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SF 명예의 전당

한국 SF 명예의 전당

$24.80
Description
한국 SF 역사상 가장 경이로운 작품집!
김보영, 김창규, 박문영, 심너울, 아밀, 이서영 작가의
SF 어워드 대상 수상작을 한 자리에 모두 모았다!
‘한국 SF 어워드’는 2014년에 시작되었다. 매년 그해에 발표된 SF 작품들을 검토하여, 우수하고 의미 있는 작품들에 시상을 해오고 있다. 시행착오와 부침이 있었지만, 한국 SF의 역사를 통틀어 10년 가까이 이렇게 연속해 운영되고 있는 상은 아직 없다. 그러니 SF 어워드는 2010년대부터 새로운 형태로 발전하고 확장된 한국 SF의 궤도를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매년 가장 많은 응모작을 두고 가장 치열한 최종심을 거쳐 결정되는 중단편 부문의 대상작은 그야말로 그 시기 한국 SF에서 가장 빛나는 성과다.

‘한국 SF 명예의 전당’을 여는 첫 번째 책에는 2010년대 한국 SF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는 2014년부터 2021년까지의 한국 SF 어워드 대상작을 모두 모아 실었다. 또한 가능하다면 ‘한국 SF 명예의 전당’을 통해 대상 수상작들뿐만 아니라 본상을 받은 모든 작품을 모아 독자들에게 선보이려 한다. 우수상을 받은 작품까지 모두 모으면 ‘한국 SF 명예의 전당’은 단행본 네 권 분량이 된다. 시리즈의 순서는 ‘건곤감리(乾坤坎離)’로 잡았다. 4괘의 순환이 만물의 순환과 세상의 운행을 보여준다고 하듯 이 시리즈를 통해 지난 10년간의 한국 SF의 흐름을, 작가들의 면면으로는 지난 30년간의 역사를 모두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저자

김보영

2004년〈촉각의경험〉으로제1회과학기술창작문예중편부문에서수상하며작가활동을시작했다.《7인의집행관》으로제1회SF어워드장편부문대상을,〈얼마나닮았는가〉로제5회SF어워드중단편부문대상을수상했다.
한국SF작가로서는처음으로미국의대표적인SF웹진〈클락스월드(Clarkesworld)〉에단편소설〈진화신화〉를발표했고,세계적SF거장의작품을펴내온미국하퍼콜린스,영국하퍼콜린스에서《당신을기다리고있어》,《저이승의선지자》등을포함한선집《I’mwaitingforyouandotherstories》가출간되었다.
2021년개인영문단편집《OntheOriginofSpeciesandOtherStories(종의기원과그외의이야기들)》(Kayapress)로전미도서상번역서부문후보에,〈WhaleSnowsDown(고래눈이내리다)〉으로로제타상후보에올랐다.
소설가가되기전에는게임개발팀‘가람과바람’에서시나리오작가/기획자로활동했다.《이웃집슈퍼히어로》,《토피아단편선》,《다행히졸업》,《엔딩보게해주세요》등다수의단편집을기획했다.

목차

추천사_5
서문_9

이서영│지신사의훈김 ㆍ17
아밀│라비 ㆍ69
심너울│세상을끝내는데필요한점프의횟수 ㆍ119
김보영│얼마나닮았는가 ㆍ169
김창규│우주의모든유원지 ㆍ243
김창규│우리가추방된세계 ㆍ263
박문영│사마귀의나라 ㆍ313
김창규│업데이트 ㆍ409

저자소개_427
편집자후기_431
부록│역대한국SF수상작리스트_437

출판사 서평

SF어워드의존재가치를보여주는책!
-이정모,국립과천과학관장

한국SF의가치들을확인할수있는지표!
-이지용,문화평론가

추천사

SF어워드의존재가치

“마음으로자네를내친적이없어.”이서진이말하자,한상진이대답한다.
“전하와함께한모든것을기억하겠습니다.”
2008년MBC드라마의한대목이다.당시이장면을보고꽤나많은사람들이눈시울을적셨다.

이서진의배역은바로“나는사도세자의아들이다.”라고선언한정조,바로이산이다.그렇다면한상진의역할은쉽게짐작할수있다.그렇다.정조의비서실장(도승지)이자경호실장(숙위대장)이며수도방위사령관(금위대장)이었던홍국영이다.심지어주치의역할도했다.그많은직책을일일이호명할수는없는일.사람들은홍국영을도승지의별칭인지신사(知申事)로불렀다.

한사람에게권력이지나치게집중된데는까닭이있을터.정조의권력은불안했다.정조는자신을둘러싸고있는뿌리깊은노론벽파가자신의목숨을노린다고생각했다.정조의적은곧지신사의적.지신사는자신의누이를정조의후궁으로입궁시키면서원빈(元嬪)이라는첩지를받게했다.자기여동생을장차궁궐의근본,즉안주인으로만들겠다는야심을드러낸것이다.그런데그런원빈이입궁한지1년만에사망했다.지신사는동생의죽음이자연사가아니라중전효의왕후의음모라고여기고왕비의궁녀들을잡아다모진고문을했다.

이책의문을여는〈지신사의훈김〉은바로이장면에서시작한다.“중전마마가드셨사옵니다.”라는문장으로말이다.누가봐도역사소설이다.‘덕로는…사람이아닌데’로시작하는28번째행을읽기전까지는이작품이SF라는걸짐작할수없었다.

덕로는홍국영이되어한치의흐트러짐도없이왕을보필한다.그러기위해서는거의독점적으로주어진권력을지독하게행사해야한다.피도눈물도없는인간처럼보인다.그렇다면혹시그는정말로인간이아니라기계가아닐까?작가의촉이닿은지점이다.토머스뉴커먼이1705년에발명한증기기관은1748년생홍국영에게안성맞춤인장치다.

기기인덕로는요즘말로하면인공지능로봇이다.그런데생애주기마다그에맞추어학습방법이다르다.초기에는사람이입력한명령에따라야한다.스승이학습을통해입력한유학의논리에맞춰사고한다.이산이성장하여정조가될즈음에는자기학습을시작한다.인공지능학습의변곡점에달한것이다.난이대목에서유럽바둑챔피언판후이를5대0으로이긴인공지능알파고판(AlphagoFan)에관한데미스허사비스(DemisHassabis)의논문이발표된2015년2월26일자〈네이처〉의표지카피를떠올렸다.LearningCurve(학습곡선)!

기기인지신사는결국인간군상의집요한공격을이겨내지못한다.정조는자신을그렇게지키려했던지신사의목숨을거두어야했다.하지만사약을내릴수는없다.기기인이니당연하다.대신정조는“나와함께했던모든일을지울수있겠는가?”라면서기기인에게모든기억을지울것을요구한다.그의장례는초라했지만어느낯선풀숲에서‘도로’라는이름으로다시눈을떴다.작가가그에게새로운시작을마련해둔것이리라….

인류역사를통틀어그렇지않은시절이없었겠지만,요즘은더욱더상상력이중요한시대가되었다.SF는궁극적으로미래(혹은과거)에대한상상을통해현재를비추는문학이다.그리고과학관은그러한SF콘텐츠를통해전시와교육,연구가맞물려돌아가게만드는과학문화의허브가되어야한다.과학문화가허약한대한민국의실정을고려하면과학관,더구나국립과천과학관의중요성은더욱커진다.
2014년,어쩌면한국SF가가장암울하던시절에국립과천과학관에의해시작된SF어워드는그간국내SF시장을넓히고SF에대한대중의관심을확대하는데공헌해왔다.과학관의전폭적인지원을하지못하던시기도있었지만,한국SF작가들과팬들이자발적으로나서서SF어워드를힘겹게지켜냈고,덕분에그명맥이끊어지지않을수있었다.그덕에지난해부터국립과천과학관이SF어워드를다시주최하게되었다.어쩌면그러한SF어워드의역사자체가근래한국SF의흐름을보여주기도한다.

그리고여기SF어워드의꽃이라해도과언이아닐중단편소설대상수상작들이모였다.고백하자면나는가끔SF팬을자처해왔지만한국작가는매우낯설었다.기껏해야듀나,김창규,김보영정도가떠오르고최근정세랑,김초엽,천선란의작품에빠져드는정도였다.그런나에게,그리고독자들에게이책은무엇보다대한민국에왜SF어워드가필요한지,그것도과학관이왜SF어워드를지속해나가야하는지잘보여준다.이제나는이서영,아밀,심너울,박문영작가의작품을읽는기쁨을아는독자가되었다.

이서영의〈지신사의훈김〉은인간과기계에관한동양철학을돌이켜보게하는역작이다.나는이작품을통해‘유교SF’라는새로운장르의매력을알았다.기쁨은여기서그치지않았다.아밀의〈라비〉를읽으면서는나스스로‘자주콩나무’가되었고,심너울의〈세상을끝내는데필요한점프의횟수〉에서는프로그램코드몇줄이되는경험을누렸다.그리고박문영의〈사마귀의나라〉에서는늘다른소년들에게괴롭힘을당하다소녀‘반점’과조우하는‘사마귀’가되어국가와자본에대해숙고하는기회를가져보기도했다.

그뿐인가.이제전세계독자들을만나기시작한김보영과김창규의걸작들에대해서는어떤칭찬의말도아깝지않을것이다.물론여기에글을실은SF어워드수상작가들은이상이없었어도각자의작품세계를훌륭히가꿔나갔을것이틀림없다.하지만이작가들이걷는길에작은꽃몇송이라도뿌려줄수있었다면,그것으로SF어워드의존재가치는충분하지않았을까싶다.

과학은오랫동안소수의사람들만집중하는대상이었다.하지만21세기에과학은중요한섹터가되었다.누구나과학을할수있고,즐길수있어야한다.과학도일종의복지이기때문이다.SF도마찬가지다.남극과북극일부지역의기온이평년대비30〜40도높다는뉴스가울려퍼지고,끝을기약할수없는신종바이러스로인류의존재자체가위협받고있는시대에미래를통해현재를반추하는SF의가치는더욱커진다.그리고그SF를대중과함께즐기고가꾸며더풍성한과학문화콘텐츠로가꾸어나가는데에무엇보다막중한과학관과SF어워드의소명이있다.

-이정모,국립과천과학관장


서문

한국SF의가치들을확인할수있는지표

‘한국SF어워드’는2014년에시작되었다.매년그해에발표된SF작품들을검토하여,우수하고의미있는작품들에시상을해오고있다.시행착오와부침이있었지만,한국SF의역사를통틀어10년가까이이렇게연속해운영되고있는상은아직없다.그러니SF어워드는2010년대부터새로운형태로발전하고확장된한국SF의궤도를확인할수있는소중한자료라고할수있다.특히매년가장많은응모작을두고가장치열한최종심을거쳐결정되는중단편부문의대상작은그야말로그시기한국SF에서가장빛나는성과다.그러니그간의중단편부문소설대상수상작품을모아보는것은한국SF가그동안어떠한형태와의미들을만들어왔는지를확인할수있는좋은지표임에틀림없다.

이책에수록된작품들의특성을톺아보면한국SF가보여주고있는의미들을확인할수있다.먼저제1회대상작이었던김창규의〈업데이트〉를보자.〈업데이트〉에대해김창규는의료민영화에대한사회적담론의부조리를느끼면서발표한작품이라고밝힌바있다.한국사회는2010년대로접어들면서기존에가지고있었던거대담론들에종식을고하고,개인적이고미시적인측면에서의문제들,그리고이를촉발하거나저지하는다양한사회적안전망및인프라에관심을두기시작했다.자연스럽게그런문제들에대한비판적사고실험에유용한SF장르에서의시도들이의미를획득했는데,대표적인예가바로김창규의〈업데이트〉라고할수있다.

특히김창규는이작품을시작으로이후〈우리가추방된세계〉와〈우주의모든유원지〉를통해총3회의대상을받게되는데,동시대의사회적분위기에서SF장르가보여줄수있는장점들을명확하게구현하였기때문이라고할수있다.물론김창규는탄탄한문장과치밀한서사구조를통해서단편소설이라는형식으로보여줄수있는완성도높은스토리텔링역시구사하고있다.SF에대한한국독자의관심도가지금과같이높지않았던해당시기에발표된김창규의작품들을뒤늦게접한이들이한국에이런작가가있었다는사실에놀라워한것은SF라는장르와는별개로,김창규가소설가로서보여준소설형식의완성도가컸기때문이라고할수있다.

이러한소설적완성도는중단편소설을논할때특히중요한부분이라고할수있는데,김창규는중단편소설의미학적완성도를SF가보여줄수있는사고실험및경이의세계와버무려구현하는데아주탁월한작가이다.〈우리가추방된세계〉에서보여준세월호사건에대한메시지를지나,〈우주의모든유원지〉에이르면한국사회의복잡다단한이슈들을관통해온작가가조금더미래지향적이고진보적인,인류보편적인가치들을논하기시작했음을보여주는일종의선언을마주한다.이러한변화의궤도를통해한국SF가2010년이후현대사의흐름에서문학으로서현실을비추는거울의역할을명확하게견지하고있었음을확인할수있다.

김창규의4회연속대상수상을저지(?)한박문영의〈사마귀의나라〉는SF의전형적세계관인포스트아포칼립스를이용해자본주의의문제점을사고한현대적인작품이었다.특히삶의구체적인부분에서터져나오는부조리의묘사는2010년이후한국사회에서심화되기시작한자본의불평등문제에대한날카로운사고실험이었다고할수있다.이러한문제들에대해서SF가보여줄수있는시뮬라크르의다양성은사실주의기반의서사들보다훨씬더효과적이라고할수있는데,〈사마귀의나라〉가대표적인예다.

한국사회의구조적이고제도적인문제들에대해한국SF는회피하지않고이의를제기하며정면으로마주하는모습을보여주었다.특히수상작들이보이는다양한장르적장치의활용은SF가과학적인정보나경이와환상의세계라는굴레에만갇혀있지않다는사실의충분한예시들이된다.더욱이한국사회의현실들을직면하기시작하면서자연스럽게,해외로부터유입된모방적장르가아니라‘한국에서한국어를사용하여소설을쓰는작가들이한국의이야기를사고실험하는’장르로서의의미들이다시형성되었다.이러한변화의양상은이후한국사회가가지고있는미시적이고구체적인문제들에관한이야기들을반영하는쪽으로발전하였다.

그것을단적으로보여주는예가김보영의〈얼마나닮았는가〉이다.작품에발표되던시기에한국사회가마주하고있던이슈중하나는젠더(gender)와관련된것이었다.이작품은젠더에대한사회적감각들을인공지능이라는가장SF적인캐릭터를통해서사고실험하는작품이었다.그러면서도김보영특유의유려한서술이전체서사를관통하면서개성적인분위기를만들어낸다.한국사회에서그동안본격적으로논의되지않았던젠더에대한불평등문제를해결하고자하는목소리들이격렬하게터져나오던시기에김보영의작품이보여준메시지는SF라는장르이기때문에가능한개성을확실하게보여주는주목할만한성과라고할수있다.SF로서의세계관과소재들을완벽하게구사한이작품은젠더에대한편견문제를환기하는것뿐만아니라,SF라는장르에입문하는이에게추천해도손색이없는수작이다.

이후한국SF는점점이전에없던사회적관심을받기시작하며,팬덤위주의작은판에서벗어나한국의서사문학에서가장주목받는장르형식으로자리매김하게된다.양적인성장도두드러져,SF어워드의심사대상작으로집계되는작품의수역시이시기부터전년도의두배이상을기록했다.그에따라이전보다훨씬더다양한주제들을다루는특색있는작품들이대거등장하게된다.독자층도이러한상황에서SF가보여줄수있는다양한개성들을폭넓게받아들이기시작했고,작가들은이에호응하여이전보다훨씬더과감한시도를하였다.이러한다양성과개성이심너울의〈세상을끝내는데필요한점프의횟수〉,아밀의〈라비〉,이서영의〈지신사의훈김〉이라는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