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화가나있고,진력이났고,싸움에동지가필요한상태라면,
이책은당신을위한것이다.”
-서문에서
왜페미니즘선언문인가?
새로운페미니즘을상상하는장소로서의선언문
“제가말좀해도될까요?나는여성의권리를지지해요.
나는어떤남자만큼이나근육이있고,어떤남자만큼이나일할수있어요.
나는땅을갈아엎고,곡식을거둬들이고,껍질을벗기고,장작을패왔어요.
어떤남자가이보다더잘할수있나요?
나는어떤남자만큼이나물건을나를수있고,
할수만있다면그만큼많이먹을수도있어요.
나는지금여기있는어떤남자만큼강해요.”
-소저너트루스,〈나는어떤남자만큼이나강합니다〉(1851)중에서
인류최초의페미니즘선언문으로알려진〈나는어떤남자만큼이나강합니다〉는아프리카계미국인이자노예였던소저너트루스가쓴것이다.자신의계급과성별이동일한이들의해방을위해평생운동을펼친그는이선언문을통해,‘흑인여성’이라는정체성이자신의목숨을위태롭게만드는세상을향해정당한분노를표출한다.핍박의역사를견뎌온전세계다양한인종여성,각기다른젠더와섹슈얼리티를지닌여성들이페미니즘선언문을통해목소리를높이기시작한것은트루스의선언문이여러층위의억압에항거하는수단으로작용한것과일맥상통한다.
현재까지전세계적으로다발적이게등장하고있는페미니즘선언문은소외된다양한목소리를빠짐없이담아내기위해드넓은장소로발전해나간다.젠더와섹슈얼리티,퀴어정치와트랜스신체등소외된다양한존재들을새롭게상상할언어의장소로자리매김한것.이는곧새로운젠더의비전,여성을위한새로운역할,사람들이취할수있는새로운정체성과태도와입장을지지하는토대로서,유색인/흑인여성,가난한여성,쓰레기여성,성노동자,오만불손한마녀와비치의출구가된다.페미니즘선언문안에서세상의모든여성들이자유롭게미치고날뛸수있는이유다.
모든페이지가폭발한다!
선언문으로보는페미니즘의역사1851-2018
“우리는대립과위협의맥락안에서움직이고작업한다.
우리들이서로에대해갖는분노가그이유는아니다.
모든여성,유색인,레즈비언과게이,
가난한사람들의특수성을검토하기위해고군분투중인
우리모두를공개적으로비난하는매서운분노에있다.”
-오드리로드(본문33쪽)
이책은지난19세기부터21세기에이르는선언문을아울러소개함으로써,제1-4물결페미니즘의토대를되짚고고취시키는데집중한다.이책에담긴75편의선언문은다양한범위의선언문,과거의선언문,동시대의선언문을망라하며,다음의여덟주제로분류된다.1장퀴어/트랜스,2장반자본주의/무정부주의,3장분노/폭력,4장선주민/유색인여성,5장성/신체,6장해커/사이보그,7장트래시/펑크,8장마녀/비치.
연대를기준삼지않고이와같은주제로선별한이유는각각의페미니즘선언문이택한비판적,미적,정치적,사회적메시지의긴장감을전하기위함이다.각페미니즘선언문의날카로운모서리를강조하고고양함으로써,페미니즘내부의모순을스스로드러냄으로써여성억압의표적을더넓고크게보여줄수있기때문이다.
먼저1장퀴어/트랜스에서는퀴어권리가정점에다다랐던1970년대초를필두로,지난50여년을관통하는퀴어페미니즘의저항의힘을세가지시간대(1970년대,1990년대,200년대)로나눠소개한다.이세시기를통해퀴어페미니즘의한결같은거리낌없는태도,분노,새로운퀴어의미래를받아안으려는생각들을펼쳐낸다.(본문47쪽)
2장반자본주의/무정부주의에서는이두이데올로기의충동이페미니즘의비전으로어떻게나타나는지를보여준다.19세기중엽에등장한초기무정부주의특징을간직한텍스트에서부터오늘날후기자본주의와제도적억압의강제로부터자유롭게상상하고놀고사랑하고글을쓰고마음껏숨쉬는것을집단적으로꿈꿨던기록을만날수있다.(본문203쪽)
3장분노/폭력에이르면현실을파괴하고새로운무언가를다시세우기로작정한여성들이여러페이지에걸쳐발산하는뜨거운분노를확인할수있다.또한지금까지쓰인페미니스트선언문중가장폭력적이라할만한밸러리솔라나스ValerieSolanas의〈SCUM선언문〉을중심으로,제2물결의래디컬페미니즘운동의핵심적인내용을찾을수있다.(본문331쪽)
4장선주민/유색인은불평등이야기하는감정적무게를전달하는언어,억압의시학의살아있는예시로큰의미를갖는다.검은피부와갈색피부를지닌여성의역사,선주민의투쟁,페미니스트혁명의저항과반란의가능성들을마주한다.특히모든글에서우리는인종차별주의와동시에가부장제를비판하는저항적페미니즘의상징인유색인여성을눈앞에그려낼수있다.(본문433쪽)
5장성/신체에서는물이뚝뚝떨어지고,살집있고,끈끈하고,상처나고,성적이고,반항적이고,맥동하는여성의몸에대해말한다.몸과정치적맥락사이의관계를이해하고자하는급진적이고다양한시도뿐아니라페미니스트신체정치학을결집시키는여러단편들을만난다.또한재생산과성적권리에관한다양한페미니즘적전망을폭넓게발견할수있다.(본문531쪽)
6장해커/사이보그는기술과결합하는페미니즘을다룬다.여성이어떻게기술과통합되고,분리되고,저항의기술을활용하는지에대해분투하는페미니즘을제시한다.어떻게기술이페미니즘정치에영향을미치거나약화시킬수있는지,어떻게사이보그형상이혁명을주도하는지,또한어떻게해커의역할이가부장제를무너뜨리기에강력하면서도필수적인지묻는다.(본문615쪽)
7장트래시/펑크로분류된페미니즘선언문은쓰레기,멸시,무례함,경솔함,극악함에대한찬가가된다.페미니스트항거의이면으로서의역겨움,쓰레기같은여성들과그들의싸구려예술과범죄행위를주장하는목소리로안내한다.(본문673쪽)마지막으로8장마녀/비치에서는여성에대한정의로서페미니즘역사에등장했던두비유,마녀와비치를다룰것이다.전통적인여성다움에반하는두개념을환대하는것만으로새로운페미니즘을만날수있다는시선을제시한다.(본문727쪽)
국내여성연구자5인의번역으로만나는
세상거의모든페미니즘선언문
“그토록오랫동안여자들은꿈꾸고희망함으로써살려고애썼구나.
이모든목소리를모았다니정말대단하다.”
-양효실(여성학자)
“‘선언문’이라는이름으로터져나오는외침이주는시원함뿐아니라
젠더권력에대한꼼꼼한분석까지읽을수있다.”
-이라영(예술사회학연구자)
이책에실린75편의선언문은국내여성연구자5인의참여를통해우리말로옮겨졌다.《우리는다태워버릴것이다》의가치와취지에공감한이들은150년이상의세월을아우르는기록들을통해“여성들이살아남기위해희망의끈을놓지않고애써왔”음에감탄한다.특히페미니즘내부에서도입장이팽팽한문제들(트랜스젠더,성노동등)을모두담아내려는노력이곧페미니즘의현주소를보여주기에의미있다고말한다.또한전혀알지못했던존재들의목소리를발견하는놀라움과이를알리는사명이곧이책의출간의의임을밝힌다.페미니즘은다중적이며,불협화음을낸다는사실을함께알아갈수있기를바라면서.
한국의페미니즘선언문을읽는기회,
분노의자리마다연대해온한국페미니스트들의목소리
이책의부록으로국내선언문도함께소개한다.1898년〈여권통문〉을시작으로2021년에발표된한국여성노동자회의선언문까지총14편의선언문을담는다.이부록은한국페미니즘의역사의흐름을한데보여주는데목적이있다기보다는,본책의주제를포함하면서도국내페미니즘이한국사회의현안에어떻게연대해왔는지살펴보려는시도라할수있다.부록을통해소개하는한국의페미니즘선언문은다음과같다.
근대이후최초로여성인권에대해공식적으로주장한〈여권통문〉,항일단체근우회의자매연대를보여준〈근우회선언문〉,여성성소수자라는이유로차별받는이들의분노를담은〈여성성소수자궐기선언〉,박근혜퇴진을위해한마음한뜻으로뭉친페미니스트단체및개인이발표한시국선언문,이주여성에대한차별적시선과대우에대해날카롭게비판한베트남여성한가은(레티마이투)의글,임신중단권을요구하는125인의퍼포먼스,낙태죄폐지를위한집단성명,디지털성범죄및강간문화를규탄하기위한집단성명,여성의관점에서지속가능한녹색사회를이루기위한에코페미니스트선언문,미투운동을성평등노동실현으로연결하려는여성노동자회의선언문…….근대의끝자락에서부터현재에이르는한국페미니스트의목소리는또한더욱활발하고다양해졌다.이기록들이해당지면에수록하지못한선언문을찾아볼실마리로서가닿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