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여름은어떤빛깔을띠고있나요?
『네가울어서꽃은진다』로이시대를살아가는청춘들의뜨거운이야기를들려준시인최백규가이번에는‘여름’과‘사랑’을테마로독자들의애틋한기억을소환한다.그의신작시「여름은사랑」부터‘국민시’라고할수있는윤동주의「서시」까지.최백규시인만의감성적인언어로써내려간에세이를함께읽다보면어느새물빛여름향기에흠뻑빠지게된다.
어느초여름,첫사랑의기억
계절이바뀌는게느껴질때면누구나한번쯤은떠올리는것이있다.봄이면벚꽃,여름에는바다,가을에는단풍,겨울에는화이트크리스마스처럼.그리고또빼놓을수없는한가지.그때의벚꽃을,바다를,단풍을,화이트크리스마스를함께한누군가의말간얼굴이다.
최백규는‘여름’을그리는시선집첫머리에윤동주의「서시」(p.14-15)를놓았다.“그대는나의부끄럽고괴로운나날”이지만“그럼에도불구하고사랑할수밖에없다”는고백은“흐르는길의끝에서문득고개를들듯이우리가마주하기를”바라는마음으로이어지며,독자로하여금어느초여름첫사랑의기억을떠올리게한다.마치“시집첫머리에놓인시처럼.바람에스치우는별처럼”.
바야흐로여름의한복판이다
“천변이며운동장따위를떠돌다집앞까지데려다주던걸음들”(최백규,「여름은사랑」,p.24-25)은먼곳으로이어져돌고돌아(김동원,「오십천」p.50-51)사랑이사랑인줄몰라기다리고떠나보냈던그때의나와그대(김행숙,「오늘밤에도」,p.40-41)에다다른다.푸르름이온몸에퍼져“사십도의열을끌어안고나서야열병이향해야할방향을”조금쯤깨닫게되는때(안도현,「너에게묻는다」,p.57).시인은여름의한복판을그렇게그리고있다.
“오늘도그대의밤이환하게지나가기를……”
몇개의여름이흩어지고오래지던꽃도,말간그대의얼굴도지금은곁에없지만,“그대가없어도그대를사랑”(한용운,「님의침묵」,p.98-99)할수있기에“여름이가도아무것도끝나지않을것이다”(엮은이의말,p.5).
“오늘도그대의밤이환하게지나가기를……”바라는시인의기도처럼.
엮은이의말
몇개의여름이흩어지고구름이흐르는방향으로바람이일었다.우리에게빛이있으니여름이가도아무것도끝나지않을것이다.아름다움은이곳에있다.오늘도그대의밤이환하게지나가기를…….
여름에서
최백규
추천사
대동(大同)의아름다움
한시인이다른시인들의시를고르고거기에감상을붙였군요.시의선택이신선하고거기에따른감상도새롭고살갑네요.나도이런종류의책을내본일이있는데중요한것은이심전심이고동병상련의마음입니다.실상그것은시를쓰게하는원동력이기도하지만다른사람들과의소통의창구역할을맡아주기도하지요.한시인이많은다른시인들의시에대해공감하고그공감이다시널리퍼져더많은사람들을울릴때대동(大同)의아름다움이열릴거라고생각합니다.그렇습니다.최백규시인이꾸미는시의꽃밭은대동의꽃밭입니다.그꽃밭이세상을더욱아름답게,밝게해주고명랑하게만들어줄것을믿고기대합니다.이러한섬세한노력들로인해서세상은쉽게망하지않고쉽게판이기울지않는거라고생각합니다.축하와감사의마음을드리는까닭이여기에있습니다.
-나태주(시인)
책속에서
그대와나는우리라는말로잇기에도아직어색한사이.그대와나는아름다움.그대와나는여름오후아래에서하얗게마른옷.그대와나는무성한마음.(중략)그대와나는흔들리며피는꽃.
---「흔들리며피는꽃˚도종환」중에서
오래도록아무도나의이름을불러주지않았습니다.멀어져가는사람들속에서꽃이되는일은생각조차할수없었습니다.그런데어째서그대는계속나의곁에머무릅니까.(중략)우리가웃으면꽃이피어날지도모르겠습니다.
---「꽃˚김춘수」중에서
한여름밤의축제를마치고옥상에올라처음한입맞춤을기억합니다.세상끝에서있는듯한느낌을기억합니다.(중략)파도도우리를기억해매년이맘때즈음이면그날의웃음소리를반복해재생하고있을것입니다.
---「여름은사랑˚최백규」중에서
무심코던진말에상처를입고,마음이엇갈리고,말이없고,고개를돌리고,모든것을알듯하지만아무것도알지못하고,이해하지못하고,기다리고,떠나보내던,나와그대의그때,사랑이사랑인줄몰랐을때.
---「오늘밤에도˚김행숙」중에서
어느날문득그대가나에게힘들지않냐물어울음이터진적도있습니다.그때안아주던품덕분에여전히춥지않습니다.이제그집도그대도없지만잊지않았으면좋겠습니다.나는그대를,그대는나를.
---「기다리는사람˚최지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