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월비선가 (조선스팀펑크연작선)

명월비선가 (조선스팀펑크연작선)

$16.80
Description
증기기술이 도입된 조선에서 펼쳐지는 조선스팀펑크연작선 첫 장편소설,
황진이와 기기인 도로가 만나서 펼치는 한국식 스팀펑크
조선의 프로메테우스, 이름은 황진이

기기인 도로가 조선에 온 지도 백 년이 넘은 중종 치하, 빼어난 학식과 미모와 재주로 조선 팔도를 주름잡은 송도 기생 명월은 증기기술로 움직이는 기녀(機女)들의 공연이 가능한 명월관을 지어 그 이름을 천하에 떨치지만 근 10년째 홀로 공을 들이는 사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기기인 도로. “조선에 그런 사내는 하나뿐입니다. 이 기회를 놓치면 살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도로는 명월의 구애를 일언지하에 거절했던 바, 다시 만나게 된 도로에게 명월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내놓는데….
저자

박애진

언제부턴가자려고누우면죽기전에하드속착상폴더에서무한이쓰인번호표를쥐고대기중인글들을다쓸수있을지불안감이엄습하곤한다.때로나만혼자하루를48시간으로살면좋겠다는덧없는망상을하다가,주어진시간을열심히살아야지,라는교과서적인반성을하며,SF,판타지,스릴러,청소년소설등다양한장르의글을쓴다.

혼자쓴책으로,연작소설집《우리가모르는이웃》,소녀와여성사이의경계에있는예민한시기를다룬단편을모은작품집《원초적본능feat.미소년》,소외된혹은차라리소외를선택한이들의이야기를담은작품집《각인》을출간했다.장편으로는고전소설을모티브로한《지우전:모두나를칼이라했다》,신비로운부엉이가키운소녀의모험담《부엉이소녀욜란드》,세상을떠도는여행가의이야기《바람결에흩날리고강을따라떠도는》이있다.

일군의작가들과조선스팀펑크연작선을기획해그첫앤솔러지인《기기인도로》에〈군자의길〉을실었고, 《언젠가한번은떠나야한다》에〈쿤라와그레시아〉를,《나의서울대합격수기》에〈이상한차원의안리수〉를,《여성작가SF단편모음집》에〈토요일〉을수록하는등여러앤솔러지에단편을발표해왔다.

목차

서곡_누가죽였습니까_7

01_그몸,옷아래감춰진그몸을원하나이다_9
02_지금제마음이그러합니다_93
03_너의심장은차갑게식어_121
04_성품이업이라_160
05_너의새끼손가락_188
06_내이름을불러다오_241
07_왜울새가죽어야합니까?_305
08_언젠가너와함께하는꿈을꾸었다_354

작가의말_379

출판사 서평

조선의프로메테우스,이름은황진이

처음조선스팀펑크연작선《기기인도로》를함께쓰기로했을때,성수역근처의한호프집에서박애진작가가쓰고싶다고했던이야기는‘황진이’이야기였다.나는너무좋다고박수를쳤다.조선중기에활동했다던황진이라는기표는박애진작가가평생소설을쓰면서꾸준하게가져온서사의고갱이와연결되어있다고느꼈다.
황진이는물론실존인물이겠으나,그자체로중요한상징이기도하다.한반도에서태어난여자라면황진이라는기표를대할때복합적인감정이들지않을수없다.억압되고해방된,성녀이자창녀인,모든한계속에서가능한주체적이었던사람.남성중심적사회속에서지적존재인여성이어떤상황에부닥치게되는지의모든것.자발적으로기생이되는길을택했다는이야기부터,지족선사에청산리벽계수까지수많은소문으로둘러싸였던여자.어느국문학과에서건기생시조를다루면반드시다룰수밖에없는,그엄격하던유교사회에서쓴글로21세기에이르기까지에로티시즘에관해논의하게하는여자.
그런데몇달후에박애진작가는도저히안되겠다고다시말을꺼내왔다.
“쓰다보니까너무길어졌어요.이건그냥장편으로써야할까봐요.”
왕성한창작력을알고있었기에,나는마찬가지로응원을보냈다.《기기인도로》속에있는〈군자의길〉은황진이와는전혀상관없는이야기가되었지만,여전히박애진작가다운글이었다.시스템속에갇힌뛰어난개인이,그온갖문제들에도불구하고자신의재능을가능한범주안에서펼쳐보이는,그래서결국은시스템을예측하지못한방식으로초월해버리고마는이야기.박애진작가가모두가기대하는방식의속시원한사이다결말을낸적은없다.그러나그나름의치열한규칙속에서작가는통쾌한결말을만들고만다.독자의기대를완벽하게부수고배신하면서.독자는그통쾌함앞에서말을잃고만다.
장편이고단편이고할것없이,박애진작가가그리는서사의가장큰특징은‘극한으로가버리는’것이다.박애진작가의주인공들은적당한단계에서절대머무르지않는다.물론앞뒤를돌아보고상황에대해인지도하고있지만,그인식이그들에게중요한문제는아니다.그들에게는가야할길이있고,그길로가기위한여정을멈출생각은없다.아무리버겁고힘겨운일이나타나더라도이를악물고그들은다음발자국을짚어낸다.박애진작가의주인공은모두가극기한다.시스템과맞닥뜨려무릎꿇지않고,자기자신과맞닥뜨려서도마찬가지다.끝내는그모든것을뛰어넘어서새로운세상을만나고마는주인공들이다.

스팀펑크다운스팀펑크

전작《기기인도로》를읽고스팀펑크적요소가아무래도좀부족하다고느낀독자라면,《명월비선가》에서는반드시만족할수있을것이다.태엽장치와기계,톱니를둘러싼기묘한세계관이《명월비선가》에서는좀더뚜렷하게드러난다.이소설에서는단순히배경장치로서가아니라아주중요한하나의주인공으로서증기기관이라는기술이존재한다.갓과패랭이를쓰고쓰개치마를두른19세기적인물들이선연하게드러나는모습을만날수있을것이다.
전작에서나타난가장매력적인요소중하나였던‘도로’역시,이소설에서아주중요하게다뤄진다.도로가없이이소설은성립할수없지만,그렇다고도로에함몰되지도않았다.연작소설로서의매력을전혀놓치지않은채,완전히새로운이야기를구성해냈다.
하지만이소설의가장중요한‘스팀펑크’적요소는이런태엽장치와기계에관한부분이아니다.이소설은스팀펑크의‘이데올로기’를가지고있다.바로과학을통해한걸음나아가고자하는이성적이고계몽적인존재로서의인간이다.

조선중기에만나는근대적인간

우리가알고있는기생황진이,명월은바로이부분에서무엇보다도스팀펑크적이다.그는전근대적세계속에오롯이서있는근대적인간이다.‘모던’의가장중요한특징은이성에대한강력한신뢰다.명월은자신의욕망을그대로받아들이지만동시에합리적으로판단하고자하며,세계의아이러니를드러내는것으로세상을더낫게만들수있다고믿는인물이다.
그는얼기설기얽힌인간의욕망을긍정하고,동시에자신이경험하지않은것에대해서함부로판단하지않는다.자기손을내밀어서상황을파악하고자하고,뒤틀린문제를절망속에버려두지않으며어떻게든해결할방법을찾아내고만다.1500년대에사는사람속에이미1700년대의마음이깃들어있다.
이런존재가떨어진곳은모순으로가득한유교적질서다.그러므로그에게가혹하고엉망진창인세상은탐구해야할어둠이고,그어둠을하나씩밝혀가는것으로세상은‘이해’된다.가보지않은길을한걸음씩내디딜때마다,명월은세계를해체하고파악하며자기내부로수렴한다.기생이되고,천민으로서차별을받고,누군가의후처로들어가고,유교적질서안에서괴롭힘을당하고,맞고,괴롭힘을당하고,한계를절감하고,실망하고,시스템밖으로내쫓기는그모든과정은오롯하게세계를새로이해석하는과정이된다.
공포가이해할수없음에서온다면,오로지이해하고자하는이는두려운것이없다.그러므로비합리적세계에놓인합리적정신은두렵지않다.몽매한세계속에서명월은홀로“스스로생각하는”눈뜬사람이다.기계장치나톱니바퀴가아니라바로이부분이야말로이소설을스팀펑크로써가장아름답게만드는부분이다.그러므로그는함께차별받는이들의손을잡고,그들의고통을온전히이해해내고만다.명월이인격적으로뛰어나거나고아해서가아니라,그저1500년대조선에떨어진임마누엘칸트기때문에.


전근대의프로메테우스

최초의SF소설이라고평가받는메리셸리의《프랑켄슈타인》에는부제가달려있다.‘모던프로메테우스’.프로메테우스라는이름자체가‘먼저생각하는자’,즉선지자라는의미를담고있다.인간에게불을주고신의저주를받아끊임없이고통받게된슬픈선지자다.메리셸리의소설속프랑켄슈타인은인류의마지막숙제인죽음을극복하고자한다.
그리고이소설속,1500년대의임마누엘칸트는끝내조선의프로메테우스가되고자한다.소설마지막의반전은박애진작가특유의독자뒤통수치기가,지금까지내가본방식중에가장훌륭하게완성된버전이다.뒤통수가쨍깨질것처럼얼얼하지만,말로다할수없을만큼마음이기꺼워서프린트해서읽은(서평작성자의권한으로PDF파일을받았다)소설마지막페이지를몇번씩손으로쓰다듬었다.수많은사랑이야기속에서인간은종을뛰어넘는사랑을한다.그러나이소설은그차원을한단계넘어섰다.소설의마지막장면을생각하면아직도울음이터질것같고,꿈을꾸는것같은기분이되고만다.인간이‘의식’한다는것은과연무엇인가.그리고‘과학’이란무엇인가.그극한을떠올려보면,이소설은SF라는장르가궁극적으로가닿아야할것이무엇인지에대한철학적주제마저던지고있는셈이다.

황진이의여러시조를좋아하지만그중에서도특히벽계수에게불러주었다던시조를좋아한다.청백리라던벽계수가유혹에절대지지않으리라고개를꼿꼿이들고황진이의옆을지날때,황진이는이시조를읊었다고한다.벽계수는이시조를듣고그만말에서굴러떨어지고말았다더라.

청산리벽계수야수이감을자랑마라
일도창해하면돌아오기어려운
명월이만공산하니쉬어간들어떠리

이소설의마지막장을만지면서,이시조는나에게완전히다른의미가되고말았다.이미그의세계는바다로건너갔지만,오늘밤에도이세계는비선을타고저창해를날아가는명월로만공산하지않은가.

-이서영,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