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진료실에서 끝나지 않는다 : 어느 시골 의사와 환자 이야기

이야기는 진료실에서 끝나지 않는다 : 어느 시골 의사와 환자 이야기

$16.22
저자

폴리몰랜드

저자:폴리몰랜드
영국의작가이자다큐멘터리제작자.15년동안BBC디스커버리채널에서다큐멘터리를제작하고감독했다.신문과잡지에정기적으로글을기고하고있으며,2020년부터2023년까지카디프대학교저널리즘,미디어&문화대학의왕립문학기금펠로로활동했다.
섬세하고예리한관찰을바탕으로쓴이책은《타임스》와《뉴스테이츠먼》2022년올해의책으로선정되었을뿐만아니라2022년베일리기포드상논픽션부문최종후보에오르며그작품성을인정받았다.이밖에도왕립문학회에서수여하는저우드상논픽션부문을수상하고《선데이타임스》올해의책최종후보에오른《소심한영혼들의사회:또는용감해지는법
TheSocietyofTimidSouls:orHowtobeBrave》을비롯한다수의책을저술했다.

역자:이다희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에서철학을,서울대학교대학원에서서양고전학을공부했다.옮긴책으로《타인의기원》《보이지않는잉크》《거의떠나온상태에서떠나오기》《남성은여성에대한전쟁을멈출수있다》《거실의사자》《사막의꽃》등이있다.2023년첫에세이《사는마음》을출간했다.

사진:리처드베이커
영국의다큐멘터리사진작가.매그넘포토스의회원인데이비드헌에게다큐멘터리사진을공부한후《옵저버》에서프리랜서로일하며,뉴스와잡지,에세이등다양한매체에사진을싣는다.참여한책으로는《공항에서일주일을-히드로다이어리》《현명한위험관리:아홉가지일상모험RiskWise:NineEverydayAdventures》등이있다.

목차

들어가며15

환자이야기23
존사샬의유산69
상실의시대127
인간적이거나비인간적이거나191
우리가가야하는곳253

나가며295
감사의말298
옮긴이의말300
참고문헌304

출판사 서평

“많은의사가더이상누리지못하는것이있다.
바로인간관계다”

경험과감정으로굽이진,환자의인생전체를따라간궤적

다큐멘터리감독폴리몰랜드는알츠하이머병에걸린자신의엄마의집을정리하다책장뒤켠에떨어진책한권을발견한다.1967년에발행된《행운아》.《행운아》는영국의작가존버거가사진작가장모르와함께당시영국의한시골마을의의사와환자의삶을따라간6주간의시간을담은책이다.폴리몰랜드는책을보다가그배경이자신이살고있는마을이라는것을알게된다.그리고불현듯50년이훌쩍넘는시간이지난현재같은마을에서환자를돌보고있는의사를떠올리며의문을품는다.
‘반세기가지난오늘날의의사와환자의삶은어떻게달라졌을까?’
이야기는폴리몰랜드는존버거를따라자신이살고있는마을속으로들어가며시작한다.그는그들의일상을밀도있게관찰하며사회와의학이급변하는오늘날의사가된다는것이어떤것인지이야기한다.
폴리몰랜드는자신이마주한장면에서인간의고통과외로움을길어올린다.그리고예전에는당연했지만지금은사라진환자와의사,그관계의상실을발견하다.우리는‘우리’를회복할수있을까?어쩌면이책에서그실마리를발견할수있을지도모른다.

반세기를잇는두의사,하나의이야기

이책은두의사를다룬다.존버거《행운아》가쓰인1960년대의의사와코로나전염병이몰아닥친2020년대의의사.《행운아》의의사‘존사샬’은환자를치료하는데평생을몰두한의사였다.도로위에서절단수술을하거나부엌에서맹장수술을하고이웃의아기를직접받기도했다.그렇다고따뜻하고인자한성정을지닌사람은아니었다.입이거칠고화를잘내는사람이어서‘괴짜’라고생각하는사람들도있었다.하지만모두가존사샬을좋아하고존경했다.환자가원하면,그가필요하다고생각하면언제,어디든달려갔기때문이다.
그리고50년이훌쩍넘은2020년대를살고있는현재의의사.이의사는곧잘선을넘는다.환자의집앞에서환자를기다리기도하고,환자의담벼락을넘기도하며환자의집문서같은지극히개인적인서류들을보기도한다.
심장마비초기증상을가볍게넘기려는환자를큰병원으로보내조치를받을수있도록설득하기위해그가돌아올때까지집앞에서기다린다.환자의집으로왕진을하러가는날에눈이많이와서차가들어가지못하면차를길가에세워두고,걸어서그집담벼락을넘기도한다.이웃간의증축문제로분쟁이일어나노여움이가득한환자앞에선환자가건넨집건물의소유증서등온갖서류들을보며환자의하소연을듣는날도있다.이뿐만아니라,예방접종으로사람이몰리는날에눈이많이내려연로한환자들이미끄러질까노심초사하며그걱정에잠을못이룬다.
존사샬의시대에는지역사회의개인,또는가족이한일반의와지속적인관계를유지할수있도록영국정부가100퍼센트지원해주는국가보건서비스(NHS)가자리를잡고있을때다.환자를지극정성으로돌볼수있는여건이마련되었고,그게기본인시대였다.하지만세상은변했다.영국을탄탄하게지탱하고있던국가보건서비스는위기에처했고,환자를위해희생정신을발휘하기란개인의역량으로역부족인상황이다.
“1차병원들이이미허덕이고있는상황에서환자들의사회적결핍을채우는데휘말리는일은재앙으로가는지름길이라고하는사람들도있다.그런데도이시골의사는마을위너도밤나무숲사이로자전거를타고지나가면서떨리는감정을느낀다.양측이주고받은도움이얼마나단순한대칭을이루었는지떠올려본다.”(35쪽)
하지만적어도두사람의모습에서는50년이라는그세월의흔적이잘느껴지지않는다.현재의사는존사샬처럼환자의고통을덜어주는것뿐만아니라어떻게그인생이더나아질수있는지그인생전체를고민하는사람이다.이처럼반세기가지나도변하지않는이야기가있다.우리는이런이야기에귀기울여야한다.

다큐멘터리감독의시선으로길어올린인간의고통과상실

살고자하는의지는9살아이가아니라,90세가훨씬넘은할머니의잠옷에서발견되는가하면마을의강과숲에서때로는그곳을살아가는사람들의얼굴을,때로는그마을을지키는훌륭한어른의모습을본다.자동차시동을끄고차창밖으로보이는밤나무를바라보는의사,저녁이면헤드랜턴을쓰고숲을달리는의사에게서말하지않는슬픔을본다.
BBC채널4,디스커버리에서15년동안다큐멘터리를만들어온폴리몰랜드는꼬박일년열두달동안의사옆에서보고들은것을섬세한감각으로그렸다.코로나전염병이닥쳐봉쇄되던시기에는일어나는일들을전해들으며이야기를써내려갔다.폴리몰랜드는의사와환자가나누는대화에귀기울이면서도시선은그들의눈빛과손짓그리고말사이의침묵을담는다.여기에다큐멘터리사진작가리처드베이커가진료실,마을의풍경,텅빈거리,의사와환자의모습,마을사람들의모습을직접담은사진을더했다.
“우리의시간은10분단위의진료로나뉘어있는가하면또한편으로어린시절부터노년까지가차없이굴러가고있다.”(38쪽)
“의사는선택과목으로소아종양학을공부했기때문에죽어가는아이들이얼마나특별하고,얼마나초현실적인모습을보이는지알고있다.가혹한투병과정,고통,두려움,그리고아이를보호하려는타인들로인해아이는‘달라진다’라고의사는말한다.”(179쪽)
이이야기는환자와의사를다루지만폴리몰랜드의시선으로촘촘히길어올린장면,장면마다에는질병과그고통을겪는사람,사람과사람의관계,일생동안우리가겪는보편적인경험과감정이있다.저멀리9000킬로미터떨어진영국,그외딴마을의일상이우리의이야기가될수있는이유가여기에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