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20대의 내가 가진 것이라곤 체력과 열정뿐이었다. 한 푼이 아까운 가난뱅이 여행자였기에 여행지에서의 데이터는 사치였다. 인터넷과의 단절은, 내게 엄지손가락의 무료한 위아래 운동 대신 키보드 위에서 열 손가락을, 종이 위 연필을 쥔 손을 바삐 움직이게 하는 낭만을
선사했다.
그 덕분일까. 나는 여행하면서 많은 메모를 남겼다. 마드리드에 있는 헤밍웨이의 단골 가게에서 샹그리아를 마시며 엿들은 옆 테이블의 이야기, 해가 내리쬐는 아크로폴리스의 계단을 오르며 마주치는 사람들과 주고받은 짧은 대화, 안도라 국경에서 멈춰버린 버스에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나눈 뒷자리 대학생과의 수다, 요르단 상공을 채운 자욱한 안개 때문에 몇 시간이나 상공에서 배회하던 비행기가 결국 이집트 샴엘세이크 공항에 비상 착륙해 무기한 대기할 때 나눈 옆자리 승객들과의 만담 등.
혼잣말의 기록도 무수하다. 나무 침대의 빈대를 피해 도망친 리스본의 호스텔 테라스에서 밤새 써 내려간 일기, 선로 사고로 프랑스의 이름 모를 시골에 정차한 테제베에서 휴대전화 배터리를 아껴가며 메모장에 적어둔 기록, 3일 치 식사를 빵조각으로 때울 각오로 산 티볼리 패스를 잃어버린 걸 알았을 때 길바닥에 주저앉아 적어 내려갔던 분노의 글 등. 그 과정에서 난 내 안의 수많은 자아가 움트는 것을 발견했다.
이 책은 이러한 기억의 흔적을 더듬고 다듬는 과정의 습작이다. 여행지에서 만난 나의 가깝고도 먼 타인들, 페르소나들은 나의 글에서 여러 다른 인물들로 재탄생했다. 완전히 허구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한 진실도 아닌, 하지만 허구성을 보태지 않으면 진실의 의미가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 그런 이야기들을 모았다.
나는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꼭 한 번쯤 ‘나이지만 내가 아닌 나’를 찾아보기를 바란다. 나처럼 여행을 통해서든, 다른 창구를 통해서든 방식은 자유다. 그저 즐겁게 살자는 말이다. 우리 모두 즐거운 삶을 추구하자. 모두의 삶은 멀리서 보든, 가까이서 보든, 한 번은 희극이지 않은가. 내 삶이 희극이 될 때까지 이리저리 시야를 바꿔 가며 보기를 거듭하면 된다. 우리 모두에게는 반드시 한 번 이상은 엄청난 희극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페르소나가 있기 때문이다. 당신의 그 타인을 찾길 바란다.
유독 무언가를 결정할 일이 많은 가을이었다. 일상의 평온을 지켜주는 가족과 친구들, 그저 앞으로도 함께하자는 말로 감사 인사를 갈음한다. 마지막으로 가을이 되면 더 짙게 생각나는 영원할 첫사랑, 나의 첫째 고양이 구찌에게 그리움을 담아 안부를 전한다.
선사했다.
그 덕분일까. 나는 여행하면서 많은 메모를 남겼다. 마드리드에 있는 헤밍웨이의 단골 가게에서 샹그리아를 마시며 엿들은 옆 테이블의 이야기, 해가 내리쬐는 아크로폴리스의 계단을 오르며 마주치는 사람들과 주고받은 짧은 대화, 안도라 국경에서 멈춰버린 버스에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나눈 뒷자리 대학생과의 수다, 요르단 상공을 채운 자욱한 안개 때문에 몇 시간이나 상공에서 배회하던 비행기가 결국 이집트 샴엘세이크 공항에 비상 착륙해 무기한 대기할 때 나눈 옆자리 승객들과의 만담 등.
혼잣말의 기록도 무수하다. 나무 침대의 빈대를 피해 도망친 리스본의 호스텔 테라스에서 밤새 써 내려간 일기, 선로 사고로 프랑스의 이름 모를 시골에 정차한 테제베에서 휴대전화 배터리를 아껴가며 메모장에 적어둔 기록, 3일 치 식사를 빵조각으로 때울 각오로 산 티볼리 패스를 잃어버린 걸 알았을 때 길바닥에 주저앉아 적어 내려갔던 분노의 글 등. 그 과정에서 난 내 안의 수많은 자아가 움트는 것을 발견했다.
이 책은 이러한 기억의 흔적을 더듬고 다듬는 과정의 습작이다. 여행지에서 만난 나의 가깝고도 먼 타인들, 페르소나들은 나의 글에서 여러 다른 인물들로 재탄생했다. 완전히 허구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한 진실도 아닌, 하지만 허구성을 보태지 않으면 진실의 의미가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 그런 이야기들을 모았다.
나는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꼭 한 번쯤 ‘나이지만 내가 아닌 나’를 찾아보기를 바란다. 나처럼 여행을 통해서든, 다른 창구를 통해서든 방식은 자유다. 그저 즐겁게 살자는 말이다. 우리 모두 즐거운 삶을 추구하자. 모두의 삶은 멀리서 보든, 가까이서 보든, 한 번은 희극이지 않은가. 내 삶이 희극이 될 때까지 이리저리 시야를 바꿔 가며 보기를 거듭하면 된다. 우리 모두에게는 반드시 한 번 이상은 엄청난 희극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페르소나가 있기 때문이다. 당신의 그 타인을 찾길 바란다.
유독 무언가를 결정할 일이 많은 가을이었다. 일상의 평온을 지켜주는 가족과 친구들, 그저 앞으로도 함께하자는 말로 감사 인사를 갈음한다. 마지막으로 가을이 되면 더 짙게 생각나는 영원할 첫사랑, 나의 첫째 고양이 구찌에게 그리움을 담아 안부를 전한다.
사계양색(四季樣色)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