둠즈데이북(합본판) (코니 윌리스 장편소설)

둠즈데이북(합본판) (코니 윌리스 장편소설)

$27.80
Description
휴고상, 네뷸러상, 로커스상 동시 수상작
옥스퍼드 시리즈 첫 장편, 코니 윌리스 대표작
옥스퍼드 역사학도 키브린이 펼치는 파란만장한 중세 체험기
원인 불명의 질병과 싸우는 인간 군상의 파노라마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 가능해진 2054년, 옥스퍼드의 역사학도 키브린이 14세기 중세로 홀로 역사 연구를 떠난다. 지도 교수 던워디는 위험등급 10의 중세로, 특히 “어린 여학생 혼자” 시간 여행을 떠나는 것을 극구 반대하지만, 총명하고 씩씩한 수제자 키브린은 뜻을 굽히지 않는다. 그런데 키브린이 시간 여행을 떠나자마자 ‘강하’를 담당한 기술자가 “뭔가 잘못되었습니다”라는 말을 남긴 채 갑자기 쓰러지고, 키브린 역시 중세에 도착하자마자 원인 모를 고열로 정신을 잃고 마는데….

“우리가 불안해하는 일은 단 하나도 일어나지 않아.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그건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겠지.”

지금까지 휴고상 11회, 네뷸러상 7회, 로커스상 12회를 수상하며 명실상부한 SF 그랜드마스터이자 지존으로 자리잡은 코니 윌리스의 대표작이자, 단편 〈화재감시원〉의 세계관을 이은 옥스퍼드 시간 여행 연작의 첫 장편소설. 발표 즉시 휴고상과 네뷸러상, 로커스상을 휩쓸었고, 독일과 스페인의 SF 문학상까지 받은 글로벌 베스트셀러. 아마존 〈죽기 전에 읽어야 할 SF와 판타지 100선〉 선정. 이번 한국어판은 지난 2018년 두 권으로 분권해서 냈던 책의 합본판이다.
저자

코니윌리스

1945년12월31일미국콜로라도주덴버에서태어났고,본명은콘스탄스일레인트리머윌리스다.오랫동안교사로일하면서여러잡지에작품을기고했지만별다른관심을끌지못하다가,1982년단편〈화재감시원〉이휴고상과네뷸러상을동시에수상하며주목받기시작했다.〈화재감시원〉을표제로한단편집《화재감시원》(1985)은그해〈뉴욕타임스〉주목할만한책으로선정되었다.
첫번째장편소설《링컨의꿈》(1987)으로존캠벨상을받았고,1992년에발표한《둠즈데이북》으로휴고상과네뷸러상은물론로커스상을휩쓸었고,1998년에발표한《개는말할것도없고》로20세기후반에서21세기로이어지는SF문학계에코니윌리스전성시대의문을열었다.12년만에발표한《블랙아웃》(2010)과《올클리어》(2010)로휴고상과네뷸러상,로커스상을동시에석권하며시리즈의모든책이휴고상을수상한최초의작가가되었다.
장단편을넘나드는왕성한작품발표로휴고상11회,네뷸러상7회,로커스상12회수상등역사상가장많은메이저SF문학상을받은작가로손꼽히며,2009년SF명예의전당에헌정되었다.2011년에는그모든업적과공로를아울러,역사상28번째로‘그랜드마스터상’을받으며명인의반열에올랐다.이후에도《크로스토크》(2016),《로즈웰가는길》(2023)등을발표하며꾸준히작품활동을이어가고있다.

목차

1부_011
2부_175
3부_523

출판사 서평

철저한연구와뛰어난글솜씨,잘연마된본능이조합되어
평범한SF가다루는영역을훌쩍뛰어넘었다.
-〈커커스리뷰〉

고통과희망을함께아우르는놀랄만한작품.
최고의SF작가가쓴최고의작품.
-〈덴버포스트〉

★★★★★ 1993년휴고상수상
★★★★★ 1993년네뷸러상수상
★★★★★ 1993년로커스상수상
★★★★★ 1994년독일쿠르드라스비츠상수상
★★★★★ 1995년스페인이그노투스상수상
★★★★☆ 1992년영국SF협회상최종노미네이트
★★★★☆ 1993년아서C.클라크상최종노미네이트
★★★★☆ 1996년프랑스이마지네르상최종노미네이트


영국비밀정보부‘서커스’국장과옥스퍼드역사학부‘던워디’교수의공통점

존르카레에게조지스마일리가있다면코니윌리스에게는제임스던워디가있습니다.키가크고성마른느낌이드는초로의남자입니다.안경을쓰고있고요.냉정해보이지만정이많은사람입니다.그러고보니토마스알프레드손감독의영화〈팅커테일러솔저스파이〉에나온버전의조지스마일리와닮았네요(오히려소설의스마일리와게리올드만은하나도닮은데가없죠).던워디는21세기중반의옥스퍼드대학역사학과교수입니다.역사학자들의특권이라할수있는과거로의시간여행을수없이기획하고감독했지요.코니윌리스의옥스퍼드시간여행시리즈에는모두이사람이등장합니다.
던워디가하는일도스마일리와비슷합니다.던워디는직접현장에뛰어들기도하지만,대개는현장에투입될요원들을감독하고작전을기획합니다.시간여행중인역사학자들은사보타주를할수없다는점만제외하면스파이와비슷합니다(정해진역사의흐름을방해하려는행위는인과율을거스르는일로써,실행될수없습니다).과거로간역사학자들은자신이정말로어디에서왔는지,진짜정체가무엇인지밝혀서는안됩니다.역사학자들은자신이투입될시공간에어울리는사람으로위장합니다.역사학자들의주요업무는정보수집입니다.아무도알아차리지못하게섞여들어가서필요한정보를확인하고유유히사라지는것이죠.사실그렇게대단한일들은아닙니다.성당을복원하려는데어떤물건은자료가유실되어서생김새를알수없으니직접과거로가서보고오라는식이죠.그래서시간여행은냉전시대스파이들의삶과는달리대개별일없이진행됩니다.냉전도,철의장벽도,숙명적인적도없습니다.옥스퍼드는‘서커스’가아니죠.애초에목숨을거는작전같은건기획하지않습니다.그러니까현장에투입된요원들만주의하면됩니다.가장중요한원칙은다음과같습니다.스파이들과마찬가지로,현장에있는어떤것도사랑하지않으면됩니다.사람이나건물,그리고고양이같은것들을요.


던워디교수의비밀스러운마음

옥스퍼드시간여행시리즈의첫작품인단편〈화재감시원〉의주인공,옥스퍼드의역사학부학생바솔로뮤는그런면에서시간여행에잘어울리는인물입니다.바솔로뮤는심드렁합니다.시간여행에대해큰열망을가진인물은아니었죠.역사에대해서도마찬가지고요.그냥졸업을위해경험이필요했을뿐입니다.그러나2차세계대전중의런던으로투입된바솔로뮤는성폴대성당을사랑하게되었죠.바솔로뮤는이성당이독일군의폭격으로부터살아남을거라는사실을알고있었습니다.개입할필요가없었죠.그렇지만바솔로뮤는최선을다해성당을폭격으로부터지키고자애씁니다.던워디교수는바솔로뮤에게너무애쓰지말라고하죠.어차피시간여행자들은역사에영향을미칠수있는존재가아니라고요.역사는정해져있고시간여행자들은관찰이외의일을했을때는오히려사고만일으킨다고요.바솔로뮤는던워디에게항변합니다.세상은그런식으로돌아가지않는다고요.사람의마음은수치와자료만으로좌우할수있는게아니라고요.그결과와성패를미리알고서도어떤일을할수밖에없을때가있다고요.던워디가이항변을어떻게받아들였는지는잘드러나지않습니다.코니윌리스의팬이라면이사람이좀신경이쓰일겁니다.코니윌리스는캐릭터의선악을확연히구분하고악역의경우인정사정없이꽉막힌인간들을만들어냅니다만,던워디는이상하게예외적인캐릭터죠.던워디는좋은사람같지만이상하게냉소적이고속내를잘드러내지않습니다.이사람한테는뭔가더있을거라는생각이들게만들죠.알고보니정말로그랬습니다.〈화재감시원〉에서아주짧게언급되고지나가는사건,키브린이라는학생이중세에갔다가무시무시한고생을했던사건이던워디의세계관을바꾸었으니까요.
옥스퍼드시간여행시리즈의두번째작품이자시리즈에서가장긴소설인《둠즈데이북》은시리즈내에서시간상으로는가장먼저있었던일입니다.프리퀄이죠.키브린이라는학생이중세에갔다가무시무시한고생을했던사건을다루고있습니다.이열성적인학생은최고로위험한시대로꼽히는중세로가겠다고우깁니다.던워디는그고집을꺾지못했죠.그리고이런저런불운이겹친끝에사고가납니다.사고는2054년에있는던워디의세계와1300년대로투입된키브린의세계에서동시에일어납니다.두시대의옥스퍼드에서모두전염병이발발하죠.전세계적인전염병대비시스템이갖춰진시대와민간요법에의지할수밖에없었던시대가번갈아가며이야기를이어갑니다.
그런데2054년과1300년대로나뉜두이야기에는공통점이있습니다.모두자신이사랑하는것들을먼저보호하려한다는거죠.불가피하게우선순위가생겨납니다.던워디의경우에는키브린입니다.키브린은던워디를잘따랐던총명하고열성적인학생이었고,던워디는자신이그런학생을위험에빠뜨렸다는사실에커다란죄책감을느낍니다.그때그걸다시검사했어야했는데,이걸한번더봤어야했는데,아니애초에중세에가지못하게해야했는데.던워디는키브린이정확히어떤상태에있는지,어떻게과거로부터구해낼지고민하느라치명적인인플루엔자가퍼진옥스퍼드를정신없이뛰어다닙니다.병에걸려사경을헤매는사람을추궁하고,며칠동안잠을자지못한동료를채근하기도합니다.던워디는코니윌리스의세계에서‘선(善)’에속하는사람이죠.던워디는자신의우선순위(키브린)때문에다른사람들이더고생한다는사실을잘알고있습니다.그러나어쩔수가없지요.던워디는자기마음을어쩔수가없다는사실을깨닫고또깨닫습니다.방법은하나뿐입니다.마음이원하는일을마지막까지계속하는것뿐이죠.〈화재감시원〉에서냉정해보이던던워디는사실마음이어떻게사람을움직이는지알고있었던겁니다.던워디가냉정한이유는애초에마음이쓰일일이없도록노력하기때문입니다.던워디는착한사람입니다.아마다시사고가발생한다면던워디는또뛰어들겁니다.그러나《둠즈데이북》을통과한던워디는그노력이얼마나커다란희생을요구하는지알고있죠.마음은딱소중한만큼위험합니다.그리고리더는조직원들이맞닥뜨릴수있는모든위험을가능한한배제해야하죠.《둠즈데이북》은코니윌리스의세계관에서유독특별한캐릭터인던워디가어떻게만들어졌는지를보여줍니다.


그리고독생자를주셨나니

한편,중세에서키브린이겪은일들은〈화재감시원〉이제시한또다른주제를확장합니다.바로정해진운명앞에서무기력한인간이세계를어떻게받아들여야하느냐는문제입니다.중세에간키브린은여러사람을만납니다.좋은사람들도있고나쁜사람들도있죠.그리고전염병이사람의선악을가리지않고골고루퍼집니다.키브린은착한아이들과선한사람들이살아남기를바라지만,운명은키브린의기원에아무런관심이없습니다.키브린은인과율을건드릴수없죠.키브린이아무리애를쓰더라도과거의역사속에서병으로죽은사람을살릴수는없습니다.그러나마음은어쩔수가없지요.좋아하는사람들이죽어가는모습을바라보기만할수는없어요.키브린은자신의목숨까지걸어가면서사람들을구하기위해최선을다합니다.그리고그과정에서세계와운명에대한믿음을잃어갑니다.키브린은깨닫지요.역사는비뚤어질수밖에없었다고요.선하고자신을희생할줄아는이들은모두타인을위해죽음을불사했고,스스로의의무를저버리고비겁하게도망친이들은살아남아새역사의주인공이되었다고요.
그렇다면신은어디에있을까요?그어느시대보다도신의뜻을좇아살아가던중세의선한사람들을저버린신은어떤가르침을주려는것일까요?코니윌리스가좋아하는‘크리스마스단편’중에는아서C.클라크의〈동방의별〉이있습니다.이단편은질문으로끝납니다.만약신이존재한다면,우리가그뜻을헤아릴수는있을까?바꾸어말하면이렇습니다.만약신이인간의사고방식을초월한존재라면(당연히그렇겠지만),신이선한의도로내린은총이그걸받아들이는인간에게는고통이될수도있지않을까?만약그렇다면,이해하지도못할신의뜻을받아들이기위해고통을겪는건대체어떤의미가있을까?
아서C.클라크는여기서멈춥니다.존재한다는증거를찾을수없고,문명이발달할수록그심리적효용조차줄어드는신을받아들일이유가없으니까요.클라크는(종족으로서의)인류를사랑했고구원의가능성을늘탐색했지만,신으로부터는어떤긍정적인메시지도끌어내지않았습니다(광고:《낙원의샘》을꼭읽어보세요).
그런데기독교신앙을소중히여기는코니윌리스는여기서다시출발합니다.인간을둘러싼운명이때로잔혹한건사실이죠.이걸부정할수는없습니다.그렇다면신은존재하지않는걸까요?코니윌리스는인간바깥이아닌내면을향해시선을돌립니다.만약신이존재하지않는다면이세상에소금처럼존재하는선한이들은어디서온걸까하고요.코니윌리스는심지어스스로를죽음으로몰아넣으면서까지신의뜻을이어가는선한인간들이야말로신이남긴흔적이아닐까하고묻는듯합니다.어쩌면신은이세상을만든뒤에다른곳으로떠나갔거나무슨사정이생겨서관리할수없는상황에처했을지도모르죠.아니면그냥오랫동안자리를비우는중인지도모릅니다.어쨌든,태초에신이있었고인간이그를본떠만들어졌으므로,그의피조물중일부는현재부재중인신의선함을기억하고신이행했을법한일들을대신해내지요.코니윌리스는(몇몇)인간스스로의고결한마음속에서선한신의흔적을찾습니다.
이렇게보면《둠즈데이북》은코니윌리스의종교적묵상같습니다.중세로떨어져지상의운명과홀로싸우는키브린은작품내에등장하는성경의복음서(특히〈마태오의복음서〉)와직접연결돼있습니다.키브린은하늘에서내려온독생자지요(여성이주인공인시간여행물이매우드문점과더불어복음서를재현한이야기의주인공이여성이라는점역시의미심장합니다).그런데이독생자가중세라는‘지상’에서위험에처했을때,모든일을금방해결해줄수있는학과장은소설내내부재중입니다.그리고부재중인학과장의권력을사용중인학과장대리길크리스트는자신의안위말고는관심이없죠.길크리스트는심지어키브린을희생시켜서라도학교의권위를지켜야한다고믿습니다.역시복음서와닮았죠.다른점이있다면기적의유무입니다.《둠즈데이북》은복음서에서하느님과그리스도의권능을뺀다음이위기를권능없이어떻게헤쳐나갈거냐고묻는듯합니다.기적이사라진자리는미약한인간들이그몸과마음을바쳐메꿉니다.방파제를쌓듯이요.
《둠즈데이북》이코니윌리스의작품치고는지나치게무겁고우울하다는얘기들을많이하지요.그러나〈화재감시원〉이던졌던질문을복음의형태로재현했을때,수난극이펼쳐지는건피할수가없습니다.천사도기적도없이운명의화살을몸으로받아내야하는이들은더많은피를흘릴수밖에없습니다.절망의끝까지가야하니까요.신의아들이었던예수그리스도조차하느님을향해왜자신을버리셨냐고묻게할정도로깊은절망이수난극의핵입니다.그저평범하고선한사람들이그핵에다다르기위해서는무시무시한슬픔과상실을겪는수밖에없습니다.
코니윌리스는갑자기평소와다른작품을쓴게아닙니다.코니윌리스는자신이〈화재감시원〉을통해던졌던질문에답하고자했고,그질문은숙명에대응하는인간의태도에대한것이었으니까요.이는코니윌리스의작품세계전체를관통하는질문이기도합니다.“이동네주인공들은다들왜이렇게착한가?”신의흔적을찾을수없는세계에서다른이들을위해목숨까지내놓을수있는이유는무엇일까?코니윌리스는답합니다.신이자리를비운세계에서,이기적이고냉정하게살아도아무도손가락질하지않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