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속의 악마 : 생명은 어떻게 물질 속에 깃들어 있는가?

기계 속의 악마 : 생명은 어떻게 물질 속에 깃들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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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생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세계적 물리학자 폴 데이비스의 탐구
“생명이란 무엇인가?” 세계적인 물리학자 폴 데이비스가 1943년 에르빈 슈뢰딩거가 던진 물음을 탐구한다. 생명은 어떻게 혼돈에서 질서를 만들어내는가? 생명은 어떻게 물질 속에 깃들어 있는가? 폴 데이비스는 ‘생명=물질+정보’라는 통찰을 바탕으로, 생물학은 물론 물리학과 수학, 컴퓨터과학과 진화론, 후성유전학과 신경과학, 양자물리학과 나노공학의 최신 학제간 연구성과를 종횡무진 훑으며, 정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생물학과 물리학을 통합하고, 공학과 의학을 일신하며, 생명의 의미를 근원적으로 재고할 돌파구를 궁구한다. 그 과정에서 생명의 기원, 시간의 화살, 암세포의 진화, 의식의 창발, 정보를 처리하는 우리 몸속 분자기계가 일종의 양자컴퓨터일 가능성 등 생명을 둘러싼 여러 수수께끼에도 답한다. 생명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떠오르는 새로운 과학 분야들--시스템생물학, 합성생물학, 정보생물학, 양자생물학 등--로 독자를 초대하는, 생명을 사유하는 물리학자 폴 데이비스의 최신 문제작.

"생명의 개념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라."
-앤드루 브릭스(옥스퍼드대학교 나노소재과학 명예교수)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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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폴데이비스

PaulDavies
우주론과천문학을연구하는영국의이론물리학자이자미국애리조나주립대학교비욘드연구소(BeyondCenter)의소장이다.존재의‘거대한질문’을자신의연구목표로삼는저자는우주의기원,블랙홀의양자적상태,시간의본질등과같은굵직한문제를다뤄왔고생명의기원과본성,우주생물학으로관심을확장시켰다.최근생물학과물리학의접점에서‘생명이란무엇인가’를탐구하며우주론과생물학을아우르는과학의근본개념을탐구하고있다.
1946년영국런던에서태어나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에서물리학으로박사학위를받았으며2006년부터지금까지애리조나주립대학교물리학과교수로있다.채프먼대학교양자연구소회원,애리조나주립대학교물리과학과암생물학융합센터연구책임자,외계생명체에메시지보내기(METI)자문위원등을맡고있다.
과학의철학적의미를연구하여템플턴상을,영국왕립학회가수여하는패러데이상을비롯해영국물리학회의켈빈메달,오스트레일리아훈장등을받았다.그의공적을기리는의미에서소행성1992OG에‘6870폴데이비스’라는공식명칭이붙기도했다.저서로《무엇이우주를삼키고있는가》,《침묵하는우주》,《현대물리학이발견한창조주》

목차


들어가는말

1.생명이란무엇인가?
2.악마의등장
3.생명의논리
4.다윈주의2.0
5.도깨비장난같은생명과양자악마들
6.거의기적
7.기계속의유령

나가는말

출판사 서평

"생명의개념이어떻게변화하고있는지이해하고싶다면,이책을읽어라."
-앤드루브릭스(옥스퍼드대학교나노소재과학명예교수)

생명과생명아닌것을가르는것은정보다

생명이란무엇인가?오랫동안과학자들은이문제를이해하기위해분투해왔지만,여전히생명은비밀의장막으로가려진마법처럼보인다.보잘것없는미물인세균조차우리는감히흉내낼수도없는놀라운방식으로작동한다.
1943년양자물리학자인에르빈슈뢰딩거는‘생명이란무엇인가?’라는제목의역사적강연에서이수수께끼에도전하여생명을물리학으로설명하고자시도했다.슈뢰딩거는혼돈에서생명이라는질서가생겨나기위해서는,즉생명이열역학제2법칙을거스르기위해서는그명령이어떤식으로든분자에부호화돼있어야한다고추정했다.그로부터10년후DNA구조가발견되면서슈뢰딩거의통찰은사실로입증되었다.이후수십년간분자생물학이급속히발전하면서생명을원자와분자의물리화학만으로설명할수있다는‘강한환원주의’가과학계의대세가되었다.그러나인간의유전부호가해독된지금도유전자와생물학적형질이어떻게연결되고조직되는지등의생명의수수께끼는여전히풀리지않고있다.강연의끝에서슈뢰딩거는생명이아직우리가알지못하는‘다른물리법칙’과관련이있을지모른다고암시했다.

세계적인이론물리학자이자과학커뮤니케이터인폴데이비스는슈뢰딩거의생각에동의하며,“생물은깊고새로운물리적원리들을나타내고있으며,그원리들을밝혀내거두어쓰게될문턱까지우리가와있다”고말한다.유사이래로많은사람들은생명이물질이외에어떤마법과도같은생명력--공기(숨),열,전기,영혼,에테르등--에의해생겨났다고여겼다.그러나이러한생기론을뒷받침할과학적증거는전혀없다.“그러나비록생명력이존재하지않는다할지라도,생명물질에무언가특별한것이있다는인상을떨쳐버리기는힘들다.그렇다면문제는이것이다.그것이대체무엇인가?”

결론부터말하자면,그것은‘정보’다.“생명과생명아닌것을가르는것은정보이다.”유기체가생식을통해종을영속시키기위해서는DNA와단백질이수행하는유전정보의저장,처리,전달이필수적이다.“이명확한물질적복잡성(생명의하드웨어)을꿰어잇고있는것은그보다훨씬숨이멎을것같은정보의복잡성(생명의소프트웨어)이다.”하지만‘생명=물질+정보’라는주장에는한가지난점이있다.생명을구성하는분자는물리적구조이고정보는추상적개념인데,“어떻게추상적인정보를분자의물리와이을수있을까?”폴데이비스는해결의열쇠를150여년전물리학자제임스클러크맥스웰이제안한사고실험에서찾아낸다.

맥스웰의악마

1867년맥스웰은열역학제2법칙을위반하는한가지가능성을생각해낸다.기체가들어있는상자가있다.기체의온도가일정하다고해도에너지배분은균일하지않아더뜨거운분자와더차가운분자가섞여있으며,뜨거운분자는상대적으로더빠르게움직이고차가운분자는더느리게움직인다.이제상자가운데에칸막이를세운다.칸막이에는아주작은구멍이나있고,구멍에는덧문이설치되어있으며,아주작은악마가그덧문을열고닫을수있다고하자.빠르게움직이는뜨거운분자가다가오면악마가덧문을열어한쪽으로보내고,느리게움직이는차가운분자는다른쪽으로계속보낸다면,얼마후상자의한쪽은온도가올라가고다른쪽은온도가내려가게된다.이제덧문에열기관을단다면외부의에너지공급없이도온도차에의해일을하는영구기관을만들수있다.

그런악마는존재하지않는다는것은반론이될수없는데,이는원칙적가능성을탐구하는사고실험이기때문이다.그후오랫동안‘맥스웰의악마’는많은과학자들에게타당한논증이기는하지만구현하기는불가능한불편한역설처럼여겨졌다.이악마의핵심에‘정보’가있음을처음으로꿰뚫어본것은미국이핵무기를개발하도록가장먼저촉구한핵물리학자실라르드레오였다.그는악마가분자의속도와위치를‘본다’라는행위,곧측정(정보)이열역학제2법칙을거스를때치러야할대가임을알아차렸다.그러나실라르드는악마의장난으로얻는이득(일)이분자를지각할때치르는엔트로피비용으로상쇄되기때문에열역학제2법칙을위반할수는없다고생각했다.

‘맥스웰의악마’에대한돌파구는다른갈래인컴퓨터과학에서나왔다.IBM의물리학자롤프란다우어는컴퓨터가계산과정에서쌓인정보들을지울때열이발생할수밖에없다는것을알아내고,1비트의정보를지울때3×10-21줄의열이발생한다고계산했다.‘란다우어한계’라고알려진이값은정보와물리의깊은연관성을드러냈다.이제명백해진바,정보는실재하며“정보는물리적이다!”즉정보는추상적개념이아니라물리적대상과결부되어있다.
이후정보를처리해서일로전환시키는‘정보엔진’을구현하려는실험들이잇따랐고,마침내2007년에든버러대학교의데이비드리는나노기술을이용하여‘맥스웰의악마’를분자수준에서구현해냄으로써,정보가정말로에너지로전환될수있음을증명했다.이후일본,핀란드,우리나라등지에서실험들이이어졌고그효율도극적으로개선되었다.(이책의주에나와있듯이,우리나라울산과학기술원의박혁규교수연구팀은2018년에98.5%라는놀라운효율의정보엔진을구현하는데성공했다.)

가까운미래에‘정보를동력으로하는냉장고’같은장치가나올수도있겠지만,이책에서폴데이비스가주목하는것은,맥스웰은미처알지못했지만,생명은이미수십억년전부터‘맥스웰의악마’를몸속에구현해왔다는사실이다.우리몸속의나노분자기계들은정보로넘쳐흐르고있으며,정보를저장하고처리하는기술을완벽히수행하도록진화해왔다.폴데이비스는ATP를효율적으로운반하는키네신,DNA와RNA를복사및전사하는중합효소의작용등을예로들며,생명의정보관리기계장치들이어떻게고도의열역학적효율을만들어내는지설명한다.

생명이라는기계속정보를처리하는악마

하지만‘생명=물질+정보’라는사실의확인에서멈춘다면이는생기론의또다른변주에지나지않을것이다.생명에서정보패턴이어떻게물리화학적활동을제어하고조직화하는지그논리와작동방식을밝혀내는작업이뒤따라야한다.

폴데이비스는힐베르트가제시한수학공리계에서의무모순성문제,러셀이정식화한자기지시의역설,괴델의불완전성정리,튜링의범용계산기의이론적성취들을차례차례살펴본후이렇게결론내린다,생명의논리아키텍처가논리학의공리를반영하고,수학의토대가결정불가능하다면,생명의다양성과복잡성에도한계가없게된다.즉생명이라는복잡계의정보패턴들이몇가지내적규칙을따르며“논리의구속을강하게받아도,예측불가능한새로움을만들어내는것과얼마든지양립할수있다”는것이다.일찍이폰노이만은‘범용제작기’즉‘자기자신의복사본을포함해무엇이든만들수있는기계’라는관념을제시했는데,폴데이비스에따르면생명(DNA)이바로이와같은자기복제기계다.폰노이만이그런자기복제기계의간단한예로고안한수학모형인‘세포오토마타’는정보와생명이연결되는논리방식을잘보여준다.세포오토마타모형을토대로한‘생명게임’은픽셀에색칠하는컴퓨터게임인데,단순한몇가지규칙을반복적용하는것만으로아주복잡한패턴들을만들어낸다.

폴데이비스는여기서‘고장난라디오수리’의비유를드는데,환원주의생물학자들이이제까지한일은비슷한라디오들과비교하며부품들을모두떼어내분류한후한두부품을교체하거나현미경으로원자수준까지들여다본것이전부였다.하지만이런작업으로는라디오를고칠수없다.반면에전자회로의원리를이해하는공학자는각부품이제대로배선되고연결됐는지확인하는것만으로간단히라디오를고친다.이제까지의생물학은생체세포가논리적모듈들의네트워크로배선되어있다고생각하지못했다.우리는생명에서몸(하드웨어)만보고정보(소프트웨어)는보지못했다.“우리가보는것은물질이지비트가아니다.우리눈에보이는것만으로는생명이야기의절반만을들을뿐이다.만일우리가‘정보의눈’으로세계를볼수있다면,어지럽게어른거리는정보패턴들,생명의성격을규정하는그패턴들이뚜렷하고선명하게눈에확들어올것이다.”“생명을완전하게설명하려면,우리는생명의하드웨어와소프트웨어--생명의분자적조직성과정보적조직성--를모두이해할필요가있다.”

다행히도정보의흐름에초점을맞추어세포의회로도를그리려는‘시스템생물학(systemsbiology)’,생체회로를설계하고조립하는‘합성생물학(syntheticbiology)’같은새로운생물학의연구영역들이최근빠르게성장하고있다.폴데이비스는컴퓨터공학과함께발전하고있는‘정보생물학(informationbiology)’과관련해서,미래의AI의사는조직이아니라비트즉정보패턴의일부를보고암을조기발견하거나유전적결함을찾아낼것이라고예측한다.치료도하드웨어를교체하는것이아니라모듈을손보거나재공학하는--코드몇개를다시쓴후업로드하여세포를리부트하는식의--방법을쓸것이다.

다윈주의2.0

생명의하드웨어와마찬가지로소프트웨어도진화의과정을거쳤다.생물에서이제까지간과되었던정보가가지는힘에대한새로운관점을바탕으로기존의진화론을수정해야한다는것이폴데이비스가말하는‘다윈주의2.0’의골자다.폴데이비스가드는흥미로운두가지사례를간단히살펴보자.

편형동물인플라나리아는머리나꼬리를잃으면다시그부분을만들어낸다.이때플라나리아의전기분극성을조절하면잘라낸꼬리부분에서머리가자라도록만들수있다.이머리가둘달린놈을다시자르면놀랍게도머리둘둘린벌레두마리가된다.이들의DNA는모두같지만,표현형은완전히다른종처럼보인다.형태정보는어디에저장되고(유전자는아니다.모두동일하니까),어떻게다음세대에전달되는것일까?최근떠오르고있는후성유전학(epigenetics)--생물의형태를결정하는유전자외의모든인자를연구하는학문--은정보패턴들(전기적패턴,화학적패턴,유전적패턴)이어떻게상호작용해서특정표현형으로번역되는지에대해연구의초점을맞추고있다.

대장균은먹이로포도당을선호하지만불가피하게젖당을먹어야할상황이되면젖당을대사할수있도록돌연변이를일으킨다.문제는그돌연변이성공률이우연히그렇게될확률을크게웃돈다는점이다.혹시유전체가경험에서배워돌연변이를선택하는것일까?라마르크가옳았던것일까?그렇지않다.돌연변이가무작위적이지않고집중적으로빠르게일어나는유전자들이있을뿐이다(이를‘적응적돌연변이’라고한다).“세포가돌연변이적해법을찾아낼가능성이높아지는까닭은돌연변이를언제어디에서일으킬것이냐에대한지적인암시를제공하는체계를그세포의진화적과거가구축해놓았기때문이다.”대장균돌연변이실험은자연선택이론을논박하는것이아니라다음과같이그이해를더심화시켜줄뿐이다.“자연은가장잘적응한생물만선택하는것이아니라가장잘적응한생존전략도선택한다.”

도깨비장난같은생명과양자악마들

생명의가장중요한측면이정보이고비트를조작하는데능숙하다면,생명이일종의양자컴퓨터로서큐비트를조작하는법도익히지않았을까?아직단언할수는없지만,생명이몇가지양자효과들을실제로활용하고있다는증거들이쌓이고있다.여기서는가장흥미로운양자얽힘에관한두가지사례--광합성과새들의길찾기--를간단히소개한다.

식물과일부세균은빛(광자)을이용해이산화탄소와물로생물질을만들어내는광합성을한다.깊은해저의화산분화구근처에사는녹색유황세균도그런세균중하나다.비록햇빛이닿지않음에도,이들은분화구에서방출되는극히희미한빛을거의100퍼센트의열효율로이용하여생존을이어간다.이것은어떻게가능할까?광자를흡수하는광합성복합체는엑시톤(exciton)이라는양자입자를만들어내는데,이것은입자이면서파동의속성을가지며동시에여러곳에있을수있는양자얽힘을일으킨다.복합체속의양자악마는결맞음상태를유지하며엑시톤이가능한모든경로로한꺼번에빠르게전달되도록만들기때문에에너지전달의효율을극대화할수있다.

극제비갈매기는매년8만킬로미터이상을날아극과극을여행한다.이외에도많은새들이엄청난거리를여행하면서정확히가야할길을찾아낸다.이것은어떻게가능할까?유력한답중하나는새의뇌속에지구의자기장을감지할수있는나침반같은것이있기때문이라는것이다.새의망막에는크립토크롬(cryptochrome)이라는망막단백질이있는데,그전자와외부의광자가부딪히면얽힌상태에있는두전자가선회하면서자유라디칼을형성하게되고,이자유라디칼이망막속의다른분자와반응하면서특정한신경전달물질을뇌로보내미세한자기장의변화를실제로‘볼’수있게된다.

폴데이비스는양자역학에대한강한신뢰를바탕으로,생물학적정보처리과정이양자역학에어떻게의존하는지를연구하는양자생물학(quantumbiology)이모든생명의비밀을밝힐것이라고긍정적으로전망한다.

이외에도폴데이비스는생명의기원과관련하여‘지구생명의화성기원설’과‘그림자생물권설’,암이란다세포생물이물리적스트레스를받았을때단세포생물로퇴행하는것이라는‘암격세유전설’등을살펴보고,생명이가진불가해한속성중가장놀라운의식과마음의문제,자유의지등에대해서도논의한다.책끝머리에서폴데이비스는생명을이해할때현재의물리법칙이가지는한계를지적하고,정보법칙을포괄하는새로운물리학의필요성을역설하며이렇게끝맺는다.“생명은물리법칙안에내장되어있는가?그법칙들은장차생물이될것의설계를마법과도같이담고있는가?알려진물리법칙들이생명에유리하게조작되어있다는증거는없다.…그러나내가이책에서추측하고있는것같은상태의존적이고새로운정보법칙이라면어떨까?내직감으로는그법칙들이생명자체를미리예시할만큼생명특이적은아니었을것이지만,넓은범주의정보처리복잡계를선호했을것은같다.우리가현재아는생명이바로그런복잡계를두드러지게대표할것이다.우주의법칙들이이런일반적인방식에서본래적으로생명친화적이라는생각을하면기분이고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