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두 지식인, 사르트르와 아롱

세기의 두 지식인, 사르트르와 아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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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역사’를 껴안기로 선택한 두 지식인,
그리고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그들의 엇갈린 운명
으레 그러하듯 우리의 이야기는 71년 전에 찍힌 누렇게 바랜 한 장의 사진으로부터 시작된다. 1924년도 고등사범학교 입학생들이 후세를 위해 포즈를 취했다. 맨 앞줄에 철학을 전공으로 선택한 두 명의 젊은이가 나란히 있다. 장폴 사르트르와 레몽 아롱이 그 주인공들이다. 그 뒤로 몇십 년이 흘러 1980년 4월에 사르트르가 먼저 세상을 떠났을 때, 아롱은 다정하면서도 심심한 애도를 표하는 글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참여는 이미 유효하지 않다.” 아롱의 펜 끝에서 나온 이 문장은 과거에 대한 과민반응이나 상처를 곱씹는 것보다는 오히려 ‘역사’로 인해 두 사람 사이에 깊은 골이 파여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사르트르와 아롱은 정확히 같은 나이였고, 친구였다. 게다가 두 사람은 같은 지식인의 토양에서 태어났다. 그런 만큼 20세기를 지나온 그들 각자의 지적 여정의 역사를 비교하는 것은, 단지 깨져 버린 우정의 관계뿐만 아니라, 또한 지식인들의 사회를 요동치게 만들었던 거대한 파도의 모습을 파악하는 것이기도 하다. 두 명의 “절친”인 사르트르와 아롱은 지식인 사회에서 보면 여전히 ‘천국’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다만 이번에는 그 역할이 바뀐 상태이다.
저자

장프랑수아시리넬리

1949년파리에서태어나역사교수자격시험에합격하고,릴대학교수를거쳐파리정치대학(Institutd’étudespolitiquesdeParis)교수를역임했다.현재파리정치대학명예교수이다.그는특히20세기프랑스지성사,정치사상사,대중문화사에큰관심을가지고있다.주요저서로는『지식인세대.양차대전사이의카뉴와고등사범학교졸업생들(Générationintellectuelle.Khâgneuxetnormaliensdansl’entre-deux-guerres)』(1988),『프랑스지식인들및열정:20세기의선언과청원(Intellectuelsetpassionsfrançaises:manifestesetpétitionsauXXesiècle)』(1990)등이있으며,『프랑스우파의역사(HistoiredesdroitesenFrance)』(1992)등의편찬을책임감수했다.2012년에는그동안의학문적공로로레지옹도뇌르훈장을받기도했다.우리나라에는파스칼오리(PascalOry)와함께출간한LesIntellectuelsenFrance:Del’affaireDreyfusànosjours가『지식인의탄생』이라는제목으로번역된적이있다.

목차

한국어판을위한저자서문

서론천국과지옥사이

제1부분화구속의역사

프롤로그태초에카뉴들이있었다
당연히그렇게되어야할바칼로레아합격자들
사르트르:도시의소음에서멀리떨어져있다

제1장“고등사범”,또는순진함의시기
두명의비전형적인고등사범학교학생
뛰어난철학도들
1차세계대전을모면한세대
“나는열렬한평화주의자였습니다”(R.아롱)
사르트르,또는초연의시기
미래의지식인들

제1부의결론뒷걸음질하면서‘역사’에탑승하기

제2부폭풍우속의세대

제2장‘역사’의깨어남
사회주의화되는젊은지식인
독일:“역사는반복된다”
베를린에서의“휴가”
프랑스안에서의파시즘위험?
한사람은투표하고,다른사람은투표하지않다
아롱:‘역사’의지평에서의“재앙”
전쟁,삶의중간에서

제3장세계대전동안의두지식인
사르트르:“심각한변화”
아롱:전차아니면펜?
평온한점령기간?
『코뫼디아』,또는『레레트르프랑세즈』?
과오?
세대내에서의릴레이
시련

제3부30년전쟁

제4장대지진
“아롱”의구상,자유주의지식인
사르트르의권력장악
위상의변화
철학의축전
사르트르의영광
“이별”을향하여
경계선상의우정
귀환불가능한지점을향하여
“각자자기진영에서출발했다”

제5장냉전의한복판에서
결렬
풀턴연설의효과
냉전중의파리에서
“더러운손을가진자는사르트르이다”
중립주의에서동반자로
1952년여름
냉전기간중에

제6장알제리에서베트남까지
“공산주의자들과의일치”
1956년의충격
“알제리비극”에대한하나의“대답”
사르트르의전쟁
제3세계,새로운혁명적엘도라도
1968년의정면충돌
베트남이라는기호아래에서

에필로그

제7장인상,저무는태양
‘역사’가방향을바꾸다
꺼져버린화산
“선거,어리석은함정!”
원로자유주의자의가을

결론20세기에지식인들은없었는가?

옮긴이의말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오퍼스(OPUS)총서
‘Opus’는보통약자(Op.)를사용하여음악작품들을손쉽게나열하여표현하는말로,“작가나화가등의중요한작품”이라는뜻을함께지닙니다.Opus가간단한표기만으로수많은음악을담듯,오퍼스총서는멀게만느껴지는오늘날의지식인들과그작품들을담아우리의곁에가까이닿을수있도록소개하고자합니다.

출간예정
ㆍ미학에고하는작별_장마리셰퍼지음,손지민옮김
ㆍ변화의천사_잉그리트리델지음,조정옥옮김
ㆍ언어의감옥_프레드릭제임슨지음,윤지관·김영희옮김
ㆍ공론장의‘새로운’구조변동_위르겐하버마스지음,한승완옮김
ㆍ상상적마르크스주의_레몽아롱지음,변광배옮김

-편집자의말

같은세대를살았고자신이살던세기를갈라놓은두지식인의일대기를살펴보는일은곧그세기의지적흐름을살펴보는일이다.그것도그두명의지식인이같은지적환경에서자랐고,과거에친밀한우정을나누던사이였다면더욱더그렇다.여기,그러한두사람의이야기가있다.프랑스지성계의두거물,아롱과사르트르는처음에는‘절친’이었고나중에는정적이었다.고등사범학교라는지적온실에서만난이두절친은왜정적이되어야만했을까?‘역사’가그들에게선택을요구했기때문이었다.아니,더명확히말해,그들에게는선택이일종의의무로서부과되었다.‘역사’의갈림길앞에서서,옳은것(lebien)을추구했던사르트르는왼쪽으로걸었고,진실된것(levrai)을추구했던아롱은오른쪽으로걸었다.그리고이러한선택으로인해두절친의관계는결국회복될수없는길로접어들고말았다.
이두지식인과유사한관계를한국사에서도찾아볼수있다.정몽주와정도전이그들이다.같은학문적요람에서배운두‘절친’중먼저독일에자리를잡았던아롱이사르트르에게후설을추천했듯이,이색이라는스승의문하에서배운두‘절친’중먼저인정받았던정몽주는정도전에게맹자를추천했다.그리고왼쪽을향했던아롱이나중에는오른쪽으로기울었던것처럼,개혁을바라보던정몽주는왕조의위기앞에서오른쪽으로향했다.반면에‘역사’에유혹되지않았던젊은사르트르는왼쪽으로향했고,‘역사’를유혹할수없었던젊은정도전은‘역사’를손에쥐었다.그렇게역사는두친구중나중에움직이기시작한친구의승리를선언하는것처럼보였다.적어도,죽음의그림자가그들가까이에다가오기전까지는그랬다.
그러나시간이흐르며,이러한분위기는반전되기시작했다.충(忠)을중요시하던조선지성계에서정몽주는충절의상징이되었고,프랑스지성계에서는아롱이걸었던길이오른쪽이었을뿐아니라,옳은쪽이기도했다는평가가나오고있다.사르트르의옹호자였던『리베라시옹』의아래와같은기사제목이그러한흐름을잘보여준다.「슬프다!레몽아롱이옳았다(RaymondAronavaitraison.Hélas!)」.“사르트르와함께틀리는것이아롱과같이옳은것보다낫다(PlutôtavoirtortavecSartrequeraisonavecAron)”던전세기의외침이침묵속에침잠되는순간이었다.두지식인에대한평가가완전히반전된것이다.이러한평가의반전에는‘역사’의움직임이크게작용했다.그렇게‘역사’의영향을받은두지식인은역사에영향을끼쳤고,다시역사로부터영향을받았다.
그러나이런평가의반전에도불구하고지금이두지식인의길에대해옳고그름을판단하는것은섣부른일이다.정몽주와정도전의길중어느쪽이옳았는가에대해서쉽게답할수없는것처럼,아롱과사르트르중누가옳았는가에대해서쉽게답할수는없다.그렇기에이책이시도하는것역시누가옳았는지를밝히는것이아니다.우리가시도할수있는것은단지,그둘의이야기를종합하려애쓰는것이며,이책이시도하는것역시그러한일이다.그렇다면우리는왜누가옳았는지밝힐수없음에도그둘의이야기를종합해야하는가?그것은바로,어느때에누가옳은것으로판정되었는가의문제는곧그세기가어디에가치를두고있는가의문제이기때문이다.마치혁명을중요시했던조선의건국기와충절을중요시했던건국이후의시대처럼말이다.우리가물어야할질문은이것이다.“왜사르트르의몰락과아롱의상승이최근의프랑스지성계에매력적이었던가?”보다직접적으로말해,“왜금세기는사르트르가아닌아롱을옳다고보고있는가?”두지식인이끌어안고자한‘역사’가그것을말해줄것이다.두명의‘지식인’인사르트르와아롱은지식인사회에서보면여전히‘역사’의‘재판정’앞에서있다.다만이번에는그판결이미뤄진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