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으로 현대음악 읽기 : 바흐에서 전자음악까지

철학으로 현대음악 읽기 : 바흐에서 전자음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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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바흐의 ‘무중력’ 음악에 담긴 종교·철학적 명제

화음을 넘어 응집력의 세계를 추구한 쇤베르크의 사상

전혀 다른 음악적 재료에 기반한 전자음악의 철학
난해하고 때로는 소음에 가깝게 들리는 현대음악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철학으로 현대음악 읽기》는 조성체계에 부합하는 듣기 좋은 소리만을 추구하던 전통음악에 맞서 음의 무한한 가능성을 탐구하는 현대음악의 의미와 성과를 평가하고 그 배후에 있는 현대음악가들의 생각을 철학자의 눈으로 읽어낸다. 전통적 조성에서 벗어나 일탈을 시도했던 바흐 음악에 대한 현대적 해석에서부터 쇤베르크 화음론의 혁명성, 새로운 음악적 사유를 창조한 베베른과 불레즈, 미국의 미니멀리즘 등을 흥미롭게 분석한다. 이번 개정증보판에는 소음의 미학에 대한 아방가르드 서사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이를 극복한 크세나키스의 추계학적 전자음악의 의미를 다루는 새로운 장과 서문이 추가되었다.

저자

박영욱

숙명여자대학교교양학부교수.사회철학에관심을갖고서양사상을공부하기위해고려대학교에서철학을전공했다.동대학원에서칸트철학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이후관심은예술과문화로이어졌는데,특히현대음악과현대미술,미디어아트,건축디자인에대해연구하고강의하였다.홍익대대학원미술학과와국민대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등에서매체미술비평,공간디자인,건축비평이론등을강의하였다.한양대학교대학원작곡과에서현대음악과관련한강의를하였으며,지금은한예종음악원에출강중이다.저서로《보고듣고만지는현대사상》《데리다와들뢰즈:의미와무의미의경계에서》《철학으로대중문화읽기》《매체,매체예술그리고철학》《미디어아트는X예술이다》《필로아키텍처:현대건축과공간그리고철학적담론》등다수가있다.

목차

서문_음악에도래한추상화의시대

1장.왜바흐로부터출발하는가?_바흐의무중력그리고리게티의구름
-바흐,음악의‘무중력’을표현하다
-리게티,(뜬)구름을잡는음악

2장.‘새로운음악’을시작하다_쇤베르크의음악과현상학적환원
-화음의세계를넘어‘응집력’의세계로
-쇤베르크의현상학적환원_조성음악을넘어선보편적질서의탐구
-새로운음악의응집력_화음이아닌‘유사성’과‘상동성’
-쇤베르크는자신의원칙에철저했는가?

3장.전자음악의탄생_쇤베르크의한계를넘어서
-전자음악의혁명성_새로운재료는새로운형식을만든다
-쇤베르크는새로운재료에맞는기술을사용했는까?
-전자음악의탄생_쇤베르크를넘어서

4장.‘더’새로운음악을찾아서_베베른과불레즈
-여전히새롭지않은오래된관습을타파하다
-아도르노의편협함_쇤베르크이후새로운음악에대해비판적인이유
-안톤베베른_수직축과수평축을넘어선‘대각선적인것’의혁명
-새로운음악의혁명_거시적구조로부터미시적인‘강도’의차원으로
-사건으로서음의미시적세계_다시바흐,리게티와만나다

5장.음악적반복의새로운시도_미국미니멀리즘음악
-반복형식에대한새로운접근은왜필요한가?
-동일성을생산하는전통음악의반복구조vs.차이를생산하는현대음악의반복구조
-전통음악의재현주의를거부한미니멀리즘
라몬트영의반복구조|테리라일리의반복구조
스티브라이히의반복구조|필립글래스의반복구조
-반복과사건,그리고강도의세계

6장.컴퓨터음악이만드는소음의미학_아방가르드서사를넘어선크세나키스의추계학적음악
-“소음처럼들리는전자음악을과연음악이라할수있을까?”
-소음에대한통상적인이해방식으로서아방가르드서사_음과소음의이분법넘어서기
-첫번째아방가르드서사_소음은시간이지나면음악이된다
-두번째아방가르드서사_금기의타파그리고무질서와혼란의찬양
-아방가르드서사를넘어서_크세나키스의컴퓨터음악과사건의미학
-전자음악은과학자흉내내기의자폐적소음?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왜현대음악가들은‘새로운음’을탐구했는가

현대음악가들은20세기이전음악에서는전혀일어나지않은,‘음’에대한새로운탐구를시작했다.그들은단지좋은소리나화음에천착한것이아니라음의‘무한한가능성’을찾는일에집중했다.현실의참모습으로서진리는무질서하고파편적인산문의형태를띤다.그러므로아름다운화음과선율이라는인위적이고도아름다운가상의세계를만드는것만이음악의임무는아니다.가상의소리가아닌파편이라는소리자체를하나의산문으로완성하는것역시음악이해야할일이다.음과소음의구분은무의미하며소음이든음이든그것은소리라는하나의카테고리로통합된다.베토벤음악에서의음이나강력한전자음,혹은일상의소리모두음악적인현상으로서소리이다.현대음악가들은이처럼음의의미를넓히고,그가치를찾는일에매진했다.

《철학으로현대음악읽기》는현대음악가들이탐구한새로운‘음’에대한철학적해석을담고있다.“음악에서음이란무엇이며,이들을어떻게하나의곡으로만들어내야하는가”를고민했던현대음악가들의음악적탐색을철학적탐색으로발전시킨것이다.특히저자는바흐의음악을“조성음악의중력으로부터벗어난”을벗어난“무중력의음악”이자“일탈의운동”으로정의하며,그를현대음악의시조로격상시킨다.현대음악의진정한시작으로평가받는쇤베르크는“비조성적화음”과“음의응집력”을강조함으로써“음악을자율적인소통체계를지닌하나의고유한장”으로발전시켰다고주장한다.전자음악의경우새로운음악적재료를사용함으로써음악적자장을넓혔으며이는철학의가치와도궤를같이한다고주장한다.이처럼저자박영욱은《철학으로현대음악읽기》을통해현대음악의시작부터현대적흐름까지철학적안목과해석으로노정하고있다.

현대음악의시조,바흐

바흐에게음악은종교적믿음을표현하는수단이었다.바흐의음악은종교적믿음이나성경의이야기혹은예수의말씀을수사적으로표현하고있다.그러나더중요한것은바흐가음악의본질을종교적실재와관련짓는다는것이다.바흐는음악을종교적찬양의수단으로보고그것에헌신했다기보다음악자체를신과동일시했다.바흐는곡의구성이더완전할수록그속에더많은신이내재한다고믿었다.이는종교적믿음이나말씀을수사적으로표현하는것이음악이지닌종교적의무의전부가아니며,오히려완전한음악을만드는것자체가음악가의종교적의무라는의미이다.음악이곧신앙이라는바흐의신념은바로완전한음악을만드는것이었다.

바흐는음악의‘무중력’을표현한첫번째음악가다.무중력상태란절대적균형의상태라고할수있는데,어떤방향으로도향할수있는무한한방향을지닌상태를뜻한다.이렇게무한한방향을지닌절대적인균형의상태야말로완전한신의세계임에틀림없다고바흐는믿었다.물론바흐의음악이실제로이러한완벽한세계에도달하는데성공적이었다고할수는없다.그러나바흐의음악은무한한방향을지닌무중력의상태를지향한다는점에서현대음악의시작이라고감히말할수있다.현대음악이무한한음의가능성을탐구했다는점에서바흐를현대음악의시작으로보는것은매우타당하다고할수있다.

바흐는음악적주제의내재적가능성과그복합성을탐구하는창조적탐구가다.바흐는주어진화음의원리에따라주제를선형적으로전개하지않으며,주제에내재한다양한전개의가능성을펼쳐보인다.바흐의음악은형식자체가목적이아니며그가주제를다양하게전개하는과정에서나타나는부차적인결과물이다.사람들이바흐의음악을지나치게형식적인것으로오해하는이유는바로이런사실에서비롯한다.

바흐의음악은시작과끝이불분명한,끊임없이반복을통해서아무것도전개되지않는마치정지된것과같은느낌을준다.그러나그러한정지는물리적인시간의정지가아니다.서사라는인위적인힘(중력)이음악에서강력하게작용하게되면순간을이루는각각의소리들은독립성을상실하게된다.정지란바로하나의순간,즉소리가지닌무한한방향의가능성을펼치는가능성의세계로향하는문이다.

쇤베르크,새로운음악을시작하다

현대음악의직접적인시작은쇤베르크다.쇤베르크는현대음악이아름답지않고귀에거슬리는난해한음악이라는통념을만든시조라고할수있다.중요한것은음악을자율적인소통체계를지닌하나의고유한‘장’으로이해할때비로소쇤베르크음악의진보성이드러난다는점이다.쇤베르크는전통적인조성음악의체계를절대적인것으로받아들이기를거부하였다.그런데실제로그가거부한것은전통적인음악적소통의체계자체가아닌그소통의체계를받아들이는방식이었다.쇤베르크의음악은전통적인음악의소통체계자체를거부한셈이다.이런맥락에서보자면쇤베르크야말로음악을자율적인체계의소통영역으로이해하고하나의독립된‘장’으로간주한최초의음악가였다.

쇤베르크는‘현대음악’이라는새로운음악을시작했음에도,스스로는자신의음악이전통에바탕을두고있다고주장했다.여기서쇤베르크가계승한전통이란,바흐처럼음을수평적으로(대위법)배열하면서도수직적으로(화음)구성하는것,그리고베토벤이나브람스등으로부터주제를풍부하게변형시키는법,또한바그너처럼곡전체의일관성을유지하면서도동시에그것을매우표현력있게발전시키는보편적인기법들이다.흥미로운사실은쇤베르크가이러한전통적기법들을충실하게따를때오히려일반적으로알려진전통적기법들로부터점차멀어질수밖에없다는역설이발생한다는것이다.

그러나쇤베르크의진보성은곧한계에달한다.그는전통적인조성음악에서의체계를절대적인체계가아닌인위적인체계로보았지만,아쉽게도조성음악을넘어서절대적인음악의내적체계가가능하다고보았다.이는쇤베르크의음악이니클라스루만의체계이론과완전하게갈라지는지점이기도하다.루만에따르면소통의구조로서체계는어떠한경우에도완전할수없다.소통은불투명성을전제한다.그는소통을블랙박스과정으로이해하는데이는근본적으로소통이불완전할뿐더러완전한의사전달이라는소통의목적이불가능함을암시한다.

전혀새로운음악적재료를추구한전자음악

전자음악은전통적인악기와달리전기적인신호로소리를만들어내는전자악기를이용한음악이다.전자음악이현대음악의한방향성으로평가할수있는이유는전통적인악기와는다른“전혀새로운음악적재료”에기반하고있기때문이다.전통적인악기는물리적인공기의진동에의해서만들어진음이라는재료가바탕이다.반면전자악기는인위적으로합성된전기신호에의해만들어진음이라는재료에바탕을둔다.이러한재료의차이는단순한내용물의차이가아니라전혀새로운음악적구성의차이를낳는다.재료란단순한질료혹은내용과다르다.일반적으로질료혹은내용물은형식과대립되는것으로간주한다.그래서음악은음이라는질료를특정한리듬,선율,화음의형식의틀로가공하여만들어내는작업으로생각한다.전자음악은기존의악기들과달리무수히다양한음들을창조하고기록함으로써전통적인음악적재료와는다른음악적재료를제공한다.음을거의무제약적으로만들어사용할수있는이러한자유는곧원초적소리를다룰수있는자유로여겨졌다.

전자음악을대표하는실험적인음악가들이관심을가진구체적인음들을사용하여만들어진구체음악이었다.구체적인음이란전통적인악기에서사용하는인위적인음들,즉장단음계의음에속하는음높이를지닌음만을사용하는음들과전혀다른음을말한다.가령기계적인소음,일상적인소리,사람의비명소리등이구체적인음이라고할수있다.구체적인음은전통적인음악에서는소음으로간주되어배척되었다.규칙성을지니지않았기때문에이상적인규칙을지니지않고있기때문이다.하지만전자음악을이러한구체적인음들을제한적으로나마구현할수있었고,그실험적시도들이셰퍼,바레즈,슈톡하우젠,그세나키스등에의해서구체화되었다.

철학으로현대음악읽기

현대음악가들이단지듣기좋은소리나화음에천착하기보다는음의무한한가능성을탐구했다.음악의구성에서미리주어진표상,즉어떤규범적주제나형상혹은화성전개의법칙을거부하는것이다.음악에서규범적인질서,즉합목적인체계성을배제함으로써소음처럼여겨지는것은현대음악의단점이아니라미덕이다.소음은한사회의지배적인질서에통합되지못한주변의소리이다.사회학적으로보자면그것은제도권에흡수되지못한무의미한소리에불과할지모르지만제도가지닌한계를대변하는소리이기도하다.소음을비롯해현대음악가들이천착한음의무한한가능성은철학적인식의큰토대가되기도하였다.

소음의미학과크세나키스의컴퓨터음악

우리의귀에거슬리는소음으로만들리는현대전자음악에대한일반적옹호는대체로두가지방향으로전개된다.하나는전자음악의소음을전통음악을즐겨듣는사람들의귀에도듣기좋은소리로만듦으로써소음의음악적가능성을보여주는것이고,다른하나는소음을극단적으로밀고나가미학적기준자체를바꿀것을요구하는것이다.글리치음악으로대표되는전자는기존조율체계에서벗어난낯선소음들을미시적으로조직함으로써듣기좋은소리(유포니)를창조해낸다.후자는마치미술에서토사물이나배설물같은혐오스러운소재를예술작품으로승화시키는애브젝트예술(abjectart)에서처럼,귀를찢을듯한소음을극단적으로과잉시킴으로써전통적미학을부정하고그경계를확장한다.

이책의저자는이제까지두가지방향으로전개된아방가르드서사만으로현대전자음악의가능성을모두설명하는데는한계가있다고지적하고,그반례로크세나키스의전자음악의성취를살펴본다.컴퓨터와통계학이론을이용해무수한소리의알갱이들을분해하고합성해서만들어내는그의추계학적(stochastic)음악에서,하나의사건으로서의음은그저무작위적소음으로표출되는것이아니라,“무한히많은소리의연쇄로서한순간을이루는소리들이멜로디나화음의거대서사를통해서지워지지않고내적강도를지닌하나의사건으로경험된다.”저자는이렇듯거시적차원과미시적차원을통합하는사건의음악으로서크세나키스가만들어내는소음을“전통적인음악적형식이나관행으로부터벗어난새로운음악적시도를담은소리이자,이를구현할수있는새로운매체로서의전자악기의가능성을담은소리”라고높이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