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이 번져 영화가 되었습니다

얼룩이 번져 영화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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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영화평론가 송경원이 아껴왔던 영화를 향한 고백
영화평론가이자 《씨네21》 편집장 송경원의 첫 비평집이다. 대체로 영화평론가의 시작은 영화기자이다. 송경원은 드물게 영화평론가로 데뷔한 후 영화기자가 되었다. 그래서일까, 그는 영화의 효용과 의미를 거대 담론으로 끌어올리는 일보다, 영화의 한 장면이 된 우리의 삶과 기억을 조명하는 일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비평가이다. 그래서 그는 흐릿해져 가는 기억을 붙잡는 영화, 나의 지난 실수를 대변하는 영화, 다른 이의 삶을 나의 삶과 견주어 볼 수 있는 영화에 마음을 내주고, 온 힘을 다해 쓴다.
이 책에 실린 스물여덟 편은, 송경원이 15년 동안 써온 비평 중 그의 관점과 세계가 응축된 글들로 선별하여 엮은 것이다. 송경원의 첫 비평집 출간 소식을 들은 많은 시네필은 ‘드디어!’를 외쳤다. 영화평론가 송경원의 15년 궤적을 한 권의 책으로 따라 읽다 보면, 나에게 짙게 번져오는 영화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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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송경원

저자:송경원
영화평론가.《씨네21》편집장.2001년그저글을써서먹고살았으면하는마음으로국어국문학과에입학했다.2009년《씨네21》영화평론상을수상하며영화평론가로데뷔했다.2012년동국대학교영상대학원영화이론박사과정을수료후《씨네21》기자로입사했다.2011년부터부일영화상,부천국제영화제,전주국제영화제,서울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심사위원등여러영화제의심사위원을맡았다.《만화웹툰작가평론선-이충호》《마음의일렁임은우리안에머물고》(공저)등을썼으며,영화외에게임,애니메이션비평도함께하고있다.2011년3월부터10년동안《부산일보》에서‘송경원의시네아트’를연재했다.유튜브‘무비썸’에서진행을맡았으며,팟캐스트‘조용한생활’중‘극장전’에출연중이다.영화를뛰어넘는평론을쓰겠다는욕심은없다.그저한없이가까워지고싶은마음에영화를한번더본다는생각으로영화글쓰기를이어간다.

목차


프롤로그
영화를‘쓴다’는것5

1장어쩐지잊히지않는
“나는이곳에서영원히일어나고싶지않다”17
언제나지금여기우리함께27
사유의시작이되는영화가있다39
우연이이야기가될때까지48
얼룩이번져영화가되었습니다61
변하지않는건모든것이변한다는것뿐73
영화를향한향수병83
어떤균열은반갑다96

2장선명하다가도흐릿한
영화가사라진자리에서111
“신세계가구세계를구할것이다”124
액자가그림의일부일순있어도138
서사를잃고헛돌다151
설득당하고싶은마음164
겪어보지못한기억을추억하기177
시네마는마법의이름이아니다189
거짓과자기기만의굿판199
아직준비가안됐다212

3장뒤돌아보면그곳에
미야자키하야오의세번째은퇴선언225
그감정이거기에있었다235
경외하길멈추고기억하기248
네버랜드와원더랜드사이어딘가에서260
‘최고의영화’에대한고찰273
끝끝내버텨내오늘에다다른마음들288
순간을영원으로바꾸는기록자297
다른사람의이야기속나의자리306
점,선,면으로그린환상의세계314

에필로그
지나간영화가나에게말을걸때326
영화와사랑,그운명에대하여340

출판사 서평

송경원이15년동안영화와주고받은대화
“그모든시간이나의영화였다”

송경원은평론이영화의의미를바꾸거나,영화가세상을바꾼다는말을믿지않는다.하지만현실에한없이가까워지는영화가있다는것은안다.〈고령가소년살인사건〉은역사를재현하면서도영화가결코현실이아니라고고백한다.어떤영화들은그사건이,그들이거기에있었음을증명하며세계의일부가된다.〈고령가소년살인사건〉은토착민과이주민사이에서정치적으로혼란했던1961년대만에서일어난실제사건을소재로했다.아무리사실과역사를기반한이야기라지만그것이진실이라고말할수는없다.〈고령가소년살인사건〉은영화가진실까지밝힐수없음을인정하며,한정된스크린의빛과카메라의움직임으로‘나의역사적뿌리’가그곳에있다는사실만을시인한다.

2017년국내에서처음개봉한이영화를극장에서다시본저자는과거를바라보는자신의시각에변화가생겼음을깨닫는다.영화는나를바꾸지않는다.변한나의모습이영화를통해드러날뿐이다.마찬가지로영화가세상을바꾸지않는다.변한세상의모습을영화로확인할뿐이다.그래서송경원에게영화는일종의좌표이다.이책의표지가〈고령가소년살인사건〉의한장면인것도,시간이흐른후에저자자신이어떻게변했는지확인하기위한그의의지의표현이다.그는계속해서지나간영화와대화를시도하며현재를만들어가고있다.
저자는이책을완성하기위해에필로그2편〈조제,호랑이그리고물고기들〉과〈이터널선샤인〉을새로쓰며,‘지나간영화가자신에게건네는말’을듣는다.그가끈질기게언급했던것처럼,영화는일상에서지나친풍경들을낯설게바라볼기회를제공한다.여기서낯선세계란,과거에놓인자신이고,당시에추스르지못한관계의결별과감정의부재이다.영화속한장면이내것같다고느낄때,영화는지나간것들과우리를연결해주고,우리는뒤늦게깨달은갈등의의미와화해를‘운명’이라부를수있게된다.송경원역시이책을마지막장을완성하며영화를‘쓰는’일이‘운명’이었음을고백한다.

“영화가우리에게진실의말을걸어온다면그것은영화안에있지않다.진실은오직영화와나사이어딘가에서,때마다다른형태로피어난다.”(12쪽)

극장밖으로인물들이걸어나올때

송경원의관점을잘정리한또한편의비평이〈보이후드〉이다.〈보이후드〉는12년동안매해15분씩찍은컷을연결한영화이다.영화속인물들의12년과나의12년이똑같이흐른것이다.그들이겪은어린시절,성장통,주변환경의변화를우리도똑같이겪었다.

누구나겪은평범한이야기지만송경원은이영화가평범하기때문에고전의반열에오를거라확신한다.영화의시간과실제시간의간극을줄이는편집과연결을고심하여자신만의방식으로영화적리얼리티를구현해낸감독링클레이터를추종하는이유는당연해보인다.〈보이후드〉가끝까지영화의시간을인지함으로써“서사에갇히지않고영화바깥에서관객과조응”하기위해“각자자신의현실을환기할수있는거대한소통의공간을마련”하기때문이다.그것은우연과무의식,불확정성으로가득한삶에대한공감이기도하고,그러한세계에서함께성장했다는동질감이기도하다.

극장을빠져나와서도이어질우리의일상처럼인물들의시간도스크린뒤에서여전히흐를것처럼여겨지는이유가여기에있다.스크린을사이에둔채영화는현실을닮으려,우리는영화를닮으려서로의이야기에귀를기울여왔다.이불가능하고도아름다운대화의시도가이야기를극장밖으로오래오래이어지게한것이리라.

“극장의불이모두켜지는순간당신도그요소중하나가된다.”(38쪽)

영화는취향이모이는곳이다

송경원은영화외에게임과드라마,애니메이션비평에도언제나진심이다.문학과영화를기반으로글을쓰고있지만“나를흔든문장은대부분만화책에서마주했다”는저자의고백에서도알수있듯그는이미‘덕후’로소문나있다.보고싶지않은영화여도,어떤취향을가졌는지모를독자들과연결하기위해끝까지보고써야하는운명을타고난영화기자이지만,보고싶고쓰고싶은영화는따로있기마련이다.

이책이첫번째로소개하는영화〈프렌치디스패치〉에저자가쓴첫문장은이영화에대한감상이아닌저자가현재자리한곳을묘사한것같다.“매체가,시대가,삶이바뀌고있다.끝자락에선기분이다.저항하다가사라질수도있고,순응하며살아질수도있을것이다.”국내유일영화잡지라는타이틀을가진《씨네21》이지만유튜브와OTT의일상화로극장의위기론이감도는오늘날,그역시불안하기는마찬가지다.그럼에도그는영화애호가들이기댈수있는자리가있음을강조한다.저자는이책의마지막글〈환상의마로나〉에대해“딱히비평이나분석을필요로하지않는”영화라고말한다.그는영화비평,글쓰기를업으로삼았지만,우리의감정과취향을건드는영화에대한애정을고백하며책을닫는다.

그는마음이향하는곳이라는어떤형태로든닿아야직성이풀리는것같다.《씨네21》에서‘송경원의덕통사고’라는코너를연재하고,서울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심사위원등을맡으며개개인의취향을지지하고기꺼이그세계로들어갔다.그리고운이좋게도많은독자에게환영을받았으며,취향이라는연결고리로만남이이루어졌다.드라마〈파친코〉,게임〈더라스트오브어스파트2〉,애니메이션〈이별의아침에약속의꽃을장식하자〉,만화책《3월의라이온》등이책에포함된걸보면저자의활동영역이얼마나광범위한지,취향을가진인간그리고사적이야기를얼마나사랑하는지알수있다.

신형철평론가는추천사에서평론가송경원에대해이렇게말했다.“온화한편이지만그건그의화법이겸손해서이지주장이없어서가아니다.”이것은송경원이영화를사랑하는태도이며,취향을응원하는마음이고,더나아가개개인의삶을지지하는방식이다.어쩐지〈프렌치디스패치〉에등장하는편집장아서(빌머레이역)와《씨네21》의편집장송경원의모습이겹쳐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