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어떻게가르쳐야하는가?》는바다출판사가펴내고있는‘톨스토이사상선집’의일곱번째책이자《학교는아이들의실험장이다》에이어톨스토이의교육에관한글들만을모은두번째책이다.첫번째책이톨스토이가농민자녀들을위해자신의영지야스나야폴랴나에학교를세우고그곳에서행한교육실험을중심으로독자적인교육방법론과원칙을주로다루었다면,이번책은당시야스나야폴랴나학교에쏟아진여러공격들에맞서잘못된교육풍조를비판하면서‘올바른교육이란무엇인가?’‘무엇을어떻게가르쳐야하는가?’라는더원론적이고도전적인질문을던지는책이다.
당시러시아의학문과지식을독점하고있던지식인과귀족,관료층(이른바‘교양있는집단’)은톨스토이가세운자유주의적이고민주적인인민학교를위험시했다.차르의비밀경찰에의한은밀한박해와교육계의노골적인비난과무시속에톨스토이의교육실험은비록단명하고말았지만,오늘날야스나야폴라냐학교는서머힐스쿨같은학생의자유를존중하는대안학교의선구로평가받고있다.
당시러시아에는성경교리문답중심의전통적인학교(‘교회의학교’)들과유럽특히독일의교육학이론을이식한신식학교들이있었다.무조건암기식교육에맞서실물교습(직관교수)과발달에초점을맞춘독일식학교들이새로운주류를형성해가고있었다.톨스토이는고리타분한옛교육방식뿐아니라새로운독일식교육법에도비판적이었는데,이학교들이여전히강제적이고,삶의영향력에대해무지하며,민중의요구를무시하기때문이었다.‘무엇을어떻게가르쳐야하는가’라는교육의근본문제를논의하며톨스토이는‘자유롭게,삶에밀착되게,민중의요구에맞게’라는세가지원칙을일관되게제시한다.
교육에서완전한자유를허하라
톨스토이는야스나야폴랴나학교에서자신이행한자유로운교육에대해교육계일각에서학교를부정하는극단적행위라는비판을받자이를재반박하며‘교육’과‘훈육’을구별한다.훈육과교육의차이는바로강제성으로,훈육은강압적이지만교육은자유롭다.“훈육은우리에게훌륭해보이는사람을양성할목적으로어떤사람이다른사람에게행하는강압적이고강제적인영향이다.그러나교육은인간의자유로운관계다.”
전제주의체제아래당시학교는교사의권위주의적이고독단적인훈육,처벌과시험에의존했다.김나지움과대학에서도손을들어자유롭게질문하는것조차허용되지않는분위기였다.“의자에앉아서종소리에맞춰움직이고토요일마다체벌을해대는학교를사랑할수는없을것이다.”톨스토이는대학생시절,교수와의논쟁이후밉보여진급시험에서떨어졌던씁쓸한기억을떠올리며말한다.“시험은지식의척도가될수없고단지교수의잔인한독선을위한것이며,학생들의입장에서는야비한부정행위를위한경연장일뿐이다.”
톨스토이에게교육의유일한규범은자유다.여기서자유란학교가피교육자의신념이나인격에개입하지않는것,피교육자가요구하고원하는가르침을받는수있는자유를피교육자에게완전히위임하는것이다.모든개인은자유롭게발전할권리를가졌으며,자유가진정한교육의필수조건이고,처벌의위협과보상의약속은이를방해할뿐이다.강제로는아무런결과도낳을수없거나비참한결과를낳을뿐이다.
때로톨스토이가실제로학교교육을부정하는듯보이는것은어디까지나기성교육의강제적인요소에반대하기때문이고,루소처럼인간은완전하게태어난다고믿기때문이다.톨스토이가보기에“전혀훈육되지않은사람즉자유로운교육의영향을받은민중이어떤훈육이라도훈육을받은사람보다더순수하고,강하고,담대하고,자립적이고,공평하고,인간적이고,무엇보다더필요한사람”이다.반면에“훈육은어떤사람이다른사람을자신과똑같은사람으로만들려는갈망이다.훈육자가열심히아이들의훈육에전념하는유일한이유는아이들의순수함에대한질투와아이를자신과닮게만들려는바람,즉훨씬더망가뜨리려는희망이이와같은갈망의기반에놓여있기때문이다.”이런학교는인류에필요한인물이아니라타락한사회에서요구하는인물만을양성할뿐이다.
‘어떻게가르쳐야하는가?’라는문제는결국가르치는자와배우는자사이에어떤관계가최선인가라는물음이다.톨스토이는아이들이지겨워하고싫어하는것을억지로공부하라고강요하지말고자유롭게선택하게하라고말한다.교사가자신이맡은과목을더많이알고사랑할수록그의가르침은더자연스럽고자유롭게된다.성공적인학습을위해서는강제가아니라먼저학생의흥미를유발해야한다.“학생의흥미유발,최대한의편안함그리고비강제성과자연스러움이좋은교육과나쁜교육의기본적이고유일한척도다.”좋은교사는스스로끊임없이공부하며,교육의실패가학생의잘못(학생의게으름,장난기,우둔함,귀기울이지않는태도,눌변)이아니라자신의잘못이라고생각하며해결책을찾는다.
삶보다위대한교사는없다
“교육은인간을발전시키고인간에게더넓은세계관을제공하고새로운지식을알려주는모든영향력의총화다.아이의놀이,고통,부모의체벌,책,노동,강제적인학습과자유로운학습,예술,과학,삶,이모든것이교육이다.”톨스토이는아이들이학교밖에서스스로배우고있다고,노동과놀이와인간관계,요컨대삶(생활)을통해진정한지식을배운다고여겼다.“오로지대상에대한삶의직접적인관계만이새로운개념을가르치고제공한다.학교는이와같은일을한적이없으며이것을할능력도없다.…삶은무의식적인방법으로개념을가르쳐주고학교는의식적인방법으로개념을조화롭게하고체계화한다.”톨스토이는자신의학생들을‘어린농부들’이라고즐겨불렀는데,“그들에게서러시아농부들이두드러지게보여주었던총명함,실제생활에서얻어축적된풍부한지식,해학,단순함,모든거짓에대한혐오의특징을찾을수”있었기때문이다.
톨스토이가독일식학교와그곳에서행하는실물교습을비판한것도이러한맥락에서다.페스탈로치에의해강조된실물교습법은말로만이아니라실례를통해서아이의모든감각에영향을주는것을목표로한다.톨스토이는이것이원칙적으로는옳지만,그방식을삶이아니라학교에맡기는것은옳지않다고믿었다.“개념획득의직접적인방식은완전한자유를요구한다.그때문에개념을지도한다는것은불가능하다.지식획득의직접적인방식은주의를요구할뿐만아니라열정과인상에완전히몰입할것을요구한다.하지만학교에서이와같은몰입을인위적으로불러일으킬수없다.”“지식획득을위한수단은삶의현상과직접적으로관계있다.삶의현상과의직접적인관계는완전한자유를요구한다.학교,교사,책은부모의집,일터,숲,하늘과같은삶의현상이다.학교에서가장많은지식을얻기위해서는학교,교사,책과학생의관계가자연과모든삶의현상들이맺는관계처럼자유로워야할것이다.”즉실물교습은삶의기법이어야하며,이기법의첫번째이자유일한조건은자유여야한다.
톨스토이는2장에서문맹퇴치위원회가승인하고추천한각종교과서와참고서의내용을아주길게인용하는데,그글들이“불러일으키는피곤할정도의지루함을스스로경험하지않고서는그책들의비도덕성과범죄성을전부이해할수는없기때문이다.”삶과유리된지루하고공허하고무익한그글들은“어린이의영혼을흐려놓고망쳐놓으며,순수한교사들도망쳐놓는다.”톨스토이는“대학의교수가되는것보다더쉬운것은없고,인민교사가되는것보다더어려운것은없다”라고말하는데,엄격하고편협한학문의사다리를오르는것보다삶이라는드넓은발전공간에놓인아이를지도하는것이더까다로운일이라믿기때문이다.
‘3장누가누구에게서글쓰기를배울것인가’는톨스토이가아이들에게글짓기를지도한경험담인데,주제와상황만을던져주고그다음은아이들의상상력에맡기는방식인데,참여한아이들이느끼는흥분의열기와기쁨이고스란히전달된다.특히11살의숌카와페드카는진정한창조적재능,예술적진실을추구하는모습을드러내톨스토이를놀라게한다.그들은자신들의삶속에서만났던사람들,순박하고경건하고선량한사람들을부활시킨다.반(半)문맹의농민소년들이일궈낸예술적성취에톨스토이는삶을깊이공부하고인지하는사람만이써낼수있는살아있는글이라고평하며,일찍이“러시아문학에서이와비슷한어떤페이지도접하지못했다”라고놀라워한다.“아이는[진선미의조화라는]이상에나보다더,어른한사람한사람보다더가까이있다.그렇기때문에아이를가르치고교육하는것은의미가없다.이이상은내안에서보다아이에게서더강하게인식된다.아이는조화롭고폭넓게채워지기위한자료를나에게요구한다.내가아이에게완전한자유를주고가르치는것을멈추자마자,아이는러시아문학에서전례없는시적작품을써냈다.”
민중교육을위하여
이책의글들은톨스토이가교육사업에관심을갖고유럽을여행하며교육학이론을공부하고수업을참관하던30대초부터종교적이고도덕적인교리의강조로돌아선말년까지를아우르지만,글의관심은시종일관인민교육,민중교육의활성화였다.
특히톨스토이가관심을둔것은읍내에있는정원이수백명씩되는큰학교가아니라드넓은농촌에드문드문퍼져있는아이들을위한작은학교,여름에는농가일을돕고겨울의7개월동안만운영되는계절학교,도시의교사가월200루블을받을때마을들을돌며월2루블(한농가당15코페이카씩모아만든)에도가르치는교사들이운영하는농촌학교였다.그러나정부와자치단체,학교위원회는농민의현실과동떨어진기준을강요하기일쑤다.꼭호화로운건물에엄청난보수를받는교사들이있어야만학교인가.농부의헛간이학교가될수도있고,교회지기가교사가될수도있지않은가.“교육가들은마치내기라도하듯이어떻게하면교육을더힘들고,더복잡하고,더비싼것으로만들까궁리하고”있지만,학교성공의열쇠는설립“방식의간소화,단순화,학교건설의저렴화”이다.톨스토이는민중에게원하는학교를설립할자유를주고,관은학교를조직하는일에최대한개입하지말아야한다고주장한다.
‘무엇을가르쳐야하는가?’라는구체적물음에대해서도톨스토이는민중의요구를따르라고말하며,읽고쓰기와연산을우선적으로꼽는다.신식교육학자들은역사,지리,과학,외국어등을강조하지만민중은언제나국어와수학을가장필요한기초지식으로여긴다는것이다.
때는바야흐로민중이교육의필요성을느끼고동등한교육을요구하기시작했으나,전제정치는여전히인민교육사업에족쇄를채우고자했다.톨스토이는교육받은이들,귀족과관료층을민중과대비시키며진보의당파성을지적한다.“진보는사회의작은일부를위한혜택이다.사회의대부분은진보를악이라여긴다.…진보는민중이더손해를볼수록교양있는집단은더이익을보는것이다.”하지만이제시대는바뀌고있고동등한교육의요구는거스를수없다.“진보주의자들[독일식신교육을도입한교육가들]은민중없이존재할수없지만,민중은진보주의자들없이도살아갈수있다.”“민중은자신들의지적인발달이라는위대한일에거짓된일을하지않고나쁜것을받아들이지”않기로마음먹었기때문이다.세기말격변기에민중의교육에대한요구를대변하고그구체적해결방안을모색한(8장에서지자체의제한된예산내에서400개학교를세우는구체적인자금지출안을소개하고있다)위대한교사이자교육학자로서의톨스토이를우리는기억해야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