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문어가 나타났다

그리고 문어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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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부커상이 인정한 한국의 단편 환상문학, 그 빛나는 성취!
19년 동안 거울이 지켜온
신비하고 경이롭고 으스스하고 돌아버린 이야기들!
김보영, 배명훈, 정세랑, 정보라, 곽재식 등 한국 장르소설의 대표 작가들을 배출한 환상문학웹진 ‘거울’의 대표중단편선 그 열일곱 번째 이야기!
웹진 ‘거울’에서 추구하는 ‘환상’은 단순한 판타지(Fantasy)를 넘어선다. 한 사람이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겉보기가 완전히 달라지듯이, ‘거울’의 환상은 사랑의 옷, 과학의 옷, 기술의 옷, 신화의 옷, 때로는 현실의 옷을 입고 독자에게 다가간다. 수많은 작가가 빚어낸 환상이 걸친 옷은 너무도 다채롭지만, 그 중심에는 웹진 ‘거울’이라는 본질이 있다. ‘거울’은 늘 ‘환상’ 장르에 기대하는 독자의 취향을 충분히 만족시키며 그들 곁에 존재했다.

늘 그렇듯 거울 대표중단편선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성에 있다. 같은 주제로도 다른 말을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완전히 색다른 재미를 탐구할 수 있다는 것, 더 나아가 메시지의 다양성 안에서 몰랐던 세계를 마주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소설을 읽는 재미가 아닐까. ‘환상’ 장르는 이런 다양성을 극대화한다. 어떤 상상도 포괄할 수 있는 ‘환상’이라는 우주에 우연히 발을 디딘 것은 우리에게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이다.
저자

정보라

소설도쓰고번역도하며마감에시달리고있다.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3기대표이며한국비정규교수노조조합원이다.지은책으로는단편집《저주토끼》,《그녀를만나다》,장편《붉은칼》,《죽은자의꿈》,《문이열렸다》등이있다.차별금지법제정오체투지,중대재해기업처벌법오체투지,세월호시위대,고등교육법개정국회농성외각종여러가지데모에참여했다.차별금지법당장제정하라투쟁.

목차

00_서문_제야_7
01_달콤한죄를지었습니다_남세오_17
02_거인을지배하는법_지현상_43
03_문어_정보라_65
04_실버해머_엄정진_99
05_당신의모든것_클레이븐_141
06_정신강탈자_엄길윤_173
07_원점으로돌아가_전혜진_201
08_고쿠라에서J를_고타래_227
09_위화_최지혜_243
10_홍연(紅縺)_구한나리_271
11_통곡왕(痛哭王)_곽재식_297

출판사 서평

무르익어가는모든이야기의계절에

중학생이던어느날,새학기의아침시간이었다.나는사귄지얼마되지않은친구의손에이끌려학교도서관에처음방문했다.독서를꽤좋아했지만,그날유독책을빌릴생각이없던나는그저서가를한바퀴둘러보고빈손으로친구를기다렸다.
한참뒤,친구가책꽂이사이에서꺼낸건꽤두꺼운소설의양장본이었다.이때어린허영심이나를자극했다.다행히친구가집어든건시리즈의두번째권이었다.나는무턱대고친구쪽으로달려가그책의첫권을찾아들었다.손때탄검정하드커버에쓰인책의제목은《룬의아이들-윈터러》였다.
글이많은책을한번도읽은적없던나는기대감없이그책의첫장을넘겼다가수업시간인것도잊고전부읽어버렸다.그책은전에읽던교육용도서와완전히달랐다.온전한상상속에서하나의세계가만들어지고,그안에서작가가빚어낸인물이행동했다.현실에있을수없는일들이아무렇지않게벌어지고그것이미려한문체로정갈히묘사되어있었다.나는그날점심시간에도서관에서나머지권을전부빌렸다.그렇게환상문학과뜻밖의만남이성사되었다.
갑자기나에게다가온환상문학은이후나와떼려야뗄수없는하나의정체성을이루었다.판타지를읽다보니상상의한계에도전하게되었고,머잖아환상과연결된다양한장르에고루발을디뎠다.대학에가서는본격적으로자유롭게책을읽었다.그러던중여러책의날개에서‘환상문학웹진거울’이라는이름을보았다.
처음에는읽고넘겼지만,취향을타고흘러들어온대부분책에서웹진‘거울’의이름을보았을즈음,나는운명적직감을느끼고그곳에방문했다.환상문학을기반으로한장르문학에서긴시간명맥을이어온웹진‘거울’은내가원하던바로‘그소설’들의집합체였다.환상과문학이끊임없이교류하며이야기를피워내는곳,그리하여상상을갈망하는사람들이끊이지않고찾는곳.상상의희열을맛보고싶은모두에게열린곳이‘거울’이었다.
‘거울’을알고,그곳의소설을읽다보니시스템또한눈에들어왔다.자유롭게글을연재하고특정기준을만족하면정식필진이될수있다.어느작가에게나열린이공간에서얻을수있는건환상을좋아하는많은독자의꾸준한관심이다.원한다면창작물에대한의견도자유로이들을수있으며,심사를받고정식필진으로가입한다면좀더안정적인창작환경을보장받는다.
이는특정집단에소속되기어려운자유연재작가에게는큰혜택이다.누구나편히드나들수있지만,확실히작가로서인정은받을수있는곳.‘거울’이창작자에게제공하는것은‘시선’보다‘마음’이었다.
그마음에감동해플래너한쪽에버킷리스트로‘웹진거울필진되기’라고적었다.당시의나에게는‘죽기전에꼭이루고싶은’,아주먼목표이기도했다.그러나생각보다빨리찾아온기회로기사필진이되었다.필진으로서바라본거울은독자로서방문할때와는또다른매력이있었다.
웹진‘거울’에서추구하는‘환상’은단순한판타지(Fantasy)를넘어선다.한사람이어떤옷을입느냐에따라겉보기가완전히달라지듯이,‘거울’의환상은사랑의옷,과학의옷,기술의옷,신화의옷,때로는현실의옷을입고독자에게다가간다.수많은작가가빚어낸환상이걸친옷은너무도다채롭지만,그중심에는웹진‘거울’이라는본질이있다.‘거울’은늘‘환상’장르에기대하는독자의취향을충분히만족시키며그들곁에존재했다.

*
이번환상문학웹진‘거울’대표중단편선Vol.17에는열한편의소설이실린다.햇수로는열여섯번째대표중단편선이며,책권수로열일곱번째다.지금까지늘그래왔듯이무게감도방향성도제각각인수록작들은오직‘거울’만의색을지니고있다.
2020년에서2021년을경계로,한해가조금넘는시간동안‘거울’에서는다양한시도가있었다.특히주목할만한것은2020년말시작된‘거울속난새’프로젝트다.싱어송라이터안예은의노랫말을모티프로한장르소설을창작하고자필진들이기획한이프로젝트의결과물중최지혜작가의〈위화〉와구한나리작가의〈홍연〉이이번단편선에수록되었다.
〈위화〉는동명의노래‘위화’를재창작한단편으로타임루프를활용한역사물이다.유려한문체로한땀한땀아름답게빚어낸이야기속‘나’는한사람과의사랑을위해윤회한다.일상과도같던삶의되풀이끝에내려온하나의천명은‘나’에게그리움과망각이주는근본적고통을깨닫게한다.“세상끝까지달려가허공에흩날리고그대의곁으로돌아가”라는노랫말의클라이막스를짙게활용한결말에서독자는한숨과그리움이빚어낸가슴저미는사랑을만날것이다.
〈홍연〉역시같은제목의노래‘홍연’을재창작했다.“세상에처음날때인연인사람들은손과손에붉은실이이어진채온다했죠”라고나지막이시작하는이노래는안예은의대표곡으로알려져있기도하다.구한나리작가는‘홍연’속‘붉은실’의이미지를악기의현이미지로색다르게변주한다.추운계절에오라비를찾아떠난여정의끝에서하영이마주한‘미르’라는존재는환상적인분위기를형성한다.‘미르’와의대화에서밝혀지는오라비의소식은애달픈악기의소리처럼독자의감정을흔든다.
2020년말에는낙태죄존치에항의하는의미로온라인에서‘#낙태죄_전면폐지_2000자_엽편_릴레이’가진행되었다.당시온라인소설연재플랫폼을중심으로빠르게퍼진이행동에다양한세대의작가들이참여했으며,그들만이써낼수있는누군가의죽음이이야기로쏟아져나왔다.전혜진작가의〈원점으로돌아가〉는이때발표되었다.작가는8,90년대를전후로죽어간여아들의원한을‘무당’이라는소재로생생하게표현했다.이소설은지금우리가복원해야하는것이감별되어야만했던여성존재들의목소리라고말한다.단지운이좋아살아남은모든세대의여성이하나쯤알고있는바로그‘죽음’이문장에날선채깃들어있다.
정보라작가의〈문어〉는고등교육법개정안,일명강사법의제정으로인해발생한대량해고를다룬다.지극히현실적인문제로투쟁하는농성장에나타난의문의문어한마리,그리고그것을홀랑삶아먹은위원장의행동은모든사건의발단이된다.환상은종종현실을환기한다.“지구-생물체는-항복하라”라는외계의메시지와귀찮다는듯날름문어를먹어버린위원장의행동은이소설이절대정복당하지않는사람들의이야기라는점을은유한다.
클레이븐작가의〈당신의모든것〉은바이러스팬데믹이여전히진행중인지금,빠질수없는주제의단편이다.특정지역에서시작된바이러스가세계를강타하고,생존자조차찾기힘든상황에서장기매매가성행하는미래.아마바이러스의공포가지금보다훨씬강하게불어닥쳤을2020년12월에쓰였기에전염병의유행을극단으로몰고갈수있었을것이다.겉보기에는동생을위해장기를구하러떠나는주인공의여정에탁월하게설정된배경과등장인물의면면이인간의잔혹함을밀어붙인다.코로나팬데믹이완화되었지만,여전히바이러스의상처가남아있는지금,큰시의성을확보하는소설이다.
이번‘거울’대표중단편선에는특정시류나프로젝트를반영하는이야기외에도작가개인이자유롭게발표한소설이여섯편수록된다.그중두편은‘신체강탈’의모티프를차용하고있는데지현상작가의〈거인을지배하는법〉과엄길윤작가의〈정신강탈자〉이다.제목에서부터뚜렷이무언가를‘정복’하고자하는의도를드러내는두소설에서각각신체와정신을강탈하려는움직임이소설전반을이끌어간다.
〈거인을지배하는법〉은기술의발전에따른인간의정복욕을가감없이드러내며출발한다.인물들은신체강탈을통해거대한외계행성을침략하고자계획을세우지만,결말의충격적인반전에서소설의‘정복자’는완전히뒤바뀐다.‘정복’의욕심에동족까지속이고야마는지구의인류는어느새‘피정복자’의위치에놓인다.욕망을향해달려가다주위를둘러보지못했기에,인간들은결국그에걸맞은최후를맞는다.
〈정신강탈자〉는1인칭시점을잘활용한소설이다.주인공이어떤물리적행동도하지않은채가상의상대와싸우는과정이그의시점에서탁월하게묘사되어있기때문이다.철문을두드리는소리에서출발한미지의공포가실체로나타나고,정신적존재인‘놈’에게이성을빼앗기지않으려는‘나’의속도감있는판단이인상적이다.정신강탈자는왜나타나게되었을까.그의존재는이소설안에서어떤의미일까.‘나’의상상속에서현실감있게벌어지는전투는독자에게의문을발생시키는한편,그것을충실히해결해간다.
남세오작가의〈달콤한죄를지었습니다〉와엄정진작가의〈실버해머〉는각각변화한미래에서상반되는두집단의대립을다룬다.‘카르파탐’이라는가상의감미료가개발되었다는독특한상상으로‘달콤함’이라는극적인쾌락을이용하는소설,〈달콤한죄를지었습니다〉에서사람들은즐거움보다는‘죄책감’을느끼며죽어간다.현대사회에서‘달콤함’이상징하는다양한죄책감은소설속카르파탐을경유하며극대화된다.그러나어떤달콤함에도죄가없다.작가는3급마약으로지정된카르파탐을해방하라는행동집단‘케이크(Cake)’와그들을막기위해분투하는진영간의대립을통해우리에게진정한달콤함이필요하다는메시지를특유의날카롭지만유쾌한시선으로그린다.
〈실버해머〉에서중심이되는건과학적상상이다.인간의유전자교정이상용화되고증강현실이일상인미래에서GOU와‘영건(YoungGun)’은각각인간과기술,노인과젊은이의세대,과학이전과이후의대립쌍을상징하며첨예하게맞붙는다.인공안구,전자두뇌처럼미시적인기술과스페이스셔틀,거주위성등우주적인상상이폭넓게어우러진이단편에서독자는진정한미래의인간상을고찰하게된다.
곽재식작가의〈통곡왕(痛哭王)〉과고타래작가의〈고쿠라에서J를〉에서주인공은무언가를찾아나선다.고조선말을배경으로하는〈통곡왕〉에서주인공‘향부’가탐구하는것은‘삼성(三聖)의도리’다.이소설은문자로서의‘행복’과‘즐거움’이남용되고있는지금을향해‘진정한도’가무엇인지를말하는듯하다.이야기안에서기쁨을준다는자들은실상자신의희락만을추구하는이들이다.저마다‘도’를따른다며사람을홀리는이들은어느때나있었기에현시대의누구나공감할만한단편이아닐까.〈통곡왕〉의결말은세상의이치에통달한다면편안과안녕이삶에깃들것이라는통념을부순다.지극한슬픔속에진정한‘도’가있다는듯이.
〈고쿠라에서J를〉은“운명적만남을기대해볼수있는도시”고쿠라에‘J’를찾으러가는주인공의여정을짧게다룬다.고태원과J의관계가충분히설명된이후,‘고쿠라’라는지명의분위기를형성한작가는주인공의발걸음을일본으로돌린다.충분한인과와배경설정은고태원의행동이자연스럽게이어지도록하며소설의마지막문장에서보이는암시는독자들에게이후의일을자유로이상상하도록여지를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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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그렇듯거울대표중단편선의가장큰특징은다양성에있다.편의상특정테마와주제로이야기를묶어설명했지만,그안에서도작가의특성에따라소설의방향은한번더갈린다.같은주제로도다른말을할수있다는것,그리고완전히색다른재미를탐구할수있다는것,더나아가메시지의다양성안에서몰랐던세계를마주할수있다는것.그것이소설을읽는재미가아닐까.‘환상’장르는이런다양성을극대화한다.어떤상상도포괄할수있는‘환상’이라는우주에우연히발을디딘것은우리에게더할나위없는행운이다.
2022년의중반을지나며,계절로는더위의한가운데서웹진‘거울’의대표중단편선출간을진심으로축하한다.신입필진으로서웹진‘거울’의역사에함께한책의서문을적게되어크나큰영광이다.충분히무르익은이야기들이매끄럽게정돈되어세상에나올준비를이미마쳤다.이책을가장먼저읽은독자의한사람으로서,그리고‘거울’이주는이야기의흐름에즐거이몸을맡기고자다짐한필진으로서힘껏이책의등장을응원한다.

─제야,〈환상문학웹진거울〉기사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