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유토피아 : 아도르노의 문제의식

예술의 유토피아 : 아도르노의 문제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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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산업화 이후의 현대 사회에서 많은 영역은 수익과 이윤의 원리에 따라 움직인다. 예술이나 문화에는 삶을 물질화하려는 경향을 거스르는 성질이 있지만, 현대에 들어와서는 시장의 간섭과 상품물신주의의 영향을 받으면서, 그 성질이 상당 부분 훼손되고 말았다. 모든 것이 상품화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제 가장 먼저 고려되는 요소는 ‘효용’과 ‘쓸모’다. 이익에 반하는 요소들은 이질적인 것으로 간주되어 가차 없이 추방당한다. 물질화-자본화-상업화된 삶의 세계에 내재한 모순들은 이질적인 것들이 추방되면서 매끄럽게 중화된다. 이 물질화에 대한 예술과 문화의 비판적 잠재력마저 고갈된 처참한 현실에서 예술과 철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예술과 철학을 중심으로 선회하는 아도르노의 문제의식은 바로 이 처참한 현실에 대한 인식에서 발원한다.

이 책은 20세기 독일 철학자 테오도어 아도르노의 철학적 사유와 미학적 통찰을 심도 있게 탐구하며, 오늘날의 물질적 비참과 문화 산업의 획일화된 구조 속에서 예술에 내재한 유토피아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아도르노의 압축적이고 복잡한 철학적·미학적 개념들을 간명하게 풀어쓰기 위해, 오랜 기간에 걸친 저자의 연구와 성찰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저자는 아도르노의 부정성, 비동일성, 타자성 등의 주요한 개념을 중심으로, 예술이 어떻게 현대 사회의 모순과 대립을 극복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는지를 논증한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철학과 예술에 관한 아도르노의 섬밀한 사유를 따라가면서, 예술과 철학이 모순된 현실에 응전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마주할 것이다.
저자

문광훈

저자:문광훈
1964년부산출생.고려대학교독문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석사학위를,독일프랑크푸르트대학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고려대학교아세아문제연구소연구교수를거쳐현재충북대학교독일언어문화학과에재직중이다.
『자서전과반성적회고』(2023),『예술과나날의마음』(2020),『미학수업』(2019),『심미주의선언』(2015),『가면들의병기창』(2014),『사무사(思無邪)』(2012)등을썼고,리온포이히트방거의『고야,혹은인식의혹독한길』(2018),아서쾨슬러의『한낮의어둠』(2010)등을우리말로옮겼다.

목차


서문

1장예술과이성

I.시작하면서
1.편재하는피상성속에서
2.논의절차

II.현대사회의모호성과불안정
1.‘사물화된’삶
2.자본주의적환산화체계
보론1혁명의전체주의화―동일성원리의폐해
3.전후의독일현실
4.책임있는주체의복원

III.심미적이성의비판적잠재력
1.탈예술화시대에
2.부정성

IV.예술의합리성
1.아포리아와의대응방식
2.“보다나은실천”
3.심미적이성=“제2의반성”

V.예술의유토피아
1.“존재하지않는것의상기”
2.자기성찰―“문화의실패”로부터
3.“어둠에의참여”
4.“훼손되지않은삶”

VI.심미적주체의가능성
1.새로운주체와사회
2.생기의복원
3.윤리적실천의행복한길

2장예술-주체-교양-자율

I.주체의형성
1.개인(성)의왜곡
2.낯선것들의경험―치유방식
3.주체의재구성―여섯요소

II.교양과부정적사유
1.교양과주체강화
2.새로운인문주의의방향
보론2인간학적자기형성―훔볼트의교양개념

III.예술의윤리
1.비상브레이크―휴머니즘비판
2.심미적인것의가능성

IV.자율적삶으로―결론
1.동일화사고를넘어
2.고요와화해와평화―절제와유보속에서
3.새로운주체와사회
4.‘책임있는교양’이가능한가?
5.배반과좌절을넘어

3장예술의타자성

I.시작하면서

II.타자적개방성
1.개별적인것의옹호
2.‘동일화강제’에거슬러
3.‘가상’개념비판

III.불협화음의진실―‘거짓조화’를넘어
1.“반反조화적제스처”
2.“긴장의조정”
3.불확실성과의대결방식

4장문화산업과문화비판―오늘의상품소비사회에서

I.논의절차

II.사물화된현실에서
1.12년의망명생활
2.‘아우슈비츠’라는파국
3.‘총체적’관리사회

III.‘문화산업’=상업화된시장문화
1.표준화=수익화=획일화
2.캐스팅쇼
3.상투성의세계―“언제나동일한것의자유”
4.문화산업의자기기만

IV.예술의자율성
1.문화산업대자율예술
2.예술의탈예술화
3.자율적예술의부정적계기

V.문화비판의변증법
1.부정주의
2.자기역류적사고
3.“내재적비판적문화”
4.사물화를견뎌내기

VI.거칠지않은것들―문화의약속
1.사물화된삶의항구적되풀이
2.칸트적푸코적계기
3.문화이해의비판적존재론

5장타율성에대한저항

I.아우슈비츠이후의교육은어떻게가능한가?
1.역사의외면,책임의회피
2.집단과의맹목적동일시
3.비판적자기성찰―민주적교육의방향

II.교양의문제
1.어설픈교양의보편화
2.정신의수단화―문화물신주의비판
3.교양의변증법
4.자율적사회의자기성찰적개인

III.사물화된의식비판―철학의문제
1.전문화로인한위기
2.두학파의사례―논리실증주의와하이데거철학
3.비판―타율성에대한저항

IV.자율적개인의자기성찰적능력―결론

6장알렉시예비치에게대답하다―결론을대신하여

I.소비에트시절의삶
1.호모소비에티쿠스
2.스탈린숭배자들
3.“평범한망나니들”의밀고
4.기묘한공생관계―희생자이자망나니인

II.예술의방식
1.‘언제나전쟁중인’―평화로운삶을살아갈능력이없는
2.심미적태도―비폭력적매개의화해방식

III.아도르노를체득했다면그를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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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총체적으로관리화된사회에서요구되는
현실의처참함에대한인식

‘총체적’이란‘전체화한다’,‘철저하게관리한다(durchverwaltend)’는뜻이다.여기서관리란대상을‘조작과지배의물건’으로삼는다는것을의미한다.총체적으로관리당하는인간은언제든반복할수있고대체할수있는관점에서처리된다.사물화된삶에서인간은자율성을상실하여제대로된주체로살아갈수없다.자아는죽어있으므로주체는더이상사유하지못한다.고유성을존중받지도못하고,총체화된관리사회가주입하는사상에침윤될뿐이다.그결과모든인간은획일화된원칙에종속되어천편일률적인모습으로살아간다.

이동일성의원리가정치적으로구현된가장끔찍한역사적사례가바로아우슈비츠다.이아우슈비츠에서아도르노는‘문화의악취’를느끼고‘문화의실패’를확인한다.아우슈비츠의대량학살은절대화된동일시의무자비한실행에서초래되었다.그것은환원불가능한개인의고유성을동일성의원리로완벽하게폐기한무자비한정치적실천사례다.아우슈비츠가되풀이되지않도록,그와비슷한어떠한사건도일어나지않도록우리에게필요한것은순수한직접성의계기를불신하는일이다.부정적(否定的)인태도로모든것을비판하면서거리를두고,거리를두면서공감하는것이필요하다.공감속에서비판하고,비판속에서사랑하는모순된태도를견지하는일,그래서내재성과초월성의긴장을현실의변화를위한생산적계기로삼는것이문화이해에서도절실하다.

낯선것에대한포용,
예술과철학이그려내는유토피아

저자는아도르노의미학을구성하는주요한개념들을타자성(dasAndere/theOther)이라는관점에서정교하게재배열한다.아도르노의미학적문제의식은무엇이고,그현실적타당성이어디에있는지를묻는다.아도르노에게서타자적이고이질적인것은예술이추구하는지향점으로서사물화되지않은것이다.그것은문화산업이내세우는효용이나수익혹은교환의원리에순응하지않기때문이다.

예술은낯선것을배제하지않는다.그렇다면예술의유토피아란타자성을옹호하는것이고,낯선것을추방하지않는상태다.거기에서모든소외는지양될것이기때문이다.타자를위한예술의지향은아마철학의지향과도크게다르지않을것이다.즉,예술과철학은낯설고이질적이고타자적인것을적극적으로포용한다.이렇게낯선것을외면하거나억압하는게아니라,이해하고포용할수있다면삶의소외는현격히줄어들것이다.낯선것을포용하는이러한상태야말로예술과철학과삶의유토피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