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인 도로 (조선스팀펑크연작선)

기기인 도로 (조선스팀펑크연작선)

$14.80
Description
“조선시대에 이미 증기기관이 도입되고 발전했다면 우리 역사는 과연 어떻게 변했을까”
장르소설의 대가들이 펼치는 조선스팀펑크연작선, 그 첫 앤솔러지!
조선 태조 이성계는 고려의 무장이었던 시절, 침략해 온 원나라 군을 물리치고 포로로 잡은 회회인 도로를 통해 증기를 처음 접한다. 사실 도로는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오랫동안 세계를 떠돌다 일부러 붙잡힌 것이었고, 이성계의 측근인 정도전과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나라 건국에 대한 희망을 찾고 힘을 보태기로 한다. 낯선 것을 싫어하던 귀족들과 달리 개방적이었던 이성계는 도로에게 증기기기를 개발할 것을 명령한다. 그리고 도로가 개발한 증기마와 증기마차를 통해 기동력을 극대화시킨 기병 전술을 이용해서 연전연승을 거둔다.



하지만 1392년, 이성계는 조선을 건국한 후에 반대세력이 이용할 것을 우려해서 증기기기의 개발을 중단할 것을 명령한다. 거기에 왕실의 권력 다툼에 휩쓸린 정도전이 죽으면서 낙담한 도로는 조선을 떠나려고 한다. 그러다가 최무선의 설득으로 계속 남아 함께 여러 증기기기를 개발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도로가 사실은 기기인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신비로움이 더해지고, 조선 역사의 고비마다 도로는 증기기술을 통해 숨은 톱니바퀴로 맹활약하는데….
저자

김이환

〈박씨부인전〉
레이브래드버리의《화성연대기》를읽고감명을받아작가가되고싶다고생각,단편소설을써서인터넷에발표하며작가활동을시작했다.《초인은지금》,《디저트월드》《절망의구》등열네편의장편소설과단편집《이불밖은위험해》를출간했고,《팬데믹:여섯개의세계》《오늘의SF#1》등열여섯편의공동단편집에참여했다.2009년멀티문학상,2011년젊은작가상우수상,2017년SF어워드장편소설우수상을수상했다.단편〈너의변신〉이프랑스에서출간되었으며,잡지《Koreana》를통해9개국어로번역되었다.장편소설《절망의구》는일본에서만화로출간되었고,현재국내에서드라마제작이확정되어개발중이다.평소좋아하는판타지,SF,동화,추리,미스터리,문단문학등의다양한장르를넘나들거나재조합해서소설을쓰고있다.독립영화를좋아하여《씨네21》,《계간독립영화》등다양한지면에독립영화리뷰를싣기도했다.

목차

01_증기사화ㆍ정명섭_9
02_군자의길ㆍ박애진_51
03_박씨부인전ㆍ김이환_145
04_염매고독ㆍ박하루_183
05_지신사의훈김ㆍ이서영_225

스팀펑크조선연대표_299

출판사 서평

한국식스팀펑크의땅에새로운일꾼들이합류했다

“왜한국에서는스팀펑크물이나오지않는가?”이말을꺼낸사람들은대부분다른사람의답변을듣기위해서가아닌,자기가부연하기위한서두로써이질문을던지고는했다.그리고그들이공들여준비한질문들은대부분비관적인결론으로마무리되고는했다.

사실이런비관적인질문은뒤에들어가는단어만바뀌어서매번반복되고는했다.“왜한국에서는하드SF물이나오지않는가?”나“왜한국에서는스페이스오페라물이나오지않는가?”처럼말이다.

대중적으로는잘알려지지않은사실이지만,이렇게진지한논의를하겠다는척훈수를두고싶은사람들이해당질문을할때마다SF작가들에게100원씩국가보조금을지원하는정책사업이있었는데,억대에달하는예산초과로인해시행한첫해에사업이문을닫았다는후문이다.정말이다.

본론으로돌아오자.“왜한국SF시장에서는스팀펑크물이나오지않는가?”에대한질문의답은그질문만큼이나식상했다.“스팀펑크에서주로다뤄지고는하는산업혁명시기풍의낭만이한국에는존재하지않는다.”나“한국역사에서증기기관이중심이었던적이없다.”거나하는식인데,저대답들이과연설득력이있는결론인지는의구심이든다.

조선시대에엘프가살았기에〈반지의제왕〉에열광했던가?일제강점기에부두교마술사들과의교류가있어〈새벽의저주〉가흥행했던가?전혀그렇지않다.그리고그와무관하게서구식정통판타지나좀비아포칼립스물은한국장르시장에무사히안착하여수많은작가들의손에서다양한이야기로변주되고있다.넷플릭스만틀어도갓쓴선비들이도포를두른채좀비들과나뒹구는모습을볼수있는2021년이되어서까지저런나이브한답변들에무게를더해줄필요도없을것이다.

결국,장르의흥행은그저기반이될토양을마련하기위해개척자들이시장에뛰어들어고군분투하며자신들의기반을다지는시간이필요할뿐,태생부터글러먹었다는식의접근은그리정교한결론이아닌셈이다.이는한국식스팀펑크라고해서달리접근할문제도아니다.

이제껏대중적으로소비되지않았던장르를시도한다는것은개척보다는개간이라는,역사적사명감보다는생활감넘치는표현이어울릴지도모르겠다.험난하고투박하지만언젠가는맺을결과물을향해,남들이보기에는버려진것이나다름없는영역에자신의뼈를묻을각오로덤벼드는일이니말이다.그리고이한국식스팀펑크의땅에새로운일꾼들이합류했다.바로‘조선스팀펑크’연작선의참여작가들말이다.

‘조선스팀펑크’연작선의출간이반가운것도여기에있다.이제까지스팀펑크는몇몇작가들이개인적인규모로만진입을시도하거나,큰프로젝트로기획하더라도지속적으로결과물을내보이지못했던영역이었다.그런상황에원숙한솜씨를자랑하는베테랑작가들이팀을이루어서지속적인작업을시도하고자하니,기존의개척자들에게는든든한지원군이자,후발주자가되기를고민하는이들에게는참고할선행사례가하나더늘어난셈이지않은가?

정명섭작가의〈증기사화〉는조광조의기묘사화를통해조선스팀펑크세계관에서증기기술을대하는태도를다루었다.이작품에서훈구파와사림파의갈등은곧왕권의정통성을논쟁하는과정을넘어,증기기술을받아들이는입장과태도에대한정치적인해석차이로도이어진다.정명섭작가다운,대체역사물에요구되는사고실험적인전개를능수능란하게해내면서도세계관에대한소개를매끄럽게전개해서연작선의출발을이끈다.

박애진작가의〈군자의길〉은조선시대서얼에대한신분차별을중심으로진행된다.주인공은아버지라부를수없는아버지와,자신이받들어야만하는어린이복형제와애증어린관계를맺어가며증기기술을통해스스로를지키고자한다.오래도록묵은감정을질척이는와중에도가끔씩은쓴웃음을짓고마는,무겁고도어두운분위기가매력적인작품이다.

김이환작가의〈박씨부인전〉은시장통에서사람들에게이야기를들려준대가로돈을받는,전기수(傳奇?)가도술을부리는대장장이부부에대한소식을듣고그들을찾아가며겪는이야기다.이야기꾼이이야기를만들기위해돌아다니며들은이야기를이야기로들려준다는,다층적인구조를갖추어독자들의혼을쏙빼놓는작품이기도하다.스팀펑크에기대하는활극적인요소또한풍족하여,읽는이의어깨를들썩거리게만들장면으로가득하다.

박하루작가의〈염매고독〉은증기기술로인한비극적인사화와굶주린어린아이의영혼을이용한저주에대한소문이교차되며진행되는작품이다.실제역사에서는열장부(烈丈夫)라불린청백리김수팽이,〈염매고독〉에서는왕조를저주하며죽어가는주술사로등장하여,조선스팀펑크세계관이갖는어두운면모를그려내었다.

이서영작가의〈지신사의훈김〉은세도정치로악명높았던홍국영이사실은증기기계로움직이는인공지능-기기인이었다면어떠했을까,라는가설에서출발한다.사람이입력한명령을따라야만하는기기인은스승의가르침을따라유학을배우고,유학의논리에맞춰사고하며선비가가져야할올바른태도에대해고민한다는,동양철학의사유의뿌리부터돌아보는끝내주는유교SF다.

‘조선스팀펑크’의흥미로운점은,증기기관의도입으로인한사회시스템의변화와기존역사사이의충돌을막기위해,조선시대의신식기술에대한이념적인갈등을연결지어대체역사의연대표를만들었다는것일터이다.만약이연작선이스팀펑크물이라고하는장르의관성적인이미지에묶여,조선시대말이나일제강점기에국한해증기기관기술을배경으로더한정도에그쳤다면,세계관안에서작가들이운신할수있는,또세계관자체가발전할수있는폭이너무좁아졌을것이다.

이연작선에수록된작품들은모두새로운기술로인해생겨나는사회의변혁을어떻게든가로막으려고하는지배계급과그들로부터벗어나고자하는이들사이의갈등이작품의중심을담당한다.그렇기에우리가알고있는실제조선시대의역사와스팀펑크장르의풍미가절묘하게녹아들어,생생하기그지없는야담을읽고있는것만같은착시를일으키는데성공한다.과연이후에이세계가어디까지더넓혀질수있을까.정말이지설레며기대하지않을수없다.

-홍지운,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