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연애소설 : 홍지운 소설집

공상연애소설 : 홍지운 소설집

$15.60
저자

홍지운

영화배우김꽃비의팬,SF작가.본명홍석인.오랫동안필명dcdc로활동해왔다.『무안만용가르바니온』으로제2회SF어워드장편부문대상을수상하였으며,『구미베어살인사건』과『월간주폭초인전』등의단편집을여러권냈다.‘덴마어나더에피소드시리즈’『물리적오류발생보고서』,『별을수확하는자들』,『무간도가이아의성소』를쓰기도했다.『근방에히어로가너무많사오니』,『우리가먼저...

목차

7♥그냥그런체질이라서
29♥귀자모신나강전
61♥우주에서돌아온지옥견라이카의복수?―?세상에나쁜인간이많다
83♥눈물이많은거인들의나라
115♥남극낭만담
197♥당신이잠든사이에
249♥정직한살인자
283♥헌책방의왕
341♥공상연애소설

365♡작품해설:dcdc는어쩌다가홍지운이되었나
371♡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어떻게하면키가165센티미터도안되고작고마른몸집에,겨울이되면이를닥닥떨어가며컵라면을양손에쥐고궁상스럽게걸어가는남자가연애를할수있었는가.
연애를글로배울거라면이단편을읽으라고하고싶을정도인데그이유는명확하다.
내가이작품을읽고그와결혼하기로결심했기때문이다.”
―문아름,청강문화산업대학교교수

dcdc는어쩌다가홍지운이되었나

dcdc라는작가가있었다.그는유쾌하게빈정거리기를좋아하고,쉽게눈길이가지않는것에애정을느꼈으며,성격나쁜오타쿠였다.그의글은반짝이는날붙이같았다.칼날에오래된미국애니메이션캐릭터스티커가붙어있고,휘둘러봤자생채기내는게전부인작은날붙이.그의글을처음읽고나서앞에앉아있는작가에게말했다.
“빈정거리기를잘하시네요.”
“아니,다정하지않나요?”
“본인을빈정대는확률이높긴하지만,어쨌든누군가를빈정대면다정하다는말은듣기어렵죠.”
스스로의글을다정하다믿었을dcdc작가는이평을재밌어했다.사실이작가는꽤매력적인날붙이였다.《무안만용가르바니온》에서는화자를웃음거리삼는대신화자가사랑하는배우김꽃비를말했으며,《대통령항문에사보타지》에서는항문의대사를통해대통령을날려버렸다.
하지만그는어느순간날붙이만이가질수있는스타일리시한빈정거림을내려놓았다.dcdc가사라진것이다.

dcdc는왜사라졌는가

생각해보면dcdc가사라질것이란징후는꽤여기저기에서보였다.이징후를크게세가지로정리하면다음과같다.
첫째,첫번째단편집《대통령항문에사보타지》에서보이던꽤노골적인섹스에대한은유가두번째단편집《구미베어살인사건》에서부터사라졌다.첫번째단편집에서작가는언뜻보면여자와사귀지못해안달이난것처럼보였지만사실은위장전략이었다.그당시작가는여자와사귀지못하는인기없는자신의이미지를즐기는게틀림없었다.그딴걸누가즐기나싶겠지만사실연애가뭔지도모르는사람이었기에가능한일이었다.아마도이은유가사라진이유는작가가실제로연애를시작하면서이위장이생각보다더참담하다는것을알게되었기때문일지도모른다.
둘째,스타일리시하게문장으로후려패던대상도점차사라졌다.대통령을날려버리다가(〈대통령항문에사보타지〉)이후민폐중년까지날리던(《월간주폭초인전》)그는알아버린것이다.아,내가바로그민폐중년이구나(실제로그는민폐도아니고중년도코앞이지만그래도알아서조심하는편이백번낫다.뭐든지예방이중요한법이다).
셋째,‘팬심’이사라졌다.그는로봇과애니메이션과성우를비롯한서브컬처와김꽃비(!)를사랑하며,그의작품에는팬심이동력이된경우도꽤많았다(〈일천만김꽃비가세종로를정복했을때〉,〈마이클잭슨고마워요사랑해요〉,〈구자형바이러스〉,《무안만용가르바니온》).그는자기자신보다자신이사랑하는것들에대해이야기할때더빛났다.그런데이팬심조차글에서사라지다니.실제로그의방에는아직도정체모를건담박스가반다이몰에서정기배송된것처럼차곡차곡쌓이는데왜글에서는더이상찾을수없는가.도대체dcdc는왜사라졌는가?이세가지징후를종합하자면하나다.이작가는나이를먹고말았다.

그래서,dcdc는어디로갔는가

젊은날의반짝반짝하던작가가점차누군가를후려팰수도없고(그누군가가나니까),빈정거릴수도없고(나를빈정대는것도한두번이지),무언가를열망할수도없다보니(나이먹고나니더이상이거파는사람이없어)그는작가로서가장큰매력이었던날붙이를더이상쓸수없다는결론을내린것이다.대신그는이전보다조심스러워졌고사랑할다른대상을찾았다.그렇다면이제나이를먹은dcdc는무엇이될까.
이질문의답이바로이단편집《공상연애소설》이다.이책은dcdc가홍지운이되어가는과도기를그대로담았다.dcdc의흔적은이책에서어렵지않게찾을수있다.〈우주에서돌아온지옥견라이카의복수〉에서는저대신죽으라고개를우주로날려버린인간에대한문제의식을,〈귀자모신나강전〉의이민자이자혁명가인슈퍼히어로인귀자에게서는들여다보지못한영웅에대한애정과감사를,〈눈물이많은거인〉에서는다정함조차윤리적으로들여다보는작가의결벽증을.이는이전의dcdc에게도있었지만화려한스타일에가려져있던윤리적이며다정한작가의문제의식이다.
첫번째단편집에비해주목받지못했지만두번째단편집《구미베어살인사건》에서그는이미동화와청소년을주인공으로한소설을썼고,곰인형을통해버려진존재들을들여다보았다.어쩌면이작가는그때부터이미빈정거리지않고,공격하지않고,찬양하지않고무언가에대해말하는방법에대해치열하게고민하고있었을지도모른다.dcdc는사라졌지만날붙이대신뭉툭한손잡이를남겼다.한때는칼의일부였으나,이제는누가손에쥐어도안전한손잡이를.이제dcdc가아닌홍지운은이손잡이에무엇이든꽂을수있다.

홍지운은누구인가

자,이제dcdc에대한이야기는이쯤하고홍지운에대해이야기해보자.이작품집에서는홍지운이라는작가가나아갈수있는두갈래길을보여준다.
〈당신이잠든사이에〉는그야말로정말잘쓴연애소설이다.첫번째단편집이섹스에대한은유가넘쳤다면이번에는‘연애’다.아주지극히당연한전개다.이제야뭘좀아는것이다.섹스가사건이아닌일상이되는삶에서어떤감정이자리잡게되는지.그래서사실이작품은소설이기도하지만작가를아는사람에게는연애비법서정도로읽힐수도있겠다.어떻게하면키가165센티미터도안되고작고마른몸집에,겨울이되면이를닥닥떨어가며컵라면을양손에쥐고궁상스럽게걸어가는남자가연애를할수있었는가.그건윤리적인다정함과명확한주제파악덕분이다.연애를글로배울거라면이단편을읽으라고하고싶을정도인데그이유는명확하다.내가이작품을읽고그와결혼하기로결심했기때문이다.(《무안만용가르바니온》을읽었을때는좋은동료로남아야겠다고생각했다.)
〈헌책방의왕〉은이책에서가장dcdc적이면서가장dcdc적이지않은,홍지운으로뻗어나가는분기점의작품이다.이작품에는이전의dcdc라면절대로나오지않을인물이등장한다.바로매력적인적대자손지상이다.그동안작가는빈정거리기위해적대자를등장시켰지만,이작품에서손지상은화자의존경과사랑이가득담긴인물이다.dcdc였다면이런인물은적대자가아닌주인공이었을것이며,그는특유의말재간으로자신이사랑하는헌책에대해찬양하고,책에파묻히는자기자신을빈정거렸을것이다.하지만홍지운의주인공은사랑하는대상에파묻히는것이아니라그에게서벗어난다.사랑했던세계와의작별이다.그럼에도그누구도빈정대지않는다.이미홍지운은아는것이다.파묻히는것도,떠나는것도모두사랑의방법이라는것을.이러한태도는작가의‘팬심’과도연결되는데이전까지의dcdc가‘팬심’으로글을쓰고무언가를찬양했다면이제홍지운은찬양하기를멈추고자신이사랑했던것을더오래들여다본다.
홍지운이앞으로어떤방향으로나아갈지는알수없다.하지만그는이제유쾌하게대화를나누고,여전히쉽게눈길이가지않는것에애정을느끼며,기혼오타쿠다.그의글은이제고양이털묻은뭉툭한손잡이에날붙이가아닌꽃몇송이가자리한다.이단편집을펼친독자에게이제는내가묻고싶다.

“아니,다정하지않나요?”
여전히좀웃기긴하지만.
―문아름,청강문화산업대학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