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수십억년전단세포미생물에게
물려받은학습과기억능력
르두는박테리아까지거슬러올라가는생존행동을모든유기체가공유하는보편적특성으로인정하는한편,아주최근(겨우수백만년전)에인간뇌에나타난의식과감정은인간만의고유한능력으로평가한다.참고로르두는설치류와바다민달팽이류,심지어짚신벌레나아메바같은단세포원생동물의시냅스가소성관련유전자가서로유사하다는동료과학자의연구에충격을받고,생명의기원까지거슬러올라가우리가다른유기체와어떤점에서유사하고어떤점에서다른지를살펴보기로결심했다.
생명의역사와동시와시작된‘행동’은생존의일차적도구로서,모든유기체는몇가지공통된생존행동을보인다.곧위험을피하고,영양분을얻고,수분과체온을유지하고,번식하는일이그것이다.방어,에너지관리,체액균형,생식이라는이원시적생존전략은‘지구상모든생명의가장최근공통조상(LUCA)’의후손으로35억년전지구에출현한박테리아에서도찾아볼수있다.
박테리아는화학물질이나빛을감지하는능력과운동능력을이용해이로운물질에는다가가고해로운물질에게서는달아나는‘주성행동’을보인다.또한세포내물과전해질의농도를조절하여세포가붕괴되는것을막으며,외부온도에맞게생화학적과정을재구성함으로써내부온도를조절한다.그리고세포분열(무성생식)을통해오늘날까지도지구상에서가장많은개체수를지닌유기체로번성하고있다.더놀라운점은박테리아나그후손인단세포원생동물이환경조건에대한정보를획득,저장한후이를이용해환경변화에더적절히반응할수있다는점이다.다시말해,이들에게는학습과기억능력도있다.르두는기억을‘과거경험으로부터정보를얻을수있게함으로써생존을더용이하게만드는세포기능’이라고정의한후,학습과기억을위해신경계가꼭필요한것은아니라고덧붙인다.
최초의단세포미생물이생존을위해찾아낸이해법들은이후나타난모든유기체에성공적으로전달되었고,인간을포함한복잡한유기체들의복잡한생존행동에도이어졌다.르두가‘생존행동’을통해말하려는바는지구상모든유기체가생물학적으로상호연결되어있다는것이아니라,“우리인간이매일매일일상적으로행하는행동들의뿌리가일반적으로우리가아는것보다훨씬더오래되었음을보여주려는것”이며,“단순한세포들또한정교한생존활동을벌이고있으며오늘날우리의삶에도이러한원시적인생존활동이이어지고”있다는것이다.
인간과동물이매일사용하는
뉴런이라는세포의기원
이책의전반부는이러한생존전략이어떻게원시단세포유기체에의해구축되고,원시다세포유기체에의해보존되었다가,초기무척추동물에서신경계가발달한뒤에는뉴런이라는전문세포가전담하게되었으며,이후인간을포함한모든동물이매일매일이용하게되었는지추적한다.
그과정에서우리는이제까지단편적으로알고있었지만자세히는몰랐던생명의여러흥미로운사실들을진화의전체맥락속에서훨씬더쉽게이해하게된다.고세균과그것이잡아먹은박테리아로부터세포핵과미토콘드리아가공존하는진핵생물이생겨난이야기(세포내공생설),단세포생물이다세포생물이되기위해서반드시거쳐야하는2단계자연선택(먼저구성세포들이비슷한유전적특성을지녀야하고[적합도정렬],다음으로세포들의요구보다유기체의요구를우선해협동하는노동분업이일어나야한다[적합도위임]),자포동물(히드라,해파리등)에서처음으로뉴런과신경계가나타난과정에대한가설(해면유충의감각세포와운동세포가자기들끼리서로뭉치며자라다가감각세포의일부가길게늘어나면서,결국이것이먼거리에서는전기신호로소통하고가까운거리에서는화학물질로정보를전달하는뉴런의축색돌기가되었다)등이대표적이다.
마침내인간의뇌에이르러서는,오늘날까지도영향력을떨치고있는대표적오류들을바로잡는다.루트비히에딩거의‘순차적형성이론’과폴매클레인의‘삼부뇌이론’이그것이다.순차적형성이론이란인간의뇌는파충류의뇌(기저핵)-초기포유류의뇌(구피질)-포유류의뇌(신피질)가한겹씩쌓이며지금과같은구조가되었다는주장이다.인간의뇌가진화의정점을이룬다는생각이깔려있는이이론은신피질의상동기관이파충류와조류에서도발견되는등수많은증거에의해논박되었다.매클레인은에딩거의이론을충실히따르며각영역의기능에대한설명을덧붙였는데,기저핵은본능을,구피질(매클레인이‘변연계’라고명명했다)은감정을,신피질은인지능력을담당한다고주장했다.하지만삼부뇌이론은에딩거의해부학적문제들을고스란히안고있을뿐아니라뇌기능설명도틀렸는데,구피질(해마와대상피질)은기억같은인지활동에도기여하고신피질도감정적경험에관여하는것으로밝혀졌다.
다른영장류의뇌에는없다
숙고적인지를담당하는인간고유의뇌전두극
우리인간은더커지거나날렵해지기보다더영리해지는길을선택함으로써번성할수있었다.인지란신경계에의해가능해진생물학적프로세스의산물로서,생물마다차등을보인다는것이여러실험으로증명되었다.박테리아나원생동물,자포동물은파블로프단순연합(빛과먹이가인접해서발생하면빛만보여도접근한다)만가능하고,선구동물과어류,양서류,파충류는파블로프인지(먹이를먹고얼마후메스꺼움을느끼면이후그먹이를피한다)만,포유류와조류는목표지향적도구적인지(표시등이깜박이는동안레버를누르면먹이를얻는다.하지만그먹이를먹고메스꺼움을느끼자레버를누르지않는다)만,오직인간만이의식적숙고(시행착오가아닌기억과추론,예측을통한문제해결)를할수있다.
이책의후반부는인간뇌의각영역의기능적역할과그네트워크에의해어떻게지각과기억,인지와감정,곧우리의의식적경험이작동하는지를살펴본다.르두는의식의핵심적인영역으로전전두피질,그중에서도‘전두극’에주목한다.전두극은다른영장류의뇌에서는찾아볼수없는인간만의고유한영역으로,우리의가장추상적인개념적표상이생성·처리되는곳이자장기목표와미래를계획하고계층적관계추론과문제해결등의숙고적인지를담당하는곳이다.또한전두극은자기인식즉자기주지적의식과도관련이있다.우리가다른사람과‘나’(자아)를구분하고다른사람의마음을이해할수있는것은모두자기주지적의식덕분이며,이것은오직인간만이가진능력이다.
생존전략의역사에서
만들어진인간의감정,마음
우리는위험에반응할때공포를느낀다.이두가지경험이자주같이일어나기때문에우리는공포가그러한반응을일으키는것이라고생각한다.하지만르두에의하면,이것은사실이아니다.생존행동을제어하는뇌시스템과그행동을할때경험하는의식적느낌(감정)을관장하는뇌시스템은서로별개다.“행동과느낌은동시에일어나는데,이는느낌이행동을일으키기때문이아니라,각각의시스템이같은자극에반응하기때문이다.”흔히행동을마음의도구로여기지만,마음과같은정신활동은진화의역사에서훨씬뒤늦게생겨났다.행동과정신활동을연결하는것은‘진화론적사후설명’일뿐이다.
르두는심적상태가행동을일으키는듯한혼동을주는‘공포회로’라는표현대신‘생존회로’를도입하여,행동은‘생존자극―생존회로―생존반응’의메커니즘을따르지만,감정(느낌)은피질인지회로(고차전전두네트워크)에서따로처리된다고주장한다.예를들어,발밑에뱀이라는위험정보가감각계에전달되면편도체에서방어적생존상태(방어적생존회로)가활성화되어행동반응(얼어붙기,회피)과생리적반응(떨림,식은땀)을일으키고,동시에피질인지회로에서느낌(공포,불안)을유발하게된다는것이다.르두의다중상태계층모델에따르면,의식적공포는어떤상황을위험이라고인지적으로해석함으로써생긴다.다시말해,공포를일으키는것은편도체가아니라우리각자의공포스키마(살아오면서획득한위험에대한지식)이며,공포는보편적인것이아니라언제나‘나에게’두려운것이다.감정은자기주지적의식이며,“자아가없다면감정도없다.”
이러한사실은이제까지많은제약회사들이공포나불안을덜느끼게하는의약품개발에실패한이유를설명해준다.대부분의약품은동물실험을통해행동변화를측정함으로써개발되지만,이것은생존회로에만작용할뿐정작공포와불안을느끼게하는피질인지회로에는효과에없기때문이다.
동물의의식과인간의의식에서
공통점과차이점
감정이위와같이창조되는것이라면,자기주지적의식경험은오직인간만이가능하므로감정도인간에게서만일어난다고말할수있다.이것은언뜻다른종,특히인간과가까운동물들에게서의식과감정을박탈하는것처럼들린다.하지만르두는동물이의식적경험을한다는것을부정하지않는다.다만,동물의의식적경험이인간의그것과는상당히다를가능성이있으며,언어가없는이상이를과학적으로확인하기란대단히어려운일이라고생각할뿐이다.
이러한사실을받아들인다면,우리는다른동물이인간과유사한의식적경험을한다고말할때좀더신중해야할것이다.다윈이인간과동물의행동유사성을들어동물에게도감정이있다고주장한이래로‘인간중심주의’와‘의인화’경향이학계에뿌리깊이자리잡았다.우리가생존행동(방어,에너지관리,체액균형,생식)을할때어떤의식적경험을한다고해서다른동물도그럴것이라고(공포와허기,갈증,성적쾌락을느낄것이라고)생각하는것은우리자신의경험을다른유기체에투사하는것에지나지않는다.프란스드발이나제인구달,마크베코프같은의인화옹호자들의주장(“밀접하게연관된종들이똑같은행동을보인다면그밑바탕에있는심적과정도아마동일할것이다.”)과달리,행동의관찰만으로행동과의식을연결할수는없다.행동은의식적으로만제어되지는않으며,비의식적으로제어되는행동도있기때문이다.
하지만유감스럽게도,현행동물연구들은특정행동이의식적으로제어되는지비의식적으로제어되는지확인하기보다는,“여기에의식이관련되어있다는직관을지지할수있는증거를축적하는데”에만열중하고있다.의인화적사고는다른동물의행동을예측하고통제하는데유용했기에자연선택에의해우리유전자에배선되었을것이다.하지만그것이인간본성이고자연스럽다고해서과학적으로옳은것은아니다.과학은어디까지나직관이아니라실제사실에기초해야한다.
인간은진화의정점이아니다
문명을일구고파멸시킨인간고유의자기주지적의식
르두는감정이란언어와자기주지적의식의굴절적응(다른형질의부산물로생겨났으나그유용성때문에자연선택된형질)의결과로서,단순히위험을감지하고회피하는비의식적생존행동보다가치를개인화하는(“이것이‘나에게’얼마나위험할까?”)그능력이생존에더효과적이었기때문에선택되었다고말한다.르두가감정과의식을인간만의고유한특징으로파악한다고해서,인간을진화의정점에선존재로여기는것은아니다.(“40억년의긴역사에서그러한고유성은그저각주에불과하다.”)오히려에필로그에서르두는자기주지적의식의부정적인면을조명한다.자기주지적의식은오늘날의과학기술과문화예술을비롯한위대한성취를이루어냈지만다른한편으로불신,증오,욕심,이기심같은“우리종을파멸시킬수도있는심적특징들도가능하게했다.”르두는기후변화와대량멸종등생태계파괴가가져올암울한미래를경고하며이제라도느린생물학적진화대신빠른인지적·문화적진화,곧다른종과더불어살아가는우리삶의방식에대한의식적각성을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