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기원

타인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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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왜 인간은 나와 타인을 나누려 하는가?
흑인여성으로는 지금껏 유일무이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토니 모리슨. 그가 2019년 세상을 떠나기 2년 전에 출간된 《타인의 기원》은 슬림한 책의 외형과는 달리 ‘타자화’라는 묵직한 질문과 대답을 담고 있다. 미국 역사에서 가장 오래되고도 강력한 난제인 인종차별이라는 정체성 갈등이, 다름 아닌 인간을 ‘나’와 ‘타인’으로 구별하고자 하는 지독한 타자화의 결과라는 것이다.

동일한 인간을 타자화함으로써 비인간적인 모습을 강조하거나, 노예제도라는 모순적 행위에 문학이나 다양한 사회문화적 코드를 사용하여 낭만성을 부여하면서 그 행위를 정당화하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모리슨은 여러 문헌과 자신의 소설, 윌리엄 포크너 등 유명작가의 작품을 레퍼런스로 활용하여 그 확연한 증거들을 독자 앞에 보여준다. 실제 역사와 문학작품 속에 존재하는 의도된 타자화의 장면을 짚어감으로써, 자신의 진단이 갈등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어도, 어디에서부터 그 매듭을 풀 수 있을지를 조용히 던지고 있다.

저자

토니모리슨

1931년미국오하이오주의작은마을인로레인에서태어난토니모리슨은미국북부에서자랐지만유전적으로나역사적으로나남부적전통을지난가계의후손이다.아버지는백인을증오하는조선소용접공이었고어머니는인종차별과그역차별까지반대하는사람이었다.토니모리슨은인종차별은물론이고미국사회의다양하고극심한차별이없어지는날이올거이라고믿어의심치않는어머니의영향을많이받으면서컸다....

목차

추천의글_타네히시코츠?5

1.어느새타인이되다?21
2.이방인으로살거나,이방인이되거나?47
3.피부색페티시?77
4.어디에서나‘바깥’은존재한다?97
5.영원한타인‘빌러비드’를위하여?123

옮긴이의말?145

출판사 서평

모든차별은상대를타자화함으로써시작된다

인종차별이라는오래된갈등을바라볼때,흔히이것을지나간역사속주종관계,그리고강자와약자의관계,가해자와피해자의관계로만설정하여문제를바라보게된다.2012년경찰이쏜총에맞아사망한흑인소년의죽음이후촉발된‘Blacklivesmatter’운동이후,미국의정치계와선거이슈등에서도가장윗줄의주제이기도했지만일시적구호만으로그치고여전히해결되지못한채부유하고있다.흑인여성최초이자유일한노벨문학상수상작가인토니모리슨은자신의수많은소설에서직간접적으로드러내는흑인차별의부조리를,이번에는《타인의기원(Theoriginofothers)》이라는사유적제목의산문으로다시한번펼쳐보인다.
군더더기없는토니모리슨의글은슬림한책의물성과는달리,그속에담고있는사유와증거들은독자들의머릿속에묵직하게각인될수밖에없는한가지확신을정의내리듯던지고있다.“세상모든차별은상대방을나와타인으로구분하려는,즉상대를‘타자화’함으로써생겨난다”는것이다.역사속미국의백인들이아프리카계흑인들을대함에있어종이나천민으로생각하기이전에,그들을자신들과완전히다른인간으로명확히구별하려시도하였는데,이시도를타자화로본것이다.토니모리슨은19세기당시의여러문헌과개인적기록물,무엇보다소설가들이작품속에서타자화를시도하고있는뚜렷한증거들을제시하고있다.

노예를굳이전혀다른종으로취급해야하는필요는무엇때문일까?아마도자기자아가지극히정상임을확인하려는그들의절박한시도가아닐까싶다.지구상의거의모든집단은권력이있든없든,타자를구축함으로써신념을강화하기위해비슷한방식으로타집단을통렬히비난해왔다.-본문중에서

자신의,혹은자기집단의신념과권력을강화하기위해선상대를,혹은상대집단을전혀다른별개의인간(혹은비인간화도서슴지않으며)으로취급해야한다는신념이자리를잡아세대를거스르며내려왔다.‘타자화’라는개념이쉽게이해되지않는독자라도19세기미국의백인노예주였던토마스티슬우드의개인일기장을들여다보면타자화의정체를대번에이해하게될것이다.
상인이었던그는일기장에그날의영업상황,손해여부,거래한인물등을사무적으로기록해놓았는데,일기장의같은지면에여성노예를강간한사실도마치메모하듯무심하게적어놓았다.“콩고인플로라와함께,사탕수수밭땅바닥에서”와같은표현은일기장곳곳에수도없이등장한다.이같은비인간적행동을모리슨은지독한타자화의결과라고본다.신이인간과노예를애초에구분해놓았다는,그래서저들을인간이아닌타자로보아도된다는의식말이다.
책에서는‘백인에의한흑인의타자화’를이야기하고있지만이는결국인종에국한되어거론하는문제만은아니다.세상곳곳에,나라와나라간에,개인과개인간에,집단과집단간에야기되는갈등과분란은‘타자화’가지닌냉혹한구별행위와결코상관없다고말할수없기때문이다.토니모리슨은풀릴길없는인종차별의절벽을피할수없어도,타자화의정체를들여다보며그매듭을조금이나마풀어보길기대하고있다.


백인들의안식처가되었던톰아저씨의오두막
-문학을이용한‘피부색페티시’와‘노예제의낭만화’

책의전반부에는백인에의한흑인차별에있어타자화라는근원이숨어있음을일갈하며백인의학자인새뮤얼카트라이트등이작성한실제기록물들을사례로보여준다.그러나중반부터는윌리엄포크너나해리엇비처스토등유명문인들의소설속텍스트들을연신소개하며,행간에숨어있는수많은타자화,혹은노골적인종주의의일면을고발한다.모리슨이발견한문학작품에내포된인종주의의정체는크게두가지이다.‘피부색에대한페티시적집착’그리고‘노예제의낭만화시도’가그것이다.
소설에서인물을드러내거나서사를만들어가기위해피부색을이용하는방식은꽤나흥미롭다.흑인의피가한방울이라도섞인인물에대해공포가득한느낌으로풀어나가는방식,과도한성적매력으로포장해버리는유색인종캐릭터,흰피부색이갖는태생적우월성등영미권문학속피부색페티시는부인할수없는사실이다.윌리엄포크너의명작인《압살롬압살롬》에서는근친간의결혼보다인종간의결혼을더욱대역죄처럼묘사하고있다.노예를강간하는일보다,다른인종끼리의정신적사랑을더욱역겨운것으로바라보는것이다.

“그럼에도4년뒤에헨리는두사람이결혼을하지못하게본을죽여야했어……다녀본곳이많은헨리의아버지는그렇다고쳐도,세상물정모르는헨리에게도,흑인피가8분의1섞인흑인정부와16분의1섞인흑인아들이존재한다는사실,아무리귀천상혼이라고해도……그럴만했지.”

그리고해리엇비처스토의소설《톰아저씨의오두막》은노예제도라는부조리의현실에낭만성을부여한대표적인작품이다.노예제의낭만화시도는노예제를좀더인간적으로보이게하고,심지어이를소중한가치처럼여기게만들어이를선호할만한것으로착각하게만든다.백인에의한흑인통제는매우무해한것이며,그렇기에탐욕스러운통제도전혀필요치않다는느낌을주는것이다.‘당시의백인이라면흑인들이집단으로거주하는지역에무장하지않은채지나갈수있을까?’
이런불안감을불식시켜야한다는듯,스토는《톰아저씨의오두막》에서흑인노예가족의집주변을무척이나아름답고낭만적으로묘사한다.바닥에던진음식을즐겁게주워먹는흑인노예자식들의모습을유머러스하게그리고있는것도마찬가지다.백인주인의어린아들이톰아저씨의오두막에안심하고놀러갈수있는장치를공을들여설정해놓는것이소설가의카드였다.토니모리슨은겁먹은백인독자들을안심시키려는의도로,다시말해이런낭만화된장면이가득한백인들을위한소설이라지정하고있다.‘스토는노예제도의성과낭만을무균상태로만들었으며,게다가그것에향수를뿌리기도했다’고말이다.

타자화를체념하지않으려는또한사람의목소리
-<블랙팬서>스토리작가타네히시코츠의추천사

거장토니모리슨의결기가득한이책속에또하나의명기사가포함되어있다.현재미국에서가장대표적인논픽션작가이자언론인인타네히시코츠(Ta-NehisiCoates)가쓴‘추천의글’이다.오리지널<블랙팬서>의스토리작가로잘알려진타네히시코츠는두터운팬층을가진저널리스트이자,아프리카계미국인의삶에큰관심을갖고저술을펼치는인물이다.책장을펼치자마자가장먼저등장하는추천사이지만,타네히시코츠의글은한편의정치사회비평문이다.미국역사상가장오래되고도난해한,다양한견해와입장이서로교차하며더더욱풀기어려운매듭이되어버린인종갈등의문제를현재의미국정치와사회상을짚어가며목소리를내고있기때문이다.
인종차별을다룬책이라는단순한예상으로책읽기를시작한독자들이라면,토니모리슨의글보다먼저등장하는코츠의배경설명문에두귀를바짝세우게될것이다.토니모리슨이《타인의기원》을집필하던시기는버락오바마미국전대통령임기의끝자락시기였지만,이책이출간되기직전,그러니까코츠가추천사를쓴시기는이미트럼프전대통령의대선승리가결정된직후였다.이오묘한시간차속에서흑인저널리스트인코츠는유권자들의생각과여전히지속되고있는‘Blacklivesmatter’의함성사이의깊은골짜기를들여다본다.

트럼프의승리에대한첫반응은이승리가미국의인종차별에대해무엇을말해주고있는지를과소평가하고있었다.2016년대선은새로운경제에편입되지못한이들이월스트리트를상대로벌인일종의민중봉기였다는단순한주장이속속등장하였으니말이다.클린턴이‘정체성정치’에집중하느라실패할수밖에없었다는얘기였다.이런논리는종종자멸의씨앗을품게되어있다.이새로운경제가가장많이내팽개친사람들,즉피부가검거나갈색인노동자들이왜트럼프연합에들어가지않았는지아무도설명하려하지않은것이다.-‘추천의글’중에서

코츠는‘인종은관념이지실재가아니다’라는역사가넬페이터의말을인용하면서,미국의많은백인들이인종을관념으로만받아들일수있다면경찰에과잉진압되어사망한흑인들이더이상발생하지않을거라자신있게말한다.‘인종차별’을없애는게중요한것이아니라,‘인종’이라는관념적구분을현실세계에서적용하지말아야한다는조언인것이다.공화당경선에서트럼프에게투표한사람들의가계소득중간값은평균적인미국흑인가정의가계소득중간값의두배라는사실을제시하며,경제적불안때문에유권자들이트럼프에게표를던졌다는분석을비판하고있다.다시말해,백인들의현실적걱정들이,흑인들삶에깊이자리잡은낮은생존율에대한체념과무관심이라는비극과비교할때,그결이확연히다르다는것이다.인종은관념일뿐,아무의미없는구분이라는역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