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무엇으로 나를 채우지

오늘은 무엇으로 나를 채우지

$17.50
Description
오늘은 무엇을 먹고, 누구를 연기하게 될까?
〈고독한 미식가〉 ‘고로 상’의 속을 채운 것들

영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 부산국제영화제 개봉과 함께
한국 독자들 만나는 작가 마쓰시게 유타카
고독한 현대인의 식사 시간을 책임져 주던 ‘친절한 고로 상’ 마쓰시게 유타카가 감독, 각본가, 그리고 작가로 돌아왔다. 마쓰시게는 〈고독한 미식가〉시즌 종료 후 팬들의 그리움에 답하듯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이는 영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의 감독, 각본, 주연을 맡아 제작하고, 에세이와 단편소설, 대담집 등을 출간해 왔다. 저자는 ‘고로 상’이 그랬던 것처럼, 《오늘은 무엇으로 나를 채우지》를 통해 채우고 비우기를 반복하는 현대인의 갈등에 대한 소소한 해방의 순간을 선사한다. 이 책은 《선데이 마이니치》에 2년간 연재한 요리 에세이 〈연기하는 자의 헛소리〉와 단편소설 〈어리석은 자의 잠꼬대〉를 엮은 작품집이다.〈고독한 미식가〉의 주연답게 에세이 〈연기하는 자의 헛소리〉는 음식 때문에 곤란했던 드라마 촬영, 음식으로 기억하는 유년시절 등을 소소한 풍경과 함께 그려냈다. 에세이에서 음식으로 위장을 채웠다면, 단편소설 〈어리석은 자의 잠꼬대〉에서는 배우의 내면을 ‘그릇’으로 표현하여, 범인, 외계생명체, 스파이 등 매번 새로운 인물이 ‘나’를 채우고 비우는 모습을 보여준다. 첫 작품집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완성도 높은 구성과 삶을 통찰하는 문장들로 이루어진 이야기들은 ‘유쾌한 마쓰시게 상’과 다시 반갑게 만날 자리가 될 것이다.

저자

마쓰시게유타카

저자:마쓰시게유타카
배우.메이지대학교문학부재학중에연기를시작해1986년니나가와유키오극단에입단했다.2012년부터10년동안드라마시리즈〈고독한미식가〉의주연이노가시라고로역을맡아현대인의고독과해방감을정적이면서도입체적으로연기해큰공감을불러일으켰다.영화〈고독한미식가더무비〉의감독,각본,주연을맡으며영역을넓혀가고있다.〈아드레날린드라이브〉〈형무소안에서〉〈거북이는의외로빨리헤엄친다〉〈크로우즈제로1,2〉〈리틀디제이〉〈살아있는것만으로도,사랑〉〈히키타씨!임신이에요〉등70여편의영화와〈허니와클로버〉〈심야식당1,2,3〉〈중쇄를찍자!〉〈오늘의네코무라씨〉등80여편의드라마에서다양한역할을연기해왔다.2018년부터2년간《선데이마이니치》에연재한에세이〈연기하는자의헛소리〉를엮어첫단행본을출간하였으며,《당신만의소를쫓아가라》(공저)《먹는노트》등저술작업을이어가고있다.

역자:이지수
무라카미하루키의책을원서로읽기위해일본어를전공한번역가.사노요코의《사는게뭐라고》,고레에다히로카즈의《영화를찍으며생각한것》,미야모토테루의《생의실루엣》,가와카미미에코의《헤븐》등다수의책을우리말로옮겼고,《아무튼,하루키》《우리는올록볼록해》《내서랍속작은사치》《읽는사이》(공저)《사랑하는장면이내게로왔다》(공저)등을썼다.

목차


연기하는자의헛소리
11설정을바꿔버릴정도로자백에영향을주는음식
14어제마늘을잔뜩먹은녀석이임종장면에임하는태도
17머릿속에꽉들어찬대사가카레에밀려나고식곤증이덮치는오후
20외국에서이교도가된날의초밥과욕조,그차가움에대해
24포테이토칩을한손에든양들의침묵,그기념사진이없는건에대해
27키크는비결을물으면일단우유라고대답한다
31빡빡머리중학생은레게와펑크사이에서흔들렸다
34양하때문에외울수없었다고귀여운글씨로썼다
37오믈렛도에그베네딕트도변기에앉은다음에
40명왕이지켜보는아름다운뒷간에서생각하는오늘저녁메뉴
43백반집구석에줄줄이서있는우주인의시선에도고봉밥을먹어치운다
46도쿄특허허가국같은건실제로존재하지않아,다카카게
49결코고독하지않은‘팀고독’은감독옆으로동그랗게둘러선다
52만두귀가되고싶지않은스모애호가유도인의서투른배트연습
56홍백가합전방영시간에홀로새해를맞이하는분들과함께식사하고싶다
59가발을벗고목욕탕에서나와만간지고추의달콤함을배운밤에
62처음에는굿이지만피부는외래어보다한자를원했다
65한마디해두자면배우는점으로만들어진게아니야
68안드로이드는하카타부들부들우동의꿈을꿨는가,안꿨는가
71모처럼결혼축하선물로스키야키냄비를보냈으니헤어지지말아줘
74대기시간에는카메라를향해무의미한음담패설을연발한다
77그대가꼭친구라고할수없고사진도언제나찍히는쪽이라고할수없다
80순간적으로거짓말을한마음의동요도보정할수있을까
83끈기있게주사를맞아마수에서벗어날방법을믿겠는가
86별이가득한밤하늘아래모닥불을둘러싸고인생을이야기하는자리를만들어주마

어리석은자의잠꼬대
91버스안에서─프롤로그
103취조실
109가벨
115술집
121달리기
127땅속
132딱지
137수술실
143복수
150일당
157독방
164고등어조림─에필로그

170감사의말

출판사 서평

“배가고파졌다…”
‘고독한미식가’만의자기구원서사
현대인의허기와공허를달래다
일본드라마〈고독한미식가〉는무려10년동안시리즈를방영했다.지금까지도전세계에서견고한팬층을유지하고있으며,제목‘고독한미식가’는하나의고유명사가됐다.‘한번도안본사람은있어도한번만본사람은없’을정도로시청자들의애정은그칠줄모른다.등장인물은‘고로상’한명,이야기도‘밥먹기’뿐이지만이드라마의인기비결은그렇게단순하지않다.
일본열도를떠도는영업업무를마치고긴장감이풀린‘고로상’은엄청난허기를느낀다.홀로찾아나선맛집에자리잡은그는,누군가와억지로대화를이어갈필요없이,오로지맛있는음식에집중하며,먹는행위를만끽한다.TV화면밖에서그와마주앉은우리는‘서로침범하지않는함께’의상태를경험한다.〈고독한미식가〉의세계관은드라마의장면에서그치지않고하나의문화로자리잡았다.식당에는‘혼밥석’이생겼고,‘혼밥환영’과같은안내판이걸렸다.식사시간만큼오로지나를채우는행위에집중할수있게된것이다.‘고독한미식가’는기꺼이모든‘혼밥러’의좋은핑계이자명분이되어주었으며,복잡하고거대하게얽혀있는인간관계속에서벗어날수있는틈을내주었다.그래서‘고로상’을나의동료나친구가아닌‘나자신’으로대한다.
현대인의고독을누구보다적극적으로대변한〈고독한미식가〉시리즈는이대로끝나지않은것같다.2024년10월〈저마다의고독한미식가〉가시즌11로돌아왔으며,제29회부산국제영화제에초청받은영화〈고독한미식가더무비〉가2025년초개봉을앞두고있다.새로운시리즈와영화모두저자마쓰시게유타카가감독,연출,각본,주연을맡았다.대학시절문학을전공하고연극단에입단하면서연기활동을시작한저자는자신에게어떤역할이라도있다는듯저술과각본작업,연출,연기등모든재능을창작활동에바치고있다.

글도맛있게쓰는‘작가유타카’
연기활동과역할에대한고민을
예술적농담으로풀어내다
현실세계에서는이익공여금지와같은제도로형사가피의자에게‘돈가스덮밥’같은음식을제공할수없다.그런장면은‘형사물’‘느와르물’에서만등장한다.저자유타카는어쩐지과장된클리셰가마음에들지않는다.어느배우라도현실적인연기를펼쳐보이고싶은것은마찬가지일것이다.하지만“반숙달걀과튀김옷을기품있게두른돈가스,그주위를장식하는갈색양파,꼭대기에완두콩이고상하게얹혀있는돈가스덮밥”을앞에둔피의자로서는그것을먹지않기란어렵다.그래서유타카는감독에게이렇게제안한다.“감독님,이걸먹으면저도모르게자백해버릴것같은데요.먹고자백해버리는설정으로바꾸는건어떠세요?”(13쪽)
스키야키는또어떤가.쇠고기,표고버섯,두부,청경채,파등화려한재료가들어가는스키야키.육수를우리는것부터재료를넣고건져내는과정을연극으로비유하자면,쇠고기나표고버섯은주연에해당하고,두부,청경채,파는조연에해당할것이다.저자유타카는그중에서도빠질수없는조연이있으니,바로우지(牛脂)라고말한다.하얀소기름덩어리인이재료는“사실프롤로그부터등장해서,주인공들이날뛰는동안에도냄비바닥에서무대를떠받치며,담백한연기를펼치는야채들에게풍미를덧씌운다.”유타카는주위사람들이눈살을찌푸려도소기름덩어리에달걀물을묻혀꼭꼭씹어먹는다.그리고말한다.“맛있어~~!”(73쪽)
‘우지’에대한애정을아낌없이드러내는마쓰시게유타카.아마‘우지’를이토록잘표현할수있었던이유는유타카자신이그와같은조연역할을30년넘게맡아왔기때문일것이다.그러면서그는끝없이덧붙인다.“기름은재활용해서다시연료로만들수있다.그러니다음세대를위해폐유에서미래를창조해야한다”고일장연설을늘어놓기직전,자신은‘배우’일뿐이지만‘폐유’라는말을듣지않기위해노력해야한다고속마음을내비친다.그러나그는70여편의영화와80여편의드라마에서매번새로운조연으로등장하며미래를만나고창조해왔다.그의겸손과다짐은능청스러운문장으로이야기곳곳에녹아있다.
에세이모음〈연기하는자의헛소리〉에는이처럼그가그동안연기활동을해오면서겪은현실과가상의간극,배우라는정체성에대한고민을허심탄회하고유쾌하게풀어놓는다.이는때때로찾아오는무기력과좌절을부정하지않는그만의방식이다.그는오히려‘이게바로인생이다!’라고말하듯,무기력을농담으로,충만함을겸손함으로전환시킨다.

감독,각본가,배우,그리고작가…
자유롭게비우고채우는아티스트의매력
단편소설모음〈어리석은자의잠꼬대〉의서사역시‘현실’과‘가상’의경계를자유롭게넘나든다.저자이자화자인마쓰시게유타카는눈을감았다뜨면자신도모르는사이어떤역할을맡고있다.화자가누구인지아무도알려주지않는다.심지어화자도자신을모른다.역시나비중있는역할을맡지않았기때문에,작품을망치는정도는아닌것같다.그럼에도화자는그동안의경력을거름삼아역할에대한이런저런추리를이어나간다.이는그저연기를완성하기위함뿐아니라스스로정체성을알기위한발버둥이기도하다.
단편소설모음〈어리석은자의잠꼬대〉는한노인의범상치않은대사로시작하는데,정체성의혼란을겪는저자가스스로어떻게바라보고있으며,또어떻게바라보고싶은지가드러난다.

“텅비었어요.무無예요.저는아무것도아닙니다.”
그러자노인은천천히몸을돌려하차벨을눌렀다.
“그러오,그럼또우리절보러오시게나.”
“고맙습니다.말씀나눌수있어서기뻤습니다.”
“아,그렇지,텅빈것과무無는다른거라우.”─102쪽

우리는내가누구인지,무슨일을할수있을지무기력과허기,허무의순간을수없이겪는다.하지만저자는이러한좌절의순간이‘무’의상태가아닌‘공’의상태라고말하며,두가지상태를구분하기를요구한다.‘현실’과‘가상’을번갈아경험하듯,비워지면채우기마련이고,채워지면비우기마련이라는삶의이치를저자만의방식으로일러준다.
그런의미로,이책은‘순환하는이야기’를담았다고도할수있다.단편소설모음〈어리석은자의잠꼬대〉에는에세이모음〈연기하는자의헛소리〉에서등장한‘돈가스덮밥’‘취조실’‘스파이’‘SF’라는동일한소재가재가공되어한편의소설로완성된다.저자가배우라는직업을통해‘현실’과‘가상’을넘나들듯이에세이에서보여준‘현실’을단편소설의‘가상’으로창작하여,주체적예술활동을이어가는것이다.저자의연기경력은배우커리어에그치지않고,사소한무엇이라도만들어내는재료가되어인생전반에걸친여러가지창작작업으로뻗어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