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비나스, 타자를 말하다

레비나스, 타자를 말하다

$19.00
Description
“단지 스승이 얼마나 위대한 철학자인지를, 그것을 여러분에게 전하는 것만이 저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3,000페이지가 넘는 레비나스의 『탈무드 해설』을 번역하며 다진 레비나스 철학에 대한 깊은 통찰.
겸손함으로 철학을 설명하는 문예가 우치다 다쓰루, 레비나스 철학에 대한 안내자이기를 자처하다.
문단에 혜성처럼 등장한 우치다 다쓰루는 다양한 저서들로 일본 문예계의 엄청난 위상을 자랑하는 신서대상, 탁월한 저작을 남긴 작가에게 수여하는 이타미 주조상, 고바야시 히데오상을 휩쓸었다. 그런 그가 일본 문예계에 크나큰 충격을 던질 수 있던 사상적 저변에는 레비나스 철학이 단단하고도 깊게 박혀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그의 사상적 깊이, 설명하는 방식 등 그의 사상적 지반과 학문적 태도는 레비나스의 여러 저작들을 번역하고 레비나스에 관한 글을 저술하면서 배운 것들이다. 그래서 우치다 다쓰루는 자신을 레비나스의 ‘연구자’가 아닌 ‘제자’이기를 자처한다.
우치다 다쓰루는 일본 내에서 이미 정평이 나 있는 저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인문학이라는 장르에서, 그것도 난해하기로 유명한 레비나스의 철학을 주로 다루면서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대단한 유명세를 떨친다는 것은 어쩌면 조금 낯설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우치다 다쓰루가 그만한 명성을 얻은 것은 그의 글에는 레비나스 철학을 필두로 한 다양한 학문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와, 그것을 바탕으로 한 특유의 탁월한 설명 방식이 기초되어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우치다 다쓰루는 철학적 깊이는 물론 보기 드물게 글을 잘 쓰는 작가이다. 그 난해한 철학자 레비나스를 이렇게나 쉽고도 탁월하게 설명할 수 있는 작가는 단언컨대 희소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이렇듯 화려한 이력을 가진 우치다 다쓰루조차 필생의 사명이라고 부를 만큼 공을 들인 ‘레비나스 3부작’ 중 두 번째, 레비나스의 윤리학에 대한 내용을 다룬 책이다. 레비나스가 당면한 시대상황과 철학적 문제의식이 무엇이었는지를 설명할 뿐 아니라 레비나스 저서에 대한 올바른 독해 방법은 무엇인지 또한 설명한다. 해설서들이 갖는 공통적인 틀, 즉 이론-해설이 반복되는 구조에서 벗어나 우치다 다쓰루 특유의 명쾌한 서술 방법으로, 마치 교사가 제자에게 다채로운 설명을 곁들이듯 해설하는 것이 특징이다.

저자

우치다다쓰루

[内田樹]
사상가이자무도가.1950년일본도쿄에서태어났다.도쿄대학불문과를졸업하였고도쿄도립대학대학원인문과학연구과박사과정을중퇴했다.고베여학원대학교수를역임했고,가이후칸[凱風館]이라는고베소재아이키도장의관장으로아이키도수련을지도하고있다.대학원시절,유대인철학자에마뉘엘레비나스철학에깊게영향을받아반(反)유대주의와유대교,그리고레비나스사상을집중적으로연구하였다.현재는레비나스철학과카뮈의철학그리고일본의전통무예인아이키도에기초하여교육론,무도론,영화론,만화론,신체론,예술론,종교론,미국론,중국론,한일론그리고정치론등장르를가리지않는집필활동과언론에서의발언활동을계속하고있다.주요저서로『망설임의윤리학』,『레비나스와사랑의현상학』,『스승은있다』,『우치다선생이읽는법』,『교사를춤추게하라』,『완벽하지않을용기』등이있다.

목차

한국어판서문4
옮긴이의말-과묵과태만의속사정9
저자서문22
인용문헌약어30

제1장앎[知]에서욕망으로35
1.난해하다는것은무엇인가37
2.물음의반려43
3.라캉은말한다.“욕망하라”46
4.욕망의커뮤니케이션50
5.생성적인읽기54

제2장텍스트스승타자59
1.완전기호61
2.스승으로서의타자69
3.‘장어’혹은‘중간적인것’76
4.신발을떨어뜨리는사람81
5.반복과욕망88

제3장이중화된수수께끼99
1.대면101
2.저주를받은독학자108
3.타아와타자115
4.교역과주체122
5.‘괄호안에넣기’135
6.거짓과진실146

제4장‘죽은자’의절박155
1.사체157
2.‘나’는누구를가리키는가?164
3.양심의가책170
4.존재하는것과는다른방식으로180
5.죽은자를죽게하자190
6.지향성202
7.절대적으로외부적인것217
8.에로스적타자224
9.‘제가여기에있습니다’233
10.‘그’와‘대체,대역’243

제5장죽은자로서의타자249
1.죽은후의나251
2.터부와자책261
3.아버지죽이기267
4.‘죄를범한나’와‘자책하는나’272
단행본저자후기281
문고판저자후기285

출판사 서평

우치다다쓰루의고전적인읽기방식.
지식의양이아닌배움의자세가사유의질을결정한다.

이책은레비나스의철학,그중에서도타자론과윤리학에대해집중적으로소개한다.그러나우치다다쓰루는우리가통상적으로‘레비나스해설서’에대해기대할수있는바와달리곧바로레비나스의이론을소개하는데로나아가지않는다.오히려‘레비나스와라캉이(일본어원작의부제는‘라캉에의한레비나스’이다)얼마나난해하게글을쓴학자인지’에대해설명하는것에만집중한다.그리고그들이텍스트를매우어렵게쓴것에는어떠한목적이있음을서술하고있다.요컨대그것은‘그래서도대체무슨말을하고싶은거야?’라는질문을던지게함이다.그리고그것이바로레비나스독해의가장원초적인시작점이될수있다고말한다.
사실수상한것은그것만이아니다.우치다다쓰루는한국어판서문에서다음과같이말한다.

“제가쓴레비나스론을읽어도아마도여러분에게“아하그렇군.그런거였어.이제야레비나스를알겠다”라며무릎을치는일은일어나지않을것이라생각합니다.그런식으로‘레비나스를직접읽지않고도안것같은느낌이든다’는것은제가가장원치않는일이기때문입니다.제가“레비나스는이러이러한이야기를쓰고있습니다”라고조술하는것은이것을읽은여러분으로부터“아,알것같은느낌이든다”라는말을듣기위함이아닙니다.‘레비나스에대한결착을맺기’위함도아닙니다.이야기는오히려그반대입니다.저는이것을읽고“뭔가점점더모르겠다”라며머리를부여잡고는“자그렇다면내가직접레비나스를읽을수밖에없겠군”하고결심하는독자를한명이라도늘리고싶어서책을쓰고있습니다.”

이에따르면우치다다쓰루는해설서의의미와는정반대의글을쓰고있는것과도같다.즉,통상적으로해설서에기대하는바,명쾌하게대상에대해설명하고이해하도록돕는그충실한역할을저버리겠다는것이다.왜그런식으로글을서술하는것일까?해설에기대하는바를저버리고,‘이렇게이해하면정말쉽다’는식의서술또한저버리고,오히려레비나스와라캉은정말난해하다는당황스러운서술을할뿐아니라독자들에게레비나스를명쾌하게설명해줄생각도없다니.해설서로서는황당무계한도입이아닐수없다.
그러나사실우치다다쓰루의이러한설명은오히려철학함의가장기본과기초로우리를돌려놓고자하는의도에있다.우치다다쓰루는레비나스의‘이론’은명쾌하게설명하지않고무엇이레비나스를올바로이해하는지그‘태도’에대해쓰고있다.그설명은책의도입부의자신의직접적인경험으로부터책의마침에이르기까지일관되게유지된다.말하자면레비나스이론에대한설명이레비나스를올바로이해하게하지않고,레비나스를알고자하는욕망과태도가레비나스를깊이이해하게한다는것이다.즉,우치다다쓰루가해설하는것은레비나스해석이아니라레비나스를독해하는방법에대한해설에가깝다.다만우치다다쓰루특유의명쾌한설명방식으로레비나스독해로가는‘방법’에대해서탁월하게설명한다.그래서우치다다쓰루는위의인용문의직후에다음과같이추가한다.

“이책을읽은후,실제로레비나스책을들고저와는전혀다른읽기를하는독자(그리고가능하다면‘자신의독창적인레비나스론을쓰고싶다’고생각한독자가한국에도등장해줄것을저는진심으로바라고있습니다.”

기본적으로이러한독해가아니고서는텍스트라는타자를이해할수없다.우치다다쓰루는스스로모든것을헤쳐나가는독해보다는텍스트를욕망하고그사상을욕망하는태도야말로,그것이비록고전적인읽기방법일지는몰라도사유의깊이를통해무한한의미를길어내는독해,언제까지고제자로남아있는독해에서벗어난‘스승이되는독해’라고말한다.물론그방법에대해서는책에서무엇보다‘명쾌하고자세하게’설명하고있다.

홀로코스트앞에서선철학자
감히,윤리를입에담을수있을까?절망앞에서선한철학자의외침.

이책이그렇다고단순한‘독해방법’에대한책은결코아니다.독해방법이란또다른타자인레비나스를이해하고자하는태도의일환이다.즉,레비나스독해에선행해야하는마음가짐이다.따라서마음가짐에이어본래책이목적하는바에따라충실하게레비나스자신에대해설명한다.레비나스자신이타자문제를통해집중하고자하는것은‘죽은자’를진혼하는일에있었다.본문의일절을살펴보자.

“‘홀로코스트’는유럽형이상학을함양한바로그풍토에서만들어졌습니다.그렇다면‘홀로코스트’이후시대에다시그동일한형이상학을토대로비판을하고사람들의상처를치유하기를바라는것은절도를잃어버린행위가될것입니다.그것은죽은자에대해경의를잃어버린행위입니다.
투명하고예지적인‘주체’,어떠한역사적사건에의해서도오염되지않는차갑고중립적이며관상적인‘앎’,그러한것을유럽문명‘재건’의기반으로삼는것은더는허락되지않습니다.”

레비나스를위시한유럽의철학자들은과거이성과합리의절정이라고여겼던유럽의형이상학과그형이상학이낳은홀로코스트라는참상앞에절망할수밖에없었다.뿐만아니라‘유럽의철학자’라면그누구도그참상에대해서어떤말도할수가없다.누군가그원인을규명하려는순간,누군가의책임으로귀책될수밖에없고,그원인의귀책은필연적으로책임회피라는함정에빠져들수밖에없기때문이다.즉,누군가의책임을말하는순간자신의무책을주장하는꼴이된다.그렇다고아무일도없던것처럼유럽의형이상학을지속적으로전개해나간다는것은그자체로비윤리적이다.아무것도말할수없고,동시에무엇이라도말하지않으면안되는,이러지도못하고저러지도못하는‘출구없음의상황’자체또한모든유럽의철학자들에게는그들을무겁게짓누르는절망일수밖에없었다.
이러한절망의시대가레비나스에게요청한것은죽은자들에대한진혼이었다.레비나스는이모든책임을자신의책임으로떠안기로한다.레비나스자신이유대인임에도불구하고,혹자가보기에는자신의무책을주장하며히틀러와하이데거를발생시킨주류철학계에대한맹렬한비판을가할수도있었으나,레비나스는‘살아남은자’로서하필자신이살아남아야했던이유를찾을수없었고자신의유책과더불어‘죽은자’들이온전히‘죽을수있도록’그들을산자들의법정에세우기를중단한다.급기야레비나스는자신이받은박해에대해조차,더나아가자신과는무관한사람들의수난에대해서조차도자신의책임을주장한다.

“과실을범하지않음에도죄의식을갖는것,마치나는타자를알기이전에존재하지않았던과거시점에타자와관계를맺어버린것처럼,이죄상없는유책성이중요합니다.타자는나에게늘무엇인가였고타자의‘이방인’이라는조건이야말로나와관계하고있었습니다.‘타자는나와관계가없다’는것이나에게는윤리적으로불가능합니다.”

비교적잘알려진레비나스의이와같은사유의전개가단지타인의고통을스스로떠안기로한철학자의결단으로그리는다수의해설서와는달리,우치다다쓰루는이모든것이레비나스자신의고통이기도한것으로그리고있다.즉,어떠한상황을만난레비나스가어떠한이론을만들어냈다는식의단순한인과로그리지않는다.죽은자들이놓인상황앞에서도저히그대로있을수없었던절망앞에서의한철학자의긴급한책임으로서의타자론을그린다는데에서레비나스의타자론을그어떤해설보다레비나스의생생한시선을그리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