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마스크 (설재인 장편소설)

붉은 마스크 (설재인 장편소설)

$14.80
Description
“그때는 몰랐다. 그 시험이 절대로 끝나지 않을 줄은.”
떠오르는 MZ 세대의 기수 설재인 작가의, 폭풍 같은 하이퍼리얼리즘 재난 소설
떠오르는 MZ 세대의 기수, 설재인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 《붉은 마스크》는 외고에서 수학 교사로 근무하다 사표를 낸 후 3년간 두 권의 소설집과 장편, 에세이집까지 출간하며 폭풍처럼 작품을 쏟아내고 있는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온 국민이 숨을 죽여야만 하는 수능일에 한반도를 강타한 원인 모를 전염병, 이제 세상은 붉은 마스크를 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어 멸망을 향해 끝나지 않을 전쟁을 치르게 되는데... 작가는 장르적 문법에 따르는 대신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현실에 주목해 코로나가 강타한 교육 현장과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만연한 한국 사회의 민낯을 아프게 후벼 파고, 악착같이 드러낸다.

“변신과 함께 우리 마음을 파고드는 핏빛 내시경, 아프고 아름답다!”
- 김창규, 소설가

“한 손으로 들 수 있는 종말 그 자체, 근래에 읽은 재난 소설 중 가장 재미있었다.”
- 천선란, 소설가
저자

설재인

1989년생.입시에목매단학교에서수학을가르치다가,요구받는일이결국매일수백개의어린마음에불안의씨앗을심는행위라는사실을깨닫고그만두었다.하루3시간체육관에머물때를제외하고는방에틀어박혀하염없이이야기를쓰고읽는다.코어근육이든든해싸구려의자에서도끄떡없이버티니다행이라고해야할지.소설집《내가만든여자들》,《사뭇강펀치》,장편소설《세모양의마음》,에세이《어퍼컷좀날려도되겠습니까》를썼다.

목차

1부ㆍ머리_7
2부ㆍ가슴_55
3부ㆍ배_177
4부ㆍ아가미_275

작가의말_313

출판사 서평

변신과함께우리마음을파고드는핏빛내시경,아프고아름답다!

설재인작가의《붉은마스크》는학교와수능을물리적이고사회적인무대로삼아,국지적인파국과그안에서계속존재하기위해힘겹게내면을비트는인물들을그리는소설이다.조금더구체적으로적자면,수능이치러지는당일갑자기변신해버린사람과그렇지않은사람의속사정을꽤아파보이는칼로사정없이후벼판다.그변신이종(種)을가를정도로극단적이기때문에《붉은마스크》는필연적으로우리종,즉지금여기사는우리를얘기할수밖에없다.
변신과이종(異種)이라는소재및주제는카프카의《변신》을훨씬뛰어넘어《길가메시서사시》까지거슬러올라간다.아마이야기를입으로전할수밖에없던시대에도그두가지는소중한모티프였을것이다.그런이야기들은대개판타지나SF로분류되고,비중의차이는있으나태생부터비유나상징이라는역할을내포하게마련이다.
대표적인이종판타지인뱀파이어물이2000년대초반까지국내독자에게환영을받은뒤로현재독자와작가들이즐겨찾는것은일명좀비물이다.뱀파이어물이개인대개인의이야기,혹은뱀파이어가문의이야기를주로다루는데에반해좀비물은흔히재난과직결된다.좀비가주는공포는개체의파괴력보다는무리가갖는전파력과더불어인간성말살에서오기때문이다.
《붉은마스크》에등장하는이종은인간으로부터변이했으나뱀파이어는물론이고좀비와도다르다.그들은사고력을고스란히보존한채물리적인장벽을넘어서는텔레파시능력을얻는다.그리고2021년현재마스크없이바이러스앞에설수없는우리와달리자유롭게호흡할수있다.줄거리를더드러내지않고는밝힐수없지만,그들의능력은거기서그치지않는다.
이처럼《붉은마스크》에등장하는새존재는전통적이고전형적인이종의틀에쉽게넣을수없다.그에더해작품의성격또한장르클리셰로예단하기는어렵다.그사실은작품의첫열쪽만읽어보면알수있다.가장먼저등장하는주요인물남희재는가장가까운세계,즉가족과학교의일반적인가치를전적으로부정한다.실마리는그세계의이중성에있다.고상한가치는표면뿐이고실은저열한욕망으로뭉쳐있는세계.희재는자신이그세계에저항한다고‘생각’한다.그뒤로줄지어등장하는황승조,민유림,박종민등주요인물들역시비록바라보는방향은다르나하나같이비참하다고결론지어버린사적인현실이나욕망을통해현실의한단면만을볼뿐이다.
장르종속적이고자극적인매력만노리기보다현실을되돌아보는기능까지작정하고겸하는장르물이라면보통두속성을함께챙기려공을들인다.반면에《붉은마스크》는처음부터한방향으로기울어있다.작가가독자에게확대하여보여주고싶은무대는현실이다.그의도적인편향은이야기가끝날때까지달라지지않으며,현실이라는복잡한유기체의폐부를완전히갈라서독자의눈앞에고스란히드러내고말겠다는작가의의지역시멈출줄을모른다.변신이완료된존재들의속성이전부드러나는대목부터독자는이작품의본질이이종이야기와아무관계가없다는점을깨닫게된다.
그리고정확히그시점부터《붉은마스크》가더긴이야기의서막일수있다는반가운의혹이발생한다.작품의구성과표현방법을보아도동일한추측이가능하다.소설서두와말미에는번갈아가며1인칭으로서술되는독백들이위치한다.인물이달라져도구체적인사항만바뀔뿐독백의톤은비슷하다.그들은세상에동화되어있지않고,타의에이끌려마지못해살아간다고생각한다.세상이제진의나진가를알아주지못한다고여긴다.그들의생각이모두옳다면책임은그들을제외한나머지바깥세상에있다는얘기가된다.이점에있어서는,다른주요인물들과달리실존감이떨어지고어리석음과악의로뭉친이경찬도마찬가지다.
이캐릭터들의가정이옳으려면(적어도독자는해당인물의독백을읽는순간에는그렇게감정을이입해야하는데)원인제공자,혹은대적자가필요하다.《붉은마스크》에서는정치인,군인,세속적인학부모,학교권력의우두머리가주요인물의반대편에위치한다.작가가의도적으로설계한이분법임은분명하다.게다가변신한새존재들이텔레파시를쓰며한국에만출현한것으로보아,이작품은(‘작가의말’에서드러나듯)소통과교감이전무하고계급차별과불통에매몰된한국학교를적나라하게묘사한정밀화를목표로삼았고,결국작화에성공했다.
《붉은마스크》는그런목적의식을편집증적으로완성해놓은,아프고아름다운결과물이다.대신단한권만으로는채울수없는공백과절실한기대감을남겨두었다.낯선상황,예를들어무시할수없는이형세력이갑자기등장하는작품안에는보통두개의단계가존재한다.작품속세상의참모습과변화의의미를독자가완전히파악하는단계,그리고(독자대신움직이는)인물이행동하는단계가그것이다.《붉은마스크》는전자를훌륭하게조형하는데에성공했으나,독자가후자를기대하는시점에서그1막을마무리하고있다.변신과이형이야기에서새존재들이긴시간동안이성적이고온화하다는점은불길한징조다.그들은역습하거나여운을남기고사멸하곤한다.그러나《붉은마스크》는장르클리셰를첫권에서무리하게완수하려욕심을부리지않고,오히려그런전례를피하고기대에따른허기를성급하게채우려는독자의요구를다른방법으로잠재운다.첫째는그어떤전환도제시하지않고더욱현실적으로,무력함을순순히인정하는것외에아무것도할수없는인물들이다.독자는그들의압도적인내적어두움을통해이야기를좇다가첫권의마지막에도달하면서허무감과맞닥뜨려당황하게된다.그때작가의숨겨두었던두번째이야기가비로소본모습을드러낸다.작가는당혹스러움에서완전히빠져나오지못한독자에게,소설중반부터징조를보였던미스터리의해답을던져준다.그해답은첫권에서공들여숨겨둔행동과격변이후속편에서본격적으로펼쳐질거란바람을한껏부풀린다.
서평은상상으로마무리할수없고,《붉은마스크》의세계는개성적인서막을이제막열어둔참이다.하지만첫권에서드러난작가의성실함과집중력을근거로삼아추측하건대다음이야기는얼핏상반된것처럼보이는두가지,즉바닥에다다른절망과적극적인투쟁이본격적으로뒤섞여끓어오를것으로보인다.장르물의완성도가그장르에특화된장치를활용하는기술에달려있다는사실을고려할때,《붉은마스크》의다음편에서는이른바‘마법같은현실’의매력이주도권을쥐고학교로상징되는현실의아픔이다음단계로승화할거라는기대할수있겠다.
《붉은마스크》의설재인작가는‘가능성’이란단어와아무관계가없다.그는이미일정수준이상완성되어있는작가다.팬데믹이우리생활을강제로이끌었던지난2년간누구나쉽게상상할수있는이야기들이‘작품’이라는이름하에등장했다가사라졌다.말미에도달하기직전까지단숨에몰입해서읽은독자의입장에서,《붉은마스크》는‘다른’이야기가되리라기대해본다.《붉은마스크》가치밀하게직조된,우리마음을파고드는핏빛내시경이었다면그내시경으로인간및인간과다른종을거시적으로내다보는망원경으로변신하기를기대한다해도과한욕심은아닐것이다.
-김창규,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