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삼경을 읽다

사서삼경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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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사서삼경이 기록된 그 시대, 그 느낌 그대로
살면서 수없이 많이 들어본 고전, 〈사서삼경〉을 사실 우리는 잘 모른다. 사극에 등장하는 어떤 소품이나 어딘가의 인용구, 혹은 권위자들의 입을 빌러 접해봤을 뿐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입맛에 맞게 의미화된, 이데올로기로서의 고전을 받아들이는 것과 옛 기록으로서 가치중립적으로 읽어내는 일은 전혀 별개의 작업이다.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라는 책으로 한국 사회 이데올로기로 군림해온 유교에 균열을 내며 사회 전체를 들썩이게 만들었던 저자 김경일은 한국 최초의 갑골학 박사로서 〈사서삼경〉을 균형 있게, 또 시대에 맞춰 읽어냈다.
기원전 1111년 주나라가 역사에 정식으로 등장한 이후, 동양인들은 《논어》와 《맹자》 《주역》의 세계를 동경했고 《중용》과 《대학》 속의 가이드라인을 따라 걸었으며 《시경》과 《서경》을 삶의 바탕으로 삼았다. 소통하는 데이터만이 살아남는 이 디지털 플랫폼의 시대에서조차 사서삼경은 역사의 관성이 파놓은 물길을 따라 우리의 일상 저변을 흐르고 있다. 이 책《사서삼경을 읽다》는 동양 사상의 원형 〈사서삼경〉을 스스로 직시하기 위한 워밍업이다.
그러나 〈사서삼경〉은 막상 읽자니 엄두가 안 난다. 머리가 아프고 눈도 아프다. 게다가 해석은 왜 이리 헷갈리는지. 한문을 한문으로 풀어놓으니 벌어지는 당연한 시끄러움이다. 이 책의 번역은 모두 이런 태도로 이루어졌다. 당시 문화의 흐름을 중시한 이른바 ‘추체험적 해석’을 중시했다. 저자는 사서삼경을 이데올로기를 뺀 ‘옛날이야기’로 풀어보았다. 원문과 독음을 친절하게 병기하고 한국인 특유의 입말로 술술 읽혀지도록 설명했다.

저자

김경일

갑골문학자.30여년간상명대학교중국어문학과교수를지냈다.어릴때부터한자공부를시작해대학에서도한문학을전공했다.타이완유학과9년여의갑골문연구끝에한국최초의갑골학박사가된그는워싱턴동양어문학과에서2년간만주어를배우기도했다.1999년에『공자가죽어야나라가산다』를출간,공자와유교문화에대한근본적인비판을제기해우리사회에큰반향을불러일으켰다.이밖에『중국문학사』『중국문화의이해』『중국인은화가날수록웃는다』『유교탄생의비밀』『청소년을위한이야기동양사상』『한자의역사를따라걷다』등의저서가있다.2016년에는고문자적해석에바탕을두고번역한중국고대의서『상한론』이학술원에서뽑은〈우수학술도서〉로선정되었다.

목차

머리말주체적이고현대적으로읽는사서삼경8

논어를읽다論語
공자,자기를말하다
공자의제자들,그들은패러디를꿈꾸었다
골라먹는지혜
여자를오해하면
아버지의힘
부유한가난
입맞춤보다중요한것이마음맞춤
우리는‘배우는방법’을배워야한다
‘仁’이란다름아닌친구를만드는법
그래도방법은있을텐데
공자에게EQ를배우다
말을줄이되,피하지는말라
막힘을여는지혜의열쇠
잃어버린교과서

맹자를읽다孟子
을나서야여행은시작되는데
신념이아름다운건실패가있기때문이고
맹자와마틴루터킹
넘어져야일어나는법을배울수있지
당신은착한사람인가요?
맹자식외국어학습법
여론조사할필요없지!
왕도정치
교육없이발전없다
닭을훔치면안되는이유
인재를키우는재미

중용을읽다中庸
동양의EQ
둥근지혜
성공하는지도자의아홉가지비결
사고를잘치는세가지유형
길떠나는이유
마음대로하는마음
강한자와약한자
학문의길
판단중지
내가바로이상형

대학을읽다大學
마음을찾아가는길
수신제가치국평천하
세수와깨달음
작은관찰의아름다움
자리인생
사람을읽어라!
민심은변심

시경을읽다詩經
젖은글씨로쓴시
뻐꾸기는뻐꾹뻐꾹울지않고요
나는잣나무배,너는종이배
못볼걸보았으니
만날수없기에그려봅니다
주나라에도압구정동은있었고
신중현과박정희,주자와신혼부부
귀뚜라미와장구벌레,그리고인생
누가더행복한가요?
썰렁한노래모음I
썰렁한노래모음II

서경을읽다書經
임금님,새털을세보셨나요?
정치는물다루기
혁명의씨앗
노젓는지도자
미스터리인물,기자
암탉이울면나라가망한다고누가처음말했을까?
동양최초의법
술한잔이망친나라
감동으로이끄는휴먼리더
법을쓰는법

주역을읽다周易
『주역』이하고싶은말
여자와남자
팔팔육십사
점이틀릴수밖에없는이유
꿈보다해몽
돌팔이한의사
잠짜리
『주역』같은대통령
혁명은불같이

출판사 서평

생생하게읽어내는김경일교수의新사서삼경독해기

사서삼경을일부라도읽은사람이건전혀읽지않은사람이건,대부분의사람들이라면‘사서삼경’하면곧장뱉어버리는몇가지멘트가있다.

“좋은얘기,지당하신얘기잔뜩써있는,그래서굳이읽지않아도되는…….”
“고리타분하기는……시대에별로맞지않아!”

그러나각종사료를통해서나문학서를통해서나,옛시대와지금을비교해보면우리생각만큼그다지변해버린것이없다는것을알게된다.비행기가생겼고,핸드폰이생겼으며,‘개성’이라는이름의개인행동의다양화가다소생겨난것빼고는뭐그리달라진것이없다는거다.
사서삼경!이른바‘공자왈맹자가라사대’이다.그것도빛나는우리조상이아닌옆나라중국어르신들의잔소리모음집이다.생존이라는절체절명의의무앞에서각박하고도스피디하게살아가는우리일반대중가운데,아무리독서에취미가있다하더라도자발적으로논어와맹자의원문을구해옥편찾아가며뜻을풀이해볼수있는사람은거의없을것이다.
《사서삼경을읽다》는한문을능숙하게읽어내려가지못해도일곱권의중국고전에담긴내용과의미를파악하도록도울뿐더러,후대정서에맞게끔재해석한책이다.이는기존에출판된고전해설서,가령‘알기쉽게풀어보는~’식의소프트한고전물과는다소차이가있다.물론한자원문에독음을달고,뜻을해석해주는구성으로독자들의이해를돕는방식은당연히사용하고있지만,이책의주요한특징은이것이아니기때문이다.

기원전중국저잣거리에서떠돌던입담식해석

한자보다는한글에길들어진세대가이어려운중국고전을읽기위해서는일단그접근부터가‘만만해야’한다.‘뜻풀이에독음달아주고’와같은참고서식서비스만으로해결하기에,이고대중국문헌은그리만만하지않다.어쩌면한문을풀이해주어도고전물이일반에게쉽게와닿지못하는이유는단연코하나,어투의괴리감때문일것이다.
기원전500년경에만들어진《논어》를보아도,아니더오래전인기원전1100년경까지거슬러올라가는《서경》의원문을그대로풀어보면도저히해독이불가능한것이한두개가아니다.3000년전이라는그어마어마한시간의간격을생각해본다면그리놀라울일도아니다.아니,너무나당연한결과다.그고대문서를한자뜻그대로직역하여풀어놓으면,전문가들조차열번스무번반복해서읽어보아야뜻을겨우짐작할수있다.
신간《사서삼경을읽다》의가장큰특징이라면지독한직역투의문체를벗어나2,500년전중원에서마구지껄여지던구어체를살려냈다는점이다.

學而不思則罔,思而不學則殆

배우기만하고생각지않으면없어지고,
사색만하고배우지않으면위태하니라
☜기존의《논어》해설판가운데

배우기만하고스스로생각하지않으면미련을떨게되고,
생각만키운채배우지를않으면사고치기십상이다.
☜김경일교수의해석

‘사고치기십상’이라는해석은사고친해석처럼보인다.‘생각만하고배우지않으면위태롭다’로풀어놓은점잖은해석들이더깊이있어보이겠지만,해골알?과자기이台로구성된‘태殆’가‘온몸이망가져버릴것’이라는뜻의당시저잣거리의유행어라는것을알지못하고있다.(‘서문’중에서)

저자는이를‘추체험적해석’이라고이름붙였는데,기원전중국의사회상,사람들의성향,고대갑골문등에서보여지는삶의방식등을토대로원전의한자를당시시대상에맞도록해석한것이다.한국인이쓰는한국어로,한글세대를위한‘한국어스럽게’말이다.
‘멋진질문이군?간단히말하면예는번잡하기보다는검박하고간소해야하는것이오(大哉問!禮與其奢也寧儉)’라던가‘콩즈는다른사람들과노래를하다가잘하는사람을보면반드시앙코르를청했고,같이따라불렀다(子與人歌而善,必使反之,以後和之)’같은식의해설을보면알수있다.별것아닌것같은이특징이,읽다보면‘사서삼경만만하게읽기’라는저자의의도를성공적으로맺게하도록한다.이책의전편에흐르는해학적인풀이와입담식풀이가만난실례로《시경》에수록된시한수를옮긴다.

씨,나라는다망하게생겼는데(式微)

씨,나라는하루하루기울어가는데임금은도대체어디간거야
도대체왜우리가이토록밤이슬을맞아야하는거야
씨,나라는하루하루기울어가는데임금은도대체어디간거야
도대체왜우리가지금이렇게진흙구덩이에빠져있어야하는거야

式微,式微,胡不歸?微君之故,胡爲乎中露
식미,식미,호불귀미군지고,호위호중로
式微,式微,胡不歸?微君之躬,胡爲乎泥中
식미,식미,호불귀미군지궁,호위호니중

나라와백성을버리고자신의안위만을생각하여다른나라로망명해버린임금을한탄하는신하의넋두리다.한문식(式)자가‘씨’‘으이그’하는원망?한탄의감탄사로풀이되었다.‘식’을좀더세게발음하면‘씨’가되기도하겠거니와,우리나라뿐아니라의외로여러나라에서이음절을거친감정의표현으로사용하기도한다.저자는이‘식’자의사용을들어‘한자가도덕과윤리를담는그릇만은아니라는것을새삼깨닫는다’고결론짓는다.고전은한자어들의나열이아니라,인간의희로애락그대로,인생그대로를담아내는한편의순수한일기장처럼보아도된다는얘기다.

《공자가죽어야나라가산다》
김경일이읽으면사서삼경도이렇게다르다!

새로운중국고전의풀이방식을제시한이책의저자는,《공자가죽어야나라가산다》라는사회비판서로큰화제를몰고왔던김경일교수이다.그간단한이력만보아도이노련한중국문헌학자가어떤시선으로‘사서삼경’을꿰뚫어보았으며,어떤방식으로기원전의기록을현대식으로해석해놓았는지대충은예상할수있을지도모르겠다.
하지만첫페이지를열어맨뒤의판권페이지까지도달하다보면독자들은선입견에서조금은빗나가는결과를보게될것이다.김경일교수는과거사회비판서에서유교중심의사상을가차없이비판하던자신의저항성은잃지않으면서도,고대중국에서쓰여진이두꺼운책자의경구들이그오랜역사속에그대로전해져‘동양의바이블’이라는닉네임으로어떻게아직까지불릴수있는지를겸허하게증명하고있다는점이다.이는사서삼경을향한저자의‘삐딱하게보기’와‘겸허히인정하기’라는두가지시선으로드러난다.

시선1.사서삼경,삐딱하게보기

사서삼경일곱권에해당하는본문을차례로읽어가다보면저자가각저서에대해의견을꽤달리한다는것을엿보게된다.다시말해어떤문헌의내용에대해서는은근한지지를보내고있는가하면,또어떤경구에는날카로운비판의칼날을드러내기도한다.

군자는다른사람의좋은일은잘되도록돕지만,
못된일을돕지는않지.물론소인은그반대고.

君子成人之美,不成人之惡.小人反是.
군자성인지미,부성인지악.소인반시

본문《논어》편에나와있는한구절이다.저자는이구절을들어말하길,공자가자신도모르게치명적인편가름을담았다고꼬집는다.동양사회를관통해흐르는‘군자’와‘소인’의이분법적편가름은바로공자의발명품이라는것이다.사람이란모름지기아침에변하고,저녁에또변하는야누스적인본능이있을진대,어찌사과쪼개듯흑백으로쪼갤수있는것일까.공자는어찌하여선만행하는인간이따로있고,악만행하는인간이따로있을거라여기며이렇게엄한훈수를마다하지않는가.이구절에대해‘공자는사람공부를좀더했어야할것’이라며마지막에한마디내뱉는저자의대범함에웃음이나기도한다.
그리고우리고유의속담인줄만알았던‘옛말에이르기를암탉은새벽에울면안된다고했다.암탉이울면집안이망한다’라는구절도알고보니《서경》에나오는구절이었다.3,100년전중국상나라의주왕이여자에빠져정사를돌보지않은점을옆에서꼬집은은나라주왕의말이었다.물론나라를제대로다스리라는목적으로꼬집은말이겠으나,그안에는대놓고드러내는남녀성차별의작태를어찌할수없다며,이역시저자의회초리를피해가지못한다.
그외에도인간의운명을‘괘’로드러내풀이하는《주역》편에가서는,허무맹랑한몇군데의문장은그렇다치더라도,후대의유교신봉자들이유교논리를보급하기위해작위적으로각색한흔적이발견되는등은근히고단수의도덕교육을강요하고있음을증명해주고있다.

시선2.사서삼경,현재진행형으로받아들이기

그러나한편으로저자는사서삼경각편저에실린구절들에절대적인지지를보이기도하고,이를21세기시대에까지끌고와현상황에맞게그뜻의아귀를맞추기도한다.가령저자가그어느경전보다열렬한애정을보이는(각경전을대하는저자마음에은근한차별이엿보이는데,이를느껴가며읽는것도큰재미이다)《맹자》편을보자.
깊어보이지만뭔가두루뭉술한어휘로이야기하는공자에비해,맹자는날카롭게후벼파는강력하고도직설적인화법으로세상을꼬집는사람이라고저자는이야기한다.

패도정치를하는자는반드시큰나라를지니고있어야한다.하지만덕행으로어진정치를베푸는자는왕도정치를하기때문에그나라가반드시클필요가없다.상나라탕왕은나라의크기가사방70리였고,문왕은100리에불과했다.힘으로백성을복종케할경우,백성들은마음으로복종하는것이아니다.힘이모자라서그럴뿐이다.덕으로백성들을복종케할경우,마음이즐거워진심으로따르게된다.

覇必有大國.以德行仁者王,王不待大.湯以七十里,文王以百里.以力服人者,非心服也,力不贍也.
패필유대국.이덕행인자왕,왕불대대.탕이칠십리,문왕이백리.이력복인자,비심복야,역불섬야.
以德服人者,中心悅而誠服也
이덕복인자,중심열이성복야

이는힘의논리가지배하고패도의각축장이되어가는근자의국제사회정세에딱들어맞는구절이다.정말덩치큰나라만이살기좋은나라일까?타이완같이작은나라가전세계로비즈니스네트워크를펼치면서단단하게성장하고있는일례를어떻게해석해야하는가?사실덩치큰나라의경우,대권을움켜쥐면정치할맛은나겠지만백성들에게꼭좋은것만은아닐것이다.

어떤사람은태어나면서부터알기도한다.하지만어떤이는배워야아는사람도있다.또어떤사람은고심끝에알기도한다.하지만필요한앎에이른다는점에서는결국똑같은거다.

或生而知之,或學而知之,或困而知之,及其知之,一也.
혹생이지지,혹학이지지,혹곤이지지,급기지지,일야.

여기서의앎은단순한암기능력이나수학능력이아니라,인생에필요한여러현상을이해하고깨우치는능력을말한다.?중용?에담겨있는이구절은,껍데기만보고저지를수있는판단미스를사전에방지하라는조언으로받아들여도좋겠다.단순히공부잘하고성적잘받는아이는똑똑하고지혜로운아이,그렇지못한아이는능력없는아이로가름하는판단같은것이이에속한다.결국삶의이치와지혜를깨닫는것은좀더일찍오거나더디오는,혹은방식의차이지사람개개인의차별은없다는얘기다.스피드와숫자로인간이판가름되는현시대에꼭필요한구절이아닐수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