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하는 게 일입니다 : 죽은 자와 남겨진 자의 슬픔을 위로하는 마음

애도하는 게 일입니다 : 죽은 자와 남겨진 자의 슬픔을 위로하는 마음

$15.95
Description
“공영장례는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고 인기척을 내는 일입니다”

나눔과나눔에서 무연고사망자의 장례를 치르며
매일 죽은 자에게 안녕을 고하는 사람의 진정 어린 고백
매일 누군가의 마지막을 지키는 사람이 있다. 장례의뢰 공문이 날아오는 순간부터 부지런히 영정을 만들고, 위패와 국화꽃을 준비하고, 조문객을 안내하고, 장례식을 진행하고, 운구를 하는 등의 일을 하는 사람. 고인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모른다. 다만 고인이 이 땅에서 살다 이 땅에서 죽은 것, 그것만으로 충분히 애도의 이유가 된다는 믿음으로 일을 한다.

이 책은 ‘애도하는 것’이 ‘일’인 사람, 나눔과나눔에서 무연고사망자의 장례를 치르며 애도조차 쉽지 않음을 절감하고 그 권리를 되찾아 주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한 사람이 적어 내려간 분투의 기록이다. 더는 애도의 권리를 박탈당하는 일이 없길 바라면서, 더는 생의 마지막 순간만큼은 차별이 없기를 바라면서.

삶이 존엄하다면 죽음도 존엄하다. 이 하나의 진실을, 저자는 장례를 치르면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죽은 자와 남겨진 자)을 통해 깨달았다. 그렇게 누군가의 마지막을 지키면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그 시간들 속에서 분전했던 저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이 책에 담겼다. ‘무연고’라는 단어에 슬픔조차 메말라 버리는 시대, 부디 《애도하는 게 일입니다》가 움츠러든 인식을 다시금 깨우고 모두가 안녕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작은 불씨가 되어 주길 바란다.

저자

김민석

10년가까이음악으로먹고살다가2020년2월,월급노동자가되고싶어나눔과나눔에지원했고,현재이곳에서일하고있다.나눔과나눔에서는주로캠페인사업,SNS관리,장례이야기원고작성등을맡고있다.여태까지유해하게살아왔기에,앞으로는무해하게살고싶다.모쪼록이책도무연고사망자와사별자에게무해하면좋겠다.

목차

프롤로그_시작을위한변명

1장.일상에스며든죽음
바로여기에,저곳에,그리고당신의지척에서
무연고사망자는누구일까?
부고를알리러왔습니다
죽음이반복되는곳
허락된공간
어느챔피언의장례
간병살인
최선을위해손을놓아야한다
삶의잔금

2장.무연고사망자가아닙니다
원해도치를수없는동생의장례
집에가자
서울시민이아니면술도못올려요?
아이들을위한것은분노의화염병이아니다
깜빡한사람
볼모로잡힌친구의시신
불인지심의인연
누군가의마음이머무는곳

3장.애도할권리,애도받을권리
진심을의심하는사람들에게
장례를부탁합니다
장례를준비하자
예상하지못한이별
어르신에게보내는편지
가장중요한것은애도입니다
치즈가사라졌다
선택지가없는애도
무결한삶은없다

에필로그_마지막을기다리는사람들

출판사 서평

무연의죽음에허락되지않은슬픔들
“지금이순간,애도는나의몫이다”

저자가처음이일을하기시작한것은2020년이었다.월급노동자가되고싶어서일자리를알아보다가나눔과나눔에지원했고,그때부터계속무연고사망자의장례를지원하면서살아가고있다.
무연고사망자.연고없이죽은사람.이단어에‘세상에연고없는사람도있나?’라는생각을할지도,자신은이단어와전혀관련이없다고단정지을지도모르겠다.하늘에서뚝떨어진게아니라면살아가면서인연을맺고사는사람한명쯤은있으니까말이다.하지만무연고사망자는자신이원하지않아도이사회의법에의해‘분류’된다.

저자는그렇게사회제도라는이유로많은사람들이무연고로보건위생상처리되는것을보아왔다.그리고무연의죽음에는애도조차허락되지않는상황들을목도하며생각했다.지금이순간자신의몫은애도하는일이라고.

‘위패에적힌이름은생전에어떻게불렸을까?사람들은어떤마음으로고인의이름을부르는걸까?’
……장례에참여한사별자가없었다.이순간애도는나의몫이다.그리고카트에놓인관을물끄러미바라보다가뒤돌아걸으며생각했다.
‘고인의이름이불릴때어떤마음이담겨있든,내일은애도하는것이다.’(222,223쪽)

‘무연고’라고이름붙인사회,
애도할수없는이시대의비통한현실

무연고사망자라고해서무조건연고가없는것이아니다.연고가있어도무연고자로처리되는경우가훨씬더많다.

“동생을무연고로보낼수없어서어떻게든장례를치르려고했어요.근데……사망진단서를발급해줄수없대요.의료법인지뭔지말도안되는이유때문에맏형인제가동생의장례를치를수가없어요.”(83쪽)

동생이죽었지만장례를치러주지못하는한남자의절규는,우리나라에서애도하는것이얼마나힘든지다시금깨닫게해준다.
우리나라의장사법상연고자는배우자,직계존속·비속,형제자매이고,이외의사람은시신인수를할수없기때문에장례를치르지못한다.그런데위의경우처럼동생이죽어도장례를치르지못할수있다.의료법상사망진단서를받을수있는경우는직계존속·비속이없는경우에만가능하기때문이다.다시말해고인의자녀가시신위임을하고연락을거부하면,아무리형제라해도장례를치를수가없는것이다.

1인가구,비혼가구,동거가족,살림공동체등다양한형태의가족이생기고있다.하지만가족의형태가달라져도우리나라장사법은그에맞게대응하지못하는실정이다.이런현실을반영해2020년보건복지부에서는‘가족대신장례’가가능하도록지침을내렸으나사실상현실적인방안이라고보기에는어렵다.왜냐하면이제도역시고인이무연고사망자로확정된이후에나가능하고,그렇게되기까지한달이상의시간이소요되기때문이다.

우리나라무연고사망자는2019년2,656명,2020년3,137명,2021년3,573명으로늘어가는추세다.앞으로는매해최대치의기록을경신할지도모를일이다.우리는얼마나많은사람을‘무연고’로이름붙이며떠나보내야할까.아직도이것이다른사람의이야기일까?

우리는모두애도할권리,애도받을권리가있다!
마지막순간만큼은차별없는세상을위하여

애도하는것이자신의일이라고백하는저자.그러나이책의책장을넘기다보면그가단순히일로써대하지않으려고얼마나노력했는지온전히느낄수있다.

나는아주가끔……인신매매범과가정폭력범,성범죄자의장례를치렀다.그들의위패앞에서묵념하고애도했다.누군가그애도가진심이었느냐고묻는다면,나는진심으로애도하기위해노력했다고대답할것이다.솔직히그렇게하기가너무어려웠다.그래서끊임없이마음속으로변명해야했다.
‘애도받을권리는인권이고,여기에차등이있어선안된다.고인을애도하는것은결코그의과거를옹호하거나용서해서가아니다.’(229쪽)

저자는장례를치르면서고인과사별자들을만나고‘그럼에도불구하고애도해야하는가.’하는질문앞에서서침잠했다.때로괴롭고힘들기도했지만그가일을멈추지않았던것은애도가‘인권’이라는사실때문이었다.
애도가필요한사람과필요하지않은사람을사회에서구분짓지않는날이오면좋겠다.그래서적어도지인이죽었을때마음껏슬퍼할수있고,자신의죽음을생각했을때불안하지않는사회가되기를꿈꾼다.자신의역할이없어질날을위해일한다는저자의소망처럼,애도하고애도받는것이당연한권리로여겨지고사람들이마땅히그권리를누리며살게되길바란다.

추천사

“애도하는것이일상인자가
안간힘을다하며남긴눈물과분투의기록”

애도하는것이일상인자가쓴이책은누군가의마지막을기리는것이다만일로그치지않도록,한시라도놓치고싶지않은절실한순간이자마음의가장깊고무른곳까지이어지는무엇이되도록,안간힘을다하며남긴눈물과분투의기록이다.
한자한자글자를매만지고안타까움으로행간을읽는동안,슬픔으로마르지않는책장을재우쳐넘기는동안,마음은두손을모아서간절히빈다.이고귀한죽음들이행정사례도큐먼트의종이한장으로붙박여퇴적하지않기를,인간임을잊지않으려다가서는이부단하고숨가쁜애도의발걸음이그존재만으로도삶이존엄하다는진실을밝히는물러서지않는증거가되기를…….
소멸에아랑곳하지않고자기를태워불을밝히는자들의눈이어둑한밤길에별처럼떠오른다.축복이여,세상의모든‘차마외면하지못하는마음’곁에머물라.그눈빛이우리가걸어가는차갑고이슥한어둠속에서다정한벗이되어주리라.
_김완《죽은자의집청소》저자

책속에서

성북구에위치한마트앞의어느골목은내가애인과함께장을보고산책을하던공간이면서동시에한고인이고립사한주택이있는곳이다.사무실근처아파트앞의상가도,쪽방입구에위치한고시원도,도심속공원과지하철역사,동네뒷산등산로,매일오가는거리까지.생각없이지나치는일상적인공간에서죽음이보이기시작했다.
무연의죽음은생각보다훨씬가까이존재해있었다.그리고내가그것을인지하는순간그죽음들은자연스럽게일상에스며들었다.내가만난고인들이손을들어일상의풍경을가리키기시작했다.바로여기에,저곳에,그리고당신의지척에서내가살다죽었다고.
(16~17쪽)

무연고사망자대부분은빈곤하다.그렇다고해서모든무연고사망자가빈곤한것은아니다.하지만사람들은이사실을잘모른다.고인이빈곤했을것이라고,그리고그빈곤은게으름에서비롯되었을것이라고너무도손쉽게단정짓는다.(59쪽)

죽음은나이를가리지않고찾아온다.영아도,청년도,노인도때가되면모두죽는다.마찬가지로무연사도나이를가리지않는다.하지만사람들은자주이사실을간과한다.무연고사망자가당연히노인일것이라고생각하는것이다.나는이런경우를종종본다.사람들은자신과동년배이거나나이가어린고인의위패앞에서더욱숙연해진다.당연한반응이다.‘때이른죽음’이라는생각은안타까움을배로만드니까.
하지만‘때이른죽음’이어린나이에죽은경우에만해당되는것은아니라는생각이든다.노인에게도죽음이때이르게찾아올수있으니까.(67~68쪽)

어떤아이가우물에빠질위험에처했다면,아이와면식이없는사람이라도일단은달려들어아이를구하기마련이다.곤경에처한사람을보고도아무렇지않게시선을돌릴수있는사람은많지않다.길을물어보는이에게방향을알려주고,아픈사람에게앉아있던자리를내어주듯,우리모두에겐‘차마외면하지못하는마음’이있다.(135쪽)

무연고사망자를애도할시간과공간을제공한다는것은수많은사람들에게‘슬퍼도된다.’라는위로를건네는일이다.그누구도박탈된애도를경험하는일이없도록,상실의아픔이일상을해치지않도록.(20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