 목적이고 동시에 과정이기에 우리는 반드시 삶을 아우르는 작은 조각들에 집중해야 한다. 사소한 일상에 연연하는 것만이 맥없이 흘러가는 인생을 풍요롭게 살 수 있는 비결이다. 싱거운 재료들이 한데 모여 깊은 맛의 요리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작은 이야기와 깨우침이 한데 모여 인생의 참맛을 완성할 것이다. 사소한 파편들을 결코 사소하지 않게 만드는 것은 이제 당신과 나의 몫이다. 나의 수집기가 부디 당신에게도 특별한 가치로 다가가기를 바란다. 이 책을 읽는 당신이 잠시나마 인생살이에 연연하는 태도를 갖게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삶을 지탱하는 사소함에 대해 알려준 엄마와 아빠에게 감사를 전하며 이만 글을 마친다.
[POD] 사소한 일상 수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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