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론적 외톨이 모형

확률론적 외톨이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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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국 양대 SF 문학상을 모두 거머쥔, 괴물 작가 이신주 네 번째 소설집
한국 SF를 대표하는 양대 공모전, 〈문윤성 SF 문학상〉과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에서 모두 ‘대상’을 거머쥔 천재 작가 이신주의 네 번째 소설집. SF와 판타지, 호러로 나누어 냈던 세 권의 소설집에 더해, 이신주 소설의 엑기스를 맛볼 수 있는 이야기들을 모았다.
저자

이신주

저자:이신주
2018년제3회한국과학문학상중단편부문대상,2022년제2회문윤성SF어워드중단편부분대상.
2020년《웹진크로스로드172호》,2022년《세계괴담모음》,《이달의장르소설2호》,《이달의장르소설3호》,《당신곁의파피용》,2023년《어션테일즈5호》,《과학잡지에피23호》등다수의앤솔러지및정기간행물에작품수록.
2023년단편집《공산주의자가온다!》《균형잡힌기적》《일곱번째약속》,중편소설《기다리며꾸는꿈》출간.
나열된수상및집필이력을언젠가“이걸다싣기엔너무긴데요….”라는말과함께출판사로부터반려당할수있도록,그때까지자판괴롭히기를멈추지않는건실한이야기꾼이되고자노력하고있음.

목차

01_이세계귀환담7
02_2집83
03_미완의삶125
04_부분점수141
05_식후경165
06_유한무한207
07_밀실진담229
08_작은발걸음267
09_확률론적외톨이모형313

작가의말343

출판사 서평

작가의말

같은것을두고도할수있는다른이야기들이있을것이고,다른것을두고도할수있는같은이야기들이있을것입니다.SF는그모두가동시에진행되는장르인것같습니다.별천지의배경과전제속에서도여전히우리의심금을울리는무언가가나오기도하고,반면우리에게지극히익숙한배경속에서도전혀예상할수없는곳으로발돋움하는무언가도있으니까요.꼭SF만그런것은아니겠지만그럴싸해보이는말이다그렇지요.

<이세계귀환담>
18년여름의글입니다.도움을준단어는실피움,‘1945년종전의규정에의한학교졸업자자격인정령’입니다.평범하지않은단어들로생각을굴리다보면소재를구하기쉬울때가있습니다.평범하지않은순간이나그런뉘앙스를포착하면글로다듬기쉬워지니까요.물론정말평범하지않은장인이라면평범한단어들만으로도평범하지않은이야기들을평범하게떠올릴수있는평범하지않은경지에올라야합니다.그러면서도평범한것이란무엇인가에대한기준을평범하게유지해야만평범하지않은것이얼마나평범하지않은지알수있습니다.

<2집>
21년여름의글입니다.도움을준단어는다소곳이,덕목,서슬,‘카피약’입니다.제네릭이라고도부르는카피약은개발된약의특허가만료되어다른회사에서동일한성분으로출시된약을뜻합니다.글을쓸때는없던여러종류의생성형AI들은만들어진(Artificial)지성의머리글자가될수도있고반대로혐오스러운(Abominable)지성의줄임말이될수도있습니다.진정한생각이무엇인지,그런게있기나한건지에대한질문과그에항변하는대답의양은언제나불균형한모양새를유지하게될지도모릅니다.

<미완의삶>
17년여름의글입니다.도움을준사진은진창에빠진차를밀고있는사람들과연구에매진하고있는과학자들입니다.사진은엄청나게못찍거나잘찍지않은이상웬만하면그안에이미자세하게이런저런것이규정된상황을담고있습니다.그래서거기에서출발한생각들은글이되기보다는팔다리가얽매인채의짧은발상에서그칩니다.무언가를연구하는과학자가아니라그들이연구하는무언가의시선에서,특히그무언가가원래는시선을가질수도없는무생물이었을때의상황으로억지로탈출을시도해볼수있겠습니다.

<부분점수>
21년여름의글입니다.편안하고익숙해진일을하다가자기도모르게,혹은외인이뒤섞여저질러진아주작은실수에도그야말로‘삔또’가나가버려될대로되라고손을놓아버리는사람들이있습니다.분명자신이잘하는것이고계속물흐르듯그렇게되어야하는데단한번의실수라도저지르는순간그때까지의자신의역량과노력전체가부정당하는기분이되어서그렇습니다.부분점수라도챙겨야겠습니다.

<식후경>
20년겨울의글입니다.도움을준단어는저녁달,옥수수,수호지입니다.그밖에도북미식품기업팝시클사의90년대‘팝시클존’선전들도도움이되었습니다.사실하나의글에‘도움이된’것들을이것저것열거하기시작하면글과같거나더긴분량의무언가가만들어질것같습니다.뭔가가되거나되지않을,뭔가를하거나하지말아야하는이유들도그와마찬가지로찾거나만들고자하면얼마든지있을것같습니다.그럴때필요한것이야말로다양한관점과견해를두루살핀뒤어느것하나소홀히하지않고자신만의고유한가치관으로녹여낼수있는생각의힘이겠습니다.

<유한무한>
19년가을의글입니다.도움을준단어는초장,선봉대,폴터가이스트입니다.초장은어디로사라진걸까요?혹시회를찍어먹는초고추장이아니라일의첫머리라는뜻으로해석해야하나요?글에서미각만큼이나홀대받는감각도드뭅니다.대접받기로는시각이으뜸이고(푸르른하늘을배경으로…)그다음이청각이고(아이들의환호성이들려왔다…)이따금후각과촉각이조망받는한이있더라도,미각은아예화려한묘사를대동한채글의중심이되거나서술내내전혀언급되지않거나둘중하나입니다.오감을두루자극할수있는,그래서실상은종이에쓰인평면의텍스트에불과할지언정읽는이의상상력을최고의경지로끌어올릴수있는그런글이가장좋겠습니다.

<밀실진담>
20년겨울의글입니다.도움을준단어는분신자살,옷걸이,뺑소니입니다.여섯개의무언가들은의도한부분과의도하지않은부분이뒤섞여전부어딘가에서본뜬모양이되었습니다.단하나만으로도작품의시작과보통은끝을장식하는무시무시한것들을여럿모아놓고,반대로우스꽝스러울정도로께느른한분위기에담가휘저으면뭐가나올지궁금할수도있습니다.

<작은발걸음>
20년여름의글입니다.도움을준단어는세일러복,스포트라이트,폭동입니다.어리둥절해지는조합인데다가글과관련도없어보입니다.가끔은침목이되라고괴어둔단어들을벗어나전혀엉뚱한모양과방향으로의글이완성되곤합니다.우선순위를잊지않는것이중요하겠습니다.하나의글을창안하는것이물론주어진단어들을고분고분따르는것보다중요한일인것같습니다.규칙을깨지않도록노력해야하지만,이미깨진것을두고스스로를혹독하게담금질하기보다는좋은게좋은거지~라며넘어가는자세도나쁘지않겠습니다.고백하자면진짜도움이된것은<갓오브워>(2018)에등장하는일련의발키리들입니다.

<확률론적외톨이모형>
17년겨울의글입니다.도움을준단어는기둥,거울입니다.제목의원안이된어떤과학용어가있었지만지금다시찾을수가없는것같습니다.어쩌면처음부터그런용어는없었을수도있습니다.어쩌면기억하는것과전혀다른모양을하고있을수도있습니다.무엇도확정할수없는공백이란실은아무것도없는곳이아니라무엇이든될수있고할수있는희망의장소일지모릅니다.이런식의얄팍한문장만은그러나그안에없었으면좋겠다고생각하는게이상한일은아닌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