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프린세스가 될 예정이었다
Description
세계가 인정한 한국의 단편 환상문학, 그 빛나는 성취!
20년 동안 거울이 지켜온
신비하고 경이롭고 으스스하고 돌아버린 이야기들!
김보영, 배명훈, 정세랑, 정보라, 곽재식 등 한국 장르소설의 대표 작가들을 배출한 환상문학웹진 ‘거울’의 대표중단편선 그 열아홉 번째 이야기!
여기, 재미난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거울 마을 입구에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있습니다.
환상문학웹진 거울에는 ‘환상문학’이라는 큰 범주 안에 모인 작가들이 판타지, SF, 추리, 미스터리, 호러, 혹은 두 개 이상의 장르로 묶을 수 있는 다양한 환상성을 펼쳐오고 있습니다. 매달 필진들의 단편이 쌓이고, 한 해 ‘거울’에 올라온 글을 고르고 골라 거울 대표중단편선을 만들고 있지요.

‘거울’은 마을 입구의 커다란 느티나무처럼 늘 그 자리에, 그러나 늘 같지는 않은 모습으로 있어 왔고, 앞으로도 있을 것입니다.
저자

김인정,구한나리,김산하,남세오,박희종,빗물,서계수,아밀(김지현),해도연

저자:김인정
《화조풍월》로제3회황금드래곤문학상장편부문본심상수상.환상문학웹진거울에서독자우수단편에선정된후필진으로합류하여‘미로냥’이라는필명으로작품활동을이어왔다.동양적,서정적세계관을바탕으로한환상소설과로맨스를사랑한다.단편집《홀연》과또다른필명으로낸여러권의전자책,《엔딩보게해주세요》등다양한앤솔로지와게임서사작업에참가했으며풀과입금과산책을즐긴다.항상원고의뢰를기다리면서남의창작물을읽고있다.

저자:구한나리
2009년일본문부과학성연수생시절<신사의밤(神社の夜)>으로유학생문학상에입선했고,2012년장편《아홉개의붓》으로조선일보판타지문학상을수상했다.단편집《전쟁은끝났어요》《교실맨앞줄》,거울중·단편선《누나노릇》《그리고문어가나타났다》《하얀색음모》등에참여했고매드앤미러시리즈2권《사라진아내가차려준밥상》에삼인상을실었다.문구단편집《올리브색이없으면민트색도괜찮아》을출간했다.한국SF어워드에서2020,2021중·단편소설부문심사위원,2022년심사위원장을맡았다.웹진거울에서독자우수단편심사단을맡으며소설필진으로단편을게재하고있다.

저자:김산하
소설가.

저자:남세오
평범한연구원으로살아가던어느날문득글을쓰게되었다.온라인플랫폼브릿G와환상문학웹진거울에서‘노말시티’라는필명으로활동하고있다.SF소설집《중력의노래를들어라》,호러소설집《일란성》,미스터리소설인《꿈의살인자》와청소년SF소설《너와함께한시간》《너와내가다른점은》《기억삭제,하시겠습니까?》를출간했다.

저자:박희종
희곡으로글쓰기를시작했다.연극을공부한뒤,열세편의뮤지컬을만들었다.이후다양한회사에서일을했고지금은소설가도겸하는평범한삶을살고있다.장편소설《감귤마켓셜록》《더비하인드》《#라이프_스포일러》《추리의민족:범인은여기요》《타운하우스》등을출간했다.

저자:빗물
소설과비평을씁니다.환상문학웹진‘거울’필진,호러출판레이블‘괴이학회’소속.《야간자유괴담》《내유튜브알고리즘좀이상해》《당신이찾아헤매는건책이아니야!》《하얀색음모》《고딕×호러×제주》등에참여했습니다.

저자:서계수
환상과공포주력작가.포켓몬스터무인판세대이며,최애는뮤츠.더말할것도없이,오타쿠이다.

저자:아밀
소설가이자번역가,에세이스트.‘아밀’이라는필명으로소설을발표하고,‘김지현’이라는본명으로영미문학번역가로활동하고있다.단편소설<반드시만화가만을원해라>로대산청소년문학상동상을수상했으며,단편소설<로드킬>로2018SF어워드중·단편소설부문우수상을,중편소설<라비>로2020SF어워드중·단편소설부문대상을수상했다.소설집《로드킬》,장편소설《너라는이름의숲》,산문집《사랑,편지》와《생강빵과진저브레드》등을썼으며,《조반니의방》《프랭키스슈타인》《인센디어리스》《그날저녁의불편함》《끝내주는괴물들》등을우리말로옮겼다.

저자:해도연
SF작가.책몇권에이름을실었다.이제슬슬그만둘까고민중이다.뭘그만둘지도아직고민중이다.

목차

서문_7

그렇게전사는뻐꾸기를구하고서계수_17
대결박희종_43
상태창!김산하_65
하늘색바다색그리고청록색남세오_95
우주항로표지관리원의어느날30분해도연_111
그리고노래하기시작했다아밀_129
처음에는프린세스가될예정이었다김인정_141
여름의섬구한나리_169
델릭타그라위오라빗물_197

출판사 서평

여기,아름드리느티나무가있습니다.

5~6년전,생물학을전공한동료로부터휴일에카톡메시지를받았다.“SF같은것좋아하셨지요?”라는메시지와함께도착한URL과페이지화면은,지금과는조금달랐던것도같지만,‘환상문학웹진거울’이었다.그동료는내가뭐라고말하기전에자신이좋아하는곽재식작가의신작을매달한편씩볼수있는곳이라며,그외에도좋은작품이많으니읽어보라는추천을덧붙였다.나는웹진거울에서필명을쓰고있기도하지만당시에는글을올리지는않고독자단편심사만맡고있던때였으므로,아마도동료는내글을거울에서읽지는않았을것같았다.

내가조금놀라서머뭇거린탓인지,동료는이어서덧붙였다.“매달1일에소설이올라오는데요,매달올라오는편수가같진않고요.SF도있고,판타지도있고,‘그냥일반소설’도있어요.옛날글읽다보면시간가는줄몰라요.”그뒤로내근무지가바뀌면서동료와도연락을주고받지는않게되었지만,동료의메시지창은오랫동안내대화방리스트에남아있었다.그리고사람들에게웹진거울에대해서설명해야할일이있을때는나는동료의말을이용하곤한다.“매달1일에소설이,15일에소설외의글이올라와요.소설은SF도,판타지도,호러도,미스터리도있고요.15일에는도서추천글,환상문학에대한비평,번역,소설과비소설의리뷰가올라옵니다.벌써20년동안글이쌓여있어서읽다보면시간가는줄모르실거예요.”

환상문학웹진거울홈페이지에서단편란을검색하면단편소설을올렸던작가의명단이뜨는데,한화면에다뜨지않을정도로많다.거울홈페이지에오게된다면한번명단을쭉훑어보시면좋겠다.이사람이여기있냐고놀랄사람이적지는않을것이다.

거울은원고료가없는,필진들이보수없이글을올리는공간이다.이글을쓰는2024년11월말기준,64번째필진이들어왔다.필진이되는방법에는크게두가지가있다.기성작가가자신의이력과함께필진이되고자하는의사를표현하고,기존필진의동의절차를거쳐필진에합류하는방법,그리고독자우수단편의연간최우수작이되거나2회이상분기우수작이되는방법이다.긴시간동안새롭게필진이된사람상당수가두번째방법을통해필진이되었다.독자단편에글을올린뒤에출판으로이어져서첫번째방법으로필진이되기도한다.

지난호단편선에작품을수록한작가12명중9명,이번단편선에서는9명중서계수,김산하,남세오,빗물등4명의작가가독자우수단편란에서처음거울과만났다.거울이20년을넘는기간동안,세기가바뀌는동안계속해서이어져왔다는건이런게아닐까.‘환상문학’이라는,무척이나포괄적인이넓은범주안에모인작가들은,판타지,SF,추리,미스터리,호러,혹은두개이상의장르로묶을수있는다양한환상성을거울에서펼쳐왔다.거울은마치고향마을입구의커다란느티나무처럼늘그자리에,그러나늘같지는않은모습으로있어왔고앞으로도있을것이다.매년필진들의단편이쌓이고,글쓴이가작품중에하나씩을골라매년거울단편선을만들어왔다.올해아홉작품역시,한해거울에올라온글들중에고르고고른작품들이다.

첫글서계수작가의〈그렇게전사는뻐꾸기를구하고〉는입양아인언니를제정신(?)으로돌려놓기위해미래에서온전사와협력하는이야기다.10대특유의복잡한자매애를다룬다.서계수작가의호러는곱씹을수록두려움이커지는재미가있는데,이번단편선에서는호러가아닌판타지청소년물을실었다.필자의최애작이기도하다.너무잘나서자꾸만나와비교되는언니라면입양아든아니든질투와동경이뒤섞인복잡한마음을가지게되겠지만,거창한훼방놓기도사춘기히스테리도없이일기장에소심하게불만을적는동생의모습은10대다운귀여움으로가득하다.자매가,동성형제가있는사람이라면한번은느껴봤을감정을경쾌하게다룬즐거운글이다.

박희종작가의〈대결〉은컴퓨터와인간의대결에서인간의패배가당연한시대에점쟁이와미래예측프로그램의대결을그린다.아무리과학이발달하더라도인간은정교한예측프로그램이보여주는미래대신모든것을초월한존재에게기대고싶어지는것일까.인물사이의갈등이선명하고기승전결이완벽하게마무리되는극적인단편이다.마치단편드라마한편을본것같은깔끔한전개의끝에는따뜻한마음이남을것이다.

김산하작가의〈상태창!〉은어느날모든사람의앞에자신에대한상태창이떠오른상황을그린다.모든사람의스탯이전세계인구에서의비율로나타나며사람들이혼란스러워할때,나는대학교때의룸메이트인‘도’와‘호’를만난다.외양에신경을쓰며다른사람을무시했던호는물려받은재산을바탕으로성공했으면서사람들에게성공담을파는일을하고,운동선수출신의대학생으로열심히공부해도성과가적었던도는보수적은일을묵묵히해나가기만한다.두인물의상반된미래를통해화자가느끼는감정에공감하며읽다보면현실의상황을떠올릴수밖에없다.상태창이없어도우리는서로의스탯을짐작하고,쉽게도누군가를판단하곤한다.정상에서벗어난,남들보다느린이들에대한잔인함과타고난것을노력한덕분이라고착각하는이들의오만을생각하게되는글이다.

남세오(노말시티)작가의〈하늘색바다색그리고청록색〉은세가지원추세포RGB외에시안색을볼수있는C원추세포를가지고태어난이들이존재하는새로운세계를그려낸다.기존의원색에다시안색을포함하는선명한원색이존재하는세계.대부분의사람들에겐흰색으로보이는것이사실은서로다른두색이라는,그래서흰색잉크로흰색종이에글을쓰는것이그들만의암호가된다는설정은경이롭기까지하다.인간의,기득권의시선으로바라보는세계를비판하는작가특유의선명한비판의식이돋보이는글이다.‘보게되면알게되고알게되면보이나니,그때보이는것은전과같지않으리라.’경전속글처럼,계시문처럼반복되는글이깊은울림을준다.

해도연작가의〈우주항로표지관리원의어느날30분〉은태양계모든행성주변에사람들이살게된미래의우주등대지기,‘우주항로표지관리원’의이야기다.감마선폭발이라는재난상황에서인간이선택하는숭고함을그렸다.정교하게쌓아놓은설정으로구축된미래의모습은우리가언젠가맞이할미래의모습으로상상하기에충분하고,잘만들어진배경속에그려지는인물들의감정선은또렷하고아름답다.하드SF의탄탄한외피안에들어간인간성에대한이야기는해도연작가가가장잘쓸수있는이야기이고,이번작품역시그렇다.

아밀작가의〈그리고노래하기시작했다〉는옛날이야기를들려주듯어리석은왕의이야기를풀어낸다.포악한첫째대신왕위를물려받은어리석은둘째는형을두려워한나머지어리석은결정만끝없이내린다.백성을어리석다고보고,형을피하기위해선무엇이든해도좋다고생각하는왕의모습은수많은폭군,어리석은독재자의우화가된다.〈라비〉에서,〈로드킬〉에서보여줬던이야기꾼의면모를잘살펴볼수있는작품이다.

표제작인김인정(미로냥)작가의〈처음에는프린세스가될예정이었다〉는게임‘프린세스메이커2’의세계를바탕으로주인공의이야기를풀어낸다.프린세스를목표로자라온소녀가아니라마계에서온집사큐브의시점으로그려내는이야기다.왜용사는소녀를키워야했는가에대한작가의,큐브의끊임없는질문과대답은게임‘프린세스메이커’를사랑했던사람들을뭉클하게만든다.김인정작가의동화는언제나옳다.작가의동양판타지가,소녀물이언제나옳은것처럼.

내가쓴〈여름의섬〉은기후위기이후에여전히이기심을버리지못한세계를그린다.이런미래가오지않기를바라며쓴글이지만처음이글을쓰고난뒤지금까지세계는조금더나쁜쪽으로향해가고있는것처럼보여불안할따름이다.

마지막작품인빗물작가의〈델릭타그라위오라〉는외딴곳에서범을기르며영혼을만나는기묘한존재자경,니노와수녀세라피나를둘러싼죽음에대한호러물이다.눈으로외부와단절된,전화선조차끊어진수도원을배경으로발생한연이은죽음은고딕호러를연상시키고,거기에넋의단발마적인호소가섞이고등장인물들의과거사가얽히며점점긴장이고조된다.피해자가같은피해자를원망하게만들만큼,피해자들이모든걸포기하고가해자를두둔하는쪽을택할정도로가해자의권력이견고한데도,온힘을다해살아가기를택하고가해자에맞서기를,같은피해자의목소리에귀를기울이기를선택하는저항이눈물겹도록아름답다.사람을사랑하는호러의힘이여기에있다.

이책의아홉편을다읽고나면,거울에들어와보시면좋겠다.‘환상문학웹진거울’로검색해도되고,‘웹진거울’도가능하다.매달1일에어떤새글이올라왔는지,내가좋아하는작가는새글을올렸는지궁금해하며들어와도좋다.15일쯤에새로운리뷰가올라왔는지,작가진의새인터뷰가있는지,필진들의이번달추천도서는무엇인지보러와도좋다.문득생각이났을때,어느날에든들어와서64명필진의이름으로올라온그간의단편을주욱훑어봐도좋다.그중어떤작품은책으로묶여나왔다는안내가있을테지만,공개된단편을통해자신의최애작가를새로찾게될지도모른다.조용한게시판에감상을남겨도좋고,문득글이써보고싶어졌다면독자단편란에글을올려보는것도좋다.

참조용한공간이라사람들이얼마나오가는지는알기쉽지않겠지만,매달독자단편란에는꾸준히글이올라오고,필진들은매달자신이읽었던좋았던책을소개하며,아무런대가도바라지않고거울이라는지붕아래에서자신의환상을풀어놓는다.그러니들어오시라.고향마을앞느티나무아래에서,그동안쌓여있는거울의수많은이야기들을,즐겨보시길.

─구한나리,환상문학웹진‘거울’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