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 ('신이 죽은' 시대의 내로남불)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 ('신이 죽은' 시대의 내로남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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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아무도 내로남불을 피할 수 없다.
내로남불은 인간 인식의 불가피한 조건이다.
우리는 모두 내로남불을 행한다. 따라서, 우리는 타인들의 내로남불만이 아니라, 타인과 나 자신 모두의 내로남불을 감시하고 따져 묻는 비판 정신을 유지해야 한다. 편안함은 물론 좋은 것이지만, 철학은 마냥 편안함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긴 안목으로 볼 때, 비판받지 않는 편안함, 곧 지나친 편안함은 결국 더 많은 문제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나는 ‘철학이 건강한 불편함을 지향한다’고 믿는다. 내가 쓴 이 책은 바로 이렇게 철학이 지향하는 건강한 불편함을 가져오기 위한 작은 시도이다.
누가 전체를 볼 수 있는가? 이 사람이 살고 있는 시대는 ‘신이 죽었다는 소식’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시대인 것이다. 우리 중 누구도 ‘숲’을 볼 수 없다. 숲, 곧 전체를 볼 수 없고, 모든 사람이 오직 나무들만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인식은 부분적 인식, 곧 치우친 인식, 편파적 인식이다.
어떤 인식이 아니라, 모든 인식, 곧 ‘인식’ 그 자체가 편파적이다. 너와 그들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불가피하게’ 편파적이다. 어떤 인간도 이러한 사실의 예외가 될 수 없다.
저자

허경

고려대학교불어불문학과를졸업하고,같은대학교대학원철학과에서「미셸푸코의윤리의계보학」으로석사학위를받았다.프랑스스트라스부르대학교철학과필립라쿠라바르트아래에서「미셸푸코와현대성」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
고려대학교응용문화연구소및철학연구소연구교수를역임했으며,현재는대안연구공동체‘철학학교혜윰’의교장으로재직중이다.
지은책으로『그때는맞고지금은틀리다』(길밖의길),『미셸푸코의《지식의고고학》읽기』,『미셸푸코의《광기의역사》읽기』,『미셸푸코의《임상의학의탄생》읽기』(이상세창미디어),옮긴책으로미셸푸코의『상당한위험:글쓰기에관하여』(그린비)및『담론의질서』(세창출판사),질들뢰즈의『푸코』(그린비)등다수가있다.

목차

들어가면서:나와‘다른’생각을하는사람들과‘함께’

1장‘내가하면로맨스,남이하면불륜’:일관성의결여
1.‘내로남불’담론을낳은21세기대한민국사회
2.공정과정의에대한관심의표현으로서의‘내로남불’담론
3.내로남불행위와내로남불비판담론
4.내로남불,이웃과강자·약자의구분

2장이웃,강자,약자,그리고나:내로남불의네가지대상
1.‘이웃’의내로남불을향한비판
1)내로남불의부도덕성
2)내로남불비판과칸트의도덕법칙
3)내로남불비판담론의정치적층위
4)내로남불이라는내로남불?
5)상대주의의문제
6)각자의‘상대적’관점을넘어서는‘객관적’관점은불가능할까?
2.‘강자’의내로남불을향한비판
1)권력의남용에대한비판
2)공정한,진영으로부터자유로운비판?
3.더특별한이웃,‘약자’의내로남불을향한비판
4.‘나’의내로남불을향한비판?

3장니체에이르는길:‘신은죽었다’
1.“신은죽었다”:자기비판으로서의그리스도교비판
1)하나의유일한‘정답’이있는세계의종말
2)‘정답’은‘본질’의존재를가정한다
3)우리는어떻게진실을‘아는가’?
2.홉스의리바이어던:결국누군가는정해야한다!
3.존로크:계약과‘혁명’의논리
1)『통치론』:‘오직나스스로의양심에따라’
2)『관용에관한편지』:우리중누가결정할수있다는말인가?
4.칸트:나는무엇을알수있는가?
5.존스튜어트밀:내가‘내삶’을결정할자유
6.니체:각자가믿는‘신들’만이존재하는세계

나오면서:내로남불,‘신이죽은’시대의인식조건

출판사 서평

-편집자의말


내로남불의사회,대한민국

어느순간부터한국사회는내로남불이라는말이지배하는사회가되었다.그연원을따지자면,처음그말이나온것은정치권이었다.즉,이말은그탄생에서부터일종의정치적성격을가지고있는셈이다.그러나무엇보다도이말은일종의도덕적판단을내포하고있다.내가하면로맨스,남이하면불륜이라는것은내가하는것은정당한것이고,남이하는것은정당하지못한것이라는판단아래서만성립될수있는말이기때문이다.한국에서이말은아주일상적으로쓰인다.그렇다면과연이러한현실은우리나라가도덕적으로중대한위기에봉착해있다는,또는도덕적타락을경험하고있다는사실을말해주는것일까?다시말해,우리는자신에게는지나치게관대하면서남에게는가혹한도덕적잣대를들이미는뒤틀린도덕의시대를살아가고있는것일까?그러나저자는우리에게또다른시점을제공해준다.

“왜내로남불이오늘한국에서는이렇게비난받고있는것일까?그에대한대답은아마(누가뭐래도)이전시대에비해그구성원들사이의불평등정도가현저히완화된오늘대한민국사회의현실에서찾아야할것이다.…‘팔이안으로굽는’강자의행위를무기력하게지켜보아야했던예전의사회적약자들은21세기대한민국에서이제더이상약하거나무기력하지도,고분고분하지도않다.”

저자에따르면,내로남불적행위,즉‘팔이안으로굽는’행위는인간의보편적인행위다.누구도이러한인식에서벗어날수없으며,우리모두이러한자기편향적인식에빠져있다는것이다.그러나우리는이제이러한자기편향적인식과행위를좌시하지않는다.우리가그럴만한힘과권리를가졌기때문이다.저자에따르면,오히려그렇기에우리는더욱더타인의내로남불에대하여엄격해졌다는것이다.다시말해,아이러니하게도우리사회의향상된평등과기준이아직남아있는불평등과부도덕을더욱돋보이게했다는것이다.


누가자신의‘옳음’을주장할수있는가?

가장무서운것은정의라는말이있다.자신이믿는것이옳다고여기는사람들은자신의행위역시도옳다고여긴다.정의를관철하기위한폭력은옳은것이며,피해자는존재하지않는다.그에게가해지는것은단순한폭력이아니라일종의징벌인탓이다.그런데우리는스스로우리를옳다고여긴다.이것은일종의보편적인식이다.따라서우리는다른이의사소한잘못도가벼이넘기지않는다.물론잘못이사소하지않을수도있다.그러나그렇다하더라도그에게가해지는린치가정당화될정도로그잘못이중대한것인지에대해서는여전히논의해보아야한다.나아가,그에게린치를가할자격이있는지역시논해봐야할것이다.이와는반대로우리는우리의잘못에대해서는실수라며별일아닌일로치부해버리기가십상이다.이러한내로남불에서예외인사람이과연존재할수있을까?어떤사람은자신은그러한행위를한적이없노라고말할지도모른다.그러나우리는여전히이렇게물을수있다.

“그건당신만의생각이아닌가?”

우리가내로남불이라고비판하는사람들조차도사실은자신의행위를내로남불이라고생각하지않는경우가다반사다.그러한점을고려하면자신은내로남불행위를한적이없다는선언은결국자신의내로남불을인식하지못했다는선언에불과할지모른다.또는,당신에게는그저기회가주어지지않았던것뿐아닌가?이렇게까지이야기를하면,마치내로남불행위를하는사람들을두둔하는것으로보일지도모른다.그러나이러한질문은그것을정당화하기위한것이아니다.우리모두에게는내로남불적인인식이있다는사실을깨닫기위한것이다.우리는우리가편향적이며,자기중심적이라는사실을알아야한다.그렇다면왜그래야하는가?우리는그럼으로써만타인을제대로이해할수있기때문이다.
상대를악마화하는것은쉬운일이다.그러나내가상대를악마화할때,상대역시나를악마화할것이라는사실을배제해서는안된다.상대를악마화하는것은상대를이해하기어렵게만든다.그리고상대를이해할수없을때우리는상대에대한공포에휩싸이게된다.그렇게해서타인은지옥이된다.그러나,그때우리역시도타인의지옥이된다는사실을잊어서는안된다.우리는이지옥에서벗어나야한다.그런데이지옥에서벗어나는일은생각보다간단할지도모른다.우리주변에도사리고있는악마들을되돌아보자.그는혹시악마가아니라나와같은인간이지는않을까?이곳은혹시지옥이아니라,사람사는세상이아닐까?생각해보자.우리는신이아니다.니체가말했듯이미“신은죽었다.”신이죽은곳에는절대적선이란없고절대적악역시도있을수없다.절대적기준이존재하지않기때문이다.다시말해서신과함께“악마도죽었다.”그리고신과악마들이죽은곳에는오직인간만이있을뿐이다.

나와‘다른’생각을하는사람들과‘함께’

저자는이러한구절과함께이책을열고있다.결국이문제는‘사람들’에관한문제다.다른것은곧틀린것이아니다.따라서우리가틀린답이라고생각하던것들은어떻게보면틀린답이아닌그저‘다른’답일지도모른다.그런데우리는늘다른사람들을틀린것으로간주해왔다.저자는우리의내로남불행위나내로남불비판담론이단순히도덕적게으름이나부도덕성때문이라기보다는일종의인식론적오류나무지에서기인한다고말한다.그러므로우리는우리가이러한내로남불적행위를한다는사실,우리가이러한내로남불적인식을지니고있다는사실을알아야한다.상대역시나와마찬가지다.내가생각하듯이상대도생각하고,내가잘못하듯이상대도잘못한다.상대를인정하면우리는거기에서있는것이나와다를바없는인간이라는것을깨닫게된다.그리고그러함으로써만우리는‘함께’살아갈수있다.
결국,인간은‘함께’사는존재다.나는네가없이는,우리가없이는살아갈수없다.함께살아가기위해서는서로를이해해야만한다.나만이상대를이해해주는것이아니라,상대로나를이해해주어야우리는함께살아갈수있다.또나는나역시도이해해야한다.나는무결하지않고타인처럼잘못할수있는존재다.이책은이처럼우리에게만연한편향된인식,즉내로남불에철학적으로접근하고우리가함께살수있는철학을발명하고자한시도다.그리고전문적철학자로서,저자는그에대한철학적근거도제시하기위해애썼다.이러한시도를저자는‘보잘것없는’시도라고겸양하지만,이시도가나에게,당신에게,우리에게닿을때,우리는새로운세상을,모두가함께사는세상을상상해볼수있을것이다.그렇다고이책이‘모든것이상대적으로옳다’는주장을펼치는것은아니다.기준의선택자체는결단의영역이되,특정기준이주어진다면그한도안에서는분명히옳고그름이있기때문이다.때로,위근우의말대로,어떤것은단순히다른게아니라분명틀린것이다.이런점을분명히해둔다면,이책이누구도피할수없는인간인식의한계를지적하는일반론임은쉽게이해될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