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이승의 선지자 리커버 에디션

저 이승의 선지자 리커버 에디션

$16.80
Description
“놀랍고, 겸손하며, 지극히 아름다운 이야기”
해외에서 더 극찬을 받은, 한국 SF의 거장 김보영의 숨은 걸작
우민정 작가의 그림 〈Burning Dance〉를 만나 선보이는 리커버 에디션
2017년 출간된 아작의 네 번째 국내 소설, 김보영 작가의 《저 이승의 선지자》가 한국화가 우민정 작가의 그림 〈Burning Dance〉를 만나 8년 만에 리커버 에디션으로 다시 선보입니다. 2021년 《저 이승의 선지자》가 포함된 영문판 《I’m wating for you and other stories》를 통해 전 세계에 소개되면서 한국에서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미디어와 독자들의 극찬을 받은 이 지극히 아름다운 이야기를 부디 기억해주시길 바랍니다.

한국 SF의 거장 김보영 작가는 불멸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놀고, 물리 법칙을 어기는 믿기 힘든 일들을 다루면서, 서정적이면서도 불길한 예감으로 가득 찬 이야기들을 펼쳐낸다.
- 커커스 리뷰

인류는 어디에서 끝나고 우주는 어디에서 시작될까? 사랑과 희망의 한계는 무엇일까? 창조와 파괴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러한 질문들은 크지만, 김보영 작가가 이야기를 통해 그 질문들을 구체화하려는 시도는 놀랍고, 겸손하며, 지극히 아름답다.
- 북페이지
저자

김보영

저자:김보영
한국을대표하는SF작가중한사람.
2004년〈촉각의경험〉으로제1회과학기술창작문예중편부문에서수상하며작가활동을시작했다.《7인의집행관》으로제1회SF어워드장편부문대상,〈얼마나닮았는가〉로제5회SF어워드중단편부문대상을수상했다.
단편소설〈진화신화〉(고드셀러,박지현역)로한국SF작가로서는처음으로미국의대표적인SF웹진〈클락스월드(Clarkesworld)〉에이름을올렸으며,세계적SF거장의작품을펴내온미국하퍼콜린스,영국하퍼콜린스에서《당신을기다리고있어》(소피보우만역),《저이승의선지자》(류승경역)등을포함한선집《I’mWaitingforYouAndOtherStories》가출간되었다.
2021년개인영문단편집《OntheOriginofSpeciesandOtherStories(종의기원과그외의이야기들)》(Kayapress,박선영엮음)로전미도서상번역서부문후보에,〈WhaleSnowsDown(고래눈이내리다)〉(소피보우만역)으로로제타상후보에올랐다.
소설가가되기전에는게임개발팀‘가람과바람’에서시나리오작가/기획자로활동했다.
주요출간작
2013《7인의집행관》(폴라북스)
2017《저이승의선지자》(아작)
2019《천국보다성스러운》(알마)
2020《스텔라오디세이트릴로지》(새파란상상)
2020《역병의바다》(알마)
2020《얼마나닮았는가》(아작)
2022《다섯번째감각》(아작)
2022《진화신화》(에디토리얼)
2023《종의기원담》(아작)
2024《헤픈것이다》(위즈덤하우스)외다수

목차


저이승의선지자7
첫번째나―9
예전의나―81
두번째나―97
세번째나―153

새벽기차185

그하나의생에대하여207

출판사 서평

매드사이언티스트와작은보살님이만나서

[본리뷰에는이소설의스토리를설명하는부분이있습니다.이부분이스포일러라고판단될경우먼저책을읽고나서다시본리뷰를읽어주시면감사하겠습니다.]

1.
《저이승의선지자》를낯설게느끼는독자들이꽤계신것같습니다.아무래도동양신화에나오는용어가많이등장하기때문이겠죠.여기에익숙해지기까지는시간이좀걸립니다.이삼십쪽정도를찬찬히읽으시면좀편해집니다.20세기부터SF를읽어오신분이시라면옛에피소드하나를떠올릴수도있겠지요.로저젤라즈니의《신들의사회》가정신세계사를통해한국에처음소개됐을때도비슷한얘기가나왔습니다.“이소설은진짜재미있는데초반에낯선용어들에익숙해지기가정말힘들다”고했었지요.맞습니다.《신들의사회》는참재미있는소설이었죠.낯선용어에익숙해지기만한다면요.같은말을《저이승의선지자》에도적용할수있을까요?저는그렇다고생각합니다.재미의종류는다르지만요.왜냐하면《신들의사회》와《저이승의선지자》모두동양신화와종교의낯선용어와세계관을가져왔으되,거기에담긴내용은사실우리에게익숙한것들이기때문입니다.《신들의사회》의경우미국전통의영웅서사중하나인서부극과닮아있었죠.그리고《저이승의선지자》는,그러니까제생각에이작품과가장가까운소설은역시로저젤라즈니가쓴것입니다.너무나도아름다운중편〈프로스트와베타〉말이죠.

우선《저이승의선지자》의스토리를잠시살펴보겠습니다.

그러니까이우주에는본래하나의존재가있을뿐이었습니다.완벽한지성이었지요.그존재는홀로오래고오랜시간을보내다가‘분열’을했습니다.이렇게완전한하나로부터초기에분열한개체를‘선지자’라고합니다.선지자들은태초의존재의기억을간직하고있으므로완벽한우주가어땠는지를알고있고,자신들역시분리된개체가아니라실제로는하나의존재가나뉜것에불과함을알고있습니다.너와내가다르지않고온우주가곧나와하나라는사실을알고있지요.이들이머무는세계를‘명계’라고합니다.번뇌가없으므로도처가밝은세계.불교설화같지요.실제로많이닮아있습니다.

몇명의선지자중아이시타라는이름의선지자는다시분열을진행합니다.아이시타는나반과아만이라는이름의선지자로나뉘었습니다.그중아만은매우독창적이고재기발랄한개체였지요.아만은완벽한존재인선지자들이모르는세계,즉결핍과불완전함이라는미지의세계를경험하고거기에서무언가를배우기위해불완전한세계인(우리가이승이라고부르는)‘하계’를고안했습니다.그리고선지자들을비롯한명계의존재들이하계로뛰어들수있도록생명체들을디자인했지요.선지자들은더욱적극적인학습을위해잠시기억을지운채로하계의생명체들속으로들어갑니다.거기서삶을겪고죽으면다시명계로돌아옵니다.그리고원한다면다시하계의생명속으로들어가삶을살수있지요.이것이윤회입니다.

자,이제문제가생기기시작합니다.아만은윤회를거듭할수록자신이고안한하계의삶에점점더집착하기시작합니다.윤회를통해뭔가를배울수있다면하계의삶이진짜라고믿어야하기때문이지요.아만은점점하계의삶이진짜삶일거라고생각합니다.그러나명계의존재들이보기에하계의삶이란생사고락을경험한뒤에다시본래세계로돌아오는일종의여정에불과합니다.그들에게하계의삶은시뮬레이션이고가상현실에불과합니다.그래서선지자들은아만을이해할수없습니다.그래서아만을‘타락’했다고말합니다.

그러나문제는한선지자의타락에서그치지않습니다.아만이하계의삶에개입하기시작했고,하계에서아만에게감응한몇몇명계의존재들역시그에동조―타락―했기때문입니다.아만은하계의존재들을가능한한급격히진보시키고이우주의비밀을알리고그들로하여금스스로의운명을개척하게끔이끌려합니다.아만은우주가하나이고윤회는계속된다는진리가아니라부질없는단한번의삶이‘나’라는존재의전부라는가짜진리를퍼뜨리려합니다.결국아이시타로부터아만과함께세상에나온분열체,선지자나반이아만을멈추려합니다.그와‘합일’함으로써다시평온한아이시타의의식으로돌아가려는것이죠.비록그간경험한것들로인해이전의아이시타가될수는없겠지만요.

스토리요약은일단여기까지하겠습니다.

2.
나반과아만,아이시타는고대한국신화에등장하는이름입니다.나반과아만은인류의조상이고아이시타는그들이신의인도에따라만난땅의이름이지요.아이시타에서하나가된두인간이니,《저이승의선지자》에서캐릭터들의이름이어떻게정해졌는지는바로알수있겠습니다.그런데여기에는재미있는우연의일치가있습니다.한자표기는다릅니다만,불교에도아만이라는단어가있습니다.불교사전에따르면아만은‘일시적화합에지나지않는신체에불변하는자아가있다는그릇된견해에서일어나는교만.자아가실재한다는교만’이라고합니다.마침이소설의아만과많이닮아있지요.이외에도《저이승의선지자》에등장하는윤회니도솔천이니하는아이디어와용어들은불교를자주떠올리게합니다.등장인물들의대화역시선문답처럼느껴질때가있고요.

그렇지만《저이승의선지자》는그스타일을빌려온불교와는아주다른길을선택한소설입니다.그러니재미있는SF를원하는독자여러분은걱정하지않으셔도됩니다.이소설에는낯선개념을깊이곱씹으며사색에잠겨야하는부분은나오지않습니다.어느시점이지나면점점속도를높이는스토리를따라가기만하면됩니다.그러나불교와《저이승의선지자》의차이를체크하면더많은걸볼수있습니다.한번체크해보겠습니다.책리뷰입장에서는좀돌아가는이야기입니다만불교의기본개념들은다른책을읽을때도도움이될테니같이가주시면감사하겠습니다.

금강경에서부처는제자수보리에게다음과같이말합니다.“(보살이)이렇게헤아릴수없이많은중생을제도시키더라도실로제도를받은중생은하나도없다.왜그런가?”무슨말인가하면,보살은중생에게가르침을전할수는있지만,깨달음을직접안겨주지는못한다는뜻입니다.중생각자가배움을화두로삼아정진하여스스로깨우치는수외에는다른수가없습니다.이는이세상전체의생명―개체들이스스로자신의업장을짊어진채억만번을살아나가고또살아나가서법열의단계에오르는수밖에없다는뜻입니다.그러나《저이승의선지자》에등장하는선지자들은절대완벽한존재로부터완벽에대한기억과개념만가진채분열해나왔기때문에이러한시행착오를이해하지못합니다.이해하지못하기때문에계속하계로윤회하여이런저런‘삶’과그안에있는오욕칠정을반복경험하고자합니다(그러나선지자들은새로윤회할삶을고를때어떤단계와법도를따르는게아니라그냥본인들이내키는곳으로갑니다.이선택이이미오욕칠정에의한것이죠).

또한선지자들은완벽에기인한자신들의‘본래’시스템에적응하지못하고타락한이를강제로격리하거나합일―흡수―합니다.심지어시스템을유지관리하기위해일종의백신같은걸만들기까지했습니다.선지자들은본래모든것이하나였고거기서지금의모든세계가태어났으므로세계가본래하나임을,내가우주전체와형제임을알고있습니다만,아이러니하게도그렇기때문에결핍이라는개념을결핍하고있지요.그들은완벽의세계에서났으므로결핍이무엇인지를모르며,그래서두려워합니다.뭐랄까,너무인간적이죠.낯선존재를두려워하고방벽을쌓고….

다시금강경으로돌아가볼까요.아까부처가했던얘기는다음과같이이어집니다.“수보리여!만약보살이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을갖는다면보살이아니기때문이다.”

아상,인상,중생상,수자상을따로설명하기는너무먼여정이니넘어가겠습니다.네개의상을합해사상이라고하며,이하나하나의상들은일종의관념과같은것입니다.‘나는생각한다고로나는존재한다’.사람은관념으로인해‘나’와세상만물을구별하게되고생각을시작합니다.고요한바다에파문이일기시작합니다.《저이승의선지자》에등장하는선지자들은이에따르면보살에미치지못하는이들입니다.앞서말했듯선지자들은결핍이라는미스터리를두려워합니다.결핍은‘우리’선지자들과‘다른’특성이기때문입니다.구별이태어났습니다.따라서이소설속의선지자들은이미사상을가진이들로보살에미치지못합니다.

그럼아만의경우는어떨까요.심지어기존의선지자들에반대하고하계의존재들을더높은곳으로이끌기를원하는아만조차보살에미치지못합니다.부처가방금던진말은다음과같이이해할수있습니다.관념을가지고세계의구성요소를구별하는자로서,‘타인’에게가르침을주고타인의깨달음을함께기뻐하며,이로인해뿌듯해하고인류에게기여한다는사명감을갖는이는보살이아니라는뜻입니다.보살은나와남을구별하는사상에물들지않았으므로,중생을구원하면서기뻐하지도뿌듯해하지도않고구하지못해서안타까워하거나한심해하지도않습니다.‘내가중생을제도시키더라도내제도를받은중생은없’습니다.부처는,보살은,배움을구하는이들을바람처럼스쳐지나갈뿐입니다.여래(如來)라는이름이그렇게생겼습니다.여래는영원히오고있으며,그러므로결코나에게당도하지는않으며,그러나오래전부터오고있었고앞으로도올것이므로내주위부터저우주멀리까지에펼쳐진삼라만상이모두여래의현현인것입니다.여래는세계에이런저런경계를세운개념들사이로‘마치봄날의꿈이아무흔적도남기지않는것처럼*’잠입합니다.반면에《저이승의선지자》에등장하는많은선지자들은삼라만상이하나임을말하지만실제로바람과같이흘러가는이는한명도없습니다.

따라서,만약《저이승의선지자》가불교의이상을재현하고자한소설이라면명백히잘못된작품이라하겠습니다.그러나《저이승의선지자》는앞서말씀드렸듯그와다른길을선택한소설입니다.작가가의도한바인지는알수없으나,이책의제목이이미그렇다고말해줍니다.

3.
‘저이승’이라는말은저기와구별할수있는‘여기’를전제로합니다.‘여기’는어디일까요.말그대로명계일수도있습니다.그러나그렇게말하려면그냥제목을《이승의선지자》라고할수도있었겠지요.소설본문에힌트가있습니다.선지자가명계-저승과하계-이승의개념을반대로생각하는부분이나오지요.간단한이야깁니다.선지자들에게는명계가이승입니다.‘이세계’입니다.그리고하계가저세상이지요.따라서‘저이승’이라는말은그발화주체가누구냐(선지자냐지상의피조물이냐)에따라‘이승’이지시하는대상이역전됩니다.

그래서저는이소설의제목이무척아름답다고생각합니다.이소설에진정한저승은존재하지않으며,오직두개의이승이존재할뿐임을알려주는시적인표현이라고생각합니다.선지자들과지상의피조물들각자의존재양식에걸맞은두개의이승이지요.따라서《저이승의선지자》는애초에법열에대한이야기가아닙니다.깨달음은이소설에등장하지않습니다.이소설은삶에대해서로다른개념을가진존재들이서로접근하면서‘삶’을새롭게조명하는이야기입니다.처음부터이승에대한이야기였던것입니다.마치외계인과인류라는두지성체의만남을다룬퍼스트인카운터처럼요.

〈채널예스〉에실린김보영작가의인터뷰를보면작가는그리스신화를좋아한다고합니다.각자우주와인간의어떤특성을상징하는,인간과닮은신들이나오죠.《저이승의선지자》에등장하는선지자들역시태초의우주에대한지식은공유하되각자다른성격을갖고있습니다.이점은그리스신화와닮았다고하겠습니다.그런데이소설의주인공이라할수있는나반과아만은또다른서구신화와상당히닮았습니다.그형태뿐만아니라문제의식까지도말이죠.바로에덴동산의아담과이브입니다.

닮은점을열거해볼까요.우선아담과이브입니다.성경에따르면신이자신과닮은피조물을창조하고아담이라이름을붙였습니다.이어서아담의갈비뼈를떼어다이브도만들었습니다.아담과이브는에덴동산에서오직평온한상태로잘살았습니다.그러다이브가호기심을이기지못하고선악과를먹었습니다.신으로부터주어진것바깥을탐한그행위는인간의원죄가되었죠.아담과이브는타락했습니다.그들은오욕칠정에눈을떴고수치심에나뭇잎으로성기를가렸으며,이로인해낙원으로부터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