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란 무엇인가 - 톨스토이 사상 선집

예술이란 무엇인가 - 톨스토이 사상 선집

$16.80
Description
“예술은 아름다움과 쾌락이 아닌 인간을 결합시키기 위한 것이다”
톨스토이가 15년에 걸쳐 완성한 예술 이야기
《예술이란 무엇인가》는 바다출판사가 펴내고 있는 ‘톨스토이 사상 선집’의 여덟 번째 책이다. 집필에서 완성까지 15년이 걸린 이 저작에서 톨스토이는 고대 그리스부터 당대 유럽의 다양한 미학이론과 예술사조를 자세히 검토한다. 톨스토이는 예술의 본질과 현대 예술이 어떻게 잘못된 길을 걷게 되었는지 명쾌히 밝히고, 진정한 예술이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상업적이고 말초적인 쾌락을 추구하는 현대 예술 경향의 대척점에 서서 인간 삶의 불가결한 조건으로 예술을 바라보는 톨스토이의 독특하고 민중지향적인 예술론을 경북대 이강은 교수의 더 명료하고 가독성을 높인 새 번역으로 만난다.

저자

레프톨스토이

저자:레프니콜라예비치톨스토이
1828년9월9일러시아툴라의야스나야폴랴나에서태어났다.일찍부모를여의고친척들손에자란톨스토이는16세에카잔대학교에입학했지만,형식적인교육에실망해그만두었다.모스크바와상트페테르부르크등을오가며방황하던톨스토이는1851년형니콜라이를따라군에입대한다.군대에복무하면서〈어린시절〉등자전적삼부작을발표해창작활동을시작했다.1850년대후반에는농민들의열악한상태를극복할수있는힘이교육에있다고판단,야스나야폴랴나농민의자녀들을위한학교를열고,교육에관한다양한연구를병행한다.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등다양한영역에대한평론을썼으며,《전쟁과평화》와《안나카레니나》등의문학작품을통해세계적인작가로발돋움했다.자기완성과악에대한무저항,사적소유부정이라는철학적관점에기초하여《고백》《인생에대하여》《예술론》등을저술하고당대러시아사회와종교를강렬하게비판했다.이로인해러시아정교에서파문을당하고정부의압박을받았지만,모든걸가졌지만아무것도할수없는러시아황제와달리아무것도가지지않았지만모든걸할수있는또하나의러시아황제로불릴만큼민중의강력한지지를받았다.만년에이르러술·담배를끊고채식주의자가되었으며농부처럼입고노동하며생활했다.생전에수많은톨스토이주의자가야스나야폴랴나에몰려와농민공동체를형성하기도했다.톨스토이는말년에조용한피난처를찾아집을나선며칠후,1910년11월7일아스타포보역에서폐렴으로사망했다.그의가출은현실에대한극복이자다른삶을향한마지막도전으로상징된다.작가이자폭력을거부한평화사상가,농민교육가이자삶의철학자로오늘에이르기까지세계적으로많은영향력을주었다고평가받고있다.

역자:이강은
경북대학교노문학과교수.고려대학교노문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막심고리끼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저서로《혁명의문학문학의혁명막심고리끼》《변혁기러시아문학의윤리와미학》《러시아소설의형식적불안정과화자》《반성과지향의러시아소설론》《미하일바흐친과폴리포니야》등이있고,《레프톨스토이》《이반일리치의죽음》《은둔자》《인생에대하여》등을우리말로옮겼다.

목차

1.현대예술의어리석은짓거리
2.예술이어찌미의표현일수있는가
3.미를정의하려는미학의온갖몸부림
4.형이상학적예술정의의문제
5.형이하학적예술정의의오류
6.참된종교의식의타락과헛된미의식
7.진·선·미삼위일체론의허구
8.상류계급예술의기만
9.자존심과성욕,권태에빠진예술
10.갈수록난해하고기묘한배타적형식과내용
11.진정한감정의전달과무관한모조예술의기법들
12.예술의직업화와비평,예술학교
13.모조예술의전형-바그너의《니벨룽의반지》
14.참된예술적감동
15.예술은감염이다
16.좋은예술의내용
17.왜곡된예술의치명적결과
18.종교의식에기초한참된예술
19.미래의예술과예술활동
20.결론:위대한예술이나아갈길

옮긴이해설__예술과문화에대한준엄한비판과참된예술을향한격정
레프톨스토이연보

출판사 서평

쾌락이예술의목적일수없다

책의서두에서톨스토이는어느오페라리허설을참관했던경험담을들려준다.무대위의가수와무용수,오케스트라는물론이고무대뒤에서말없이땀흘리는수백명의스태프들이총감독이쏟아내는모욕적인욕설을견디며몇시간이고같은장면을반복하고있었다.‘예술을위해서’라는이름으로자행되는이런야만적인잔혹함을보며톨스토이는묻는다.“이것이예술이고,예술은그런희생을치를만큼그렇게도중요한것인가?”

많은예술이끔찍할정도의노동과생명과도덕의희생을바탕으로존재함에도,정작예술은사람들의의식에서점점모호한것이되어가고있는데,각종유파마다예술을다르게정의하고있기때문이다.일반적으로예술은미의표현이라고이야기되지만,아름다움이무엇인지는1750년바움가르텐에의해미학이수립된지150년이지난당대까지도(그리고지금까지도)여전히미해결의수수께끼로남아있다.

3~4장에서톨스토이는바움가르텐,빙켈만,칸트,헤겔같은저명한독일철학자들은물론영국,프랑스,이탈리아의크고작은미학자수십명의미학이론을개괄한다.이들의미에대한정의는크게두가지로나뉘는데,하나는미란그자체로존재하는절대적이고완전한것으로서관념이나정신,신의발현이라는형이상학적인정의이고,다른하나는미란주관적인만족,우리가사심없이받아들이는특수한종류의쾌라는경험적인정의다.그러나우리가절대적이고완전한것을인식하고발현해냄으로써일정한쾌를얻는다는점에서,미에대한두정의는결국미란쾌라는결론으로귀결된다.

“예술이란무엇인가?이질문에대해우리가현존하는미학에서얻을수있는대답들은모두,예술은미이고미는거기서얻는쾌이며,예술에의한쾌는매우중요하고훌륭한것이라는주장으로귀결된다.”하지만이것은동어반복으로,쾌는쾌이기때문에좋다는말이나마찬가지다.수많은미학이론이말하는것은“예술의정의가아니라,예술의이름으로자행되는[민중의]희생과현존하는예술의에고이즘적인쾌와비도덕성을정당화하기위한간계에불과하다.”

그러나톨스토이에따르면,쾌나만족이예술의목적일수없다.우리는음식을취하며음식의가치가그것이주는쾌락,입맛(취향)의충족에있다고생각하지는않는다.그리고그렇게생각하지않게될때비로소음식의진정한가치가영양에있음을깨닫게되듯이,예술의목적을미(즉쾌)라고여기지않게될때우리는예술의진정한의미를깨달을수있다.

예술은감염이다

톨스토이는이제까지미학이론을혼란에빠뜨렸던미의개념에서벗어나예술을인간삶의조건중하나로바라본다.톨스토이에따르면,예술이란사람들사이에감정을전달하는소통수단이다.“예술이란,인간이의식적으로일정한외적기호를이용해자신이체험한감정들을다른사람들에게전달함으로써다른사람들이그감정에전염되고그감정을체험하도록만드는인간의활동이다.”“예술은사람들을하나의같은감정으로결합해줌으로써,개별인간과인류전체의삶과행복을향해나아가는데필수불가결한소통의수단이다.”‘예술은감염이다’라는톨스토이의유명한테제는그가생각하는예술의본질이자진정한예술과모조예술을구별해주는주요특징이다.

그러나오늘날상류계급은쾌를제공하기만하면어떤것이든예술로인정한다.기만적인교회를믿지않고진정한그리스도정신을따르지도않는그들이개인적쾌락만을추구한결과예술은거의파멸의지경에이르렀다.상류계급예술은심오한종교적내용을거세해버린채낡고진부한감정들즉허영과성욕,권태에빠져버렸으며(내용의빈약화),형식미에치중한나머지대중은전혀이해할수없는수수께끼같은것이되었고(형식의난해화),무엇보다예술은진실함을잃어버리고인위적으로꾸며낸지적산물이되어버렸다(예술의모조품화).
현대예술의난해화를비판하는10장에서톨스토이는당시에도“거의위인급이된”보들레르,베를렌,말라르메같은상징주의와데카당파시인들의작품을예로든다.이들은“천박한에고이즘으로점철된세계관을이론화하여,구름처럼모호한미의개념으로도덕성을대체하고,미를끝없이인위적인것으로대체해버리고있다.”이들의작품은“순박함과진실성,소박함이결여되어있고,인위적기교와기괴한독창성,회의주의에가득차있다.”

물론톨스토이는새로운예술을이해되지않는다는이유만으로비판해서는안된다고말한다.하지만예술이상류층의전유물이되어갈수록대중에게는점점더불가해한것이되고있으며,대다수사람이이해하지못하는예술이훌륭한예술일리는없다고생각한다.“예술작품이훌륭하긴한데이해가안된다”라는말은“음식이아주훌륭한데먹을수없는것이라고말하는것과같다.”좋은예술의척도가감염력이라면,사람들이이해하지못해감정이전달되지않는(감동받을수없는)예술은나쁜예술이거나전혀예술이아닐것이다.

모조예술대진정한예술

오늘날소위예술가들은옛예술작품에서모티프를빌려오거나(차용),현실을극단적으로세세히묘사하거나(모방),선정적이고말초적인묘사로효과를높이거나(충격),시대나직업을상세히묘사하거나구성을복잡하게꼬아지적관심을불러일으키는(흥미끌기)등의기법을이용하여진정한예술과유사한사이비예술,모조예술을생산해낸다.“모든예술분야에서예술이라는이름의모조품들이미리만들어진처방에따라생산되고있고,오늘날의상류계급사람들에의해진정한예술로대접받고있다.”

톨스토이는지나치게막대한보상을받게된예술가의전문직업화,본래불필요하고대중의취향을왜곡할뿐인예술비평(“말로예술작품을설명한다는것은그예술에감염시킬능력이없다는것을증명할뿐이다.”),애초에가르칠수없는감염력을가르친다고주장하는예술학교가이러한가짜예술의확산을부추기고있다고말한다.

톨스토이는그리스비극작가들부터단테,밀턴,셰익스피어,괴테,오스카와일드,입센,라파엘로와인상파화가들,후기베토벤,리스트,베를리오즈,브람스,리하르트슈트라우스그리고누구보다바그너를이러한모조예술,머리로짜내고꾸며낸예술로비판한다.(심지어그는자신의두작품〈코카서스의포로〉와〈신은진리를보고계시다〉를제외한나머지작품들도나쁜예술에속한다고자평한다.)물론톨스토이는“우리사회에서예술혹은좋은예술로여겨지는거의모든것이실제로는진정한예술도좋은예술도되지못하며예술이기는커녕모조예술에지나지않는다”라는자신의주장이진지하게검토되거나수용되리라고는기대하지않는다.

그러나타인의감정에감염되는경험은평범한사람이나어린아이도느낄수있으며,“남의기쁨에같이기뻐하고남의슬픔에함께슬퍼하는,그리하여타인의영혼과하나가되는감정을체험하는것”이진정한예술과모조예술을구별해주는특징임은명백하다.이러한연민과사랑,형제애로만인을결합시키는예술이야말로진정으로좋은예술이다.톨스토이는민중의명랑함과온유함이묻어나는민요와민담,가난하고고통받는이들에대한연민을그린디킨스,위고,도스토옙스키의소설과,일하는노동자에대한존경과사랑을담은밀레,랭글리,레르미트의그림을예로든다.

톨스토이는예술이지금처럼상류계급만의오락거리가아닌모든사람의것이되어야한다고강조한다.“만일예술이전민중의예술이되지못한다면,그예술은사람들이내세우듯그렇게중요한것이아니거나,우리가예술이라고부르는그예술이중요한것이아니거나둘중하나일것이다.”

미래의예술은유한계급에만통용되는감정이아니라모든사람들을형제애적결합으로이끄는감정,만인을결합하는범인류적감정을전하는작품들이이끌것이며,민중전체가예술활동에참여하게될것이다.미래의예술가는“내용부재를은폐하기위한기술적완성도만을추구하는그어떤타락”도알지못하고,“오로지참을수없는내적요구를느낄때만예술활동에임할것”이다.

결국톨스토이의예술론은그의사회사상과표리관계에있다.톨스토이는인류가폭력의왕국대신에사랑의왕국을세우기를,만인이행복하고하나되는평화로운공동체를세우는데이성의영역에서는학문이,감정의영역에서는예술이함께기여하기를요청한다.“예술은쾌락이나위로,오락이아니다.예술은위대한일이다.예술은사람들의합리적의식을감정으로전이할수있는,인류의삶의기관이다.…예술의과제는거대하다.과학의조력아래종교의지도를받는참된예술이해야할일은,…인류의평화로운공동생활이사람들의자유롭고즐거운활동에의해이루어지도록만드는것이다.…오로지예술만이이를해낼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