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 국가의 탄생 : 전쟁과 무의식이 만든 미국 정신의학의 역사

치유 국가의 탄생 : 전쟁과 무의식이 만든 미국 정신의학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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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남희

저자:이남희
미국시러큐스대학교에서미국현대사로박사학위를받았으며,현재이화여자대학교이화사학연구소연구교수로재직중이다.정신이상과정신건강의개념이정립되는과정으로서의미국정신의학과정신보건이주요연구관심사다.이외에도서양지성사와사회사에꾸준히관심을갖고있다.2024년책임저자로참여한네번째이화의료사총서『건강한국가만들기:정신,신체,그리고여성』이대한민국학술원우수학술도서로선정되었으며,2025년에는한국연구재단인문사회연구소지원사업우수성과50선에선정되었다.현재는20세기미국약물정책과자연지능(naturalintelligence)의역사에관해연구하고있다.

목차

머리말

1장멈춰버린시간,격리의정신의학
1)치료인가수용인가:1940년이전정신병원의실상
2)무기력과공포라는이중주:20세기정신질환,환자,그리고병원
3)의학의변두리:왜정신의학은인기가없었을까?
주석

2장징집된‘사생아’:정신의학의화려한귀환
1)‘부적격자’를찾아라:전장의정신과의사들
2)누구도예외는없다:전쟁에서배운교훈
3)전쟁터라는실험실:모두를위한정신의학의탄생
주석

3장무의식의귀환:정신분석이론의미국적재탄생
1)무의식의언어,미국에오다
2)꿈의해석에서삶의처방으로:미국식정신분석의탄생
3)무의식의제도화:DSM-I,정신역동의공식적상륙
주석

4장정신의학의전방(frontier):윌리엄C.메닝거와전후미국정신보건의탄생
1)전장속의정신의학:정신역동정신과의사,윌리엄C.메닝거
2)미국적정신분석의탄생:정통성대신실용을택하다
3)번역된프로이트:메닝거와미국정신의학의영토확장
주석

5장치유하는국가의탄생:국가정신보건법과제도화된정신의학
1)무너진마음을재건하다:전후정신보건의방향
2)일상을지배하는정신의학
주석

맺음말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담장안‘미친자’들을가두는기술에서
담장밖‘평범한시민’들의마음을돌보는기틀이되기까지
‘치유국가’의문법으로재탄생한정신의학의역사

‘광인’에대한거대한공포와감시의역사를넘어
마음의공학자로변모한정신의학

오랜시간서구역사에서광기는이성이라는문명적건축물옆에웅크린어두운그림자와같았다.사람들은정신질환자를언제돌변할지모르는위험한존재로여기며본능적인두려움과공포를느꼈다.이러한시선은근대정신의학이등장한이후에도쉽게사라지지않고단단하게굳어졌다.통제불능의괴성과무자비한구속복,감옥같은하얀입원실은정신질환에대한부정적이미지의결정체였다.이는결국질환과환자,정신의학에대한깊은무지와오해에서비롯된시대착오적인판단이었다.

20세기초반미국사회역시이러한정신질환의난제를해결하기위해끊임없이고군분투해야만했다.당시근대정신의학은광기를사회의시야밖으로밀어내며문명의정상성을사수하는수문장역할을자처했다.정신질환자는치료와회복의대상이라기보다는사회의안녕을위협하는생물학적결함의소유자로간주되었다.이시기의대규모정신병원은‘미친자’들을가두고격리하여사회와철저히분리하는물리적인수용소였다.하지만1920년대유럽으로부터정신분석학적담론이유입되면서이러한이미지에균열이생기기시작한다.뇌의기질적이상으로만치부되던정신질환에‘의미’와‘역사’가부여되며정신의학은비로소마음의공학자로변모하게된다.

전례없는참혹한전쟁이불러온거대한전환,
군진정신의학이남긴교훈

이책은제2차세계대전이라는끔찍한비극이어떻게미국정신의학의근본적인패러다임을바꾸었는지조명한다.가장합리적인과학기술이대규모살상무기로변모한전쟁터에서병사들은전혀다른차원의심리적상흔을겪었다.건강하게징집되었던수많은청년들이끔찍한폭력에노출된후통제할수없는증상을보이며무너졌다.이는정신질환이다른신체질병과마찬가지로유전적,생물학적원인으로발병한다는기존정신의학계의지배적인시각을송두리째뒤흔들었다.전쟁이라는극단적인외부환경이인간의심리에심대한영향을미칠수있다는사실이비로소설득력을얻게된것이다.

전장이라는특수한환경에서비롯된군진정신의학의교훈은기존정신보건의개념을근본적으로뒤바꾸어놓았다.일시적인요양과적절한심리적개입을통해환자의증상이호전될수있다는사실을임상현장에서확인했기때문이다.미국의정신의학은유럽의정신분석학과만나면서단순히환자를가두는기술을넘어무의식을깊이탐구하기시작한다.육체적인결함만을원인으로보던생의학적관점에서벗어나심리적환경까지아우르는광범위한시각을확보한것이다.이제정신의학은생물학적엄숙함과정신역동적유연성사이에서자신의권위를재구축하며새로운토대를마련하게된다.

담장밖평범한시민의마음을보듬는국가,
통제에서치유로나아가는역사적궤적

종전무렵부터미국의정신보건정책은국가차원의대대적인연구지원과정신의학분과의재건으로방향을선회한다.국립정신건강연구소가설립되고연방차원의지원이강화되면서대학의연구역량제고와인력확충이적극적으로추진되었다.이러한변화는국가가국민의정신건강을위해어떠한주도적인역할을할수있는지보여주는탁월한역사적사례이다.과거의정신의학이비정상적인자들을격리하는일에그쳤다면,이제정신의학은평범한시민들의마음을관리하는기술이되었다.이책은이처럼국가정책과특정의학분과가상호작용하며치유국가를탄생시키는거대한흐름을치밀하게추적한다.

『치유국가의탄생』은총5개의장을통해미국근대사회가이성과비이성의경계를어떻게획정해왔는지서술한다.전쟁과무의식이라는두축을중심으로미국정신보건역사의굵직한전환점들을알기쉽게전달한다.이깊이있는통찰은현재의한국사회에도시사하는바가크다.독자들은미국의학계가어떠한과정을거쳐현재의선진적이고과학적인위상을확립하게되었는지생생하게확인할수있다.단순한의학사를넘어사회구성원의정신적적응을설계하려했던치열한서사복원의현장으로독자들을초대한다.

책속에서

1900년대초반미국의정신의학은치유할수없어보이는환자를가두는거대한수용소의그늘에머물러있었다.당시정신의학은과학적인전문분야로거듭나기위해애쓰고있었지만,대중의눈에비친그들의모습은치료자라기보다격리시설의관리자에가까웠다.또한여전히정신병은미지의영역에머물러있었다.(19쪽)

설상가상으로전장의가혹한현실은정신의학이공들여세운선별체계의근본적인허점을가차없이파고들었다.아무리건강한청년이라할지라도인간의한계를시험하는극단적인스트레스에지속적으로노출되자,전투수행이불가능할정도의심각한정신적붕괴를보이기시작한것이다.(45쪽)

미국정신의학은제2차세계대전이라는전대미문의경험을자양분삼아,마침내‘미국화된’정신분석모델을창조해냈다.20세기중반,프로이트의고전적이론이미국정신의학의지배적패러다임으로군림하게된것은그것이‘정신역동이론’이라는세련된이름으로재구성되었기에가능한일이었다.…이로써정신분석은소수의전유물이었던심연의철학에서벗어나,현대인의일상적고통을어루만지고사회적성장을독려하는강력한‘미국식마음의과학’으로완전히재탄생하게되었다.(88-89쪽)

메닝거는일상의사소한행동조차정신의학적해석과개입의영역이될수있음을일깨웠으며,이는정신의학이라는분과의범위를전방위적으로넓히는결정적인계기가되었다.환자의증상을넘어시민의삶전체를조망하게된이러한확장적사고는,메닝거가전후정신보건체계의미래를설계하는데있어중요한학술적·실천적영감을제공하였다.(128-129쪽)

1946년7월1일,해리S.트루먼대통령이국가정신보건법에서명함으로써미국정신보건역사의새로운장이열렸다.…이는정신보건이공공보건의필수영역으로공식편입되었음을알리는상징적신호였을뿐아니라,산재해있던정책적의지들이‘국가적과제’라는이름아래통합되었음을의미했다.또한이법의통과는단순히정신질환의치료를넘어,아동및청소년문제,정서조절,인종혐오,중독등당대미국사회가직면한복합적인사회적갈등을정신의학적기제로해결할수있을것이라는거대한기대를담고있었다.(143-144쪽)

윌리엄메닝거가꿈꿨던‘정신적으로건강한사회’는단순히질병이없는상태가아니라,인간이환경에부딪혀넘어졌을때국가라는거대한시스템이그적응의과정을지탱해줄수있는공동체였다.80여년전전장에서시작된이고군분투는오늘날우리가정신건강을보편적인권의하나로당연하게누릴수있게만든보이지않는토대가되었다.(166-16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