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말
휴고상과네뷸러상을받은내소설들은모두제목이P로시작했다
이소설은중요한SF문학상을받은작품이다.가장중요한SF문학상이란매년세계SF컨벤션에서시상하고컨벤션회원(독자)이투표로결정하는‘휴고상’과미국과학소설작가협회(전문가)가수여하는‘네뷸러상’을말한다.이소설은네뷸러상을수상했다.
인간이노력을기울인많은분야에서상을주는것을보면,사람들이상을좋아하는모양이다.조지C.스콧이나말론블란도수준으로까다로운사람이아니라면,상을받는것은유쾌한일이다.하지만당신도알다시피,그들이옳았다.험프리보가트는역할이다른배우들의연기를비교하는것은어리석다고지적했다.어떤역할은어렵고,어떤역할은쉽다.어떤역할은연기를전혀요구하지않는데,많은할리우드스타들이실제로‘연기’를못하므로그건괜찮다.친구들이친구들에게투표한다.사람들은표를얻기위한캠페인에돈을쓴다.
험프리보가트는모든배우를같은작품에서연기를하게해서심사위원단이결정하자고제안했다.내가볼때는말이되는소리다.
내가‘P요소’라고부르기시작한것이있는데,휴고상과네뷸러상을받은내소설들은모두제목이P로시작했다.
물론아무의미도없다.하지만내가휴고상을받기직전까지갔던다른작품의이름이〈캔자스의유령(ThePhantomofKansas)〉이었다는사실을덧붙이면,정말로그런게아닐까하는생각을피하기힘들다.〈캔자스의유령〉은그해휴고상최종후보에딱두작품이올랐기때문에수상에실패했다고들었다.(물론,그해휴고상을받은그단편은꽤좋았다.실은,매우훌륭했다.그작품은다름이아니라아이작아시모프의〈바이센테니얼맨(TheBicentennialMan)〉이었다.)
내가단편소설을쓰기시작한지얼마되지않았을때,토머스M.디쉬가어떤사설에(어느잡지였는지는기억나지않는다)그가‘노동절그룹’이라고이름붙인사람들에대해썼다.이것은실제로존재하는음모집단이아니라,70년대에SF작가로경력을시작한사람들을말하는것이었다.본다N.매킨타이어가그그룹에들어있었고,스파이더로빈슨과나,그리고다른작가대여섯명도있었다.토머스는우리가항상휴고상을염두에두고소설을쓰기시작한다고주장했다.또우리가휴고상의투표권을가진사람들에게알랑거린다고비난했는데,휴고상투표권자들은SF독자중다소적은비율로서,특정연도에세계SF컨벤션에참가하기위해돈을지불하고휴고상에투표할자격을얻은사람들이다.세계SF컨벤션은매년다른도시에서개최되며,현재는5천명이넘는사람들이참가하는행사로성장했다.이행사는미국의노동절주말에열린다.따라서토머스가이름붙인‘노동절그룹’이라는용어에는,우리가조직적인팬덤출신이며절대로컨벤션을빠지지않기때문에노동절에모두모일거라는의미가담겨있다.우리가노동절에열리는컨벤션에서휴고상투표권자들이SF에원하는것들에관한정보를교환했다는것이다.그리고문체가지나치게도전적이지않고,우울하기보다는고양시키며,실존적불안보다는삶에대한긍정적전망에더욱관심을기울인다.뭐,그런다는이야기였다.
첫째,그사설이나왔을당시나는세계SF컨벤션에한번도가본적이없었다.지금까지따져봐도딱두번가봤다.
둘째,휴고상을받으려고캠페인을전개하는것은저급한취향으로여겨지고,내가아는어떤작가도작년에시카고에서봤던것같은,그리고지금콜드마운틴에서보고있는것처럼공중파를광고로채울예산을가지고있지않기때문에,휴고상투표권자들의호감을얻을수있는유일한방법은좋은이야기를쓰는것이다.이건인정하겠다.나는소설을하나마치면,연단에서서은으로만들어진로켓우주선트로피를받는모습을상상하곤했다….하지만작품을쓰기전이나쓰는동안그런생각을해본적은전혀없다.
미안하다.그냥털어놔야겠다.내가앞서말했듯이,상이라는건따지고보면의미가없다.어떤사람에게상이필요하겠는가?
이제나는다음장편소설집필작업으로돌아가야한다.최근에발간한《붉은천둥(RedThunder)》의속편이될것이다.나는존D.맥도널드가《트래비스맥기(TravisMcGee)》시리즈에서그랬듯이제목에색깔을넣을생각이다.지금당장은여러생각이떠올라서결정을못하고있다.자주색천둥(PurpleThunder)이나을까,분홍색천둥(PinkThunder)이나을까?
암갈색(Puce),암자색(Petunia),주황색(Poppy),민트색(Peppermint),밝은보라빛을띤청색(Periwinkle)….
나는시각장애인을몇사람안다.그첫번째사람은엘머인데,조부모님댁이있던텍사스주코시카너의우체국에서신문과사탕,담배판매대를운영했었다.시내에살때,매일할아버지와나는우체국까지몇블록걸어가우편물을받아왔는데,우리는항상멈춰서엘머와이야기를나눴다.엘머는내가얼마나자랐는지보기위해내머리위에손을얹곤했다.대개는“많이자랐네”라는이야기를들었다.나는마침내198센티미터로정점을찍었다.나는여러차례그곳에앉아만화와SF잡지를읽으며즐거운오후를보냈다.내평생훔쳐본거라곤SF밖에없지만,엘머가파는것은절대로훔치지않았다.내가아무리SF중독자일지라도그렇게저급한짓은하지않았다….게다가내가잡지를훔쳐청바지에집어넣을때엘머가듣지못할거라고확신할수없었다.그는그정도로훌륭했다.
코시카너는내가어렸을때멕시코만연안의비참함에서벗어날수있는피난처였다.여름의대부분을그곳에서보냈고,우리가족은한달에적어도한번,보통은두번씩주말에차를타고편도로4시간걸리는거리를갔었다.텍사스주에서그정도의거리는아무것도아니었다.코시카너는어린소년에게는천국이었다.완전히녹슨쇠와까칠까칠한나무로만든괴상하고우스꽝스러우며특이한놀이기구가10여개있는공원이있었다.아이를싫어하는미친기술자가설계한게틀림없었다.개인상해전문변호사라면그놀이기구들을보자마자파블로프의개처럼침을흘렸을것이다.어떤놀이기구를타더라도손가락하나정도는순식간에잘려나갈수있었다.나는그런기구들에서노는게재미있었다.마지막으로내가갔을때는모두사라지고,대신부드럽고해가없는플라스틱놀이기구로바뀐상태였다.랠프네이더가코시카너에와서…망쳐놨다.단언컨대,지금의세대에는겁쟁이들만잔뜩있을것이다.
그러나코시카너에서단연코가장좋았던것은내할아버지의가게였다.그가게는‘듀크앤에어즈(Duke&Ayres)’라는체인점으로저렴한물건만판매하는잡화점이었다.텍사스출신이아니라면그체인점에대해들어보지못했을것이다.‘울워스(Woolworth)’와비슷한데,다만더작고더저렴했다.할아버지가게는높은양철천장이있고길고좁았으며,나무로된판매대들사이의통로가두개뿐이었다.여성판매원이계산대뒤에서서고객을기다렸다.
천장에는당시최신조명이었던형광등이줄지어달려있었는데,하나씩따로따로켜야했다.할아버지가나를목말태우고한통로로갔다가다음통로로가면,내가형광등줄을하나씩당겨서켰다.형광등은5분동안깜빡거리다불이들어왔다.내가충분히자란후에는매일아침7시에통로를달려가며펄쩍뛰어줄을당겼다.여름에는천장에달린선풍기도켰다.
가게의위층은사용하지않았는데,스티븐킹소설의배경으로어울릴만한장소였다.방들이논리적이지않은방식으로연결되어있었는데,알고보니예전에한때는전문직들이사용하던사무실이었다.아마1920년대석유호황당시사무실로사용했을것이다.그당시코시카너는지금보다훨씬더컸다.2층은창고로쓰였는데,싸구려잡화점의창고에서는온갖물건을찾을수있었다.뭐든지다있었다.침을뱉는개수대에아직도피가말라붙어있는낡은치과의자도있었다.오래된잡지와신문,금속으로만든연하장전시대,엽서더미,유리와유리절단용작업대,세기가바뀔무렵의낡은옷가지,그리고엄청난거미줄이쌓여있었다.물건들에서는거미와쥐똥,쉰내,곰팡이,흰곰팡이,그리고썩어서말라붙은냄새가났다.벵골호랑이만한먼짓덩어리들이있었다.2층창고에는조명이없었지만,우리는손전등을가지고올라가는건‘비겁한짓’이라고생각했다.간단히말해,그창고는아이들의천국이었다.
다른무엇보다,창고에는마네킹이있었다.일부는몸집이크고,대머리이며,발가벗었다(물론성별도없었다.당시는마네킹의가슴에젖꼭지도달리지않았다).몇개는옷이입혀져있었다.내가고개를돌리면,거기에있는모든마네킹이어둠속에서움직였다.그것으로충분하지않다면,거기에는몸뚱이부위들이있었다.절단된팔과다리,머리,몸통이넘쳐흐르는상자들.그것들을조립하거나격렬하게분해하기도했다.그렇게놀다보면고급장난감가게인‘파오슈와츠’나유치원에서해주는동화시간같은건금세잊어버렸다.그다락방은이야기를찾아내는곳이었고,나와내친구들은프랑켄슈타인박사도깜짝놀랄이야기들을찾아냈다.
할아버지는가게에있는거의모든상품을그동네에서가장싼가격에팔았다.할아버지의손님은대부분흑인이었는데,그들은말그대로빈민가에살았다.그래서나는당시또래의전형적인텍사스백인소년들에비해흑인들을많이알았다.그리고할아버지는매년그지역의울워스나뉴베리체인점보다훨씬많이팔았다.그리고검안사인융거만박사보다안경을많이팔았다.사탕판매대에는커다란유리상자안에이를썩게할50가지의사탕이쌓여있었다.나는원하는건뭐든지먹어볼수있었으며,나중에는할아버지를도와서페니가격에사탕을퍼주기도했다.기다란장난감판매대도있었다.나는대부분의시간을장난감판매대뒤쪽바닥에서보냈다.여성판매원들이나를넘어다니는동안,나는각상품이진정으로놀만한가치가있는지확인하는,중요하고결정적이며까다로운제품검사작업을수행했다.성가신일이지만,누군가는해야했다.나는품질관리도담당했다.운송중에뭔가고장이날경우할아버지가그사실을기록하고제조업자에게알리면돈을지불할필요가없었다….그런후동생이나나에게그물건들을줬다.고장이났나요?큰일이네요.곧우리가열심히가지고놀면어차피엉망이될텐데,처음에살짝깨진걸누가신경이나쓰겠는가?크리스마스아침에할아버지가게에는댈러스니만백화점의전시품과견줄수있을정도로망가진물건이많았다.
시각장애인엘머부분을제외하고는이모든이야기가이번에소개하는작품과아무상관도상관없지만,코시카너를언급하지않고는이책을넘길수없었다.
내가착각했을수도있지만,토머스M.디쉬가‘노동절그룹’이음모같은것으로휴고상을받았다고주장하면서,이소설〈잔상〉을그사례로든것같다.그랬다면,성공했다.그랬다면,계속그렇게하라.나는그전이나후에쓴어떤이야기보다이작품이자랑스럽다.하지만이전에다른몇몇작가들이말했듯이,이작품을온전히내가만들어냈다고는생각하지않는다.이소설의출처는정확히밝힐수있다.어머니들이임신중풍진에걸리는바람에시청각장애인으로성장한한세대의아이들에관한신문기사였다.마치베이비붐처럼시청각장애인인구가엄청나게증가했지만,그들의특별한요구에대처할수있는사람들은충분하지않았다.나는그들이어떻게되었는지모른다.그들대부분이신체장애에도불구하고많은일들을할수있었을거라믿는다.인간이라는동물의적응력에는거의한계가없기때문이다.그들의곤란한처지가이소설에영감을주었다.그리고거의저절로써졌다.그리고집필을마쳤을때울음이나왔지만,그이유는모른다.솔직히말해,나는그눈물이어디에서왔는지몰라도,매일밤다시울고싶었다.
이소설은지금까지썼던어떤작품보다직접적으로,혹은편지로가장많은반응을받은작품이다.사람들의반응중에는“그이야기가내삶을변화시켰어요”라는것도있었다.그런반응덕분에얼마나기뻤는지는이루표현하기힘들다.이소설은장애인을위한주차공간과화장실특별칸이생기기전장애인인권운동이성장하던시기에썼다.이단편을써줘서감사하다고내게말씀해주신분들중많은분이장애인이었다.이소설은사람들에게깊은감동을주는것같다.
여러분에게도감동을주길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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