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광이 여행자 : 그는 왜 미친 듯이 세상을 돌아다녔는가?

미치광이 여행자 : 그는 왜 미친 듯이 세상을 돌아다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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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여행은 언제 광기가 되는 걸까?
광인은 언제 여행으로 광기를 드러내는 것일까?
지금은 잊혀진 어느 정신질환의 기묘한 이야기
평범한 남자들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고 얼마 후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부랑자의 모습으로 발견된다. 그들은 자신들이 어떻게 그곳까지 오게 되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최면을 걸자 모든 여정을 기억해내는데…….《미치광이 여행자》는 19세기 말 유럽에서 유행한 특이한 정신질환에 관한 이야기다. 1887년 프랑스의 한 가스정비공 환자를 통해 처음 알려진, 강박적인 여행 욕구에 시달리는 그 질병은 당시 정신의학계에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지만, 놀랍게도 1909년 마지막 환자를 끝으로 의학사에서 돌연 사라지고 말았다.

우리 시대의 대표적 과학철학자 이언 해킹은 인상파 그림과도 같은 세기말 유럽대륙의 풍경 속에서 펼쳐진, 달아나려는 환자들과 잡으려는 경찰 그리고 그들을 변호하고 치료하려는 의사들이 벌인 20여 년간의 흥미로운 소동극을 자세히 복기하며 묻는다. 어떻게 정신병이 갑자기 생겨났다가 사라질 수 있는가? 미치광이 여행자들이 앓은 정신질환은 정말 실재했는가? 어떤 정신질환이 특정한 시대, 특정한 장소에서만 존재한다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조건은 무엇인가? 이 너무도 기묘한 광기의 탄생과 몰락의 이야기는 오늘날의 정신질환에 대해서 무엇을 말해주는가?

저자

이언해킹

저자:이언해킹
캐나다의과학철학자.
1936년밴쿠버에서태어나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를졸업하고,케임브리지대학교트리니티칼리지에서철학박사학위를받았다.1960년프린스턴대학교강사를시작으로케임브리지대학교조교수,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부교수,스탠퍼드대학교부교수,토론토대학교교수및유니버시티프로페서등을역임했다.2000년콜레주드프랑스의‘과학적개념의철학과역사’학과장이되었는데,영미권인물이이자리에임명된것은이대학역사상처음이었다.2006년정년퇴직후캘리포니아대학교샌타크루즈교수,케이프타운대학교초빙교수등을지내고2011년은퇴했다.
해킹은케임브리지분석철학파의전통에서토머스쿤,파울파이어아벤트등과논쟁하며과학이론과별개로존재하는과학적대상의실재성을옹호하는‘존재자실재론(entityrealism)’으로과학실재론의대표자가되었으며,실험과공학의상대적자율성을주창하여과학철학의관심을이론중심에서실험중심으로옮겨놓는데공헌했다.
1990년대부터는미셸푸코의영향아래자연과학에서의학이나심리학같은인간과학으로초점을옮겨,역사적사례연구를통해서인간세계의현상과그에대한개념과분류의시간적상호작용을추적하는‘역사적존재론’을전개했다.그첫작품《영혼을다시쓰다》가다중인격을주제로하여사람들의행동을기술하는방식에따라그들의정체성이어떻게구성되는지를다루었다면,두번째작품인《미치광이여행자》에서는특정시기와장소에나타났다사라진특이한정신질환사례를통해서정신질환이서식하는생태학적틈새와그것을규정하는여러힘들의관계를탐구했다.
뛰어난학문적업적을이룬공로로캐나다최고의영예인킬럼상(KillamPrize,2002)과캐나다훈장(OrderofCanada,2004),국제적권위의발찬상(BalzanPrize,2014)등다수의상을수상했으며,저서로《통계적추론의논리》《확률의출현》《왜언어가철학에중요한가?》《표상하기와개입하기》《우연을길들이다》《과학혁명》《영혼을다시쓰다》《무엇이사회적으로구성된단말인가?》《확률과귀납논리입문》《역사적존재론》《수리철학은대체왜있는가?》등이있다.

역자:최보문
가톨릭대학교의과대학명예교수.동대학신경정신과교수로재직하던중영국옥스퍼드대학교에서의료인류학을전공하고돌아와2006년우리나라최초로의과대학의한과로서인문사회의학과를개설하는데주춧돌을놓았다.
옮긴책으로《정신의학의역사》(제28회과학기술도서상번역부문수상),《트라우마의제국》《나의죽음은나의것》《문화,건강과질병》《더러운손의의사들》이있다.

목차

옮긴이의말
머리말

1장그는왜갑자기떠났을까?
2장방랑은병이다
3장아름다운시절이낳은광기
4장그병은정말실재했을까?

서플먼트1알베르를괴롭힌것은무엇이었을까?
서플먼트2유랑하는유대인
서플먼트3독일의‘방랑벽’

기록1알베르의이야기(1872년~1886년5월)(5월)
기록2알베르관찰일지(1886년6월~1887년2월)(2월)
기록3꿈(1887년5월~1889년9월)(9월)
기록4병인적꿈(1892년)(1892년)
기록5실험(1888년,1893년)(1893년)
기록6에필로그(1907년)(1907년)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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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그는왜미친듯이계속걸었는가?
영원한것에대한믿음이무너져가던
‘아름다운시절’프랑스,미스터리한세기말유행병
1886년프랑스보르도의정신병원에한남자가제발로찾아온다.알베르다다(AlbertDadas,1860~1907)라는이름의,평소성실하고수줍음많던가스정비공에게는남다른문제가있었다.그는12살때부터갑작스레집을떠나낯선곳에서정신을차리고깨어나는경험을반복했다.어느날갑자기여행을떠나려는욕구에사로잡히면그는가족도직장도버리고,자신이누구인지왜여행을하는지도모른채엄청난속도로무작정걸어갔고,낯선곳에서제정신을차리고나면그동안무슨일이있었는지전혀기억하지못했다.그의예기치않은여행은점점길어져보르도를넘어파리와마르세유,벨기에와독일,오스트리아까지이어졌고,급기야군대에서탈영해알제리와러시아,터키까지다녀왔다.때로기차와배를타기도했지만주로걸어다녔고,시속12킬로미터(일반인의걷기평균속력은시속4~5킬로미터정도다)속력으로하루70킬로미터를걸을때도있었다.
놀랍게도,젊은담당의사필리프티씨에(PhilippeTissie,1852~1935)가최면을걸자알베르는잊고있던몇주전,몇년전여행때의아주세세한부분까지도다기억해냈다.티씨에는1887년〈미치광이여행자〉라는낭만적인제목의박사논문에서이새로운정신질환을학계에처음보고했다.그러자놀랍게도,이후비슷한사례들이프랑스는물론이탈리아,독일,러시아에서잇달아보고되기시작했다.당시정신의학계는미치광이여행자의병인(病因)을둘러싸고일대논쟁을벌였고,치열한논쟁은다시이진단의유행을부채질했다.이둔주가세기말의유행병이될수있었던것은당시정신의학계의양대미스터리였던간질과히스테리아를둘러싼논쟁과관련이있다.그러나다시한번더놀랍게도,1909년낭트에서열린정신의학총회를끝으로이특이한정신질환에대한관심은차갑게식어버렸고,오늘날이정신질환은일반인은물론정신과의사들에게도거의잊혀버렸다.
‘둔주(fugue,遁走/‘달아나다’‘도주’라는뜻에서유래)’‘보행성자동증’‘방랑벽’등으로불린이정신질환은현재미국정신의학협회의《진단과통계요람》(DSM)에‘해리성둔주’라는진단명으로아직도올라있지만사실상거의진단되지않는다.우리시대의대표적과학철학자이언해킹은한세기전20여년간유행한이특이한사례를검토하며정신질환의실재성에관한중대한물음을던진다.

어느한시대,한공간에만
나타났다가사라지는‘시대적정신질환’
정신질환은실재하는가?
해킹은책의서두에서왜,지금,이미‘죽었다’고볼수있는질병에대해이야기를하는지분명히밝힌다.“현재우리는온갖정신질환에둘러싸여있는데,그많은신경증중어떤것이꾸며낸것인지,문화적산물인지,의사가확대시킨것인지,아니면그저카피캣증후군같은모방에불과한것인지,모호한말이긴하나단적으로말해서어느게실재하는것인지궁금하기때문이다.”월경전증후군,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섭식장애(거식증과폭식증),해리성정체성장애(다중인격),반사회성인격장애,간헐적폭발성장애(분노조절장애),만성피로증후군,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해킹이드는의심스러운질병의목록은끝이없다.이것들은“정말실재하는정신장애”“정신의학적실체를가진진짜질병”일까?어쩌면사회와미디어가조장하고의사들이의료화한,의학적으로실질적내용이라곤전혀없는,정신의학적인공물은아닐까?(현대의사례가아니라굳이둔주라는옛날의사례를든것은즉각적인당파적반응을피하기위해서였다고해킹은직설적으로설명하기도한다.)
해킹은둔주와같이어느한시대,어느공간에만나타났다가사라지는정신질환을‘시대적정신질환(transientmentalillness)’이라부르며,그실재성에관한복잡한철학적논증의늪에빠지기보다는프래그머티즘의관점을수용하여앞으로의의학이규명해야할영역으로남겨놓는다.대신에이책에서해킹의주된관심사는그가생물학에서가져온개념,시대적정신질환을탄생시키고번성케하는‘생태학적틈새(ecologicalniche)’라는은유다.어떤시대적정신질환(가령‘둔주’)이특정시대(‘세기말’)와특정장소(‘유럽대륙’)에나타나유행할수있는것은그때그곳을자신의서식지로만들도록여러상반된힘들이잘어우러졌기때문이다.그힘들,‘벡터’를밝히는것이이책의주된주제다.
하지만이것을둔주와같은시대적정신질환은실재하는것이아니라사회적으로구성된것이라는의미로오해해서는안된다.자연과학에대해서확고한실재론자였던해킹은미셸푸코의영향아래인간과학(의학이나심리학같은)으로관심을넓힌후에는역사적사례연구를통해서인간세계의현상과그개념화의상호작용을추적하는‘역사적존재론’을전개했지만,줄곧사회구성주의에는반대했다.그는정신질환의생태학적틈새에사회적벡터가있음은분명하지만,나태한용어인‘사회적구성물’보다는더생생하고더구체적인묘사와분석이필요하다고보았다.

우리와똑같은그들이언제어떻게무너졌는가?
환자의솟구치는여행욕구와모험담에
매료된스타의사의관찰기
이책의또하나의중심적이야기는우리의스타환자와의사,알베르와티씨에의관계다.티씨에는애초에왜아무도주목하지않던알베르에게관심을가졌을까?무엇보다알베르의놀라운모험담에매료되었기때문이었으리라.
알베르는여행하는동안수많은위험한고비를넘겼다.사나운개에물려병원신세를지기도했고,눈사태에깔려죽을뻔하기도,얼어붙은라인강위를걸어가다얼음이깨져강물에휩쓸릴뻔하기도했다.실제로함께탈영한친구는배고픔과추위,피로를견디지못하고얼마못가사망하고말았다.모스크바에서는차르암살범무리로오인되어체포되었으며,다행히시베리아유형은면했으나다른무정부주의자들,집시들과함께터키국경까지끌려가추방당하는형벌을받기도했다.
이모든것이다지어낸얘기였을까?최면상태에서그가방문한곳의풍경묘사는정확했고,만난사람들도해외프랑스교포들과대사관의증언과증거를종합해보면모두사실이었다.“알베르는자기나이도잊을수있었고,처음으로친해졌던사람도,개에물린사건도,무정부주의자로오인되어고초를겪은일도모두다잊어버릴수있었다.그러나광활한지평선과찬탄하며올려다보았던기념비는항상기억하고있었다.”둔주가거듭될수록그가이여행을즐겼다고도말할수있다.둔주의원인이간질성이든히스테리성이든다른무엇이든자연적으로일어날수있지만,둔주충동이일단습관화되면아주사소한계기로도유발될수있었다.나중에알베르는둔주를떠나기며칠전부터신중히여행서류와가방을챙기고여비를준비하기도했다.
현대의진단기준으로알베르의병인은어릴적나무에서떨어져생긴두부외상과측두엽간질,해리성둔주의복합적요인때문이었다고추정된다.그렇다면국소적감각이상과과잉감각같은히스테리아증상은어떻게설명할수있을까?해킹은알베르가자신의고통을호소하는과정에서그러한증상을(계획하지는않았겠지만)학습한것은아닐까의심한다.“티씨에와여러해를함께하면서티씨에의기대에부응하려는행동과,한편으로는통제할수없이솟구치는여행욕구가자의적인기억상실과함께모두뭉뚱그려져나타난복합적산물은아니었을까?”“한의사와한환자의상호작용이낳은,반은감응성정신병이라고불리는광기이자,반은광대짓인환상적인거래”가둔주라는세기말유행병의서막을연것은아니었을까?물론이는하나의흥미로운가능성에불과하다.
해킹은머리말에서광기에관한이런유의이야기에서“우리가얻으려고애쓰는것은과연어떤종류의이해인가?”라고자문한다.“오래전에죽은광인들과,유사하게광기를품었을오래전에죽은의사들에관한이야기로감히세상을이해하는척하는것은어떤종류의현실도피인가?단순한엿보기이상의것일까?”우리가정신질환에만주목하면한때삶을누리던인간이었던환자에대해서는거의말하지않게된다.“우리가가까이다가갈수록,내면으로깊이들어갈수록,우리역시정신의학의사학(醫史學)자들처럼환자와의접점을잃어버리게된다.”“우리와똑같은남자,여자들이어느때,어느곳에서어떻게무너져갔는지어렴풋이나마알기위해서는”전혀다른접근법이요구된다.아마도이것이이책의본문뒤에옛프랑스의사들의사례사(事例史)화법을그대로보여주는티씨에의진찰기록을덧붙인이유일것이다.그기록을찬찬히읽다보면우리는특이한환자와의사에대한단순한관음증을넘어,어느새그들의모험가득한여정의진정한길동무가되어있을것이다.

흥미진진한역사적비화와
주요인물들의생생한비하인드스토리
시대적정신질환과그것을가능케한생태학적틈새에관한분석도흥미롭지만,이책은둔주와그주요인물들에얽힌다양한이야깃거리를읽는재미가일품이다.그중몇가지만간단히예를들어보자.
*티씨에는프로이트의《꿈의해석》에서9번이나언급되지만의사로서보다는체육진흥의선구자로서더유명한인물이다.근대올림픽을창시하여엘리트들의경쟁식스포츠를뿌리내린쿠베르탱의라이벌로서사회체육과생활체육을옹호했다.멋진체육관시설과육상트랙을배격하고프랑스국토전체가하나의일주트랙이라고주장했던이야외운동마니아에게알베르의모험담은너무나매력적이었으리라.
*아르투르랭보는확실히미치광이같은면이있었고,대단한여행자였다.그럼혹시미치광이여행자였을까?랭보자신이‘둔주’라는단어를자주썼으나,그것은둔주의원래뜻인‘도주’라는의미에서였다.하지만공교롭게도,알베르가아프리카의알제리를여행하던즈음에랭보는더먼에티오피아의중심부까지나아갔다.
*1890년유일한엘리트계급둔주환자에밀의사례가학계에보고된다.이발표를한사람은아드리앵프루스트로,바로마르셀프루스트의아버지였다.프루스트의《읽어버린시간을찾아서》마지막권에서닥터코타르는마담베르뒤랭의하인이트라우마로인해갑자기다중인격이나타났다는놀라운이야기를들려주는데,이것은마르셀이아버지에게전해들은이야기였을까?
*프로이토스왕의세딸이나안티오페,이오의이야기처럼그리스신화에는신들의노여움을사미친후(흔히동물로변한다)광야를떠도는미치광이여행자이야기가자주등장한다.《황금가지》의작가제임스프레이저는이것이당시실재했던정신병을묘사한것이라고해석하며,말레이반도의원주민여자들이주기적으로광기에사로잡혀밀림을헤매고다니는라타(latah)라는증상과의유사성에주목한다.라타가처음서구에알려졌을때샤르코의제자인뚜렛은이를새로운병리현상으로진단하고뚜렛증후군이라이름붙였다.샤르코에의해라타와뚜렛증후군은다른질병이라는것이밝혀졌지만,어쨌든오늘날유명한뚜렛증후군은라타연구를통해세상에알려졌다.
*신실한목사앤설본(AnselBourne)이어느날갑자기실종되고2개월후멀리떨어진작은마을에서존브라운이라는이름으로잡화점을하고있음을깨닫는다.본은아르투어슈니츨러의소설《꿈이야기》(영화〈아이즈와이드셧〉의원작)에도언급될만큼미국의둔주사례중가장유명한인물로,기억상실을겪는인물이자신의정체성을찾으려하는이야기는영화로더유명해진소설《본아이덴티티》의모티브가되었다.
이외에도몽테뉴와모리아크의글을통해본보르도지방의역사와풍광,정서에관한이야기,19세기말대중스포츠로막등장한자전거이야기,19세기말정신의학계의대부샤르코와그제자들의반란,예수의고난을비난해영원히방랑하도록저주받은‘유랑하는유대인’전설과살페트리에르병원의유대인둔주환자들에대한이야기등흥미로운역사적,인문학적정보가풍부하다.

시대적정신질환을번성시키는
사회적압력과생태학적틈새의4가지힘
해킹은히스테리성둔주라는사례를통해서시대적정신질환이태어나고번성할수있는생태학적틈새를조성하는4가지힘을제시한다.
(1)질병분류법:어떤증상이정신질환으로인정받기위해서는질병분류법이라는기존진단체계안에들어와야한다.둔주는당시의질병분류체계와모순되지않았고,단지히스테리아에속하냐간질에속하냐가논란이되었을뿐이다.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