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믿음(큰글자책) (무속은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생존해 왔는가?)

방치된 믿음(큰글자책) (무속은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생존해 왔는가?)

$32.00
Description
무속인은 누구인가
어떻게 존재하는가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무속은 모순 속에 있다. 우리는 무속을 미신으로 치부하며 무당을 천대한다. 그러나 실상은 무당의 예언에 조종당하고 무당이 말하는 초자연적 현실이 실제로 있다고 믿는다. 권력자들은 손에 왕자를 새기고 부적을 뿌린다. 평범한 사람들은 연애와, 결혼, 사업, 진로처럼 인생의 큰 결정을 무속에 맡긴다. 이렇게 무속은 보이지 않는 음험한 구석에서 우리의 세계관과 믿음을 형성해 왔다.
이 책은 세 명의 탐사기획부 기자가 무속 신앙과 무속인의 그 기이한 모순을 끈질기게 추적하며 한국 사회에서 무속인이 어떻게 생존해 왔는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를 위해 무속인 범죄 10년 치 판결문을 전수 분석했다. 피해자와 사건 관계자를 만나고 수십 명의 무당을 쫓아다녔다. 전국을 돌며 무당이 숙식하는 산에 들어갔다. 점집이 있는 동네를 돌아다니며 누가 어디에 점집을 내어 주는지 조사했다. 그러면서 질문한다. 가짜 무당, 진짜 무당이란 게 존재하는가. 제도화된 종교와 무속 신앙은 정말로 다른가. 세 명의 기자가 숨 가쁘게 뛰며 구성한, 최초의 무속의 사회학을 만나보자.
저자

이성원

2011년서울신문에입사했다.사회부,경제부,탐사기획부,미디어전략실등에서일했고‘간병살인154인의고백’기획기사로2019년한국기자상을받았다.2022년한국일보로이직한뒤사회부탐사팀,엑설런스랩을거쳐지금은경제부에서일하고있다.세상을바꾸고싶어기자가됐지만그런일하는게아니라는걸뒤늦게알았다.그래도좋은기사를고민하는기자들을알게됐다.그들과함께일하면즐겁다.

목차

들어가는글어떤방치된믿음에관하여6

1부미끼를물다
1장피고인,무죄일지유죄일지신령님께물어보세요17
2장이상한말하면안믿으면되잖아31
3장거대한현혹시장의규모68

2부현실의무속,무속의현실
4장성공하는무당,기도발을세워라101
5장누가어디에점집을내어주는가117
6장온라인을타고넘나드는신령님134
7장수출되는K샤머니즘,증대되는무속의윤리147
8장진짜와가짜가어디있나156

3부무속길들이기
9장무속을잘못키운건우리모두167
10장믿음을관리하기185

출판사 서평

존재하되방치해버린믿음
사람을현혹하는거대한시장,세명의기자가탐사한무속의사회학
제도화된종교와달리무속신앙은그저미신으로치부되어마치그런게존재하지않는듯방치되어왔다.그러나무속은우리사회와무의식에깊이뿌리내린채우리의미래를쥐락펴락한다.윤석열전대통령은손바닥에임금왕王자를그리고대통령후보자토론회에나왔다.임기내내천공이라는무속인에게국정조언을받는다는의혹이끊이지않았다.나라를혼란으로몰아넣은12.3비상계엄사태때배후인물로지목된,김용현전국방부장관의최측근인노상원전정보사령관의직업은무속인이었다.한연예기획사대표가경영상문제를무속인과상의한다는소식도한때사람들의입에무수히오르내렸다.이렇듯무속신앙은모순적이다.누군가는무속을그저미신이라고천대하고누군가는진심으로귀신을믿고무당의말에일희일비한다.우리사회의가장낮은곳에서가장높은곳까지무속이존재함에도제도적으로무속을통제하려는노력을하지않는다.그래서‘방치된믿음’이다.
방치된믿음은착취를먹고자란다.한국일보탐사기획부기자인세명의저자는오늘날무속인의존재방식을알아보기위해무속인범죄에접근했다.이를위해무속범죄10년치판결문320건을전수분석했다.판결문열람서비스를통해2014년8월부터2024년8월까지‘무속인’키워드로검색된판결문1990여건을모두검토한뒤무속행위와관련된형사사건320건을추렸다.2~3주동안은매일경기도일산에있는법원도서관을찾아갔다.이책에서스토리텔링형식으로구성된피해자와무당의사건일지는충격적이지만전형적이기도하다.두딸이차례로정신이상증세를보이자신내림을받아야만했던소연과무당이미운의이야기,자신에관한모든정보를알아맞혀인생을내맡긴주은과무당명도령의이야기,교통사고로사람을숨지게해삶의의미를잃어자살까지생각하다무당을만나17억원이상을갖다바친선아씨이야기등은관리되지않은믿음이어떤일을벌일수있는지추적한다.
또한세명의기자는취재에그치지않고이거대한현혹시장의규모를드러내는최초의통계를만들었다.무속인의범죄유형,범죄증가추이,가스라이팅방법,법정양형의분류,법원의무속인인정여부등의통계는무속을없는것으로우리눈앞에치워버리는것이얼마나근시안적인일인가를증명한다.요컨대이책은무속에대한고발을넘어선,무속의현실에대한사회학이다.

사회의무속,무속의사회
무당은누구인가,어디에있는가
세명의기자는무당이어떤존재인지,어디에있는지파악하기위해이른바용하다는산에찾아가그들과함께생활했다.그곳에는길흉화복을예측하고이승을떠난사람과교통하는무당이아니라자기자신의존속과생활을위해동분서주하는,그럼에도떳떳하게나서지못하는직업인으로서의무당이있다.그들은명산이아니라우리주변에도있다.“무속신앙은단순히전통관습,혹은종교가아니다.특정한삶의형태이며시장경제의산물이기도하다.무당들이점집을차리는곳에는공통된특징이있다.돈이돌고,사람이모이고,역사가흐른다.논현동의무당들은입소문으로손님을받고,고소득,권력층고객이몰리며점집표식인깃발도필요없다.반면미아동의무당들은오래전부터터를잡고있던나이든이들이대부분이지만이제는손님이줄어점집들이사라지고있다.서울에서점집이가장많은곳은어딜까?”(117-118쪽)
저자들은점집의위치를분석하며각동네와무당이어떤관계를맺고있는지탐사한다.논현동의무당과미아동의무당은다르게존재한다.땅값때문에빈익빈부익부가작용하고,개발때문에단독주택을선호하는무당이밀려나기도한다.전통적인강북지역에서무당은지역경제를살리는역할을하기도한다.모두과거무당들의초상이다.현재MZ무당은카카오톡과유튜브로옮겨가젊은고객을포섭하고있다.
전화점사와카톡무료상담,유튜브라이브상담은새로운무당들의터전이다.운세앱을먹여살리는주고객층은놀랍게도2030세대다.그것도여성이.왜젊은여성들이점을선호하는걸까?저자들은여기에대해서도제나름의설명을시도한다.유튜브콘텐츠와라이브는가장뜨는무당콘텐츠다.모든유튜브점사는연출10퍼센트가아니라‘연출100퍼센트’다.유튜브점사콘텐츠에출현한A씨의증언을통해독자는PD와무당,배우가만들어내는가스라이팅의현장을직접몰두할수있다.“B사는통상섭외된배우에게‘관련내용을누설하지않겠다’는각서를쓰도록했지만A씨는각서없이배우로참여한한점사콘텐츠의대본과카카오톡대화캡처본을우리에게제공했다.해당자료에따르면대본을토대로사전에담당PD가배우들에게“아빠는알코올중독에가정폭력,오빠는사고뭉치에집안을더어렵게만드는존재,그모든것을홀로감당해야했던엄마”와같이구체적인내용을알려주고이를숙지하라고지시하고있었다.”(142쪽)
무속신앙은한국내에만국한된것도아니다.K컬처열풍에는수출되는K샤머니즘도있다.이런상황에서저자들은질문을던진다.진짜무당,가짜무당이있고문제는가짜무당만해결하면풀리느냐고,애초에진짜무당이있다는프레임자체가잘못된것이아니냐고.우리는그저재미로만점을보면그만이라고말하는데,정말그러냐고.

무속길들이기,믿음을관리하기
무속은정말로제도화된종교와다른가
사람들이무속을믿는이유에는개인적이고도사회적인복잡한이유가숨어있다.그저재미혹은그저성공이나행복을빌기위해서가아니다.우리가기댈곳이없다는것.날이갈수록증대되는불확실성도무속이인간심리를파고들수있는여러이유중하나에속한다.무속은불확실성에대처하는개인의노력같은것이되었다.실제미래가어떻든상관없이말이다.그렇게인간이란속고싶어하는존재이니속게내버려두어야할까?개인의선택일뿐일까? 우리사회는무속신앙을제도안으로포섭하기를포기했다.아니,애초에신경쓰지않는다.
저자들은무속인을직접인터뷰해무속인들이무속신앙의문제점을인식하고있는지,도대체우리사회가무엇을해주기를바라는지끌어낸다.이들은정부에는모두없는사람들이다.우리는무속인이얼마나되는지도모르고있다.“기존종교와무속을바라보는정부시각이다르다는점은분명하다.종교지원사업이대표적이다.문체부측은불교,기독교,천주교등기성종교를대상으로한사업이많다며민족종교중에선천도교,원불교정도가지원대상이라고말했다.2018년문체부가발간한〈한국의종교현황〉보고서에도무속관련내용은전무했다.종단규모나조직화정도에따라정부의관심과지원이천차만별인셈이다.”(199쪽)
그럼우리는무엇을해야할까?무속인들은무엇을원하고무엇이되기를바라는걸까?무속인범죄에서법원은무속인의직업적지위를인정한다.그렇기에무속인이실제로굿을했다면이는사기로볼수없다는판결이곧잘내려진다.무속인들은자신들이인정받기를원하며‘무속인인증자격제’를도입해야한다고말하기까지한다.그런데왜우리정부는이들을보지않는걸까.무속신앙과제도화된종교는정말로다른가?따지고보면그렇게다르지않다.제도화된종교도초현실적존재를믿으며자신의성공과가족의행복을빌고가스라이팅을하거나범죄를저지른다.그런데왜유독무속만방치되어온걸까?도대체우리는이들을어떻게바라봐야할까.저자들은질문하며믿음을길들이는방안을고민한다.