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히 드문 개들만이 (이나경 소설집)

극히 드문 개들만이 (이나경 소설집)

$14.80
Description
“타임루프에 빠진 개 보리의 절절하고도
아름다운 가상세계 이야기”
문제적 단편 〈다수파〉를 발표하며 데뷔 후 5년간 장르의 지평을 넓혀온
이나경 작가의 위태하고도 아름다운 첫 소설집!

멀지 않은 미래, 평행우주를 관측하는 프로그램 ‘옴니션트’가 작가 지망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끈다. 문학 동아리 활동을 하긴 했지만 작가에 대한 꿈보다는 당장의 취업에 정신없는 주인공은 후배의 강권에 못 이겨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가상의 세계를 지켜보게 되는데, 자신의 집 주소에 살고 있는 건 성별도 다른 남자 고등학생 가족과, 한 마리의 개, 보리. 현실보다 몇십 배는 빠르게 흘러가는 평행우주의 세계에서 가족은 이런저런 시대적 풍파에 휩쓸리며 삶을 살아가지만 주인공은 딱히 그를 소재로 소설을 쓸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흐른 후, 어쩌다 다시 들여다본 평행우주는 뭔가 이상하다. 그것은 보리의 하루가 무한히 반복되고 있었던 것. 저 혼자 불멸의 생을 살며 하루를 반복하는 보리에게는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문제적 단편 〈다수파〉를 발표하며 혜성 같이 등장한 이나경은 장르 작가들 사이에선 이미 많은 사랑과 기대를 한몸에 받아온 작가다. 오죽하면 어느 작가는 이나경 작가를 일컬어 “보험 약관이나 제품 설명서를 써도 사람을 웃기고 울릴 수 있는 사람”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장르적 문법에 얽매이지 않고 이야기 자체의 힘을 믿으며 SF와 판타지, 호러, 미스터리로 구분되지 않는 이나경 만의 이야기들. 장르의 지평은 이렇게 넓어진다. 또 한 명의 독보적 이야기꾼의 등장을 환영한다.
저자

이나경

단편〈다수파〉가2016년독자우수단편최우수작으로선정되며환상문학웹진거울필진에합류했다.앤솔러지《공공연한고양이》,《꼬리가없는하얀요요설화》등에참여했다.

목차

01_냉장고에코끼리집어넣기_9
02_극히드문개들만이_17
03_다수파_53
04_누나노릇_99
05_사랑손님과나_119
06_포스트잇사용법_175
07_메리크리스마스_243
08_냄새_263
09_포스트잇!_331

작가의말_339
수록지면_345

출판사 서평

이나경의글은참이상하다

이나경의글은참이상하다.소설이라기보다는이야기에가까운글이다.앞에서제시된내용이뒤로자연스레이어지지않는다.갑작스레우연이겹치기도하고뜬금없는설정이더해지기도한다.인물들의행동이이해하기어려운방식으로돌출되기도한다.이렇게적어놓으면무슨악평을적은것으로보일지모르겠지만전혀그렇지않다.그럼에도불구하고,혹은오히려그렇기에더더욱그의글에홀린듯따라가게되기때문이다.
흔히장르에대해분석할때세가지에주목하기마련이다.장르의아이콘과클리셰그리고포뮬러에대해서말이다.서부극의아이콘이라면지친표정의카우보이와황야의회전초일것이다.무협의클리셰를따르면주인공이절벽에서떨어질경우반드시살아남아기연을얻는다.로맨스의포뮬러는서로티격태격하던두인물이여러고난을거쳐서로사랑에빠지는결말까지고말이다.그런데이나경의글에는아이콘은있으나클리셰와포뮬러에대한안배는약하다.아니,아예생각조차하지않은게아닐까의심되는경우조차있다.그의글은정해진틀에맞춰가지않고서분방하게돌아다닐뿐이다.
무협지적인클리셰가뇌에새겨진사람들은이런무형의형식을형식을따른글보다우월하다고착각하고는한다.하지만클리셰와포뮬러가전제되기에가능한이야기가있고,장르에서는특히더이런장치들에의존하기마련이다.어떤독자들은오히려이런장치들을기대하고책을펼치기도하고,이장치들이완성도를일정부분담보하는것도사실이다.이런점에서이나경의글은위태롭고불안하다.인물의행동이나세계가구동되는방식이납득하기어려울때조차있다.그리고참신기하게도,그의글에서매력과개성이나오는지점은바로그아슬아슬함에있다.
이나경의소설에서는캐릭터의행동이돌출되고사건은예상대로흘러가지않기에,도대체왜이러는지,어떻게흘러가려는지에대한의문과호기심이생겨난다.모순되고비약하는부분이나오더라도그틈새를메울방법을읽는이들스스로가고민하게된다.이나경의글은장르의공식이나팬덤의기대혹은주제의식에복무하지않는다.순간순간의의문에최선을다할뿐이고,그렇기에강력한흡입력을가진다.위태로움이곧긴장을부르고흥미로이어지는것이다.
이렇게무형의형식이작동하는이유에는글안에다양한장치들이내재되어있는덕분이다.이단편집의수록된글은〈메리크리스마스〉와〈포스트잇!〉두작품을제외하고모두1인칭의화자가청자를상정하고이야기를들려주는형식이다.〈메리크리스마스〉는라디오의사연을고스란히낭독한다는점을감안하면엽편인〈포스트잇!〉외의모든작품이이형식을따른다고할수있을것이다.1인칭의화자는불신의대상이고그가하는이야기는전체상의편린에불과함을독자들은선험적으로인지하고있다.그렇기에그의글에서느껴지는위태로움은곧작품에대한불신이아닌,화자에대한불신과연결되어이야기의긴장을끌어올리는데성공하는것이다.
그의글을읽노라면분위기가무르익은술자리나긴휴지기를가졌다가대화가다시시작된카페의한담처럼작중화자가눈앞에서생생하게자신이겪은일을읊어주는듯착각이들정도다.이렇게누군가가들려주는이야기에서불투명한사실관계나돌발적인사건의등장은작품의완성도를떨어트리는것이아니라현실감을보다생생하게불어넣는조미료역할을한다.
또한이나경의글은무척정제되었기도하다.사실그의글이작동할수있는이유에는그의문장이매끄럽고깔끔한덕분도있다.이야기는분방하게흐르지만그이야기를전달하는방식이간결하고정돈되었기에쉽게몰입되는것이다.만약글이분방한만큼이나문장도분방하거나,역으로문장의아름다움이나개인적감흥에심취했다면지금만큼의흡입력은갖추지못했을터이다.그의글은무분별한것이아니라자유로운것이다.

〈냉장고에코끼리집어넣기〉는“냉장고에코끼리를넣는방법”에대한오래된유머를“어떻게넣느냐”가아닌“왜넣느냐”에주목해서구성한작품으로그사이인물간의긴장이생생하게살아있다.
〈극히드문개들만이〉는평행우주를관측하는프로그램을설치한작가지망생의이야기다.극히SF적인발명품을다루면서도그발명품으로인해세계가어떻게변화하는지에대해서가아닌,한인간과강아지의드라마에만주목한채이야기가전개되지만,그렇기에본단편집의표제작에어울리는매력을갖고있다.
〈다수파〉는무엇을고르건다수파에해당된다는특별한능력을가진한사람이그능력에대한실험을받으면서생기는해프닝을다룬작품이다.SNS가발달한이시대에대한짧은스케치이기도하다.
〈누나노릇〉은오랜만의남동생의연락을받은장녀의이야기다.한국사회의가부장문화에서기인하는남아선호사상에따르는갈등을직유로풀어낸다.
〈사랑손님과나〉는제목에서쉽게유추할수있듯〈사랑방손님과어머니〉의설정을차용한SF다.순간순간의물음에즉흥적으로답을찾아가는듯한진행과앞을짐작하기어려운전개가이색적이다.
〈포스트잇사용법〉은마법의포스트잇을갖게된아이가마법의힘을주체하지못하고좌충우돌하며보다성숙해지는성장담이다.이렇게정리하면무척교과서적인내용으로보이겠으나,그전개나내용은과격한폭주로가득한점이매력적이다.본단편집의백미라할수있다.
〈메리크리스마스〉는크리스마스에택시기사와승객이라디오에서나오는사연을들으며크리스마스를추억한다는내용이다.짧지만이나경작가의개성이가장짙게묻어난작품이다.
〈냄새〉는죽기직전에맡을수있는향에대해확인하고자하는한남자의이야기다.곳곳에서튀는장면이나오지만,그자체가기괴한매력으로작동해공포분위기를형성하는데성공하였다.
〈포스트잇!〉은단편집을닫는짧은글이다.능숙하게이야기를풀어나가면서다정하게독자들을끌어들였다가어느순간폭력적으로전환되는방식이이단편집의전체적인분위기를깔끔하게축약한느낌이다.

이렇듯이나경의글에서는앞에서제시된내용이뒤로자연스레이어지지않는다는점이그자체로매력이자무기라할수있다.본질적인질문을던져보자.자연스럽다는개념만큼이나허구적이고기만적인개념이또어디있겠는가?자연스럽다는개념은무척이나이데올로기적이며,장르라는분류는그이데올로기적인요소를가시적으로정립하기위한투쟁의장이기도하다.하지만이나경의글은그러한투쟁에는별반관심을보이지않는다.그보다는눈앞의이야기가어떻게흘러갈지에대해서만주목하는것이다.이러한태도에대해정답과오답을구분할자격은그누구에게도없겠으나,그의글이그만의독자성을획득하는가장중요한요소임은꼭밝히고가야겠다.참이상하고,참재미난작가다.

-홍지운,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