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문윤성 SF 문학상 중단편 수상작품집

제3회 문윤성 SF 문학상 중단편 수상작품집

$16.80
Description
실험 정신으로 무장한 한국 SF의 첨단,
문윤성 SF 문학상 중단편 부문 수상작품집!
“SF라는 장르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흔히 문학 공모전의 폐단으로, 뚜렷한 장점을 갖췄거나 실험 정신으로 무장한 작품보다, 여러 사람들이 보기에 단점이 크지 않고 호불호가 크게 엇갈리지 않을 그저 그런 수준의 평범한 작품들이 수상 리스트에 오르게 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제3회 문윤성 SF 문학상 중단편 부문에서 그 어느 때보다 실험적인 전개와 새로운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수상작으로 많이 선정된 것은 한국 SF의 미래에 더 큰 기대를 품게 합니다.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SF라는 장르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저마다의 대답으로 보이는 작품들이 모였습니다. 네, 여기 제3회 문윤성 SF 문학상 중단편 부문 수상작들을 펼쳐봐 주십시오. 그리고 부디 저 질문에 더 많은 대답을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SF라는 장르로 여러분은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저자

지동섭,짐리원,고하나,임민규,민세원

동국대학교신소재공학과(주전공)와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부전공)에서공부했다.동대학원에서신소재공학으로석사학위를,포스텍에서화학공학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제2회포스텍SF어워드미니픽션부문에당선되어창작활동을시작했다.제3회문윤성SF문학상중단편부문대상을수상했다.

목차

대상
지동섭_물의폐_7
작가의말_37

우수상
짐리원_올림픽공원산책지침_39
작가의말_75

가작
고하나_러브앤피스_77
작가의말_121

가작
임민규_도서관신화_123
작가의말_159

가작
민세원_나와나의로봇개와너_163
작가의말_211

제3회문윤성SF문학상중단편부문심사평_221

출판사 서평

SF라는장르로무엇을할수있을까

중단편대상작〈물의폐〉는만장일치로대상에선정된작품이다.호수처럼잔잔하면서도그안을들여다보고싶게하는이야기의흐름,읽는사람의마음에아름다운풍경을떠오르게만드는서정적인문장의힘이압도적이었다.우수상〈올림픽공원산책지침〉은누군가들려주는괴담같은도입부에휙이끌려이야기를따라가다보면어느새마음이밝아지는산뜻한이야기였다.〈러브앤피스〉와〈나와나의로봇개와너〉는둘다실험적인전개혹은구성이돋보이는,낯설지만무척매력있는소설들이다.국내SF의넓어진스펙트럼을소개할때이작품들을맨앞에두고싶다.〈도서관신화〉는마치인공지능의의식의흐름을따라가는듯한다소숨찬재미가있었다.시작과끝이꼬리를물고반복된다는SF의고전적인테마중하나를작가만의스타일로잘해석한소설이다.
―김초엽,소설가

전히너무나많은작가분들이엄청난에너지를쏟아새로운글을쓰고있다는사실에새삼스럽게놀랐다.몇몇경계를아슬아슬넘나드는작품들을보며SF문학이라는단어의영역이조금씩넓어지는느낌도받았다.
중단편부문응모작들은장편보다더다양하고자유로운주제와형식으로눈길을끌었다.대상작인〈물의폐〉는이견이없는수작이었다.마음속으로김초엽스러움이라는은근한형용사가떠올랐다.우수상인〈올림픽공원산책지침〉은뻔뻔하고유쾌한시간여행물로서영상화를고려할때가장적합하다는공감대가있었다.
〈러브앤피스>는무생물의생물화라는기발한발상으로상상력이돋보이는우화였다.예전베르베르의단편을연상시켰다.〈나와나의로봇개와너〉는세미논문같은독특한형식미를갖춘실험적인작품인데,끝까지궁금함을자극했다.〈도서관신화〉는도서관이품고있는환상의여행지속성이광활한세계관속에펼쳐진다.
―민규동,영화감독

제3회문윤성SF문학상에서장편과단편모두에서수상작을내게되어기쁜마음이다.SF라는장르로무엇을할수있는지,어떤이야기의장이될수있는지,다양한시도를한작품들이눈에띄었다.다만인공지능과마인드업로딩,로봇을비롯해SF에서익숙하게볼수있는설정을바탕으로이야기를풀어낼때,풍성하게창작된한국SF소설들이이미보여준다양한시도들에대한이해를바탕으로한다면참신함도완성도도더뛰어난작품들이많아지리라는판단이들기도했다.창작되는SF작품이많아질수록,장르에대한애호와성실한학습이오히려새로움으로가는열쇠일수도있겠다.
중단편부문대상에선정된〈물의폐〉는상실과노스탤지어의정서를차분하게풀어낸수작이다.SF가아득한과거,혹은그리운미래를재현하는방식은이제놀라운것은아니지만,그럼에도불구하고여전히읽는이의시선을잡아끄는매력을가지고있는이야기들이이러한분위기를지니고태어난다.
―이다혜,〈씨네21〉기자

작가의말

<물의폐>는집에관한이야기입니다.‘생태’라고번역되는접두사‘eco’는‘집’을뜻하는그리스어‘oikos’에서유래했습니다.그리고‘우주’는‘집’을의미하는두한자를합쳐서만든단어입니다.또한,이소설은그집이무너지는이야기이기도합니다.견고한줄만알았던세상이무너지는이야기,아니,어쩌면애초에견고한것이없는세계에관한이야기입니다.배신당한마음이회복할수있도록도와주는건일종의복수심이아니라동정(同情,sympathy)일지도모르겠습니다.눈앞에있는문제를당장해결하기보다는같은꿈을꾸면서함께일상을살아가는것이야말로치유법일수도있겠습니다.라미하와키틀의여행을지켜보며,그들이당도한곳에서이소설의분량이다한것은그런이유때문일것이라고,이소설을쓰고한참이나지난뒤에야깨달았습니다.
―지동섭

끔찍한얘기는싫다고생각했다.‘진짜세계’가끔찍하다면더더욱.픽션속세계는슬프더라도끔찍하지않고,두려운만큼두근거리고,뭔가를잃더라도소중한것이남는곳이라면좋겠다고.그래서장르문학을좋아하게됐고,그래서<올림픽공원산책지침>을썼다.
<올림픽공원산책지침>은무엇보다사랑얘기다.날씨에대한사랑.같은시대를살아가는친구에대한사랑.근거없이들뜨는사랑.날씨앱을스와이프하는행위가실존적불안을주고,지난가을과같은가을이돌아올거라는간단한기대조차할수없는시대에,마음이조금은밝아지는얘기를쓰고싶었다.(성공했기만을바란다.)
―짐리원

어릴적읽거나봤던이야기들은온몸에새겨져있다.여름에대나무카펫에엎드려책을읽으면팔꿈치에자국이남았다.눌린자국이진할수록몰입한이야기였다.낮에는친구들과그이야기를몸으로실현했다.뛰어다니고소리지르고이름붙였다.집으로돌아오면다시대나무카펫에드러누워이런저런이야기를탐험하는일의연속이었다.
그런시절은어떤이야기들과함께끝이났다.끝난줄알았다.그러나이야기들은의외의순간에다시나타나곤했다.어릴때처럼친구들과몸으로이야기를실현하는건어려워졌지만때로는글로,때로는영상으로이야기를만들고있다.읽기와보기에할애하는시간만큼이나상상하는시간,직접이야기만드는시간이길어졌고그시간의일부가<러브앤피스>로이어졌다.
―고하나

〈도서관신화〉를쓰면서,나는무엇보다텍스트가가질수있는강점에집중했다.텍스트의큰강점중하나는컨텍스트안에존재한다는것이다.다시말해,모든텍스트는서로연결되어있다.예를들어,“Ihaveadream.”이라는텍스트를인종에관한텍스트와함께사용한다면,그의미는마틴루터킹의연설과함께해석될것이다.이것은전혀어려운개념이아니다.우리가언어를도구로사용하면서항상전제로깔아두는텍스트와그것에서파생되는사고의기본적인속성이다.그리고나는이강점을활용하여칼세이건이《코스모스》에서강조했던‘모두가연결된우주’를그것과는거리가멀어보이는‘신화’라는텍스트와동일한컨텍스트위에올려두는작업을진행했다.신화라는오래된서사로시공간의연결성과정보로서의물리를풀어나간것이다.물론,그안에서졸업을앞둔어리지도늙지도않은애매한나이의대학생이느낄만한평범한감성도함께담았다.그감성이란작은책상앞에앉아꿈꾸는큰세상이었다.그리고자그마한한사람이사유하는커다란시공간이었다.
―임민규

반복되는일상에완전히붙잡혀있는사람이자꾸마주치게되는빛이쏟아져들어오는출구들이있다.일상의다른지점과는동떨어져있는것처럼보이는이러한빛을마주치고지나치는경험도일상의일부이다.<나와나의로봇개와너>의단락들은그런식의일상에대한오마주들이다.
“미래는사람의얼굴처럼숨길수없이밖으로나와있다.자기를보여주고싶어하기때문에.압도당하는것에는다무언가가예견되어있다.아주작은예감이어도.잘후벼파보면.”이라고소설에썼다.이런예감들은삶곳곳에흩어져있기때문에이들을잘모아두기위해소설을쓴다고생각한다.
―민세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