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하는 마음(큰글자책) (매일의 실패를 넘어 경이와 호기심의 세계로)

과학하는 마음(큰글자책) (매일의 실패를 넘어 경이와 호기심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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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매일 실패해도 호기심을 놓지 않는 자세
‘과학하는 마음’은 무엇인가?
자신을 과장하고, 타인의 시선을 성공의 척도로 삼는 시대에 과학자의 자리는 어디일까? 학문의 세분화와 전문화로 협업은 고도화되었고 치열한 경쟁 속에 논문 비리마저 증가하고 있다. 또한 과학을 입신양명의 도구로만 바라보는 이들도 많아졌다. 이러한 자기 과잉과 성과 중심의 시대에서 과학자의 품격을 논하는 것은 한가하고 낭만주의적인 생각으로 치부되곤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어디인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한국의 과학 연구는 양적 규모와 성과 면에서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지만 경쟁력은 정체되고 있다. 한 나라의 과학 수준은 그 나라 과학자의 수준을 뛰어 넘을 수 없다. 우리 모두가 과학이 만든 새로운 지식의 열매를 향유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 과학자에게는 진심 어린 열정이, 과학자를 지켜보는 사람들에겐 과학의 속사정을 직시하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저자

전주홍지음

분자생리학자.서울대학교의과대학생리학교실교수로분자생리학연구실을운영한다.객관성과합리적이미지로포장된과학은공유된허구에가깝다고생각한다.저자가보기에과학의민낯은어수선한실험실에서큰목소리로주고받는소통,그리고무수히많은실수와실패의나날이다.논문에는날것이아닌성공한역사만담긴다.새로운지식은이러한매일매일이쌓여탄생하는데진지한호기심,탐구에의의지가과학자에게제일중요한소양이라고생각한다.그리고이과학자의호흡을모두가아는것이중요하다고생각해책을썼다.지은책으로는《논문이라는창으로본과학》《醫美,의학과미술사이》《마음의장기심장》(공저)이있다.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평가전문위원회위원,과학기술정보통신부연구제도혁신기획단위원,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학기술현장규제점검단위원을역임했다.현재한국보건산업진흥원연구기획의원,제4차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기획위원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들어가며|과학을한다는것


1장새로운생각을찾아라
새로운지식의탄생│무장소성의장소│실험실이라는말│연금술사의작업장│근대생리학의출발│특별한장소의필요성│규율과시연의장소│수작업으로얻은지식│실험실혁명의의미│생각의오류를잡기│형이상학과의결별

2장그렇게가설이만들어진다
실재와인식의간극│가설이란무엇인가│일시적이고잠정적인│인과관계가어려운이유│좋은가설의조건들│최초의아이디어와재구성│발견에법칙이있다면│과학적감수성의조건│젊은과학자의유연함│전통을뒤엎는데이터│논리와비논리의공존

3장우왕좌왕실험실안에서
무지로부터의자유│혼돈속에서질서를│엄격한실천과정│무엇을주장할것인가│추론의원리│최적화와타당성│성공적인수행을위하여│데이터를분석하라│틀릴수있다는가능성│냉장고안의키트상자│실험의외주화│공동연구를한다는것│누구도의지하지마라│과학적발견과명성│논란이라는활력

4장왜지식을공유하는가
지식을공유하는방법│학문공동체의편지교류│과학출판의문제점│공적으로인정받기│과학논문속예술│은유로서의과학│과학의비과학적특징들

5장과학자는어떤글을쓰는가
부조리한논문의확산│최초발견이라는우선권│저자가된다는의미│과학자의탄생│품격을지키기위하여│우리는결국현명해진다




마치면서|과학은성공이아닌성장의이야기다

출판사 서평

현장과학자가
말하는과학의본령
과학은‘성장의이야기’다
우리는모두과학의성취에기대어살고있다.공기처럼당연하게느껴지는일상속크고작은기술부터,전세계인류를공포에떨게한코로나바이러스의백신까지우리는과학의최전방에서과학자들이이룩한혁혁한공,새로운발견의혜택을입고있다.과학의성취가직접적인인류의생존과향방을좌우하는흐름은앞으로도심화되고계속될것이다.이책의저자,서울대의과대학생리학교실전주홍교수는우리가향유하고있는과학의성취가계속되기위해서는여러쇄신이필요하다고말한다.그쇄신의열쇠중하나가‘과학하는마음’이다.즉‘과학을하는’과학자들,탐구자들이어떤태도로연구에임하고있는지가중요하다는지적이다.이는비단과학자뿐아니라상승욕구에매몰되어일의본질과일하는태도를잊은채하루하루를급급히살아가는현대인의고민과도맞닿아있다.
책은한국의과학연구가세계적수준에도달했지만경쟁력이정체되고있으며,우리모두이냉엄한현실을직시해야한다고지적한다.(본문8쪽)그리고그이면에배태되고있는,과학을과학답지않게만드는것들이무엇인지숙고해야한다고말한다.나아가과학을입신양명의도구로바라보는사회적분위기가짙어지는현실또한문제적으로바라보며위대한과학적발견뒤에는호승심보다는열린토론자세와앎에대한의지,열렬하고순수한호기심이란마음과태도가주효했음을보여주는역사적사례를든다.바쁘고고된연구현장에서간과하기쉬운‘과학의본령’‘과학자가된다는것’‘과학다운과학이무엇일까’라는본질적고민과마음을되새기는것이중요해진것이다.다시말해업적과성과중심의사고를잠시내려두고열렬한호기심을찾아‘기본으로돌아가는’마음을상기해야할시기가도래한것이다.저자는이대목에서알베르트아인슈타인이남긴‘자신에게특별한재능은없으며단지열렬한호기심이있었을뿐’이라는말도함께소개한다.(본문76쪽)
저자는의과대학에서분자생리학연구실을운영하며유전학적모형및빅데이터를활용한생명현상의항상성연구를하고있다.책은현장과학자로서저자가그간마주해온과학의본령에대해과학저널〈스켑틱〉에연재한글과서울대의과대학본과1학년,선택교과수업에서강의한내용이토대가되었다.수업의주제는‘의사,과학자의길’이었다.저자는과학자로살아온지난궤적을돌이켜보며,앞으로실험실을꾸릴동료과학자와앞으로뒤이어같은길을걸어올젊은과학자들,그리고과학자를바라보는시민에게도과학의민낯을제대로보아줄것을주문한다.과학자의호흡과과학지식이탄생하는맥락과속사정을다같이아는것이과학의지적성취를사회공동체가온전히나누는지름길이기때문이다.

직업으로서의과학자
과학자는어떻게일하는가
우리에겐열렬한호기심이필요하다
저자가보기에객관성과합리성으로포장된과학의이미지는다소신화적이며공유된허구에가깝다.(본문14쪽)일례로실험실은생각보다훨씬어수선하고임기응변적이며뒤죽박죽이다.실험중예상했던결과가나오지않으면,그제서야중요한참고문헌이눈에띄어새로가설을다듬는경우도잦다.(본문102쪽)심지어깊이생각하는것보다몸이먼저움직이면서해결책을찾아내는경우도많으며실험실현장은조용하기보다는두런두런토론하는목소리와시간통제를위한알람소리가울려대는통에다소시끄럽다.논문에는말끔한성공의역사만이담기지만그뒤에는무수한실패들이뒤따른다는것을이실험실현장을지켜보면누구나알수있을것이다.그리고이실험실교육은도제학습에가까운데경험과훈련을하다은연중에체화되는암묵적인공부량이많아이에적응하지못하는신진연구원들이마음고생을하기도한다.(본문7쪽)
사실과학연구는1990년대이후로점점더복잡하고정교한실험장비에의존하는방향으로진화했는데,그러다보니개별과학자가고가의장비를유지하는데드는재정적부담을감당하기힘들어졌다.(본문161쪽)이후핵심연구지원시설같은연구생태계가새롭게조성되었고공동연구의방식으로연구데이터를획득하는경우가급증하는이른바‘3차과학혁명’이라고불러도좋을만한전환의시대에당도한것이다.또한1980년대이후로의생명과학분야에서단독저자논문은거의자취를감추게되었는데그배경에는학문적분화와전문화가심화되고문제의복잡성이증대되면서공동연구,소통의고도화가자리잡고있다.논문작성에있어전문작가의도움에의존하는경우도생겨났다.즉핵심연구지원시설을통한실험의외주화와연구결과의‘소통강화’는오늘날과학연구의일상이되었다.게다가실험실사이의연구력격차가벌어지는필연적인결과에직면했다.과학자의길을걸어갈사람들은이러한급변하고있는과학계전체의맥락을파악하는것이중요하다.실험하기와논문쓰기라는과학자의주작업의경계가연구의분업화와외주화의흐름속에서모호해졌다.과학자의역량이무엇인지를새롭게정의하고평가할수밖에없는시기에들어선것이다.
뛰어난대학과연구소에소속된소수의학자들이상당수의중요논문을생산한다는주장도부정하기힘든현실이되었다.물론과학의발전과진보에서연구주도권을쥐고있는소수의엘리트과학자의역할또한중요하며그런과학자중일부는토템의반열에오르기까지한다.(본문171쪽)따라서실험은과학의발전을이끌기도하지만다른한편으로는과학자사회를계층화시키는요인으로도작용하고있다.
물론극소수의천재적인과학자들이이룩한위대한성과를부정하기어렵다.하지만과학사학자인스티븐샤핀이지적했듯저명한과학자가이룩한공로는드러나지않은많은조력자의노력에힘입은바도크다.천재들의업적도수많은보통과학자들의평범한연구에기초하고있는것도사실이다.(본문131쪽)
이밖에도책은실험실공간의고유한특징을정리하여역사적인맥락을소개한다.(1장‘새로운생각을찾아라’)과학혁명전후의역사적산물로탄생한이공간을경유하여새로운발견의기쁨을만끽했던탐구자들이온마음을다하고자했던경건한자세를엿볼수있는사료들을쫓는데이는오늘날의실험실과도유사한점이많다.오늘날의실험실또한과학지식을익히는데그치지않고과학자의규범과에토스를길러내는장소가되었다.윤리의식과책임감을갖추고열정적인노력으로경쟁력을키우는현장으로확고히자리매김한것이다.(본문25쪽)
‘논문’을쓰는실용적인조언도아끼지않는다.논문이학술지에게재되려면신규성과중요성,유용성을가져야하는데무엇보다도발견의우선권을두고치열한경쟁을벌이는과학자들의호흡을이해해야한다.오늘날과학은직업적성격이강해졌는데영향력지수가높은학술지에논문을실으면취업,승진,연구비수혜등이상당히보장된다.그러다보니얼마나많은논문을영향력지수가높은학술지에발표했느냐가과학자로서의성공척도가되었다.(본문172쪽)논문저자에‘자녀끼워넣기’나‘친구자녀품앗이등재’의문제도불거지면서이러한한국과학계특유의부조리가〈네이처〉에서다루어지기도했다.(본문217쪽)하지만책은성공은쫓는것이아니라따라오는것이라는것임을유념해야한다고강조한다.성공여하와관계없이관찰현상의이면에놓인질서와규칙을찾기위한‘몰두의자세’가더중요하다는것이다.

과학적발견과명성의불일치
과학자사회의계층화
지식을공유한다는‘기본’
물론저자는‘영향력지수에구애받지말고호기심과발견의쾌감에만만족하자’고조언하기힘든상황이되었음을인정한다.하지만논문의원형을다시상기해볼필요는있다.사실논문의원형은편지였다.본래16~18세기과학자들은편지로지식을교환하면서국경을초월하여과학자들의지식공유네트워크,학문공동체를형성했다.당시는학식의공화국혹은서신공화국이라불리는시대로편지는중요한지식공유매체였다.과학자의수가늘어나고편지교환과회람이활발해지면서편지는점차학술지논문의성격을띠게되었다.새로운지식의검증과확산이라는문제는편지교환을통해교류하는방식으로어느정도해소될수있었다.최초의과학전문학술지인〈철학회보〉의최초이름은〈세계의여러지역에서활동중인기발한사람들의지식과연구및노력에대해설명하는철학회보〉였는데이름에서드러나듯보편적지식을공유하고다듬고자하는과학자들의탐구심이논문의원형이었던것이다.(본문187쪽)
책은지식을공유하는과학자사회의과거에빗대어오늘날과학계가건강하게작동하지않는단적인예시를제기한다.발견의순간과발견의영광이돌아가는사람이대부분일치하지않는다는점이다.(본문173쪽)직접발견을한사람과그발견에대해책임지고논문을쓰는사람이잘일치하지않는것이오늘날과학계의현실이다.왜냐하면실제발견을한사람은주로대학원생이나연구원이지만논문작성은대개교수나연구책임자의몫이기때문이다.과학적발견에학회발표나초청세미나의주인공도늘교수나연구책임자가된다.과학적발견에따른명성과같은보상이젊은과학자에게충분히돌아간다고말하기어렵다.
지난과학의역사에서도비슷한사례를볼수있다.앨버트샤츠는밤낮을가리지않고노력한끝에최초의항결핵제로알려진스트렙토마이신이라는항생제를직접찾아냈다.하지만위대한발견의영광은그의지도교수였던셀만왁스만에게만돌아갔다.샤츠는배제된채왁스만만1952년노벨생리의학상을수상한것이다.그런의미에서2020년노벨생리의학상을수상한마이클호튼의소감은여러시사점을제공한다.그는C형간염바이러스를발견한공로를인정받아노벨생리의학상을공동수상했다.그렇지만호튼은“상을받으면행복하지만다른한편으로는씁쓸합니다.왜냐하면연구팀전체의공로를인정하지않기때문입니다”라며착잡한심경을토로했다.호튼은C형간염바이러스를발견하기위해온힘을다한두명의동료주계림과조지쿠오가그공로를인정받아야한다고줄곧주장했고,노벨상수상자가발표된후열린기자회견에서도“그들의노력이없었다면나는성공하지못했을것입니다”라고말했다.
또한발견의중요성은발견이시의적절해야제때인정받을수있다.발견당시에는주목받지못하다가어느날갑자기큰관심을받게되는소위말하는‘잠자는미녀들’현상이존재한다.이를테면그레고어멘델은1865년유전법칙에관한논문을발표했지만35년이지난후세명의과학자에의해유전법칙이재발견될때까지세번밖에인용되지않았다.독일의의학자핸스크레브스의구연산회로발견은1937년〈네이처〉로부터거절당했지만1953년노벨생리의학상을가져다주었다.피터랫클리프의저산소반응에대한연구결과역시1992년〈네이처〉로부터거절당했지만2019년노벨생리의학상을수상했다.
이러한연유로호기심에의해주도되는연구는매우중요하다.그러한마음가짐을가진채묵묵히실험에몰두하고있는많은과학자들덕분에여전히과학생태계는건강하게유지되고있다.논문은날것그대로가아니라성공한역사이자정제된역사이다.실제실험은무수히많은실패와어처구니없는실수로점철된다.하지만1922년노벨물리학상을받은닐스보어가“전문가란굉장히좁은분야에서가능한온갖실수를전부저지른사람입니다”라고한바있듯실수와실패는과학자의길을찾아가는성장과정의일부분인것이다.과학은성공이아닌성장의이야기여야하는이유도여기에있다.그렇다면지금우리는어떤실수와실패를하며앞으로나아가고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