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밤 (박문영 장편소설)

세 개의 밤 (박문영 장편소설)

$16.80
Description
21세기 판 《멋진 신세계》, 한반도 포스트 아포칼립스!
2022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제2회 한국SF어워드 중단편 부문 대상 수상작 〈사마귀의 나라〉의 긴 이야기
《세 개의 밤》은 다양한 매력을 가진 작품이다. 환경파괴에 대한 경고, 자본주의가 독식하는 세상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에 대한 미래 예측 보고서이기도 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생존 투쟁기이다. 또한 잔혹한 세상에서 자기 힘으로, 자기만의 방식으로 길을 찾아 나가는 세 청소년의 성장기로 읽을 수도 있다. 그리고 ‘대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나?’의 대답을 찾기 위해 독자가 자꾸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추리 스릴러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세 개의 밤》은 가장 21세기적인 방식으로 ‘벽 바깥’의 디스토피아를 바라보도록 해주는 작품이다.
국가 권력이 자본의 권력으로 대체되는 시대에 자본이 광고하는 유토피아란 얼마나 연약하고 기만적인가. 그리고 그 안에서 자본이 제공하는 화려한 눈속임과 헛된 말장난에 속지 않고 다른 존재를 짓밟거나 죽이지 않고 다 같이 살아남으려면 우리는 어떤 질문을 하고 어느 방향으로 시선을 돌려야 하는가.

“가장 21세기적인 방식으로 ‘벽 바깥’의 디스토피아를 바라보도록 해주는 작품”
- 정보라, 소설가
“판타지로 한 겹 감싼 감상적인 희망을 제시하지 않는다. 아프도록 현실적이다.”
- 황모과, 소설가
저자

박문영

소설·만화·일러스트레이션을다룬다.자리를못잡고겉도는것,기괴하고무력해보이지만실제로는그렇지않은대상에관심이있다.제1회큐빅노트단편소설공모전을통해소설을발표하기시작했다.《그리면서놀자》,《사마귀의나라》,《지상의여자들》,《3n의세계》,《주마등임종연구소》등의책을냈고공저로《봄꽃도한때》,《천년만년살것같지?》,《우리는이별을떠나기로했어》등이있다.

《사마귀의나라》로제2회한국SF어워드중단편부문대상을,《지상의여자들》로제6회한국SF어워드장편부문우수상을수상했다.SF와페미니즘을연구하는프로젝트그룹‘sf×f’에서활동중이다.

목차

프롤로그_7
1부_셋,둘,하나_11
2부_하나,둘,셋_137
에필로그_325

작품해설_329
작가의말_339

출판사 서평

21세기판‘멋진신세계’,
그벽너머에서

올더스헉슬리의《멋진신세계》에서가상의미래영국은계급차별과장애차별및외모차별을사회구조안에체계화하여차별과착취를기반으로번영하는곳이다.여기에보호구역에서태어난‘야만인’존이등장하여이‘멋진신세계’의화려한가면을하나씩벗겨낸다.
그런데헉슬리가묘사하는‘야만인’존의장점과미덕은근본적으로헉슬리가작품속에서비판하는장애차별과외모차별에기반해있다.존은신체적으로매력적이며(그래서‘멋진신세계’의시민레니나가관계를가지고싶어한다)지적으로도우월하고무엇보다셰익스피어작품을적재적소에서자연스럽게읊을수있는높은문화적소양을갖춘‘고귀한야만인’이다.
‘야만인’존의자살이비극적으로느껴지는이유는부분적으로는이렇게신체적,지적,정서적,문화적인측면에서‘진정한아름다움’을갖춘사람에게독자가공감하고그런우월한인물이차별과착취에바탕을둔천박한세계를견디지못하고스스로목숨을끊는데대한안타까움을느끼기때문이다.하지만만약에,

만약존이아름답지않았다면?
고귀한문화적,정신적소양을갖추지않았다면?
신체장애와삶의트라우마만을짊어진채“멋진신세계”에도착했다면?

박문영작가의《세개의밤》은바로그런이야기이다.

《세개의밤》은2015년제2회한국SF어워드중단편부문대상을받았던〈사마귀의나라〉에작가가뒷이야기를이어서장편으로개작한작품이다.소설에서앞의절반은유해폐기물처리장이되어버린섬에서태어나자라난아이들과섬사람들의이야기를다룬다.
이어지는절반에서는주인공인세아이가거대기업의비윤리적결정으로인해학살의땅이되어버린섬에서탈출하여‘멋진신세계’인본토에도착한뒤에또다시살아남기위해고군분투하는이야기가펼쳐진다.
꼬리가달린아이사마귀는예술활동을통해자신의기억과트라우마를표현하고,얼굴이물집으로뒤덮인반점은공동체의삶에투신한다.그리고눈이여덟개인팔룬은자신을돌봐주는한사람만을믿으며은거하는삶을이어나간다.
그러나사마귀에게도,팔룬에게도,반점에게도유토피아는없다.섬에서는섬나름의차별과폭력이존재했고본토‘고르다’에는고르다방식의차별이존재한다.《멋진신세계》에서존에게고향인보호구역은말그대로모든인간성과문화가남아있는‘보호’구역이었다.반면《세개의밤》의섬은질병과재해와굶주림의공간일뿐이다.
그리고질병과재해와굶주림에시달리기때문에섬사람들은차별할이유를열심히찾는다.신체적으로아름다운외모를가진이빨은자신을따르는무리를모아꼬리가달린사마귀를괴롭히며우월감을느끼고자존감과존재의미를발견한다.섬사람들은외지인인궁이아이를낳을수있다는사실때문에그를적대시하고태어난아이가장애를가졌다는이유로자신들이겪는모든불행의책임을덮어씌운다.

비윤리와퇴폐라는단어를쓰고싶었던한남자는그말이생각나지않아주먹만을불끈쥐었다.사람들은쉬지않고사마귀와궁에대한불만을토로했다.집안에틀어박혀지내는그들모자는,낯선사람에서나쁜사람이되어갔다.(p.101)

섬의차별과폭력은결핍과두려움과해결책없는고통에서비롯되어노골적이고알아보기쉬웠다.하지만본토인‘고르다’에서세사람이겪는차별은은혜를베푸는듯한내려다보는시선,동정과감상이뒤범벅된매우곤란한종류의것이었다.예를들어사마귀의예술작품을본관객들은현실에서벌어진차별과착취와환경오염과죽음의문제를전혀이해하지못하고구름잡는소리만지껄여댄다.

“비참한만큼아름다워요.화폭에담긴산호,공룡,고래를좀보세요.이아이는인류의죄를일깨우고있어요.”
“모르겠어요.성스럽다고해야할까요.그냥보는순간이렇게울음이나오네요.”
인파뒤편에있던팔룬은인상을찌푸렸다.상자속썩은양파하나가다른양파들을썩게하듯,한사람의감상이다른이들의감상도오염시키고있었다.(p.253)

결국사마귀와반점,팔룬이각자추구하려했던조그만유토피아는철저하게배신당한다.기업은이익만을추구하며,기업을운영하는인간이분명히존재함에도마치기업자체가생명체인것처럼,기업을운영하는인간들은아무의미도없는것처럼행동한다.뉴스거리,구경거리로서사마귀의신선함이다하자대기업은사마귀의‘정상성’을의심하기시작한다.반점의공동체는또다른억압의공간으로변질된다.
그리고이모든악의배후에는대기업이손을뻗치고있다.세사람은다시도망칠수밖에없다.그러나도망칠곳이과연남아있을까.

그런데여기서뜻밖에도《세개의밤》은추리스릴러의특징을나타낸다.스릴러의본질은음모다.세상에거대한해를끼치려는음모를꾸미는개인혹은집단이있는것이다.추리물의본질은수수께끼다.범죄가있고피해자가있고그러므로범인을밝혀야한다.《세개의밤》에서작가는이두가지장르특징을이용하여소설속세상이본토의폐쇄적유토피아와섬이라는지옥으로나누어지게된과정,그리고그과정에서배제당하고소외당하고밀려나서마침내세상의가장자리에아슬아슬하게매달리게된사람들의이야기를보여준다.냉정하게,전략적으로한조각씩보여줄뿐구구절절이설명은하지않는다.여기에《세개의밤》의흡인력이있다.
앞서언급한《멋진신세계》를비롯한고전적인유토피아/디스토피아소설에는‘안내자’가등장하여유토피아가성립된과정과역사를강의한다.그러니까진짜로역사수업장면들이나오고선생님이강의를한다.유토피아소설들은대체로절망적으로재미가없는데대체로이렇게독자한테강의하고줄줄이설명하려는부분들이많기때문이다.
반면《세개의밤》에서작가는독자들이읽으면서질문을쌓아가도록기다린다.

이섬은대체어쩌다가이지경이되었는가?
이지경이되었음에도불구하고외지인이흘러들어왔다니그건또무슨일인가?
섬사람들은어째서탈출하지않는가?
탈출을시도해본사람은없나?
그사람들은어떻게되었을까?
세상이대체어쩌다이렇게됐나?

이런질문은모두작품안에서대기업이이윤을위해세상을망치면서꾸미는음모,생명의터전과사람들의삶을파괴하고그현장을덮고감추려는범죄의본질과관련된다.
작가는이야기속에서독자가계속궁금해하도록이끌다가생각도못했던시점에전혀예상치못했던덤덤한문체로여러질문에대한답변의압축적이고충격적인한조각을갑자기내보인다.그런뒤에작가는또덤덤하게자기가할얘기를계속한다.그러니까독자는계속읽게된다.
《세개의밤》은이렇듯다양한매력을가진작품이다.환경파괴에대한경고,자본주의가독식하는세상이어디까지갈수있는지에대한미래예측보고서이기도하고,그안에서살아가는,살아가야하는사람들의생존투쟁기이다.또한잔혹한세상에서자기힘으로,자기만의방식으로길을찾아나가는세청소년의성장기로읽을수도있다.그리고‘대체어쩌다이지경이되었나?’의대답을찾기위해독자가자꾸책장을넘기게만드는추리스릴러이기도하다.
무엇보다도《세개의밤》은가장21세기적인방식으로‘벽바깥’의디스토피아를바라보도록해주는작품이다.
국가권력이자본의권력으로대체되는시대에자본이광고하는유토피아란얼마나연약하고기만적인가.그리고그안에서자본이제공하는화려한눈속임과헛된말장난에속지않고다른존재를짓밟거나죽이지않고다같이살아남으려면우리는어떤질문을하고어느방향으로시선을돌려야하는가.
《세개의밤》은처음부터끝까지내내질문한다.물론단하나의정답이존재하지는않겠지만,이질문은그자체로지금우리에게꼭필요하다.


덧붙이는글.
다시말하지만박문영작가가《세개의밤》을통해던지는가장큰메시지는국가라는행정적,정치적체제도막지못하는거대기업의파괴적인이윤추구행위에대한비판이다.여기에는수많은현실의예시를덧붙일수있다.
가습기살균제를만들어판회사는한국에서는그래도되니까만들어팔았고처벌을받게되자회사가어려워졌다며2016년에당시가습기살균제제조나판매와는아무상관도없고책임도없는직원들을집단해고했다.가습기살균제피해자들은평생남는장애와질병을떠안고살고있지만장애와질병때문에자유롭게외부활동을하거나일반시민들에게상황을알리기어렵고잊히기는쉽다.
2017년에포항에서지진이일어났는데지진피해배상은2020년까지도완전히이루어지지않았고지진의원인은지열발전소에서땅을뚫고물을주입했기때문이었는데,그러니까자연지진이아니고사람이일으킨예측가능한지진이었지만,서울한복판이아니고경상북도포항에서일어난사건이라갑자기집이무너져서3년간체육관에서지낸사람들의이야기는뉴스에서흐지부지조용히사라졌다.
대구에서코로나19집단감염이처음일어났을때전국민이마치대구시민은모두코로나19감염원이고사이비종교신자인듯몰아붙였지만,지금은코로나19확진자70퍼센트이상이수도권에서발생하고있는데아무도서울이코로나19확산의근원이라고비난하지않는다.
중심과변방,지배와피지배의영역을나누고그이유를갖다붙이는권력의형태가제국주의시대에는국가였지만자본주의시대인지금은기업으로변했을뿐그구분과차별과폭력의구조는완전히똑같다.나는‘그런곳’에사는‘그런사람’이아니니까괜찮다고생각하는것자체가바로그차별과착취의구조에동조하는행위이다.물론권력을갖지못한개인은자기한테편한쪽으로회피한다.

“그러니까절망에대한우화가아니었을까요?”
“비유가아니라실제로벌어진일이었다니까요.”
“그수식까지연출인거죠.”
“믿기어렵나보네요.실제라면너무끔찍해서그래요?”
사마귀가남자들뒤에서말했다.
“뭐가요?뭐가그렇게끔찍해?”(p.305)

우화나비유나연출이아니라,차별과착취와환경오염과재해와질병과폭력은현실이라고받아들이는것이변화의첫걸음인지도모른다.누군가단지불운하다는이유로,권력이없고돈이없는그냥한개인이라는이유로이런일들을실제로겪었고지금겪고있다는사실을사실로서받아들이는것이문제를해결하기위한가장첫단계이다.《세개의밤》이그런첫단계로독자를이끌어주는작품이다.
그러니까그때세상을떠들썩하게만들었던그비양심적인기업들이지금은뭘하고그피해자들이지금은어떻게살고있는지한번이라도찾아보고악한기업에대한불매운동에한번이라도동참한다면세상은그한걸음만큼더변할지도모른다.
물론당장변하지는않는다.그러나사실을사실로받아들이고현실에서한걸음만큼이라도행동한다면나는최소한타인의고통을‘우화,비유,연출’이라비웃고합리화하는비겁한껍데기안의추한소시민,무기력하고수동적인소비자로서살아가지는않을것이다.그것은이복잡하고도진실한이야기속에함께한독자로서,다른모든생명체와함께생각하고느끼고살아가는존재로서나자신에대한예의이기도하다.

-정보라,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