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벨: 영원의 그물 (배지훈 장편소설)

아마벨: 영원의 그물 (배지훈 장편소설)

$14.80
Description
“모든 이가 영원히 살면 정말 유토피아가 펼쳐질까?”
김보영, 김창규, 배명훈 등을 배출한 과학기술창작문예
제3회 중편 부문 당선작가 배지훈의 데뷔 15년 만의 첫 장편소설!
한국 하드 SF의 계보를 잇는 전설의 귀환!

인간의 두뇌를 스캐닝해서 영원한 삶을 영유할 수 있는 시대, 그 시대가 시작된 지 백수십 년이 지나고 그 기술, ‘클리니컬 이모털리티’를 이용해 육체를 바꿔서 영원한 삶을 살 수 있는 시대가 된 지구. 모든 사람들이 영원한 삶을 살 수 있게 되었지만 바뀐 것은 별로 없습니다. 사이보그 형사 아마벨은 잔혹한 시위진압 현장에서 이모털리티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소년과 소녀를 구하게 되지만, 치료 도중 소년이 무참히 살해당합니다. 그 배후에는 스캐닝으로 컴퓨터 속에 들어가 영원한 삶을 누리는 존재들이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아마벨과 소녀는 큰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작품을 소개하는 것보다 먼저 ‘공모전’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근래 한국 SF의 전성기를 열어가고 있는 데에는 단연코 수많은 작가들의 노력이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겠으나, 그 숨은 작가들을 발굴하는 데에는 그간 여러 공모전의 역할이 작지 않았을 것입니다. 요즘에야 〈한국과학문학상〉 〈문윤성 SF 문학상〉 〈포스텍 SF 어워드〉 등 SF만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전은 물론, (정부 단체의 지원을 받아 무려 과학기술출판협회에서 주최하는 ‘공상 과학 소설’ 공모전까지 등장한 걸 보면) 다른 장르 소설 공모전의 경우에도 SF의 비중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만, 15년 전에는 상황이 조금 달랐지 싶습니다.

주관 및 후원의 문제로 ‘신춘문예’는커녕 ‘SF’라는 이름조차 제대로 내세우지 못한 2004년의 첫 한국 창작 SF 공모전의 이름은 〈과학기술창작문예〉, 단편과 중편 부문을 나누어 진행된 이 공모전은 그나마 3년을 넘기지 못하고 2006년 중단되었습니다. 하지만 짧다면 짧은 그 세 번의 공모전에서 배출된 작가들이 김보영, 김창규, 박성환, 배명훈, 정소연 등이며 그 작가들이 한국 SF에 끼친 영향력을 생각해보면 공모전의 역할이 어떤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그중 중편 부문만을 놓고 보면, 1회 수상작가가 김보영(수상작 〈촉각의 경험〉), 2회 김창규(수상작 〈별상〉)이었는데, 마지막 3회 중편 부문 수상작가가 바로 배지훈(수상작 〈유니크〉)입니다. 그리고 이 소설 《아마벨》은 〈유니크〉와 작가의 또 다른 중편 〈인탱글〉의 세계관을 잇는 배지훈 작가의 데뷔 15년 만의 첫 장편소설입니다. 과학기술창작문예가 배출한 작가 중 정소연 작가가 첫 개인 소설집을 내는 데 11년, 김창규 작가가 12년이 걸린 것을 생각하면 그보다 조금 더 걸렸구나 하겠지만,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오면서도 과작(寡作)으로 소문난 배지훈 작가의 소설집을 묶는 데는 더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지난 봄, 작가가 오랜 시간 천착해 온 주제를 다룬 이 소설 《아마벨: 영원의 그물》을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15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된 이 독보적인 작품을 독자들에게 소개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유니크〉와 〈인탱글〉로 이어지는 세계가 ‘아마벨’이라는 새로운 주인공 경찰을 만나 비약적으로 확장되는 것은 물론, 근래 한국 SF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없는 황금기 고전 SF의 풍취까지 갖추었으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으니까요.

작가의 말에서 밝힌 대로, 《아마벨: 영원의 그물》을 읽기 위해 세계관을 공유하는 중편 〈유니크〉나 〈인탱글〉을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마음에 드셨다면 이 매력적인 세계관을 공유하는 이야기들이 궁금해지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다행히 〈유니크〉는 얼마 전 앤솔러지 《나와 밍들의 세계》(황금가지, 2021)에 수록 출간되었고, 〈인탱글〉은 온라인에 공개되어 있으니 (https://webzine.munjang.or.kr/archives/117351) 찾아보셔도 좋겠습니다.

한국 SF 장에서 배지훈의 이름을 다시 만나게 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작가는 그간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의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나 로버트 A. 하인라인의 〈미래사 시리즈〉 등을 번역해 독자들에게 소개해왔는가 하면, 〈과학동아〉에 〈돌아간 사람들〉 같은 걸작 단편을 발표하며 꾸준히 하드 SF의 명맥을 이어 왔습니다. 사실 작가는 우리 곁에 늘 있었죠. 그리고 어찌 보면 배지훈이라는 작가를 만나게 되기까지 너무 늦었다기보다, 한국 SF가 다양성을 통해 더 큰 전성기를 준비하는 지금이 이 작가를 만날 가장 적절한 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벨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자

배지훈

칼세이건과아이작아시모프를신봉하며자라생물학과에진학했지만,결국원하는건과학자가되는게아니라과학자가나오는이야기를쓰고싶다는걸깨달았다.하이텔과학소설동호회에서활동하며글을쓰기시작했는데첫작품에친절하면서도잔인무도한비평을받고조금진지하게써보자고시작한것이지금에이르게되었다.

2005년제2회과학기술창작문예에응모하려했으나중대한모순을발견,다시쓰다가마감을놓쳐포기하고그다음해인2006년제3회과학기술창작문예중편부문에〈유니크〉로응모하여수상.2007년글틴에속편에해당하는단편〈인탱글〉을투고.그리고하인라인의〈코벤트리〉,부졸드의마일즈보르코시건시리즈번역에참여했다.2016년SF잡지〈미래경〉에중편〈스팅〉을발표.2017년에는〈과학동아〉에단편〈돌아간사람들〉을실었다.

가장좋아하는소재는어떤과학기술이사회전체를어떻게근본부터바꿔놓을수있는가이다.그리고그것이다시어떻게뒤집힐수있는지에대한이야기를쓰려고노력한다.매일파란색과빨간색으로가득한화이트보드앞을서성이며이야기가자연발생해주지않을까하며노려보고있다.

목차

01부_아오모리_7
02부_피맛골_71
03부_거묵_201
04부_시에라사막_297
에필로그_331

작가의말_343

출판사 서평

“모든이가영원히살면정말유토피아가펼쳐질까”
김보영,김창규,배명훈등을배출한과학기술창작문예
제3회중편부문당선작가배지훈의데뷔15년만의첫장편소설!
한국하드SF의계보를잇는전설의귀환!

이소설의아이디어를처음어디서얻었는지는불행히도기억이나지않는다.“모든이가영원히살면정말유토피아가되나보자”라는생각은오래전부터했다.적어도내답은“아니요”이다.아서C.클라크는소설〈도시와별〉에서모든이가사실상영원한삶을영유하는완벽한유토피아,다이어스퍼를묘사했다.난그런사회는존재할수없다고결론내렸다.완벽한기술과완전한제도가있더라도세상은여전히끔찍한곳이될수있다고말하고싶었다.그결과가이글이다.기술만으로는불충분하다.항상그래왔고아마항상그럴것이다.
-작가의말중에서

“까마귀프로필사진을사용하는모님”

얼마전리디북스에발표된전삼혜작가의단편〈퍼펙트페이스〉를읽다가웃음이터진적이있어요.소설은이순신을닮은면접자가소동을부리고간후‘위인들의얼굴분석딥러닝’을통해관상을통해직원을채용하는시스템을마련하려는회사에서벌어지는소동을다룬블랙코미디인데,이런대목이등장했거든요.

성별할당제랍시고여성위인을많이넣으라는말자체는나도동감하는바였다.어쨌거나여성위인도많으니까.단지그위인들의사진과이름을구하기가쉽지않을뿐이지.천만다행으로트위터에한이용자가매일매일그날태어난여성위인에대해소개를해놓은아카이브를찾게되어도움을많이받았다.까마귀프로필사진을사용하는모님,대단히감사합니다.
-전삼혜,〈퍼펙트페이스〉

웃음의포인트는느닷없이‘까마귀프로필사진을사용하는모님’으로소환된분을나역시알고있다는것이었고,꽤많은사람들이알다시피그분은벌써몇년째그일을정말하루도빠짐없이매일해오고있다는것이었죠.그분이그일을언제어떻게왜시작했는지는알수없지만,그까마귀프로필사진밑에는간략하게소개글이이렇게적혀있었어요.‘번역가,과학소설가.’

응? 누구지?아마그런궁금함을느낀사람이나혼자만은아니었을텐데, 무슨무슨상을오래전에받으셨구나하는별감동없는끄덕거림이와,하는감탄으로바뀌며까마귀프로필을다시보게된건몇해전〈과학동아〉에수록된단편〈돌아간사람들〉을읽고나서였을거예요.아니,이건(좋은의미로)최신해외SF번역판인가,하면서다시보니한국작가의창작SF가맞았고,그날로부터그작가의이름이제대로뇌리에새겨졌죠.배지훈.배.지.훈.

작가의번역작역시예전에읽은적이있었더라고요.알고보니로이스맥마스터부졸드의〈마일즈보르코시건시리즈〉의한작품을옮긴분이었고,로버트A.하인라인의미래사시리즈중〈코벤트리〉가그의번역작임을다시확인하게되기도했죠.그래,이런천재가여기한명더있었구나,하고요.

창작과번역을겸하는작가들이국내외로드물진않지만,지난십수년간한국SF에서는김창규,정소연작가가창작에서누구보다빛을발하면서도번역을통해해외SF명작들을소개하는데힘써온것으로유명하죠.이수현,고호관작가처럼번역에서놀라운성취를이뤄왔으면서창작에서도가끔혜성처럼반짝이는작품을발표하는경우도있고요.어느한가지만도쉽지않은일을둘다잘해내는분들을보면그능력치와는별개로SF를정말로사랑하지않으면해낼수없는일이겠구나,싶어요.

그런데작가의천재성과열정,그리고꾸준함이있다고해서독자와대중의인정까지쉽게받을수는없는것같아요.흔한말로때를만나야죠.김보영작가가어느칼럼에서썼듯이정소연작가가개인소설집을내는데11년이걸렸고,김창규작가는한술더떠12년이걸렸어요.그만큼한국SF작가로산다는일이녹록한것은아니었던것같습니다.

그리고여기배지훈작가가2006년제3회과학기술창작문예중편부문에서김보영,김창규작가의뒤를이어당선된후본인이름으로된단독저서를내게되기까지는15년의시간이필요했어요.물론앞서말한대로그사이번역도했고간간이중단편을발표해오긴했지만,사람들눈에배지훈작가는그간몇년간하루도빼지않고매일매일그날태어난여성위인에대해트위터에글을올리는‘까마귀프로필사진을사용하는모님’이었을지도모르겠어요.하지만부디이제많은사람들이이책을읽은후알게되길바랍니다.아,여기또하나의전설이귀환했구나,한국하드SF의계보를이어가는작가를다시발견하게되었구나,하고요.


〈유니크〉〈인탱글〉의세계를완성하는《아마벨》의탄생

소설의배경과시작은이렇습니다.인간의두뇌를스캐닝해서영원한삶을영유할수있는시대,그시대가시작된지백수십년이지나고그기술,‘클리니컬이모털리티’를이용해육체를바꿔서영원한삶을살수있는시대가된지구.모든사람들이영원한삶을살수있게되었지만바뀐것은별로없습니다.사이보그형사아마벨은잔혹한시위진압현장에서이모털리티에가입되어있지않은소년과소녀를구하게되지만,치료도중소년이무참히살해당합니다.그배후에는스캐닝으로컴퓨터속에들어가영원한삶을누리는존재들이있다는것이밝혀지고,아마벨과소녀는큰위기에처하게되는데요….

배지훈작가가〈작가의말〉에도썼듯이《아마벨:영원의그물》을읽기위해같은세계관을공유하는〈유니크〉나〈인탱글〉을먼저읽을필요는없습니다.그이야기들과달리‘아마벨’을주인공으로하는이소설은그자체로독립적이고완성된장편소설이니까요.전작중편들의세계를공유하면서도장편소설로서이작품이매력을획득하고또다른서사를갖는데는주인공아마벨의공이없지않을것같은데요,이서평은주인공에대한간략한소개로그소임을다하고자해요.한국하드SF의계보를잇는다,라고거창하게바로앞에쓰긴했지만(그리고사실이기도하지만)그게지금또뭐가그리중요한가요.

어쨌거나91.9퍼센트기계몸을가지고있는사이보그형사인아마벨은구(舊)러시아출신의형사예요.몇번의크고작은전쟁끝에개별국가는사라지고지구연방으로통합되었지만,지역적색채가아주없진않죠.용병으로2백년넘게활동해온아마벨은이제수원경찰서에서근무를해요.소설에서따로설명은없어서아마도고려인출신이었지않았을까혼자상상하면서읽었지만,수백년이지난한국사회는당연히지금보다훨씬더세계화되었을테니왜러시아출신의아마벨이한국까지왔을까의문을갖는것자체가촌스러운일인지도모르겠습니다.

게다가이름은또왜‘아마벨’일까요.이역시소설에따로설명이있을리없고,저자에게따로물어본적도없지만,짐작키로테헤란로포스코센터빌딩앞조형물‘아마벨’에서따오지않았을까싶어요.1997년미국작가프랭크스텔라가만든조형물의원제목은‘꽃이피는구조물’이었지만,작품제작도중비행기사고로사망한친구의딸이름‘아마벨’로제목을바꿨다고해요.‘진흙속연꽃처럼고철로만든꽃한송이’라고요.게다가사고가난비행기부품일부를작품지료로사용하기도하고요.

소설에서두뇌스캔기술로지구의거의모든사람들은영생을살게됐지만,그이전에기계몸으로사이보그가된아마벨과는상관이없는일이에요.아마벨은그저고철이된몸을계속고쳐가면서살수밖에없는몸이거든요.노파심에드리는말씀이지만91.9퍼센트사이보그라고해서아마벨이살고있는세계가아마벨을로봇취급한다거나,그래서갈등을겪는다거나하진않아요.이미그런진도는다지나갔고,중요한건무엇보다생존이죠.영생을산다해도,온몸이사이보그라해도생계의문제에선벗어날수없고요.

출생부터이름까지독자로서상상의나래를펼수밖에없는이유는,좋은SF작품들이흔히그러듯캐릭터의외양묘사엔그다지친절하지않기때문이기도한데요(주인공의성별에대한단서도처음에전혀없어서내용이한참진행이되고나서야알수있거든요),이런불친절이독서를방해하는가하면,실은오히려독자로하여금더풍부한상상을하도록이끌기도해요.몇번의생이고다시살수있고,나노기술로어떤외양이든변경이가능한사회에서외양묘사라는게무슨의미가있을까도싶고요.

아무튼《아마벨:영원의그물》은인간지분이라고는8.1퍼센트밖에남지않은형사아마벨이우연히휘말리게된사건을겪으며스스로의인간성에대해많은것들을고찰하면서도,“오랜만에만나는박진감터지는밀리터리물”이라고소개해도손색없을만큼총성과전투가난무합니다.그리고모든사건이다해결된듯한순간에독자들의뒤통수를후려갈기는반전까지빼놓지않고요.

포스코사거리의‘아마벨’이야기로돌아가자면,저는기억나지않지만기사를통해보면작품설치후한동안‘아마벨’때문에말이많았었나봐요.“고철덩어리다”“흉물스럽다”“이해하기어렵다”등등요.심지어철거논란까지있었다니사람들의반감이얼마나대단했었나싶네요.그런데그렇게또세월이흐르고얼마전나온기사의제목은이렇습니다.“흉물논란딛고100억대복덩이로”.역시모든것은다때가있는법이니까요.

사실장편소설《아마벨:영원의그물》은집필된지얼마되지않았습니다만,2006년〈유니크〉데뷔이후배지훈작가가이소설을쓰게되기까지15년간절치부심한시간들을생각해봅니다.그오랜시간을기다린만큼,이유니크한소설이독자여러분께전해지기를바랍니다.한국SF장에서배지훈의이름을다시만나게되기까지너무오랜시간이걸렸는지도모르겠지만,달리생각하면한국SF가다양성을통해더큰전성기를준비하는지금이바로이작가를만날가장적절한때인지도모르겠습니다.

아마벨의세계에오신것을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