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노래 : 식민지 시대 재일 여성들의 삶과 증언

할머니의 노래 : 식민지 시대 재일 여성들의 삶과 증언

$18.93
Description
“여기 식민지 시대를 살아간 〈파친코〉의 ‘선자’들이 있다!”
고생도 가난도 자랑으로 여기며 씩씩하게 극복해온 재일 조선 여성들의 삶과 증언
“그 솥을 주워서 살았어요. 아하하하. 밥솥을 주워 살아갈 사람은 살라고 하는 거니까.” 열일곱에 결혼을 하면서 일본으로 건너간 박정숙(가명. 1919년생 경상남도 출신) 할머니의 말이다. 가족을 돌보지 않는 남편 때문에 그녀는 일본 경찰의 감시를 피해 막걸리를 만들어 팔고, 농가에서 채소를 얻어 시장에 내다 팔았다. 그녀는 홍수에 떠내려오는 솥을 얻어 잘 됐다며 기뻐했다.
“시골은 파친코에서 일하지 않으면 노가다밖에 할 일이 없어요. 점원 같은 일에 한국인을 써주지 않으니까.” 간토대지진 이후 학살에서 살아남고, 전쟁도 끝나고, 해방도 되었지만 고향으로 돌아올 수 없어 억척스럽게 낯선 땅에 터를 잡고 살아간 할머니들의 목소리에는 억울함도 분함도 한(恨)도 있지만, 무엇보다 힘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삶을 향한 의지’였다.
이러한 재일 1세대 여성 조선인의 삶을 한국인도 아닌 일본인 저자 가와타 후미코가 취재와 기록을 통해 약 40년 전부터 세상에 알렸지만,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주목받지 못했다. 이 책 《할머니의 노래》를 참고한 드라마 〈파친코〉가 다시 한번 우리의 역사에 대한 무지를 일깨워 주고 있다. 생생한 기록과 몸으로 체득한 이야기는 생명력이 길었다. 중요한 것은 고생도 가난도 삶으로 끌어안아 살아간 그네들의 이야기를 누구보다도 우리가 기억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저자

가와타후미코

저자:가와타후미코
일본군위안부피해사실을최초로증언한배봉기할머니의삶을취재한《빨간기와집》을1987년출간하며,‘재일여성들’의삶과강인한태도,그리고진실을세상에알린저널리스트이자작가이다.
1943년일본이바라키현에서태어난가와타후미코는1966년와세다대학문학부를졸업하고출판사에서근무하던중문자로기록되지않은할머니들의이야기에매료되어《바로어제의여자들》(1979)《여자들의자장가》(1982)등여성들의삶을기록하고,1977년배봉기할머니와의만남을계기로위안부와관련한책들을집필하기시작했다.《황군위안소의여자들》(1993)《전쟁과성》(1995)《인도네시아의위안부》(1997)《위안부라고불리는전장의소녀》(2005)등모두후미코가직접현장을찾고증언자들과인연을맺어기록한책이다.
후미코는위안부피해사실증언자를취재하는일에그치지않고‘전후보상실현시민기금’과‘일본의전쟁책임자료센터’공동대표,‘재일위안부재판을지지하는모임’사무국장등을역임하며,2023년80세의나이로세상을떠나기까지일본정부에책임을묻는일에앞장섰다.

역자:안해룡
사진가이며다큐멘터리감독이다.전시기획자등텍스트와사진,영상을넘나들면서작품을만들고있다.1995년부터한국,중국,일본등에있는일본군위안부피해자들을사진과영상에담는기록작업을했다.다큐멘터리영화〈나의마음은지지않았다〉,〈다이빙벨〉을감독했다.현재는조선인노동자가종사한일본의근대토목유산찾아서사진으로기록하고있다.저서로는《조선인노동자위령비를찾아서1》,《북녘일상의풍경들》,역서로는《가부키초》,《공습》,《미디어리터러시》등이있다.

역자:김해경
사진가이며다큐멘터리감독이다.전시기획자등텍스트와사진,영상을넘나들면서작품을만들고있다.1995년부터한국,중국,일본등에있는일본군위안부피해자들을사진과영상에담는기록작업을했다.다큐멘터리영화〈나의마음은지지않았다〉,〈다이빙벨〉을감독했다.현재는조선인노동자가종사한일본의근대토목유산찾아서사진으로기록하고있다.저서로는《조선인노동자위령비를찾아서1》,《북녘일상의풍경들》,역서로는《가부키초》,《공습》,《미디어리터러시》등이있다.

목차


서문│알아야할역사에내딛는첫걸음9

1빨리태어나서손해를봤어17
길쌈을배우려던무렵일본공장으로말도모르면서아이를돌보고,용케해냈어공장의어린노동자,가혹한환경‘가난해서’와‘여자라서’배우고싶다,그때도지금도

2둥둥떠가는솥,‘주워서살았어’41
열일곱에결혼해서시동생들을키웠어가족넷이세상을떠나다장사는말이지,맛있으면먹으러오는거야자식들에게도하지않았던얘기들“두손든거잖아”막걸리를만들면경찰이잡아갔어술마시던시어머니,마시지않던남편

3대충묻었어,죽으면죽은채로71
한번이라도방공호에들어가지않고잠들어보고싶었어대충묻었어,죽으면죽은채로빨리전쟁이끝났으면좋겠다흰저고리에행선지를먹물로써서‘헌병같은일’을하던집에얹혀살다셋이손잡고도망가는데왠지한쪽손이무거워알몸으로어깨를껴안고몸을따뜻하게강에서건진검은익사체가둑여기저기에

4히로시마거리가통째로사라졌어101
“엄마,피나와”“너도”피폭과동시에맞은아버지의‘해방’원폭후유증이어떤건지는몰라의사도모른다니말이돼?60년도더지나나타난원폭피해
5겪을대로겪었지,고생은나의힘131
교실의‘오줌싸개할멈’남편은도박에찌들고,혼자서출산을궁지에빠진남편의거짓말날마다새벽2시에일어나70인분의밥을짓다중고삼륜차로폐품을모으며

6밀항선을탔다가인생길이틀어졌다157
술렁술렁안절부절,재봉틀을싣고제주도로내몸으로낳은아이들을데리고도항증명서와전후법적위치학교다니고싶어서일본으로죽으면갈테니지금은괜찮아

7아저씨,빨간종이로된약주세요181
어머니의웃는얼굴을본적이없다현미를찧다가친구가부른노래빨간종이로된약주세요그렇게정직했던남편이거짓말을한센병비율이높은재일코리언

8여기는40번지,좋은것도나쁜것도출발점은여기야205
탯줄도,추억의사진도없다40번지소사함께싸워쟁취한집무서워서혼자여기서살겠냐?인생에서가장공부가되었다사람과사람,40번지시대의커뮤니티

9전쟁도쓰나미도삶을빼앗지는못해229
우리마리코는흙까지먹었다니까‘위안부110번’에전해진정보칼을차고위안소로온군인몸속이얼어붙는것같아서겨울이싫어재판에져도나는녹슬지않아

10피붙이가헤어지면안돼,절대로!253
이렇게길어질지는생각도못했어요새어머니,할머니와함께일본으로아궁이앞에서눈물만찔찔결국은유랑민,뿌리없는풀의사가되었지만병사한장남뉴스를들을때마다가슴아파

11우리학교는정말창유리가없었어277
교실에서쫓겨난아이들사진속또한명의소녀겨울이면뭔가를뒤집어쓰고조선이름을불러줘요홍일점으로시작된교사생활

12후쿠시마,원전이머릿속에서떠나질않아305
원전사고후우울해진손자아버지는조선인,어머니는일본인지진당시나미에마치에한국·조선인은12명대피소가된조선학교에서아들이있는곳으로점점가난해져,푸하하한국할머니에게집빌려주는사람은없어요

맺는말|식은땀을흘려가며들은이야기들329
옮긴이의글|일본여성이직접마주한재일여성의삶과기록337

출판사 서평

“여기식민지시대를살아간〈파친코〉의‘선자’들이있다!”
고생도가난도자랑으로여기며
씩씩하게극복해온재일조선여성들의삶과증언

“그솥을주워서살았어요.아하하하.밥솥을주워살아갈사람은살라고하는거니까.”열일곱에결혼을하면서일본으로건너간박정숙(가명.1919년생경상남도출신)할머니의말이다.가족을돌보지않는남편때문에그녀는일본경찰의감시를피해막걸리를만들어팔고,농가에서채소를얻어시장에내다팔았다.그녀는홍수에떠내려오는솥을얻어잘됐다며기뻐했다.
“시골은파친코에서일하지않으면노가다밖에할일이없어요.점원같은일에한국인을써주지않으니까.”간토대지진이후학살에서살아남고,전쟁도끝나고,해방도되었지만고향으로돌아올수없어억척스럽게낯선땅에터를잡고살아간할머니들의목소리에는억울함도분함도한(恨)도있지만,무엇보다힘이있었다.그것은다름아닌‘삶을향한의지’였다.
이러한재일1세대여성조선인의삶을한국인도아닌일본인저자가와타후미코가취재와기록을통해약40년전부터세상에알렸지만,일본은물론한국에서도주목받지못했다.이책《할머니의노래》를참고한드라마〈파친코〉가다시한번우리의역사에대한무지를일깨워주고있다.생생한기록과몸으로체득한이야기는생명력이길었다.중요한것은고생도가난도삶으로끌어안아살아간그네들의이야기를누구보다도우리가기억해야한다는사실이다.

어린노동자로,여성가장으로,재일조선인으로…
바다건너낯설고척박한땅에서
그녀들이일궈온삶과끝나지않은이야기
이책은식민지전쟁시대에일본으로건너가온갖역경을지고살아온재일1세할머니들을직접만나그들의삶을선명하게기록한르포르타주이다.
파란만장이라는단어조차가벼이느껴질만큼혹독한세월을지나온이들이여기에있다.말도알아듣지못하는낯선땅,일본으로건너가어린노동자로,가장으로,어머니로,여성으로,식민지의설움과전쟁의참혹성을겹겹으로견뎌냈다.
일제식민지전쟁을몸소체험한한사람,한사람의역사가곧우리의역사이자살아있는역사이다.그러나이제전쟁을겪은세대의목소리를직접듣기어려울만큼세월이지났다.피해당사자로서직접용기있게나선‘위안부’할머니들도하나둘세상을등지고기억해야할역사들도말없이사라지고있다.
설사이들이살아있어도우리는전쟁과식민지시대의참상을,사람의입이아니라권력이쓴문자를통해서한줄의사건으로접한다.실상을알리는목소리가외면당한자리에엉뚱한발언들이나서서뒤덮는다.그런데이책은그렇게눈감아왔던‘남성들이말하지않은’역사에대해이야기하자고,특히‘일본인이야말로반드시알아야할’역사를기록하고기억하자고되뇐다.
이책의인터뷰이는모두29명.그중최고령자인서맹순(1918년생)할머니는어린노동자로새벽5시부터공장에서일했다.안순자(1940년생),박정란(가명,1934년생)할머니는후쿠시마에서원전사고를당했고,박남주(1932년생),김남출(1929년생),하해수(1924년생)할머니는히로시마에서원폭피해를입었다.전쟁통에일본군‘위안부’로끌려갔던송신도(1922년생)할머니는위안소에서잇달아다섯이나아이를뱄고,“사는것보다죽는게낫겠다싶어기차에서”뛰어내린적도있었다.박수련(1925년생)할머니는재일코리언에게특히발병비율이높았던한센병에걸려고생했다.박정숙(가명.1919년생)할머니는시집간첫날부터매를맞았고,남편이유곽에서만든아이까지대가족의생계를책임지며살았다.세살때일본에간김분란(1927년생)할머니는혼자아이를낳고직접실로양쪽을묶어탯줄을잘랐다.모두극도의빈곤을겪었으며민족차별과가부장제와가정폭력에시달렸다.대개성인이되기전에일본으로건너갔고,어린노동자로극히낮은임금을받고가내수공업공장에서일을하기도했다.초등학교를졸업한할머니들의수는적었다.배우고자하는열망은지금까지도남아있다.그러나지금도글자를읽지못하는할머니들이꽤된다.
이들의이야기는월간지『세카이(世界)』에‘할머니의노래(ハルモニの唄)―재일여성의전중·전후’라는제목으로2012년부터1년여간총12회에걸쳐연재되었다.이들을직접찾아가작은것하나놓치지않고기록으로남기려애쓴저자는한국인도재일코리언도아닌,일본여성가와타후미코이다.

1987년최초의‘위안부’증언자
배봉기할머니와의만남으로시작된기록
가와타후미코는보육과주택문제,농어촌여성과일본군성폭력피해자의인생을기록하고취재하는일본의언론인으로서,특히빈곤과성노예제문제에천착해왔다.최초의일본군‘위안부’증언자이자지금은고인이된배봉기할머니를10년넘게만나소통하며그이야기들을꼼꼼히기록하기도했다.(그기록의결과물은1987년《빨간기와집》이라는단행본으로출판되었으며한국에도번역되었다.)
일찌감치노인들의인생담을경청하면서깨달음을경험했다는저자는글자를읽지못하는할머니들이야말로오히려죽지않은생생한언어를쓴다고말한다.문자로기록되지않은할머니들의세계를고스란히담아내려애쓴흔적은책곳곳에서발견할수있다.
이책이보여주는또다른미덕은저자의이런태도와연결되어나타난다.한사람의이야기마다각각한권의책으로담을수있을만큼이책에실린29인의할머니들은아주솔직하고상세히인생담을털어놓고있는데,이것은이야기를듣는상대가감응하지않으면쉽게나올수없는이야기들이다.어떤면에서는‘식은땀을흘려가며’들을만큼같은여성으로서느끼는연대감과우정이인터뷰에응한할머니들의마음을여는온기로작용했을것이다.
저자는조선어표현을포함해재일할머니들이쓰는입말을가능한한그대로옮기려했음은물론이고,그들이이야기하는시점을되짚어정확한사건자료들을찾아냄으로써개인사의기억이라는씨줄과역사상사건이라는날줄을하나의그물망으로엮어낸다.그렇게생생함과객관성을동시에담보한다.
제일1세대는식민지지배로인한나라없는설움과전쟁으로인한참혹상을동시에겪은세대다.말도통하지않은곳에서교육도제대로받지못했고여성노동자로살았다.얼마나고생을많이했으면,오죽하면고생도가난도자랑을한다고할까.언뜻들으면처연하기만한이표현을다시되새겨보면,그무엇도날어쩌지못한다는삶의의지와강인함이배어있다.
저자는이표현에대해말그대로자랑스럽다는뜻인지,지나온척박한현실을하소연해봐야소용없음을자조하는뜻인지알수없지만,어딘지그고생과가난을훌훌털어버리는듯한할머니들의웃음소리가들리는듯해서속이시원하다고말한다.잘견뎌왔다며스스로도놀랄정도인극한상황을이제는웃으면서말할수있는재일할머니들은꿋꿋하게삶을이어왔으니,‘고생자랑’‘가난자랑’을하고싶어하는마음도알것같다고말이다.
동시에저자는이표현을일본의정치와뒤틀린일본사회를일본인보다혹독하게감내하면서살아온재일할머니들의자랑으로받아들인다.우리는그런할머니들에게서씩씩함과당당함을읽을수있다.

재일여성의개인사를통해드러나는
전쟁과질병,그리고삶에대한진실
일본인들에게이방인으로살면서온갖차별을받은재일코리언들의삶은그자체로일본사회의민낯을보여주기도한다.
어린이와여성의노동,그리고노동시간을규제하는법은있지만빠져나갈구멍을만들어놓은공장법이그렇고,임시노동이나중노동의기회만얻을수있었던조선인은그나마도동일노동을하고도일본인보다60~70퍼센트정도의임금을받았다.
조선옷을입으면경찰들이“기모노입어!”라면서먹물을넣은물총을쏘아댔고,학교에가도조선어를쓸수없었다.조선어를말한학생에게는자기가지니고있던표를건네주었다.

“마지막에‘아무개가가장많았다’고말해요.그러니까말을안하게되는거야.일본어로말하라고해도모르지,다들긴장이되니까아예서로이야기를안해요.그래도선생님에게불만을얘기할수는없었어.”―115쪽에서

일본군‘위안부’문제는일본군이여성에게범했던중대한인권유린인데도반세기가까이방치되어있었다.피해당사자에게침묵이강요되었다.송신도할머니의옆구리에는칼자국이10센티크기로나있고,허벅지안쪽에는총검에찔린상처와총탄이스친흉터가있다.오른쪽귀는난청이다.

“군인이조선말을쓰지못하게하겠다면서말이야.조선말을쓰면귀싸대기를때려.엄청났어.저솥뚜껑같은손으로후려쳤지.귀고막이터져버렸어.”―239쪽에서

재난은사람을골라오지않는다.히로시마원폭이터졌을때일본인도조선인도똑같이희생되었다.그러나재난피해를똑같이겪었어도그이후의양상은다르다.당시재일코리언은국민건강보험에가입할수없었고치료를받지못했다.피폭이후ABCC(원폭피해조사위원회)에서혈액검사,심전도같은검사를몇가지받기는했지만,결과는알려주지않았다.결국연구조사의대상만되었을뿐치료는방치되다시피한것이다.
재일코리언들은또한감염과발병이위생과영향상태에절대적인영향을받는한센병발병률이높다.이는건강한환경에서생활하는비율이낮다는반증이기도하다.

할머니한명한명의노래
잘쓰인역사보다더깊은울림
어릴적뜻도모르고외워야했던〈황국신민의서사〉를수십년세월이흘렀는데도여전히기억하는부분에서도그렇지만,히로시마피폭을묘사하는부분을보면,할머니들의기억력은신기하리만큼비상하다.60년도더된오래된일들의순간순간을그렇게자세히기억한다는것은살아남아야했던처절함이그만큼또렷하게각인되었기때문일것이다.이들이마음으로몸으로새긴하나하나의기억은동아시아역사가영원히껴안고짊어져야할트라우마로남을것이다.

피폭직후아무런증상도없었던사람이가을이되자원인도모르게잇달아죽어갔다.돌연잇몸에서피가나오거나,코피를쏟거나,머리카락이빠지는증상이나타났다.
남주씨는설사가끊이지않았다.의식불명에빠지기도했다.가족은포기했다.하지만와카야마의친척들이문병을오면서가지고온말린양귀비잎을달여마시자설사는멈췄다.양귀비가한동안후쿠시마초이곳저곳에서아름다운꽃을피웠다.그후양귀비를따러갔다가두세그루를뽑고더이상심지않았다.―111쪽에서

역사란생활을부여잡고살아내는이들의흔적이다.어린나이부터노동착취와차별속을헤쳐간,척박한삶에내던져졌던재일할머니들이살아온생생한역사현장을재일1세할머니들의기억과함께만날수있다.그기억들을외면하지않고대면해야만비극의역사를반복하지않을수있을것이다.할머니들은“지금도아무것도필요없으니전쟁만없으면된다”라고말한다.
조선에서일본으로시집간첫날부터폭행을당하고,남편은도박과여자에빠져혼자탯줄을끊어가며아이를낳고,돈벌어주는사람이없어서출산직후부터일거리를찾아나서며장사를하고,이산의아픔을겪고,그것도모자라재해를당하고….재일할머니들이겪어온세월은그야말로다중의고통으로점철된삶이었다.
하지만아픈인생살이를토로하는중에도할머니들이드러내는표현과생각에는유연성과서정이깃들어있다.그래서인지무겁고우울하기만할것같았던이들의이야기는오히려때론익살스럽게다가오고,때론강인한기운이전해지기도한다.재일1세할머니들에게그리고우리모두에게이렇게노래해본다.“아,힘내고,아,힘내고,힘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