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자리 : 진화인류학자 박한선의 호모 사피엔스 탐사기

인간의 자리 : 진화인류학자 박한선의 호모 사피엔스 탐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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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인간은 동물의 왕국 어딘가에 있다."
진화인류학자 박한선의 호모사피엔스 탐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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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한선

경희대학교의과대학을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분자생물학전공으로석사학위를,그리고호주국립대학교인문사회대에서석사학위를,서울대학교인류학과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서울대학교병원신경정신과강사,서울대학교의생명연구원연구원,성안드레아병원과장및사회정신연구소소장,서울대학교비교문화연구소연구원등을지냈다.현재서울대학교인류학과조교수로재직하고있다.저서『내가우울한건다오스트랄로피테쿠...

목차


들어가는말
인간의자리는어디에있는가?4

1.인간멸종의위기앞에서15
인간성의본질과인간의자리

2.짝짓기의기쁨과슬픔33
사랑의적응적가치

3.왜남에게아이를맡기는가49
양육전쟁과가족의조건

4.형제자매가사라지는세상65
동기살해와우애의균형,그리고저출생

5.평화로운미래라는망상83
공격성과서열의기원

6.이세상의첫번째사랑103
유성생식의시초와동성애

7.살려고먹는가,먹으려고사는가127
최적먹이획득과영양섭취

8.우리안의방랑자145
두발걷기와이주본능

9.풍요가만드는비극163
부와자원축적의미스터리

10.협력을줄이는복지의역설181
덕과호혜적협력의적응적조건

11.살기위해죽으리라199
노화와죽음의진화

12.영혼을잠식하는감염병219
혐오와행동면역의탄생

참고문헌233

출판사 서평

인간은사는대로살면서이성적이고도덕적이고고귀하다고착각한다

우리모두가알지만전혀인정하지않는것이있다.자연에는위계서열이없으며인간역시자연의다른동물과다를바없는‘동물’이라는사실.만물의영장같은건없다.이얘기를듣자마자마음속에서거부감이든다.‘어떻게이성을가진인간을동물의자리로격하하는가!’그런데정말우리는이성적이고도덕적이고고귀한가?매일매시만물의영장인만큼최상의판단을하는가?그렇지않다.사는대로산다.습관에따른다.

저자박한선은자신의실제모습을인정하지않는이런착각이인간멸종의위기를부른다고진단한다.50억마리의개체수를자랑했던여행비둘기가멸종한것과똑같이말이다.여행비둘기는오랜세월비슷한환경에서무리지어살아왔다.그러다환경이좋아지자개체수가순식간에불어났고그결과로유전적다양성이줄어들었다.높은유전적동일성은재앙이었다.환경은늘어난개체를감당할수없었다.여행비둘기개체들은새로운환경에적응하지도못했다.적응에꼭필요한유전적다양성이없기때문이다.결국모조리죽었다.

인간도다르지않다.구석기말인류는고작400만명에불과했다.오늘날세계인구는약80억에이른다.인간은의기양양하다.이렇게번영한건인간의지적능력덕분이라고생각한다.터무니없는착각이다.실패는여행비둘기처럼갑자기온다.인류의유전자는서로아주비슷비슷해지고있다.유전자가동일한쌍둥이는대개동일한질병에걸리고동일한이유로죽는다.쌍둥이가되어가는인류는여행비둘기처럼사라질수있다.

박한선은인간의우월함이라는허위를버려야인류가살수있다고말한다.공존없는독존이얼마나더지속될수있겠는가.이제인정하자.인간의자리는자연의사다리꼭대기에있지않다.동물의왕국어딘가에있다.이에『인간의자리』는우리가잊어버린,아니면일부러무시해버린인간의자리를다시찾고자시도한다.

원래다정하거나이기적인동물은없다
그어떤진화론책에서도볼수없던도발적인주장들

박한선은기존의진화론에서볼수있는일반적인통념을모두거부한다.진화론적관점에서인간행동을보는책은단일한속성으로인간을규정한다.그에따르면인간은이기적이거나아니면다정하다.그러나이런주장은틀렸다.인간은맥락에따라행동을바꾸는전략적인동물이다.

짝짓기를예로들어보자.어떤진화론자는수컷은오로지많은암컷과짝짓기하는것이이득이므로거짓과기만을활용하여암컷을농락하고바람을피우는데혈안이되어있다고주장한다.또어떤진화론자는오직한사람을선택해백년해로하는것이인간의본성이라고주장한다.

그럴리가있겠는가?진화인류학의관점에서인간을보는박한선의『인간의자리』는기존의진화론에의문을던진다.진화한인간본성은하나로표현되지않는다.질문을바꿔야한다.인간본성은어떤환경에서어떤기능으로진화한전략인가?이책은사랑,양육,우애,동성애,협동,자원저장,이동성,영양섭취,노화와죽음,공격성,건강과혐오등보편행동에담긴인간의특정전략과그것이진화한생태적맥락을보여준다.그이야기들은이제껏나온그어떤진화론책에서도볼수없는도발적인주장으로가득하다.

사랑은장기적보상이다,입양은인간화된탁란이다,출산은투자이고자식은보험이다,평화로운사회라는건서로의거리가멀때나가능하다,동성애가첫번째사랑이다,우리는먹으려고산다,역마살유전자를가진사람은현대사회에서더불행하다,저축은강박증이다,덕과이타성은희생이아니라체외자원저장이다,노화와죽음은살기위한것이다,혐오는면역기능이다등등.

저자박한선은다종다양한동물이야기를인간이야기와교차하며이런도발적인인간행동이어떻게진화했는지설득력있게보여준다.동물도결혼하고이혼하며새끼를키우거나버리고노래하고협력하며재산을모으고늙고병든다.우리가인간적특징이라생각했던모든것을동물도갖고있다.동물의특성을동물이진화한환경에서갖게된전략으로파악하는만큼인간의특성역시그렇게연구하지않을이유가없다.

『인간의자리』는선과악이라는도덕적특성이아니라‘전략’으로서의인간행동을다루면서인간중심인편견을버리도록유도한다.그러면서정말로인간적인것이무엇이냐는근본적질문을독자에게던진다.아마우리가인간에대해알고있던모든지식이무너지게될것이다.

왜인간의본성적전략을알아야하는가?
알아야더행복해질수있다

인간의전략적본성을아는것은우리의행복과직결된다.배신과질투가유리한전략인사회는고통스럽다.비친족입양에따른아동학대와영아살해가만연한사회는끔찍하다.서로를공격하고외부인을배척하는사회는고립되어절멸한다.

박한선은인간본성을아는것은그본성을되도록모두에게그리고유리하게바꾸도록유도하는통찰을얻는것과같다고말한다.그럼박한선이말하는우리의본성은어떻게생겼는가?예를들어보자.

입양은인간화된탁란

뻐꾸기처럼남에게새끼를맡기는탁란은이른바‘모성본능’에반대되는모순된현상처럼보인다.그러나탁란은살리기위해버리는행동에가깝다.인간에게도탁란비슷한행동이있다.바로입양이다.그러나비친족입양이늘어나면서비극적인일이발생하고있다.아동학대다.비친족입양은인간의생물학적본성에반대된다.애초의선의는인정하지만불행의씨앗을품고있는것과같다.우리조상이살던환경에서는친족입양이비해비친족의입양은매우드물었다.

인간화된탁란이최선이되는사회는불행하다.동물사회에서탁란이성공할수있는조건에서해결책을찾아보자.첫째,양부모가탁란된새끼를친자식으로알때.둘째,부모가새끼수증가에도자원공급량을늘릴수있을때셋째,환경내자원이풍부하여탁란이아주양호한둥지에만가끔일어날때.인간도이와다르지않을것이다.

출산은투자이고자식은보험

카인과아벨에서보듯최초의살인은형제자매간살인이다.형제자매는부모의투자를놓고갈등한다.부모는자식의질과연령등을고려해자식의양과투자의향방을결정한다.그런데손위자식은계속해서부모의투자를독차지하려한다.형제자매갈등이살인으로까지번지는이유다.부모에게여러명의자식은보험이다.투자에실패해한명이죽어도괜찮다.

산업사회의저출생은보험목적으로자식을많이낳을필요가없어서일지도모른다.하지만한국의극단적인저출생은정말이례적인일이다.동기갈등의역학이작용하고있는것은아닐까?자녀양육에드는비용은점점높아져부모의투자부담은확늘었다.경력단절에대한우려도그렇다.극단적인출산율저하는예방적인차원의선제적형제자매살인이라는추측이가능하다.그렇다면우리는가정의사랑을투자의언어로묘사하는것이마뜩하지않겠지만우리의미래를생각한다면반드시고려해봐야할지점이다.

사랑의시작은동성애

사람들은흑고니를보기전모든백조는하얗다고생각했다.뒤늦게흑고니를발견했을때충격에빠졌다.우리는흑고니를통해인간경험의한계를뼈저리게알게됐다.그런데최근흥미로운논문이발표됐다.태초의고니는원래까맣게태어났으며그후에하얗게진화한것이라는연구다.박한선은여기서도발적인추측을한다.유성생식의시초도그와같다고.사실이성애가훨씬더까다로운행동이다.짝이같은종인지,이성인지구별하는능력이있어야한다.동성애,정확히말해암수의차이를가리지않는무차별적성적행위가먼저였을것이다.

박한선은동성애의시초에관한연구의진정한의미는동성간성적행동을하나의원인으로모두설명할수있다는주장을비판하는데있다고주장한다.동성애는기나긴진화사를반영하며그역사에는본성과환경의유구한상호작용이있었다.이성애는자연스럽지만동성애는부자연스럽다는주장도,그반대도다틀렸다.

폭력성은동물의기본값

이사실은너무나인정하기어렵지만폭력성은생물학적본능에강력하게뿌리를두고있다.종간은물론이고짝탈취와영역방어등을위해동물은종내에서끊임없이죽고죽인다.인간사회에서평화로운시절은얼마되지않는다.원시인류는평화로웠다고?근거가없다.그때나지금이나폭력은본능이다.

원초적공격성을막기위해우리는무엇을할수있을까?사랑과도덕에호소해봤자별무소용이다.박한선은사실인간사회의복잡성이란각자의영역을세세하고정교하게규정해폭력이발생하지않게한합의매뉴얼인지도모른다고말한다.아이러니하게도각자의선점권과위계,서열을인정할때만인에대한만인의투쟁은줄어들었다.그렇다고이것이완전한대책인것도아니다.위계의반대에는차별과착취가있으니까.인류학적해결책은없을까?일단은서로의거리를충분히확보하는것이필요하다.심리적이든지리적이든.

저축은미스터리이자보편적강박증

원래인간에게자원을모으는것은쓸모없는일이었다.고기는상한다.주변사람과나눠빨리소비하는게좋다.그러나농경생활을하게되며짧은시간에저장본능이진화했다.저장본능은풍요의원동력이되었다.그대가로생긴저장강박만없었다면좋았을것이다.평생써도다못쓸자원이넘치는사람도모으고또모은다.뺏기지않기위해거짓말하고타인을불신하고사회를원망한다.이게정말유리한전략일까?세계최대의부국에사는사람들은불확실한미래에괴로워하며최저의행복도를기록하고저장강박증이과도해쓰레기집을만든다.

강박증을낮추려면진화라는틀을통해사회체계를다시설계해야한다.미래가불확실하게느껴지지않도록내미래의예측가능성을늘려야한다.상대방이사기치지않는다는신뢰와유대를회복하는장치가강력해야한다.지금우리사회는어떤가.사회적신뢰의회복은고사하고남보다더많은자원을모으라고부추기고있지는않은가?

덕과이타성은내몸밖에자원저장하기

우리가칭송해마지않는‘덕’은박쥐에게도있다.피를나눠주는흡혈박쥐가그렇다.덕은내몸바깥에자원을저장하는방식이다.즉나중에돌려받을것을염두에두고자원과에너지를타인과나누는것이다.상호이타주의가덕의진화적토대다.국가의복지시스템은이덕을대신한다.친구대신돈을주고각종서비스를제공한다.

사회보장제도는분명히인간의행복을늘렸지만예상치못한결과를가져왔다.개인화된세상이다.덕은협력을줄인다.이제우리는누군가에게기대기를꺼려한다.타인에게도움을받으려는사람을나약하다고생각한다.박한선은이를“인류사의초유의사건”(197쪽)이라고표현한다.이런사회가정말좋은걸까?우리가정말즐겁고행복함을느끼는타인과의관계가단절되어가는것이말이다.사회적연금과타인과의선물나눔에서오는기쁨이양립하는사회를설계하려면무엇이필요한가.

진화만가지고세상을모두설명하는것이아니라진화라는이론적틀을바닥에두고사회학,인류학,의학,정치학,법학등다양한학문을통섭해서인간성의본질을올바르게발현할수있는조건을따지는것이다.우리의지배적전략이고통스럽다면그전략이유리하지않은조건을만들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