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두길 잘한 것들의 목록(큰글자책) (시인 서윤후 산문집)

그만두길 잘한 것들의 목록(큰글자책) (시인 서윤후 산문집)

$28.00
Description
“그만두고 싶은 것들의 목록을 쓸 때면
계속하고 싶은 일이 선명해졌다”

삶의 무게를 덜어내기 위해
그만두기로 한 일들과 그 과정에 대한 기록
“계속하고 싶은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했고, 좋아하는 것엔 착실히 고통이 뒤따른다는 것을 서툴게 배우면서 나는 계속해왔다. 무엇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하는 동안에 적절히 그만두고 싶은 것을 찾기도 했다. 어쩌면 나는 20대를 지나오며 나를 채워온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 같다. 지금부터는 채워진 것들이 나를 통과해 다시 어떻게 떠나갔는지에 대해 말하고 싶다. 이제 내게 없는 것들이 내 안에 무엇을 남기고 떠났는지 그 매듭을 풀어볼 차례가 된 것이다.”(본문 7쪽)

서윤후는 스무 살에 등단해 ‘20대’라는 인생의 시기를 온전히 시 쓰는 삶으로 살아낸 시인이다. 서른의 문턱을 갓 넘긴 지금까지 네 권의 시집 《무한한 밤 홀로 미러볼 켜네》 《소소소小小小》 《휴가저택》 《어느 누구의 모든 동생》을 펴내며, 소외된 슬픔을 좇는 시를 통해 위로를 건네왔다. 시 외에 《햇빛세입자》 《방과 후 지구》 등 산문도 꾸준히 써왔다. 쓰는 자리마다 맺힐 수 있는 이야기가 다르다는 것을 믿으며 지난 10여 년의 시간을 빈틈없이 채워왔다.
《그만두길 잘한 것들의 목록》은 서윤후가 자기 삶에 대한 차분한 애정을 빼곡하게 담은 산문집이다. 그는 삶의 변화에 기민하고 싶은 사람, 생활인이자 시인인 정체성을 소중히 여기고픈 사람이다. 다양한 글을 쓰는 데 우선순위를 앞세우는 동안 생활 돌보기에 소홀했음을 돌아보며 다시금 균형을 맞추려는 사람이다. 그가 쓰기 시작한 《그만두길 잘한 것들의 목록》은 삶의 무게를 덜어내기 위해 그만두기로 작정한 일들과 그 과정을 담은 기록이다. 마치 여행 가방을 꾸리는 것처럼, 무언가는 놓고 가고 무언가는 반드시 챙겨가는 것처럼, 생활의 소중한 일을 선별한다. 이 목록을 통해 그는 일상의 여백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저자

서윤후

시인.1990년에태어나전주에서자랐다.스무살에등단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네권의시집《무한한밤홀로미러볼켜네》《소소소小小小》《휴가저택》《어느누구의모든동생》과산문집《햇빛세입자》《방과후지구》등을발표했다.이따금자신의블로그와공책에일기를쓰며흘러가는생활을기록하고있다.

목차

시작하는글…5
고독의몸부림…12
일기쓰기의부끄러움…17
꽃정기구독…24
헛헛한마음을위한소비…30
책으로방공호쌓기…34
계절실책…38
내우울을나도모르게하는것…42
빈티지옷쇼핑…47
사랑을멀리하는버릇…53
미워하는나를미워하기…57
삶의방지턱놓기…61
타이레놀먹기…64
패스트드링크러브…67
내가아닌것되기…70
딸기집착…74
버티는일…78
나를소재로말하는진실함…82
내얼굴외면하기…87
약점숨기기…92
심리상담…96
혹독한자기검열…107
빵욕심…112
미니멀리스트가되는꿈…120
재난속에서주눅들기…124
바다에대한설명…129
밤을서성이기…135
사람을잃었다고생각하는일…139
겨울을원망하는마음…143
시적허용…149
뭐든배우려는태도…153
다시태어나기…157
무섭고매운것먹기…160
깨지지않기로한약속…163

출판사 서평

무언가를버리고다시무언가를제자리에가져다둠으로써
되찾는일상의여백

“이제내게없는것,스스로그만두었거나,나를떠나간것을떠올리며‘그만두길잘한것들의목록’을채워나갔다.할일로빼곡한생활의숨겨진여백이회복될것을내심기대하면서.그러나이목록은첫마음과는다르게,내가지켜내고있거나사랑하는것들에대한고백으로변해가고있었다.떠나간자리에는반드시무언가남겨져있고,차마떠나보내지못한것이나를밀어내는작은실랑이의현장이었다.”
(본문5-6쪽)

그만두길잘한것들의목록은의외로쉽게확정되지못한다.한번의작성으로끝날줄알았던이목록은자꾸만수정된다.의도치않게그만둔일이있는가하면그만두지못한일이반복해생겨났으므로.서윤후는다음과같이고백한다.“그만두길잘한것들의목록은어느새내가사랑하는것들에대한고백으로변해가고있었다.”
이책에수록된33가지목록은불완전하다.대부분결심의변화속에서채택된것들이다.그만둘수있다고믿었던일들은목록에그이름을올릴때마다재평가되고,그는자신의생활을지탱해온일들을간편하게정리할수없음을깨닫는다.목록을만들어가는과정이결코완벽한계획을향하는것이아니라,생활을유연하게돌볼수있는탄력성을터득하는일임을깨우친다.
“생활을돌보는것은나의여분을정확히확보하는것.”그는《그만두길잘한것들의목록》을작성하며숨어있는생활의여백을되찾는다.이여백에서다시잘살아내고싶은용기를,계속쓰고싶다는마음을공글릴수있음을고백한다.그가《그만두길잘한것들의목록》을통해생활의균형을회복해가는과정은,오늘보다내일을잘살아내고싶은이들에게용기를줄것이다.그러니함께이목록을작성해봐도좋지않을까.

미완성의아름다움을인정할줄아는삶의기술

서윤후는〈깨지지않기로한약속〉(본문163쪽)에서오키나와한복판에서유리공예품이깨지는모습을목격했던순간을떠올린다.깨진유리파편이아스팔트의뜨거운열기와쏟아지는햇빛속에반사되어눈이부시도록아름다웠던그순간을.“잘만들어진공예품을볼땐별감흥이없었는데,이렇게깨지고나서야아름답게보일수있다니.”그는이강렬한기억을담아〈유리물산〉이라는시를쓰며자신의생활을떠올린다.
깨지지않겠다는다짐.그것은삶에대한어리석은아집이라고서윤후는말한다.그는생각을돌이켜삶의안간힘을내려놓는미덕을설명한다.미완성의아름다움이우리삶속에있음을길어올린다.“매끈하게잘만들어진유리공예품일땐지나치고야말았던완성된세계보다,뜻밖의일로자신의형체를잃고서아름다움을발휘하게된미완성의순간이더끌리는이유이기도하다.”(본문166쪽)
서윤후는《그만두길잘한것들의목록》을통해자신의부족함,실패의경험을기쁘게끌어안는다.깨진유리조각이아름다울수있음을깨닫는것처럼,완벽하지않은생활을기껍게받아들인다.자신의생활을긍정하며,안간힘을다하던시간을내려놓을수있게된다.이책을읽는이들의생활이라는풍경을환히비출수있기를바라는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