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D] 물리라는 안경, 그래서 보이는 것들

[POD] 물리라는 안경, 그래서 보이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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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제 나이 20대 중반, 물리학 박사과정을 위해 유학을 시작한지 1-2년쯤 지났을 무렵일 겁니다. 당시 저의 가장 큰 관심사는 뜻밖에도 종교였습니다. 불교, 기독교, 힌두교 종파를 불문하고 골고루 기웃거렸던 기억이 있네요. 과학 논문에 파묻혀 숫자와 씨름하고 있어도 모자랄 시간에 종교라니....... 하지만 저는 그것을 더 빨리 알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 겁니다.

왜냐고요? 사실 학위도 그 덕에 받았거든요.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물리학자가 되는 과정도 쉽지는 않았습니다. 몇 달 동안 밤을 새며 했던 실험이 물거품이 되기도 했고, 자신했던 논문이 개제 거절되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일상은 바닥까지 곤두박질쳤고, 다시 정신을 차리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똑같이 과학자의 길을 걸으면서도 전혀 다른 태도를 가지는 이들도 있었는데, 바로 깊은 신앙심을 가진 사람들이었습니다.

“하느님이 다른 곳에 나를 쓰시려는 모양이야.”
“부처님이 더 나은 길로 인도 해주시려보다.”

이렇듯 신을 믿는 사람들은 회복이 빨랐습니다. 저는 그들의 태도를 배우고 싶어 종교를 공부했습니다. 덕분에 주어진 상황을 받아드리고 나아가는 방법을 알게 되었으나 그렇다고 수녀가 되거나 비구니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책꽂이에 성경, 금강경 그리고 힌두교 경전 베다가 나란히 꽂혀있지만 말이죠.

이 책을 읽는 여러분들도 물리학자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물리학자들은 어떤 태도를 지녔는지, 어떤 시선을 가졌는지를 배움으로써 지금보다 다채로운 삶을 맞이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자

제갈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