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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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어딜 가든 삶은 따라오게 마련이다”
시골의 불편함, 양면성, 치안…
이 모든 것을 고려해 터전을 잡아라
고독과 은둔의 작가 마루야마 겐지는 시골에서 일생의 절반 이상을 보내고 있다. 그렇다면 ‘시골예찬론’을 펼치기 마련 아닐까 싶지만, 그는 언제나 그랬듯 삶의 민낯을 고발한다.
귀농, 귀촌을 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타의로든 자의로든 직장을 그만두게 되어서, 삭막한 도시 생활에 염증이 나서, 인간적인 환경에서 살고 싶어서, 건강을 되찾고 싶어서 등 이유는 여러 가지다. 시골에 가면 그런 바람이 이루어질까. 시골로 이주했다가 도시로 되돌아오는 사람들을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가 겪은 시골은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다. 그래서 겐지는, 시골에서 산다는 생각에 한껏 들떠 있는 이들에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되겠지만 냉혹한 현실을 하나하나 집요하게 들이대며 그들이 왜 시골로 내려가려 하는지 철저히 돌아보고 스스로 점검하게 한다.

어떻게든 되는 시골 생활은 없다
환상과 유행에서 벗어나라

먼저 겐지는 시골로 내려가도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현실 도피’라면 일찌감치 그만두라는 일침이다. “도시에서 현실은 분명 혹독”했고 “시골 또한 도시 이상”이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아주 상식적인 인생의 본질을 시골 생활을 떠올리자마자 쓱 잊고 말았느냐”라고 묻는다. 어딜 가든 현실은 따라오기 때문이다.
시골에서 살기로 마음먹었다면 무엇보다 하루가 다 가도 모를 정도로 확고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 무엇을 할 것인지가 아니라 무엇을 하기 위해 시골로 가려는지 처음부터 확실한 목표를 세우라 한다. 확실한 목표가 있느냐 없느냐가 시골 생활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공기가 맑으니까, 자연이 아름다우니까, 농사를 짓고 싶어서, 인정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서 등등의 이유로 내려갈 거라면 그만두는 편이 좋다 한다. 환상이나 망상 위에 세워진 사이비 목적들이기 때문이다.
시골이라고 공기와 물이 맑고, 고요하지만은 않다. 시골 행정 관계자를 비롯해 주민들은 대부분 환경문제에 둔감하다. 유해한 공장이라도 유치 대가로 그 지역에 약간의 돈이라도 들어오면 그걸로 족해 항의하는 이가 거의 없다. 이로 인해 하천이나 지하수가 오염돼 지역 주민들 건강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일도 비일비재하다.
또 시골이 고요할 때는 농한기뿐이고 그 외 계절은 온갖 농기계가 내는 엔진 소리로 시끄럽다. 아침부터 해가 질 때까지 떠들썩한 굉음으로 가득한 곳이 시골이다. 물론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도시의 소음 재앙과 비교하면 보잘것없는 수준일지 몰라도 실제로는 시골 소음이 훨씬 더 귀에 거슬리고 잠을 방해한다. 고요한 가운데 발생하는 소음이 더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깡촌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체력 단련’과 ‘죽을 각오’는 필수

시골에선 도시에 비해 범죄가 적으리란 생각 역시 환상이다. 시골의 범죄 발생률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범죄 형태도 흉악해진다. ‘설마 이런 곳에서’ 싶은 산촌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시골에서 살려면 “내 몸은 내가 지킨다는 기개가 도시에서보다 더 필요하다.” 범죄자들에게 도시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은 허술하게 방범하는 데다 적당히 돈을 가진 좋은 먹잇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겐지는 구체적인 호신법도 제시한다. 강도의 등장에 컹컹 짖어 댈 큰 개를 기르고, 강도에게 맞설 무기를 손수 만들어 놓으며, 강도들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집 지을 때 특별히 침실을 견고한 구조로 만들어 ‘요새화’하라는 것.

그래도 예기치 못한 침입에 대비해 살인 따위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무리와 대결하기 위한 최소한의 무기는 준비해 둡시다. 도움이 될 만한 무기는 창입니다. 진짜 창은 허가를 받아야 하고 비싸기도 하니 직접 만듭시다. 자루 길이는 1미터가 조금 넘게 하고, 자루와 날이 하나로 된 튼튼한 등산용 칼이나 부엌칼을 창으로 이용합니다. 하지만 날 길이에는 신경을 써 주시기 바랍니다. 너무 길면 부러지거나 휘는 경우가 있고, 너무 짧으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이 무기는 상대를 물리치려는 엄포의 도구가 아닙니다. 그런 인식은 버리기 바랍니다. 어중간한 저항만큼 위험한 일은 없습니다. (…) 문을 부수고 적이 침입하는 순간, 두 눈을 부릅뜨고 큰 소리로 분을 토하면서 적의 복부를, 명치 언저리를 노려 기세등등하게 내찌르십시오. 찌른다기보다는 창과 함께 기를 쓰고 덤비는 식의 방법이 효과적입니다. -97쪽에서

너무 진지해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이 정도의 준엄함과 각오로 살고 있는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시골은 분명 불편한 곳이다. 그래서 시골에서는 “내 일은 내 힘으로 한다는 강한 마음가짐과 체력이 필요하다.” 이주하고 나서 도시의 편리함과 비교하며 불평을 한들 소용이 없다. 어떤 것이든 스스로 해내는 것을 즐거워하지 않으면 굳이 불편한 곳에서 살 이유가 없다. 그러나 불편함은 너무 편리한 도시 생활로 흐늘흐늘해진 몸과 마음을 단련시켜 주고, 가혹한 현실과 대치할 힘을 길러 주며, 그 과정에서 본래 모습도 찾게 해 준다.
자기다운 시골 생활을 찾아냈을 때라야 유행이나 환상이 아닌 현실에 발을 디딘 참다운 시골살이가 시작된다. 자기다운 시골 생활은 오로지 자신이 찾는 수밖에 없다. 인생의 모든 문제가 그렇듯이 말이다.

저자

마루야마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