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의 아편

지식인의 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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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마르크스주의에 기초한 공산주의라는 아편은 사람들에게 폭동을 자극한다.
민주주의의 결점에 대해서는 가차 없으면서도 올바른 교리라는 미명하에 자행되는 최악의 범죄에 대해서는 너그러운 지식인들의 태도를 설명하고자 하면서, 나는 곧 좌파, 혁명, 프롤레타리아트라는 신성한 어휘들에 부딪히게 되었다. 나는 그것들의 신화에 가해지는 비판을 통해 역사에 대한 숭배를 성찰하게 되었으며, 사회학자들이 아직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하나의 사회 범주에 관련된 문제를 검토하게 되었다. ‘인텔리겐치아’가 그것이다.
좌파 가족의 일원이었던 내가 그 가족에게 바치는 이 책에 마침표를 찍으면서, 나는 그 가족과의 모든 관계를 단절하는 쪽으로 기운다. 이것은 고립 속에 잠기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것은 오히려 증오 없이 투쟁할 줄 아는 사람들, 그리고 광장에서의 논쟁을 인간의 운명의 비밀이라고 여기지 않는 사람들 중에서 동조자들을 선택하기 위해서이다.
저자

레몽아롱

1905-1983
사르트르와더불어20세기프랑스의‘인텔리겐치아’를양분하고있는아롱은1924년에사르트르와함께고등사범학교에입학했으며,1928년에철학교수자격시험에수석으로합격했다.1930년대초에베를린소재프랑스연구소에머물면서독일철학과사회학에깊은관심을가졌고,나치즘의부상을직접목격하기도했다.2차세계대전이발발하자런던으로건너가『라프랑스리브르(LaFrancelibre)』지의주간으로활동하면서드골장군과함께조국의해방을위해노력했다.귀국후에『콩바(Combat)』,『르피가로(LeFigaro)』등에서언론인으로활동했고,1955년에소르본대학의교수로임명되었으며,1970년부터는콜레주드프랑스교수로재직했다.
주요저서로는『현대독일사회학(LaSociologieallemandecontemporaine)』,『역사철학입문(Introductionàlaphilosophiedel’histoire)』,『민주주의와전체주의(Démocratieettotalitarisme)』,『대분열(LeGrandschisme)』,『국가간평화와전쟁(Paixetguerreentredesnations)』,『계급투쟁(LaLuttedesclasses)』,『폭력의역사와변증법(Histoireetdialectiquedelaviolence)』,『참여적방관자(LeSpectateurengagé)』,『회고록(Mémoires)』등50여권이있다.

목차

서문


제1부정치적신화

제1장좌파의신화
회고적인신화
가치의분리
제도의변증법
이상과현실

제2장혁명의신화
프랑스대혁명과군소혁명
혁명의위엄
반항과혁명
프랑스의상황은혁명적인가?

제3장프롤레타리아트의신화
프롤레타리아트의정의
현실적해방과관념적해방
관념적해방의유혹
현실적해방의평범성

정치적낙관주의에대하여

제2부역사에대한우상숭배

제4장성직자들과신도들
당의무오류성
혁명적이상주의
재판과자백
이른바혁명적정의에대하여

제5장역사의의미
의미의복수성
역사의단위들
역사의목적
역사와광신주의

제6장필연성의환영
우연적결정론
이론적예견
역사적예견
변증법에대하여

역사의지배에대하여

제3부지식인들의소외

제7장지식인들과그들의조국
‘인텔리겐치아’에대하여
인텔리겐치아와정치
지식인들의낙원
지식인들의지옥

제8장지식인들과이데올로기
주요사실들
국가적토론
일본의지식인들과프랑스모델
인도와영국의영향

제9장종교를찾는지식인들
경제적의견또는세속종교
투사와동조자
시민종교에서스탈린주의로
세속적교권주의

‘인텔리겐치아’의운명

결론·이데올로기의시대는끝날것인가?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편집자의말

레몽아롱,우리가모르던사상가

레몽아롱이라는이름은우리에게익숙하지않다.특히그와동시대에여러사상적자취를남긴사르트르,메를로퐁티,카뮈라는거대한이름에비한다면더더욱그렇다.사르트르와아롱이절친한친구였다는사실도우리에게는잘알려지지않았다.그러나아롱자신은한국에관하여관심이많은인물이었다.그는전쟁초기부터북한의도발로한국전쟁이시작되었다는것을‘주장’했다.지금은분명한사실이지만,사르트르와같이우리나라에귀책원인이있다고주장하는사람들이많았던당시를생각해보면,그의통찰력을높이평가하지않을수없다.
그렇다면,도대체왜,여태까지잘알려지지않았던아롱이라는인물을우리는다시조명해야할까?그것은21세기들어시작된아롱의‘복권’을생각해보아야한다.사르트르의고장,프랑스에서는21세기들어아롱의복권과사르트르의추락이시작되었다.왜프랑스는갑자기상당한위치를차지하고있던사르트르를밀어내고아롱을높여주기시작했을까?프랑스철학이우리나라에서차지하는영향력을생각해보면,우리역시이놀라운현상을주시하지않을수없다.사르트르의몰락과그사상적적대자의부흥이라니,놀라운일이아닌가.
놀라운점은한가지더있다.그것은아롱이2차세계대전이끝나기전에는자신도사회주의자로서‘좌파가족의일원’이었다는사실이다.그런아롱이좌파가헤게모니를장악한해방된프랑스에서는‘소외된’지식인으로서좌파와의결별을선언하고자유민주주의의옹호자가된것이다.그가이렇게스스로‘외톨이가된’이유는무엇일까?그는왜스스로‘추방당한’지식인이되어‘고립된섬’같은처지를자처했을까?그것은지식인으로서의책무를다하기위함이었다.비록프랑스지성계는그를외면했지만,그는끝까지‘지식인’으로남았다.
다시앞이야기로돌아가서,왜프랑스지성계는다시아롱을주목하기시작했을까?그것은이른바새로운밀레니엄시대,좌파의위기로부터기인했다.혁명은이제그방향을바꿨다.사람들은총체적혁명보다는분자적혁명을주장했다.소련은몰락했고,좌파지식인들은길을잃었다.이러한좌파지식인의실종상황속에서,그들이그동안배척해왔던아롱을되돌아보는것은자연스러운방향이었다.그리고되돌아본자리에는묵묵히지식인의길을걸어간하나의위대한지성이서있었다.‘배반자’레몽아롱의승리였다.

신화,역사그리고소외

『지식인의아편』이라는서명을들었을때,당신은무엇을떠올리는가?혹시,“종교는민중의아편”이라는그유명한말을떠올렸는가?그렇다면바로짚었다.‘지식인의아편’은바로그‘민중의아편’에대응하는말로서공산주의가바로지식인의종교이며아편이라는것을드러내기위한상징적표현이기때문이다.아롱은공산주의라는아편에취해있던프랑스지식인들을비판하기위한이책을세개의부로나누어구성했다.“정치적신화”,“역사에대한우상숭배”,“지식인들의소외”가그것이다.
1부에서다루고있는‘정치적신화’란‘좌파’,‘혁명’,‘프롤레타리아트’라는세가지신화를말한다.아롱은이부에서역사상에서통일된‘좌파’라는건없다고말한다.이어서좌파를자처하는자중도대체누가진정한좌파냐고묻는다.또‘혁명’은그과정에서의재앙은사라진채,위엄만이남았다고말하며,도대체어디까지가혁명이고어디부터는혁명이아닌지묻는다.그리고마지막으로‘프롤레타리아트’의‘사명’,나아가프롤레타리아트라는하나의단결된‘집단’이과연존재하느냐고묻는다.아롱은이런질문들을통해서‘신화’를무너뜨리고있다.
신화가무너진자리에는‘역사’가등장한다.그런데이부에서말하는‘역사에대한우상숭배’에서역사에대한‘우상숭배’가도대체무엇을말하는것일까?그것은역사를지엄한심판대로여기는,이른바‘역사의판결’과같은생각을말하는것일까?그것은역사에특정한‘길’이정해져있다는계시적역사관을말한다.아롱은역사에대한‘성직자들과신도들’을비판하면서,역사의최종적의미나필연성같은건없다고말한다.역사에는과연최종적목적지가존재하는가?역사는과연누구의승리를공언하고있는가?우리모두알고있을것이다.
마지막부인‘지식인들의소외’는뭔가동떨어져보인다.그런데,조금만생각해보면신화가무너지고역사의의미가무너진자리에는‘소외’밖에남지않는다는것을알수있을것이다.아롱은먼저‘지식인들과그들의조국’간의관계,‘지식인들과이데올로기’에대해이야기한다.그리고지식인들은결국종교를찾게된다는것을말한다.그들의이상과다른조국,그들의현실과다른이데올로기사이에서고뇌하는지식인들은,결국자신들이만들어낸하나의종교에기대게된다.공산주의는바야흐로‘지식인의아편’이되어버린것이다.


광신적믿음에대한지식인의비판

그런데,지금도대체누가공산주의를추앙한단말인가?물론소련의몰락이후로공산주의를추앙하는사람들은대개전향하거나사라졌다고볼수있을것이다.이점에서도대체왜『지식인의아편』을읽어야하는가하는의문을품을수있다.그러나아롱이이책에서무엇보다비판하고자한것은,이른바공산주의에대한광신적믿음이다.그리고이러한이른바‘광신적믿음’이공산주의에만한하는것은아니다.광신적믿음은비판적사유를수용하지않는일종의경향이다.우리가『지식인의아편』을다시읽어야하는이유가여기에있다.
우리는비판적사유에대해서는높이평가하면서도,우리에대한비판적사유는달가워하지않는다.비판적사유는오직내가아닌상대편에게향할때만이‘비판적’이다.그러나지식인이라면,당연히자신을향해서는더비판적이어야한다.데카르트는자신의존재마저도의심했는데,어떻게지식인이자신의신념을확신할수있단말인가?지식인들은자신을위해서도,사회를위해서도비판적이어야한다.맹신은지식인을침묵하게하며,침묵은사회를낭떠러지로몰고가기때문이다.비판을허용하지않는사회는,더이상인간들의사회가아니다.
넷플릭스의《지옥》이라는드라마를시청한사람이라면,맹신과맹종의무서움을보았을것이다.의문이허용되지않는사회에서비판자들은배교자가되어탄압받는다.그런데,우리사회는과연《지옥》속의사회와얼마나다른가?그정도나맹신의대상은다를지몰라도,우리사회도얼마간은비판이나의문에대해맹공을퍼붓지않는가?아니,나아가그저다르다는이유만으로상대를공격하기도하지않는가?우리는,나는,당신은,이러한의문에대하여당당할수있는가?그것이무엇인지는몰라도,우리는아직무언가를숭배하고있지않은가?
『지식인의아편』은우리를이러한신화로부터해방해줄것이다.한지식인이우리에게길을비춰주고있지않은가.물론아롱에대해서도비판점이있을수있다.그러나비판점이있다면얼마든지비판하면될뿐이다.앙드레지드는『지상의양식』에서이렇게말하지않았는가.“나의이야기를읽고난다음에는이책을던져버려라─그리고밖으로나가라.”우리는다만,우리도어느새다른이름을한새로운아편에취해있는것은아닌지,되돌아볼기회를마련해보아야한다.그리고『지식인의아편』은그것을돕는아주쉬운방도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