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살인했는가”를찾기보다,
“누가그에게‘살인’이라는환상을제공했는가?”를찾아라
위에서거론한인물은이책『살인자들과의인터뷰』에서소개되는다수의범죄자들중세사람으로,다만엽기적살인행각이라는결과뿐아니라,살인의원인이나과거의특이한경험이무엇이었는지를제시하기위해적어보았다.
이세인물의행동패턴을보면,한국에서연쇄살인을저질러전국민을놀라게한이춘재,유영철,강호순등의범죄자와무척닮아있다.이는‘다수를죽였다’는그수효의놀라움때문만은아니다.여자에대한증오심,자신의마음을받아주지않는사람(혹은세상),가난,결핍등살인이라는이상범죄를일으키도록부채질한내면속의‘그것’이,『살인자들과의인터뷰』속에등장하는살인자들이갖고있는공통요소이기때문이다.
영화<양들의침묵>의소재가되었던,
실제FBI심리분석관이쓴‘범죄심리학의바이블’
이책은미연방수사국(FBI)에서‘범죄심리분석관’으로근무하면서연쇄살인범에대한수사및면담인의대가로알려진로버트레슬러가쓴수사기록으로,1992년미국에서처음출간된이후범죄심리를본격적으로다룬최초의책이자최고의고전으로평가받고있다.처음FBI시절엔그도단순한범죄나테러사건등을쫓아수사를진행하는일반요원이었지만,다수의혹은다양한유형의사건을접해오면서어느새범죄심리및특징적인범죄패턴을추측해내는범죄심리전문가가되어버렸다.
그렇게‘범죄심리분석관’이라는특별업무를맡게된그는,미국을들썩이게만들었던가공할만한연쇄살인을맞닥뜨리면서별반단서하나없는열악한조건아래서도날카로운통찰력으로범인상을유추해내었다.무엇보다희생자의상태,주변환경,연쇄적범죄에따른공통증거만가지고범인상을분석해내는‘프로파일링(Profiling)기법’을이용하여범인상을정확하게맞춰가는놀라운결과를보여주었고,아무도해결하지못했던난해한수사에결정적인가이드역할을해주었다.
당시엔엄연한의미의과학으로인정받지는못했지만,근래들어이기법은미국이외에도전세계적으로범죄수사연구에있어그몫을단단히하고있다.이프로파일링을정확히하기위해선살인의네단계,즉‘범행전단계’‘범죄실행단계’‘시체처리단계’‘범행후행동단계’를분석관스스로추측해가면서범인의심리나환경을그려가는것이다.가령7명이나죽인범인이희생자의피까지마신흔적을발견했을때,저자의프로파일링기술서를보자.
백인남성,25~27세가량,영양실조환자처럼깡마른외모,극히지저분한주거지,정신병력및마약경험있음,남녀불문하고교제가거의없는외로운인물,자기집에서대부분의시간을보냄,실직상태,어떤형태로든장애연금수령가능성,동거인이있다면부모정도이나가능성희박,군복무경험없음,고교혹은대학중퇴,하나혹은그이상의중증피해망상환자로예상…….
결국범인으로붙잡힌리처드체이스는위의예측사항가운데90퍼센트이상이일치했다.
이러한실적들은‘범죄인성격조사프로젝트’나‘흉악범죄예방프로그램’과같은첨단화된범죄연구로진화되어,현재미국에서놀라운정확도를보여주면서미궁에빠진수사에결정적인단서를제공해주고있다.
게다가저자로버트레슬러는한번살인을저지른뒤시차를두어가며유사한방법으로사인을반복하는범죄자들을일컬어‘연쇄살인범(serialkiller)’이라는용어를처음사용한것으로유명하다.또한인기대중소설가토머스해리스는저자를만나러직접FBI로찾아와,로버트레슬러의여러수사경험담을들은뒤,영화로도발표된소설《양들의침묵》과《한니발》등을쓰게되었다.
연쇄살인을부르는두개의망령:
‘비뚤어진성(性)’그리고‘비정상적소년기’
이책에는저자가겪었던사건혹은범죄연구에대한각종사연들이12개의꼭지로나눠져소개되고있지만,크게보면세가지의구성요소를가지고있다.
첫째,흉악한범죄그자체를흡사영화처럼긴박하게서술하고있으며,둘째,시체의상태나주변여건몇가지만보고도(위의프로파일링기법에의거하여)과학?심리학적요소를아우르는범인상분석작업을하는저자의관점이소개되고,셋째,저자가교도소로직접찾아가무시무시한살인범과속깊은대화를나눔으로써범인의특징과내면상태를독자들에게보여주는방식으로되어있다.
이책은단순한범죄수사일지도아닌,골치아프고어려운사회과학서도아닌,스릴러소설같은흥미성을담은책도아니다.그러나이모든것을모두아우르고있는것도사실이다.손에땀을쥐게하는긴박한사건기록을읽다가도,범죄자들과의인터뷰대목을보고있노라면인간적인연민의감정을유발시키게되며,저자의프로파일링서술을접하면서독자들또한예리한통찰력을발하며저자의관점을따라가게된다.
저자로버트레슬러가이책을통해독자에게소개하려고했던바는,단순히미궁에빠진사건을성공적으로해결했던자신의실적을자랑하고싶어서는아니었을것이다.이책의국내판제목처럼살인자들과의대화를통해‘누가살인했는가’하는범인잡기에초점이맞춰져있는게아니라‘왜살인했는가?’즉살인범들의내적인상태와그를그렇게내몰게된가족혹은사회에게오히려회초리를들고있는것이다.
어린시절에심각한상처를입은사람들은자라서도완전히정상적인삶을살수없다.애정이없는어머니,학대를일삼는아버지나형제들,손놓고구경만하는학교,있어도소용이없는사회복지단체,다른사람들과정상적인성관계를맺지못하는본인의무능력등은이상성격자를만들어내기에딱좋은조건이다.다시말해결함이있는가정과사회는범죄적인행동과환상을키우는온실같은환경을만들어내결국에는무시무시한비극을불러온다.
사회가복잡해지고선진화될수록원한관계에의한살인보다는,한번도본적없는이에게가하는무차별적인살인이주를이루게된다고한다.이러한‘묻지마살인’의주인공들은모두‘비뚤어진성관념’그리고‘어린시절의불우함’이라는두개의공통점을지니고있다.어느사건에서도이두개의요소가원인으로작용하지않는예가없다는점이놀랍다.물론불우한어린시절을겪었다고해서,혹은성적능력에있어문제가있다고하여모두이렇게살인자가되진않는다.그러나거꾸로말해서,많은연쇄살인범들이이러한공통원인을소유하고있음또한무시해서도안될것이다.
성도착적절도행각과연쇄살인을저지른윌리엄하이렌스는그가죽인여자의립스틱으로벽에다이렇게써놓았다.“더죽이기전에제발날잡아줘.난통제불능이야(ForheavenssakecatchmeBeforeIkillmore.Icannotcontrolmyself).”
치밀한계획하에범죄를저질렀든,우발적인살인을했든간에,대부분의살인자들은하이렌스의낙서처럼이중으로분열된자아와싸우고있다.통제불능이되어버린이들의행동을말릴방법은되도록빨리범인을색출하여검거하는‘수사시간의단축’이아니라,범죄분야에있어과학적이고심리적인연구를통해잠재적살인자를예방하는것이더욱중요하다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