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다시 쓰기 : 다중인격과 기억의 과학들

영혼 다시 쓰기 : 다중인격과 기억의 과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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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언해킹

저자:이언해킹
캐나다의철학자.과학철학과확률,수학분야에서학계의판도를바꾼기여를하였으며인간과학분야에서도널리알려진통찰을제공한‘현대사상의거인’으로평가받는다.
1936년밴쿠버에서태어나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를졸업하고,케임브리지대학교트리니티칼리지에서철학박사학위를받았다.케임브리지대학교조교수,스탠퍼드대학교부교수를거쳐20년가까이토론토대학교교수를역임했다.2000년콜레주드프랑스의‘과학적개념의철학과역사’학과장이되었는데,영미권인물이이자리에임명된것은이대학역사상처음이었다.2006년정년퇴직후캘리포니아대학교샌타크루즈교수,케이프타운대학교초빙교수등을지내다2023년87세로사망했다.
해킹은케임브리지분석철학파의전통에서토머스쿤,파울파이어아벤트등과논쟁하며과학이론과별개로존재하는과학적대상의실재성을옹호하는‘존재자실재론entityrealism’으로과학실재론의대표자가되었으며,실험과공학의상대적자율성을주창하여과학철학의관심을이론중심에서실험중심으로옮겨놓는데공헌했다.
1990년대부터는미셸푸코의영향아래의학이나심리학같은인간과학으로초점을옮겨,현재의과학을이해하기위해그것이출현한역사적맥락을캐는고고학적작업을전개했다.
물리학과수학에서역사학,인류학,심리학,정신의학에이르기까지학문의경계를넘어왕성한지적호기심을발휘하여‘1인학제간학부’‘진정한다리건설자’로불린해킹은뛰어난학문적업적을이룬공로로인문사회과학분야의노벨상이라불리는홀베르그상(2009),캐나다최고의영예인킬럼상(2002)과캐나다훈장(2004),국제적권위의발찬상(2014)등다수의상을수상했다.
저서로는20세기최고의논픽션100권(ModernLibrary선정)가운데한권으로꼽힌《우연을길들이다》,이후다른학자들의수백권의책에영감을주었다고평가받는《확률의출현》을비롯해,《통계적추론의논리》《왜언어가철학에중요한가?》《표상하기와개입하기》《과학혁명》《미치광이여행자》《무엇이사회적으로구성된단말인가?》《확률과귀납논리입문》《역사적존재론》《수리철학은대체왜있는가?》등이있다.

역자:최보문
전가톨릭대학교의과대학신경정신과,인문사회의학과교수.옮긴책으로《정신의학의역사》(제28회과학기술도서상번역부문수상),《트라우마의제국》《나의죽음은나의것》《문화,건강과질병》《더러운손의의사들》《미치광이여행자》가있다.

목차

옮긴이의말
머리말

1장다중인격은실재하는가?
2장다중인격이란어떠한걸까?
3장다중인격운동
4장아동학대
5장다중인격의젠더
6장원인
7장해리의양적측정
8장기억속의진실
9장정신분열증
10장기억의과학이출현하기전
11장인격의이중화
12장최초의다중인격
13장트라우마
14장기억의과학들
15장기억-정치
16장마음과몸
17장과거속의불확정성
18장거짓의식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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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과학은어떻게영혼을기억으로대체했는가?
‘현대사상의거인’이언해킹,다중인격으로기억의과학들을추적하다

‘현대사상의거인’이언해킹의역작
작년5월캐나다철학자이언해킹(IanHacking)의사망소식을전하며《뉴욕타임스》는“과학철학과확률,수학분야에서학계의판도를바꾼기여를하였으며,인간과학분야에서도널리알려진통찰을제공한현대사상의거인”이라고평했다.해킹은물리학과수학에서부터역사학과인류학에이르기까지학문의경계를넘어왕성한지적호기심을발휘하여‘1인학제간학부’‘진정한다리건설자’라고불렸다.
자연과학분야에서실재론의강력한옹호자였던해킹은1990년대부터미셸푸코의영향아래정신의학이나심리학같은인간과학으로초점을옮겨,현재의모습을이해하기위해그것이출현한역사적맥락을캐는고고학적작업에착수했다.인간과학은발전과정에서사람들의범주를만들어내고,이후사람들은그범주에속한다고스스로를정의하게되는데,이렇게사람들의분류가분류된사람들에게영향을미치고,사람들에게미치는그영향이다시분류를변화시키는현상을‘고리효과(loopingeffect)’라고명명했다.
1995년에발표한이책《영혼다시쓰기》는이러한고리효과에의한‘인간만들기(makinguppeople)’의연속선상에서,19세기말등장한새로운‘기억의과학들’이영혼을기억으로대체해간과정을다중인격이라는특수사례를통해살펴본다.

다중인격은실재하는가?
다중인격은정신의학에서가장논란이심한진단명이다.한사람안에둘이상의다른인격이존재하고,TV채널이바뀌듯이각인격이그사람을특정시간동안교차하며지배한다.지킬박사와하이드씨처럼성격,직업,나이,심지어언어,인종,성별까지다른인격들이한사람안에평균16개씩이나존재하는것을상상해보라.19세기말처음진단된이후1960년대까지많아야역사상100명이안될정도로극히희귀했던다중인격은1970년대부터북미에서급증하기시작해1980년에는미국정신의학협회의공식진단명이되었으며,1990년대가되자대도시마다수백명씩집계되기에이른다.
가히현상이라할만한이‘유행’은다중인격대부분이여성이고어린시절학대(특히가족에의한성적학대)의기억을가졌음이밝혀지면서더욱고조되어,다중인격을부정하면학대받는여성과아이들을외면하는것이라는도덕적비난을받게되었다.한편에선다중인격을옹호하고그피해자를도우려는운동(다중인격운동)이목소리를높이고,다른쪽에서는학대자로고발당한부모들이치료사들이자녀들에게거짓기억을불러일으켰다고맞섰다(거짓기억증후군재단).억압된기억(회복된기억)대거짓기억의첨예한기억전쟁에서‘다중인격은실재하는가?’라는질문이사회와학계의뜨거운쟁점이되었다.
해킹은영리하게도“이질문에는답하지않겠다”라고말한다.그는다중인격의옹호자와반대자,“어느한쪽을편들생각이없다.”해킹의관심은어디까지나다중인격을둘러싼여러개념설정이어떻게나타나게되었는지,그것이어떻게우리의삶과과학을주형하기에이르렀는지에있다.

인간유형의고리효과
해킹은머리말에서다중인격에주목하게된계기가“어떻게인간유형들(kindsofpeople)이등장하게되었는지,인간유형에관한지식체계가그것에따라알려진사람들과어떻게상호작용하는지”를탐구하면서였다고말한다.“나는어떠하다고알려진사람들과그런이들에관한지식그리고그지식을소유한사람들사이의역동적관계에매료되었다.”
해킹은푸코의고고학적방법론을택하여다중인격의역사를거슬러올라가는데,19세기와오늘날의다중인격환자와의사의모습은아주다른것을발견한다.“환자가다르므로의사의시각도달랐다.그러나환자는,의사의기대가다르므로,달랐다.이는매우보편적현상의한예이다.즉인간유형의고리효과다.”“고리효과란,한쪽에는사람들이,다른한쪽에는사람들과그들의행동을분류하는방식이있어서그사이에일어나는상호작용을말한다.특정유형의사람이라고,또는특정행위를한다고간주되는것이그개인에게다시영향을미칠수있다.새분류방식이그렇게분류된사람에게조직적으로영향을미치거나,혹은그렇게분류된사람들이지식을가진자,분류하는자,분류의과학에대항하기도한다.이러한상호작용이분류된자들을변화시키고,그리하여그들에관한지식을다시변화시킨다.”
인간과학은다중인격,아동학대,동성애,ADD(주의력결핍장애)등끊임없이인간유형을만들어내는데,인간유형에는자연종과달리고리효과가있다.19세기후반의학적·법적분류로등장한동성애자는의사와법조인등지식소유자에의해규정되었지만,20세기후반직접행동에나서며(게이해방운동)스스로주도권을장악해갔다.1973년출간된다중인격일대기《시빌》이다중인격의원형을일반대중에게널리알리며다중인격유행이시작되었다든지,1994년DSM-IV에서다중인격을‘해리성정체감장애’라고개명한후다중인격유행이주춤해진것도일종의고리효과로볼수있다.
해킹의고리효과는인간유형을자연종과같은식으로취급하려는실증주의나,모든것이사회적으로구성되었다고보는구성주의와도다르며,규정된사람들이적극적으로변화하고새로운지식에영향을주기도한다는점에서,권위가부여한낙인에일방적으로적응해가는‘낙인이론’과도다르다.

기억의과학들의출현
다중인격은영매의빙의상태같은몽환이나몽유증의형태로처음알려졌고이중의식(doubleconscience)이라고불렸다.가장유명한이중의식은1875년학계에발표된‘펠리다X.’로,침울한첫번째상태와쾌활하고활동적인두번째상태가주기적으로교차했다.진정한다중인격,즉2개이상의인격이존재하는것으로밝혀진최초의인물은1885년학계에보고된루이비베(LouisVivet)로,적어도6개의인격이있었다.비슷한무렵‘트라우마’라는단어가신체적외상에서마음의상처를가리키는것으로의미가바뀌었는데,기억상실이뇌손상뿐아니라심리적충격에의해서도생길수있음이(그리고최면에의해잃어버린기억이회복될수있음이)알려지면서트라우마의심리화가가속되었다.
해킹은19세기말유럽에서새로운3가지기억의과학들이출현했다고말한다.첫째는언어를담당하는‘브로카영역’의발견으로유명한폴브로카등의뇌의기억위치에대한연구로,이후신경학으로발전했으며,둘째는에빙하우스등의기억능력에대한실험통계적연구로,이후실험심리학,통계심리학으로발전했다.셋째가피에르자네와프로이트등의기억에관한정신역동론으로,오늘날의정신의학이다.

영혼의과학화
중세까지영혼(즉하나의,통합된,불변의,인간정체성의본질)은종교와철학의대상이었으며과학은이에대해아무말도할수없었다.그러나19세기말출현한새로운기억의과학들에의해영혼은비로소지식의대상이될수있었다.당시과학자들에게다중인격사례는이제까지의영혼에대한교조적유심론을반박하고실증주의아래로가져올호재였다.“하나의몸안에서교차하는두개의자아는각각의인식과일련의기억으로정의될수있다…거기에는초월적영혼도,본체적자아도없다.대신거기에있는것은,두개의별개의자아이고,각자아는기억으로만들어진것이다.”“이미개인정체성의한척도로간주되던기억은영혼의문을여는과학의열쇠가되었고,따라서기억을조사함으로써…영혼의영적영역을정복하고,그대용인기억에관한지식으로대체할수”있게되었다.“그후,이전이라면도덕적·영적차원에서벌어졌을논쟁이사실적지식의수준에서벌어졌다.”
해킹은다중인격을둘러싼당대의논쟁자체보다는찬반양진영이모두당연하게전제하는것에더관심이있다.“옹호자와반대자모두가기억이영혼의열쇠라는가정을왜당연시하는가?”해킹은푸코의인식(connaissance)/지식(savoir)구분을거울삼아,표층지식/심층지식을구분하는데,표층지식이란“이런저런기억의과학에서발견되는사실들”이고,심층지식은그밑바탕이되는것으로,“기억에관해발견되어야할사실이존재한다고하는”확신이다.과학은이제껏자신이말할수없었던영혼을기억으로대체하며,기억에관한객관적사실이존재한다는이심층지식을널리보급하는데성공했다.최근세차례의심리적트라우마가정치적운동과연관되었다.히스테리아,전투신경증,성폭력과가정폭력이각각19세기프랑스의공화주의,20세기의반전운동과페미니즘운동에대응한다.세기억-정치가가능했던것은“새로운과학들이종교로부터영혼을빼앗아과학에넘기려꾀했던바로그방식”즉기억과망각에관한모종의진리가있다고여기는심층지식을따랐기때문이었다.

자네와프로이트―심리적트라우마에대한상반된접근법
피에르자네와프로이트는트라우마를심리화하는데가장큰공헌을했지만그방향은서로완전히달랐다.프로이트에게트라우마가항상사람들과그들이한행위라면,자네의트라우마는항상어떤사건혹은어떤상태였다.자네의트라우마는비개인적인것이기에기억의재해석이필요하지않았지만,프로이트의트라우마는인간의행위와관련된것이기에기억에서재해석되어야했다.
“자네는융통성있고실용적이었던반면,프로이트는계몽주의시대정신을가진헌신적이고도상당히완고한이론가였다.”프로이트가“지독한진리에의의지에내몰린사람”이었다면,자네에게는진리에대한열망같은것은조금도없었다.자네는환자의고통을치료하기위해서라면거짓최면암시를서슴지않고걸었고,환자가그거짓말을믿도록만듦으로써치료했다.프로이트의환자는정반대로,프로이트의해석에따른진실을직면해야했다.
“잃어버린기억과회복된기억에관한한,우리는프로이트와자네의후계자들이다.한사람은진리를위해살았고,상당히오랫동안자신을기만했을가능성이농후하며,심지어는자기기만을스스로알고있었을수도있다.다른한사람은훨씬존경할만한사람이었으며,환자에게거짓을말함으로써그들에게도움을주었고,그러면서자신이다른숭고한무언가를하고있다고스스로를기만하지않았다.”해킹은다중인격과아동학대를둘러싸고벌어지는기억전쟁을돌아보며,환자의고통을외면한채과거의진실을캐내야한다는프로이트와환자의고통에대한위로를중시한자네의차이가100년전과마찬가지로오늘날에도양진영에서반복되고있다고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