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말
“그렇게써도된다”는확답
우선한국SF에대한이야기부터하겠습니다.제가느끼기에는세개의테마가벤다이어그램처럼겹친채최신한국SF의주류영토를이룬듯합니다.하나는연대와다정함,공감,선의,환대,돌봄,다양성,소수자등각광받는진보적수사가휴머니즘과어우러지는영역입니다.둘째는SF의도구를알레고리로사용하여지금여기의문제를직설적으로말하는,‘참여SF’라고칭할법한영역입니다.셋째는관료제나대학원생이나직장인이중심축으로등장하고,일상적인한국인의삶에약간의트위스트를주는방식으로소소한감정의진폭을자아내는영역입니다.셋째에대해서는‘일상사회파’혹은‘관료제/사회드라마’같은이름을붙이고싶은데,자의적인분류와작명이니까깊이다루진않겠습니다.
하여간벤다이어그램바깥에서뉴웨이브나황금기스타일을구사하는작품도있지만,대중적인호응을얻거나문학상등을통해스포트라이트를얻는작품들은대체로저범주에속하는경향이있습니다.그런데개인적으로는그정서가거의와닿지않았고,겪어온삶또한거기에서제시하는것과는큰차이가있었습니다.다소혼란을느꼈지요.“내현실인식과세계관이잘못된것인가?독자에게소구하기위해서는이런것을이런방식으로다뤄야하는것인가?”그래서거기에부합하는글을써보기도했는데결국엔저자신에게솔직해지는것이가장낫다는결론에이르게되었습니다.그런의미에서이번수상은“그렇게써도된다”는확답으로느껴지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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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에코가쓴칼럼이하나있습니다.〈유명인을만났을때반응하는방법〉이라는제목으로,한국에도번역되어있지요.내용은사람들이친분없는유명인을마주칠때얼마나무례해지느냐에대한것인데,사실유명세라는단어에서알수있다시피알려진다는건언제나좋은일은아닙니다.호감에기반한관심조차나쁜방향으로작용할때가많습니다.
요컨대저는애정과호감이반드시선하거나좋은감정이라고생각하지않습니다.부끄러움을모르는명분이라는면에서는더욱나쁜것같기도합니다.예컨대사람은자신이타인에게호의와애정을표현하는것이그자체로은혜라고,혹은일종의청구권이라고여기는경향이있습니다.“내가너를이렇게좋아해서이만큼힘드므로나는네게이정도는요구할수있다”와같은태도는꽤흔하지요.한편으로는“내가이렇게널좋아했는데나를실망시켜?”와같은기묘한권리의식이있고,좋아함의형상에맞추어상대를좌지우지하려는경향까지나타나기도합니다.그리고그과정에서아주당당하게도,호감과선의를근거로제시합니다.
물론이런일에대해서는뒤틀린애정이나어그러진사랑이라는수사가적용되긴하는데,그런식으로우회로를만들면세상에잘못된감정이란없을겁니다.분노같은것조차도그렇습니다.의분이라는단어에서알수있다시피분노는의로운행동의동기이자연료가되고해방운동에강력한동력을제공하니까요.생산성에도도움이되고요.그러니까홧김에사람을죽인일에잘못된분노라는라벨링을붙이면어떨까요?솔직히말장난처럼들립니다.뒤틀린애정이라는수사학도마찬가지지요.
따라서여러가지동기가있습니다만,결국엔소설을통해감정과애정의본질적인징그러움이윤리와어떻게뒤엉키는지를그려내고싶었던것같습니다.이때방점의상당부분이윤리에찍혀있기때문에,소설의테마는감정의윤리,영원한타자의윤리라고도할수있겠습니다.
―단요,제3회문윤성SF문학상수상인터뷰중에서
추천사
매끈하고탄탄한문장,독자를단숨에이야기속으로끌어들이는능력이모든응모작중에서단연눈에띄었다.인공지능설계사라는소재는그간SF장르에서자주다뤄진소재인터라새로운방식으로다루기쉽지않은데도,진부함의함정에빠지지않고작가만의고유한이야기로써내는힘이뛰어났다.
_김초엽,소설가
미래의이야기지만현재의땅에도딱붙어있는이야기다.
_민규동,영화감독
신세기의엔터테인먼트와우울에대한이야기를감정형인공지능이라는소재와엮어낸소설이다.감정과관계를탐사하는이야기는종종현실을비추어내는듯위태롭다.기술의끝에서인간이추구하는것과끝내얻기어려울것이무엇인지에대한작가의탐색을응원한다.
_이다혜,〈씨네?21〉기자·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