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을 그리다 (무너진 자들을 위한 미술의 변명)

절망을 그리다 (무너진 자들을 위한 미술의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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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바이마르 시대, 전쟁의 패배가 불러온 고통을 없애기 위해 다시금 전쟁을 준비하는 국가폭력 앞에서 사람들은 조용했다. 그들을 대신한 시대의 선봉은 ‘작가’였다. 주제는 ‘절망’이었다. 이들은 현실 경험세계에 대한 치밀한 천착으로 표현주의의 시동을 건다. 진실에 매달린 표현주의자들은 붓놀림으로 정치적 함성을 대신한다. 표현은 하염없는 ‘관찰’과 ‘생각’이 끝난 다음의 ‘일’이다.

‘미술로 보는 정치’는 정치연구에서 생소하다. 그러나 ‘보고 기억하며 회상’하는 감각적 인지야말로 정치관계의 이해에 효과적이다. 이 책은 ‘미술정치학’을 통해 정치탐구의 지평을 넓히고, 폭력의 역사 속에서 절망하는 인간들을 살핀다.
저자

박종성

한양대학교정치외교학과를졸업하고서울대학교대학원정치학과에서석사학위와박사학위를받았다.서원대학교를정년퇴직하고명예교수는사양했다.정치와관계맺는주변의끈끈함으로작업의중심을삼고있다.지은책으로,『한국의매춘』(1994),『왕조의정치변동』(1995),『정치와영화』(1999),『한국정치와정치폭력』(2001),『백정과기생』(2003),『문학과정치』(2004),『조선은법가의나라였는가』(2007),『씨네폴리틱스』(2008),『패션과권력』(2010),『한국의파벌정치』(2012),『사랑하다죽다』(2012),『퇴폐에대하여』(2013),『영화가뿌리친정치사상』(2015),『형벌을그리다』(2015),『아전과내시』(2016),『평전박헌영』(2017),『국가는폭력이다』(2018)가있다.

목차

프롤로그

제1장미술의정치성과미술정치:인상주의저물고표현주의뜨다
1.표현의정치와권력화:꾸밈과드러냄은어떻게다른가
2.공격과바로드러내기:굶주린야수여,먹이를뜯어라
주석

제2장표현주의의지속과변화:보이지않는것과보지못하는것
1.후기표현주의의분화:진실주의·신즉물주의·마술적사실주의
2.바이마르의미술정치:국가는덧없고사람들은흔들리는데
주석

제3장절망의미술정치:위로와변호
1.매춘(賣春)과매춘(買春)
2.자살과색정살인
3.카바레와살롱
4.전쟁과패배
주석

제4장한국의표현주의:미술사상의번짐과스밈
1.국경의해체와미술의힘:절망은어디서나넘쳤다
2.한국미술과작가의표현정치:미술사는끊어지지않는다
주석

에필로그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미술은‘정치’다”
미술이뜨거운정치주체였던1920년대,
가장낮은곳에서흔들리는이들의‘절망’을그리다

표현주의는독일현대사의바이마르시대(1919-1933)를대표하는핵심적미술사조이다.제1차세계대전직후독일에수립된바이마르공화국은불안한사회정세로몹시혼란했으며시민들은극심한인플레이션과실업으로고통받았다.반면예술은새로운시기를맞아융성하여,표현주의를표방한이시기의화가들은거친화풍과원색의이미지로강렬한인상을주었다.모네에서고흐,고갱으로이어진인상주의는저무는해처럼새로운미술사조에꺾이고,키르히너를필두로베크만,딕스,그로스,마멘등이주도적으로표현주의의계보를이었다.

물론표현주의라는하나의잣대만으로측정할수는없지만,이들의무게중심은표현주의를공유한다.불편한진실을직설적으로드러낸이들의작품은현실적인진지함과정치적시선을전제로한다.즉“표현의본질은‘정확성’에있고이를위해작가는‘잘보아야’”했다.이시기작가들에게표현주의는피할수없는흐름이었다.전환기의혹독함,배부른정치인과길거리로쏟아져나오는창녀들,무력한상이군인들,자살과색정살인의현장은“도발과저항을일삼는표현주의자들의심리적동기”가되었다.예술은민중을대신하는정치적의사표현의주체로우뚝섰다.“그려야할것들은널려있었다.보려하지않아서였지,보자고작정만하면세상곳곳은오브제의아카이브로흐르고넘칠지경이었다.”

제1장에서는미술의정치성과미술정치에대해다룬다.‘재현’과‘표현’개념을둘러싼담론,표현주의전후의미술사조,인상주의의쇠퇴와표현주의로의심화과정을살펴보고표현주의의대표작가들도언급한다.제2장에서는표현주의의지속과변화과정을살핀다.후기표현주의는진실주의,신즉물주의,마술적사실주의로확장된다.딕스,마멘의작품을감상하고,1920년대바이마르의미술정치양상을살핀다.제3장에서는독일의매매춘확산,폭증하는자살과색정살인,전쟁등절망적상황을다루는미술정치시도를주목한다.로트레크,딕스,그로스,마멘등의작품을통해그들이포착한당대의비극적정서를읽는다.마지막제4장에서는국내로시선을돌려,강점기조선미술의표현주의양상을살핀다.황술조의작품에서‘조선적유화’와표현주의의시도를엿본다.

“많고많은미술사상가운데하필표현주의에꽂히는까닭은바로이‘예술적믿음’을관통하는적실성과설득력에있을터다.모든미술이‘정치적’일망정,이들만큼목청높여‘정치적’으로저항하거나정색하며사회비판과예술적공격을작업본령으로삼는경우도흔치않기때문이다.여간해서미술은‘정치’를전면에내세우거나겉으로조차‘정치적’이고자하지않는데반해,표현주의자들의함성인즉문화적질풍과역사적노도와함께표현의힘을구현한까닭이다.…문제는다가섬의자세와지탱의의지다.우리의문제를들여다볼예리한도구로과거표현주의의성난파도와거친바람을다시맞이할이유는넘친다.무엇을취하고어디부터버릴는지는다음다음의궁금함이다.시대를후벼파고총체적책임의배후로정치를담보,귀책하는미술적절차에인문의불꽃을지피는작업도더는늦출수없는나날이다.”(프롤로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