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오브 레이 브래드버리

베스트 오브 레이 브래드버리

$24.80
Description
“나는 손을 들어 화성을 가리키니
너는 쓸쓸히 지구를 노래하라”
전설로 전해오던 레이 브래드버리의 초기 단편집,
《멜랑콜리의 묘약》 《온 여름을 이 하루에》 8년 만의 합본 개정판

“차라리 밖에서 죽는 게 낫겠어요. 거긴 시원한 바람이 머리카락이라도 날려주겠죠.” 이름 모를 병을 앓는 소녀. 그녀의 가족은 거리의 뭇사람들에게 소녀의 병을 치유할 묘약을 묻고, 지나던 노파는 혀를 차며 말한다. “멜랑콜리의 묘약이 필요해….” 온갖 제안이 검은 바다처럼 들끓고, 마지막으로 얼굴이며 옷에 검댕이 잔뜩 묻었지만 미소만은 ‘어둠 속에서 작은 언월도처럼’ 빛나는 거리의 청소부가 찾아오는데….

“화성의 사막에 앉아 지구를 바라본 시인”, 설명이 필요 없는 단편의 제왕이자 20세기 SF 문학의 거장, 《화씨 451》의 작가 레이 브래드버리. 전설로만 전해오던 레이 브래드버리의 초기 단편집 《멜랑콜리의 묘약》 《온 여름을 이 하루에》 8년 만의 합본 개정판.

저자

레이브래드버리

저자:레이브래드버리
20세기SF문학의입지를주류문학의위상으로끌어올린,이제는전설이된거장.레이브래드버리의서정적인문체와시적감수성은올더스헉슬리가“시인”에비유한바있다.자유로운상상력으로구축한브래드버리의환상적인작품세계는SF문학의범주를넘어일반문단까지의광범위한독자층을거느렸다.1920년8월22일미국일리노이주워키건에서태어난브래드버리는로스앤젤레스고등학교졸업후대학진학은포기했지만,‘도서관이나를길러냈다.’고할정도로다방면의독서를통해방대한지식을쌓았다.
늘우주여행을꿈꾸었지만,어린시절우연히목격한끔찍한자동차사고에대한트라우마로평생운전을하지않았다.‘로켓맨’이라는용어의창시자이면서도비행기를타지않고기차여행으로대륙을횡단했다.〈레이브래드버리극장〉이라는TV프로그램제작으로대중적인기와함께각종미디어관련상도거머쥐었으면서기회만닿으면텔레비전을비판했다.많은작품안에서블루투스,평면TV,무인자동차,현금자동인출기,인공지능,전자책,전자감시카메라등을예언했으면서도,정작본인은컴퓨터를싫어해늘타자기로글을썼다.고양이를사랑해아내매기와함께LA자택에서많을때는22마리까지고양이를길렀으며,특별히사랑한고양이는그가글을쓸때면책상위로올라와문진노릇을자처했다.
영화〈모비딕〉의각본집필등으로할리우드명예의거리에족적을남겼으며,장르소설작가로는최초로2000년전미도서재단평생공로상을받았고,미국예술훈장,프랑스문화훈장,퓰리처특별표창상을받는등수상이력또한가히전설적이다.1989년그모든업적과공로를기려‘그랜드마스터상’을받으며명인의반열에올랐지만,그는SF와판타지,공포물,서정문학등장르를가리지않고특유의시적인문장으로벼락치듯쏟아지는영감과상상력에충실하게글을누벼냈던‘하이브리드’작가다.그러므로그를장르문학계보의어디쯤위치시킬것인가골몰하는일자체가무의미해진다.그는레이브래드버리요,레이브래드버리는하나의브랜드가되어버렸으므로.1959년이고유한레이브래드버리상표를깔끔하게붙인기묘하고아름다운선물상자하나가독자들앞에선을보였으니,바로이책에수록된작품들이다.

역자:이주혜
읽고쓰고옮긴다.2016년창비신인소설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지은책으로장편소설《자두》《계절은짧고기억은영영》,중편소설《중국앵무새가있는방》,소설집《그고양이의이름은길다》《누의자리》,산문집《눈물을심어본적있는당신에게》,옮긴책으로《못해그리고안할거야》《동등한우리》《우리죽은자들이깨어날때》《멀리오래보기》《지구에마지막으로남은시체》《여자에게어울리지않는직업》《양귀비전쟁》등이있다.신동엽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INASEASONOFCALMWEATHER
어느잔잔한날에_13

AMEDICINEFORMELANCHOLY
멜랑콜리의묘약_23

THEWONDERFULICECREAMSUIT
멋진바닐라아이스크림색양복_39

FEVERDREAM
열병_75

THEMARRIAGEMENDER
결혼생활을고쳐드립니다_87

THETOWNWHERENOONEGOTOFF
아무도내리지않는역_97

ASCENTOFSARSAPARILLA
사르사뿌리음료수냄새_111

THEHEADPIECE
레몬씨의가발_123

THEFIRSTNIGHTOFLENT
사순절첫날밤_137

THETIMEOFGOINGAWAY
길떠날시간_149

ALLSUMMERINADAY
온여름을이하루에_161

THEGIFT
크리스마스선물_171

THEGREATCOLLISIONOFMONDAYLAST
월요일의큰충돌사고_177

THELITTLEMICE
작은생쥐부부_189

THESHORELINEATSUNSET
석양의바닷가_199

THEDAYITRAINEDFOREVER
영원히비가내린날_215

CHRYSALIS
번데기가된사나이_231

ZEROHOUR
침공놀이_263

THEMAN
그분_281

TIMEINTHYFLIGHT
그대의시간여행_301

THEPEDESTRIAN
고독한산책자_311

HAILANDFAREWELL
어서와,잘가_319

INVISIBLEBOY
보이지않는소년_331

COMEINTOMYCELLAR
나의지하실로오세요_347

THEMILLION-YEARPICNIC
백만년동안의소풍_373

THESCREAMINGWOMAN
비명지르는여자_389

THESMILE
미소_409

DARKTHEYWERE,ANDGOLDEN-EYED
검은얼굴,금빛눈동자_419

THETROLLEY
마지막전차여행_441

ICARUSMONTGOLFIERWRIGHT
이카로스몽골피에라이트_449

출판사 서평

나는손을들어화성을가리키니
너는쓸쓸히지구를노래하라

“상상의세계에서그는불멸이다”

2012년6월,레이브래드버리가91세의나이로타계했을때당시버락오바마미국대통령은이례적으로백악관명의의추모성명을발표했다.“레이브래드버리는상상력이세계를더욱깊이이해하고변화하기위한수단이되며소중한가치를표현하는도구가될수있음을알고있었다.브래드버리의작품은앞으로도계속더많은세대를격려할것이다.”

“브래드버리가없었다면스티븐킹도없었다.”는말로브래드버리의적자를자처했던스티븐킹은“나는오늘천둥같은거인의발소리가희미해지는소리를들었다.그러나그의소설과이야기들은큰울림과기이한아름다움으로영원히남을것이다.”라는추도사를남겼다.

드라마작가데이먼린델로프는“화씨451도,내심장이재가되어버린온도.당신이그리울겁니다,레이.”라며애도했다.스티븐스필버그는“나의SF작품활동대부분에서브래드버리는내뮤즈였다.SF,판타지,상상의세계에서그는불멸이다.”라는최고의헌사를남기기도했다.같은해8월NASA는화성탐사로봇큐리오시티가처음화성에내려앉은자리를‘브래드버리착륙지’로명명하며뭉클한방식으로그를기리기도했다.

명실상부한단편의제왕,환상문학계의음유시인,SF문학의위상을주류문학의반열에올린거장,서정적과학소설의개척자등레이브래드버리를향한수사는그의이력만큼이나화려하다.장르소설작가로는최초로2000년전미도서재단평생공로상을받았고,미국예술훈장,프랑스문화훈장,퓰리처특별표창상을받는등수상이력또한가히전설적이다.

이토록전설의반열에올라있는그지만,더욱‘인간적’인이면의에피소드도사랑스럽기그지없다.늘우주여행을꿈꾸었지만,어린시절우연히목격한끔찍한자동차사고에대한트라우마로평생운전을하지않았다.‘로켓맨’이라는용어의창시자이면서도비행기를타지않고기차여행으로대륙을횡단했다.〈레이브래드버리극장〉이라는TV프로그램제작으로대중적인기와함께각종미디어관련상도거머쥐었으면서기회만닿으면텔레비전을비판했다.많은작품안에서블루투스,평면TV,무인자동차,현금자동인출기,인공지능,전자책,전자감시카메라등을예언했으면서도,정작본인은컴퓨터를싫어해늘타자기로글을썼다.고양이를사랑해아내매기와함께LA자택에서많을때는22마리까지고양이를길렀으며,특별히사랑한고양이는그가글을쓸때면책상위로올라와문진노릇을자처했다.단이틀만에소설집두권을뚝딱엮어내고평생600편에가까운단편을쓰는등번득이는천재성을자랑하는이면에는신문을팔아생계를꾸리면서도꼬박10년동안일주일에사흘을공공도서관에가빌린타자기로글을쓰며보낸지난한습작기가존재한다.

이렇듯레이브래드버리는전설적인거장의면모와어딘가허술한‘인간적인’면모를동시에갖추고,SF와판타지,공포물,서정문학등장르를가리지않고특유의시적인문장으로벼락치듯쏟아지는영감과상상력에충실하게글을누벼냈던‘하이브리드’작가다.그러므로그를장르문학계보의어디쯤위치시킬것인가골몰하는일자체가무의미해진다.그는레이브래드버리요,레이브래드버리는하나의브랜드가되어버렸으므로.1959년이고유한레이브래드버리상표를깔끔하게붙인기묘하고아름다운선물상자하나가독자들앞에선을보였으니,바로《멜랑콜리의묘약》이다.

“화성의쓸쓸한여행자들”

〈백만년동안의소풍〉과〈검은얼굴,금빛눈동자〉에등장하는가족은전쟁으로황폐해진지구를떠나화성으로이주한다.이들은지구에서찾지못한‘논리와상식,훌륭한정부,평화,책임감을찾고자’화성까지왔지만,이곳엔보랏빛운하와분홍색바위,하얀사막,푸른사막,폐허가되어버린도시의흔적뿐화성인은보이지않는다.얼마후지구에서가져와심은장미꽃은초록색으로변해버리고잔디는제비꽃색깔로변한다.가족의아이들은들어본적도없는화성의말을하고피부색도눈빛도서서히원래모습과달라진다.

거기운하의물에화성인들이비쳤다.티모시와마이클과로버트와엄마와아빠가.
화성인들이가족을빤히올려다보았다.출렁이는물결속에서아주오랫동안고요하게….

거울같은강물에서자신과똑같은화성인을발견한지구인은결국화성에서그토록갈망하던평화와고요를찾았을까?두작품모두40년대후반에발표된것으로미루어우리는2차세계대전의광풍을목격한브래드버리가평화회복을위해지구인에게하고싶었던말이무엇이었는지짐작해볼수있다.

“젊음,봄날얼음처럼덧없어라”

브래드버리의소설을읽다보면한없이쓸쓸해진다.그근원에는하릴없이시간의흐름을견뎌야하는인간됨의쓸쓸함이존재한다.〈길떠날시간〉의남편은죽을때가다가왔다는대자연의속삭임을듣고단출한짐을꾸려집을떠나려한다.미개인들처럼재산을모두친구들에게나눠주고카누를타고석양을향해노를저어갔다가영영돌아오지않는게그의목표다.〈영원히비가내린날〉의세노인은바싹마른사막의호텔에서30년을장기투숙하며일년에단하루봇물터지듯비가내리는날만을기다린다.〈사르사뿌리음료수냄새〉의남편은온종일다락방에처박혀아름다웠던젊은날을추억한다.‘수천날의어제가안치된작은관’이기도한다락방은겨울을나는노인에게젊은날의여름으로시간여행을허락한다.〈석양의바닷가〉의두중년남자는아름다운인어를목격하는찰나의기적을경험하지만,내일도모레도그다음날도늘바닷가에머무르며늙어갈운명을예감한다.〈마지막전차여행〉의차장트리든씨는내일이면운행이중단될전차에아이들을태우고과거의흥겨운기억을간직한유원지로마지막전차여행을떠난다.〈보이지않는소년〉의노파는외로움을달래려고찰리를아들로삼고자고군분투하지만,소년은노파의마음에못을박고떠난다.

“나는봄날얼음처럼덧없고아무힘도없단다.”

노파의한마디는늙음에대해브래드버리가하고싶었던말의전부일것이다.〈어서와,잘가〉의윌리는40년이넘도록열두살소년의모습으로살아가며사람들의의심과수군거림을피해3년에한번씩거처를옮겨야하는가엾은운명에처했다.윌리를떠나보내야하는양어머니의입을빌려브래드버리는젊음을향해이렇게묻는다.

“나는매일학교가파하는모습을지켜보는게좋더라.누가학교정문밖으로꽃다발을던지는것같아.어떤느낌이니,윌리?영원히젊다는건어떤느낌이야?화폐주조소에서갓찍어낸반짝거리는은화처럼보이는건어떤기분이니?행복하니?겉으로보이는것만큼괜찮은거니?”

브래드버리의젊음은늙음의대척점이아니라늙음의전신이고,젊음은늙음의운명을내포한다.그러므로봄날얼음처럼덧없는것은어쩌면늙음이아니라젊음일지도.

“사랑과미소라는묘약”

〈멜랑콜리의묘약〉의소녀는이름모를병을앓는다.가족은거리의뭇사람들에게소녀의병을치유할묘약을묻는다.온갖제안이쏟아지고맨마지막에거리의청소부가찾아온다.얼굴이며옷에검댕이잔뜩묻었지만미소만은‘햇살처럼따사롭게’또‘어둠속에서작은언월도처럼’반짝인다.자정이지나런던이잠들고달이뜬시간에류트를연주하며찾아온음유시인도청소부와똑같이‘미소를지으면상아같이하얀이가’드러난다.

〈멋진바닐라아이스크림색양복〉의가난한멕시코계미국인청년여섯명은돈을모아멋진여름양복을한벌사서번갈아입기로한다.초라했던청년들은그양복만입으면사람들의시선을한몸에받는기적을경험한다.주인공마르티네스는그양복을입고평소마음에두었던아름다운아가씨와눈이마주친다.조심스럽게데이트신청을하면서다음양복을입을차례까지기다려달라고말하는마르티네스에게아가씨는이렇게대답한다.

“처음에는양복이눈에띄었어요.그래요.저아래어두운밤을새하얀색이가득채웠죠.그렇지만당신치아가훨씬더하얗게보여서양복은까맣게잊고말았답니다.(…)다시말하지만,당신은그양복을입을때까지기다리지않아도돼요.”

아예〈미소〉라는제목의이야기도있다.전쟁으로모든게무너진세상에서문명자체를혐오하는사람들이문명시대의예술작품을향해돌을던지고침을뱉는다.주인공소년은난장판속에서겨우그림한조각을구해낸다.소년이손에꼭쥔캔버스조각에는사랑스럽고다정하고따뜻한미소가그려져있다.디스토피아의세계에서가난한소년에게한줌의위안을안겨준그미소의주인이누구인지확인해보시길.

이렇듯브래드버리는미소의힘을믿는다.이름모를병을앓는소녀에게도,초라한청춘에게도,전쟁으로무너진폐허의세계에도,미소와사랑이묘약이다.

감각은비처럼쏟아지고

〈온여름을이하루에〉는하염없이비가내리는금성이배경이다.오늘은7년만에태양이딱한시간고개를내미는날.금성에서태어나태양을본적이없는아이들은꿈속에서황금색이나노란색크레파스혹은커다란금화를떠올리고온몸을벌겋게달아오르게하는태양의온도까지기억한다고믿지만단조로운빗소리에잠에서깨어나면간밤의꿈은간데없이사라지고만다.이아름다운단편에서브래드버리는비내리는금성과딱한시간고개를내민붉은태양과7년만에햇빛을받아술렁이는금성의숲을묘사하기위해온갖감각적이미지를끌어온다.

오늘아침그녀는싸늘하게식은우유같았다.
―〈결혼생활을고쳐드립니다〉

오전6시,지구로켓이가져다주는아침신문은갓구운토스트처럼따뜻했다.
―〈검은얼굴,금빛눈동자〉

서랍장거울에6월의민들레와7월의사과와따뜻한여름아침의우유로빚어진얼굴이보였다.
―〈어서와,잘가〉

이렇듯브래드버리의문장은눈만이아닌오감으로읽는다.문장과문장사이에감각이비처럼쏟아진다.감각적묘사의압권은행간을화폭삼아피카소의그림을화려하게펼쳐보인〈어느잔잔한날에〉와바닷가에떠내려온인어의모습을기묘하고도아름다운세밀화로그려낸〈석양의바닷가〉일것이다.언어의붓으로그려낸환상적인그림들을다시한번훑어보시길.

레이브래드버리표선물상자를풀고30편의단편을꺼내손끝으로줄거리를더듬고혀끝으로문장을맛보고귀기울여행간을엿듣다보면어느새브래드버리가뿌리는소나기에흠뻑젖어자꾸만밤하늘의화성을바라보게된다.그가그토록가고싶어했던붉은행성을.(한때그는자신의유해가토마토수프깡통에담겨화성에묻히기를소망했다.)그러나눈을감고모든이야기를천천히되감아보면불현듯깨달아진다.손을들어저멀리화성을가리켰던브래드버리는사실이쓸쓸한지구와못난지구인을퍽깊이사랑했음을.
―이주혜,소설가/번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